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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다큐멘터리 작업은...특히나 독립 다큐멘터리 작업은 노가다이다.

대부분 혼자서 기획, 촬영, 편집을 하니 그럴만도 하다.

가끔 선배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노가다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촬영하고

화장실도 못가고 두세시간을 꼬박 앉아 촬영한 테이프를 확인하면서 프리뷰하고

구성에 맞게 캡쳐하면서 꼼짝 못하고......

그 과정 안에는 창작의 고통도 있지만 성실하게 몸을 움직여서 시간을 투자해야만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우린 작업을 아르~ 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 노동하는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웃는다.

 

오늘도 그 육체노동 중의 하나인 캡쳐를 하는데...

머릿 속에 있는 것들이 주르륵 파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림도 없다. 혹시나 놓친 것이 있나 다시 촬영한 것을 살피면서 캡쳐를 한다.

 

캡쳐하는 일은 반복 작업일수도 있고 단순한 작업일 수도 있다.

촬영한 테이프에서 오케이 컷을 고르고 구성에 맞는 부분을 찾아 캡쳐를 하고...

계속해서 그 일을 반복하고...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이번 작업에는 너무 게으른 촬영을 해서 한심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을 본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의 숨결을 본다.

그 순간 그녀가 나를 믿었던 안 믿었던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에 심취해서 정신 없이 이야기를 했던

그 안에서 그녀들이 겪었던 일들을 듣고 있자면

살아 남아서 지금 카메라 앞에 있는 그녀들이 너무나 대단하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줘서 고맙다.

 

그녀들이 단순히 이주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도 안되는 국제결혼 과정 속에서 사회적 안정망이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위험을

한 개인이 고스란히 온 몸으로 겪으면서 상처 받고 힘겨웠지만

그 어려움을 당당히 겪어온 단단한 존재임을 세상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워낙에 이주여성의 이미지는 피해자, 혹은 피해를 입히는 존재이다.

그녀도 우리와 같은 입체적인 인간이란 것을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잘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한심한 촬영본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본다.

그래야 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준 그녀들에게

고마움을 겨우 표현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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