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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나

1.

어제 2년만에 큰 카메라를 들었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러 천안을 내려가는 일 부터 전세재계약을 위한 대출처리 등

하루 종일 동동 거리면서 다녔다. 그 와중에 한쪽 어깨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속으로 '이젠 진짜 차 사야겠다. 느무 무겁다.' 그랬다.

 

인터뷰 하러 간 곳에 한 샘이 아기 키우는데 힘들지 않냐고 해서 내가 그랬다.

"힘들긴 한데요. 아기 키우는 사람도 다큐 만드는 사람도 다 저 더라구요.

잘하지 못해서 그렇지 둘 다 하는 게 더 정신건강에 좋은 거 같아요. "

 

마이 컸다~~~ㅎㅎㅎ

아침 덕분에 깨달음을 얻고 나서부터는 졸리고 배고픈데 밥먹고 나서 왜 난 여전히 졸리지 하며 날 탓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사실 그게 쉽지는 않았고 근데 이젠 조금 되는 거 같다. 그 동안 참 많은 것들을 접었는데 가끔은 너무 접고 있는 모습에 뜨끔할 때도 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가 없어진다.

 

참참참....

2년만에 잡은 카메라는 참 무거웠다. 근데 너무 반가웠다.

뷰파인더로 보이는 사람 표정이 너무 생생해 눈물이 났다.

 

2.

집에 돌아와 밥 해 먹고 상구백은 일 때문에 다시 나가고...

무거운 몸과 청소 안된 집을 보며 한숨 한번 셔주시고 얼렁 불끄고 미루 재우고 한 소큼 쉰다음 다시 일어나 보고 싶은 책들을 봤다. 요즘은 미루가 마루에서 자기 때문에 미루 자는 밤 시간에 블질을 할 수 음다. 나의 유일한 사회생활인데 요즘 고립된 거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이거 이거 불폐?

 

미루는 이제 15개월하고 일주일이다.

정말 하루가 다르다. 이런 고전적인 표현을...그런데 진짜다.

표현도 아주 섬세해졌고 말도 늘었다. 가끔씩 긴 단어들도 억양과 자음들을 살려 따라한다.

 

-미루의 평일 일과

4시반 쯤 엄마와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오는 길 공원의 나무들한테 인사한다.

"안녕~하루 잘 보냈남?!" 진짜 열심히 한다. 손도 막 흔들고.

현관문 초인종 누르기 놀이하기...한참 한다. 것도 엽혀서.

 

5시쯤 집에서 모유 먹기

모유 먹으면서 이쁜짓 이빠이 하기...이때 웃음 소리는 진짜 아기 같다. ㅋㅋㅋ 거리는 소리가 참.

 

5시반쯤 목욕놀이

요즘 목욕놀이에 재미를 붙여서 한참을 욕실에서 안나온다.

나오라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문을 닫는 시늉을 하면서 날 놀린다.

참나~

 

6시쯤 욕실에서 나와 내가 저녁 준비를 하면 혼자서 팔을 흔들흔들 거리면서 집을 돌아다닌다.

가끔 흥얼거리기도 하고...이럴때 보면 진짜 많이 컸다는 말이 절로~

 

6시반 저녁 먹고 내가 치울 동안 이런 저런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좀 많이 놀았다 싶으면 싱크대쪽으로 와 싱크대 문들을 열고 나를 싱크대에서 밀치고 그러다 싱크대 안 쌀들을 마루에 뿌리기도 한다. ㅠㅠ

그제는 회심의 역작 왕눈이폰을 누르면서 놀더라. 왕눈이폰은 아기들 집에는 거의 다 있는 듯. 노래도 나오고 어떤 버튼을 누르면 말도 나온다. "안녕하세요?", "  넌 누구니?", "여보세요", "잘있었니?" 등등 하나씩 버튼을 누르고 거그에 답을 한다. "안녕하세요" - 미루, "@$#%%^ㄸ#" / "잘있었니?" - "응~" ㅋㅋ

 

7시 반쯤 방에 있던 얇은 메트리스를 꺼내오면 신나서 몸을 흔들흔들 거린다. 이건 관광버스춤 같다.

난 거그 누워서 책을 읽으면 지도 책 읽어달라고 책 갖고 온다. 몇권 일다가 엄마 젖 먹다가

뒹굴뒹굴~~~

 

8시반쯤 징징거리면 불 끄고 한참을 딩딩거리다 잔다. 

 

히~

 

얼렁 집 치워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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