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일년..

11월 15일이면 명동에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시작한지 일년이 되어 간다.

어찌 일년이 지나갔는지...참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 속에 즐거움도 슬픔도 절망도 기쁨도 있었으니

정말 그냥 일년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농성단에 있는 동지들과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걱정이 된다.

농성 첫날...그 추위...

아마 날씨 보다 그 상황이 더 춥게 느껴졌던 거 같다.

그날 저녁 집회에 당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었던 홍준표 부위원장 말이

무섭게 현실이 되었다. 왈 "이 투쟁이 열흘이 될지 100일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니 우리는 2004년의 해를 이곳에서 2004년의 따뜻한 봄 햇살을 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동지들.. "

처음 그 말을 들을 때는 그냥 의례적인 이야기겠지 했는데 아니 아무런 느낌 없이 들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고 보니...그리고도 한참을 지나 일년이 되어 가는 것을 보니..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명동성당 관계자들과 실랑이 끝에 들머리에 농성 천막을 칠 때는

참 심난하기도 하고 그 현실이 싫어서 쳐다 보는 것이 싫었지만

어쪄랴 기록해야 하는 걸...난 열심히 텐트 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는데

다 친 텐트 앞에서 이주동지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진은 왜 직냐고 했더니...이제 집이 생겼는데 기쁘지 않냐고

여럿이 브이를 만들어 보이며 텐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런 것이 살아가는 것이구나..살아가는 것은 다른 게 아니구나

어차피 현실은 팍팍하고 어디 기댈곳 없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얻어낸 것들을 공유하며 즐거울 수 있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구나 그런 생각에 나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노숙을 하다 천막이 생기고 천막에 스치로폼을 대고

전기 장판을 마련하고 씻을 곳이 없어 찬물로 화장실에서 씻다가

천주교 인권위 도움으로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게 되고

그때 마다 사람들은 기뻐했다.

다시 그런 일을 하라면 난 자신이 없다.

물론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이 그 시간을 나눴던 나로서는

참 뭘 몰라서 그렇게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한 동지도 어떻게 이런 농성을 들어 오게 됐냐고 하니까

"이렇게 힘든줄 알았으면 안했죠" 한다.

 

투쟁은 그런 것이다.

투쟁은 싸움이기도 하지만 동지를 느끼고 어려움을 함께

겪고 나누고 해결하고 그런 것....그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난 이주동지들과 더 가까워졌고 그들을 쉬이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 기간을 통해 기쁨과 함께 실망도 있었지만...

난 그래도 여전히 이주동지들과 함께 할 것 같다.

나의 다음 주제는 이런 것이 되지 않을까?

우린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쉽게 말하는 그런 친구 말고 정말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연대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한번 열심히 고민해 봐야지.

 

그 일년이 내게 준 선물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