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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 이 글은 schua님의 [시 한편...]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존 버거 아저씨 책을 하나 옆에 놓고 찝쩝거리고 있는데.

진짜루 찝쩝거린다.

 

아마 내가 책 읽는 방식은 두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한번에 파는 방식,

다른 하나는 계속 보는 방식,

 

첫번째는 읽을 때까지 거의 한 자리에서 해결하는 것,

대략 세미나 할 때 발제를 위해서 주로 이용하는 방식인데,

그러니까 아주 목적 의식적으로 드갈때 이다.

계속 보는 방식은 지하철 기다리면서, 지하철 안에서, 지하철 갈아 탈 때,

밥 먹을 때, 밥 먹고 잠시 한 숨 쉴 때, 자기 전, 일어 나기 전 이불 속에서,

편집 하다 랜더링 걸어 놓고, 차 마실 때, 회의 하기 전, 컴퓨터 파워 들어 오기 전,

여하튼 계속 옆에다 놓고

그냥 시간이라고 말하기 뭐한 시간이 날 때도 읽는 방식,

한 마디로 찝쩝거리는 방식..

 

지금 읽고 있는 책도 그렇다.

근데 이런 이야기하려고 한게 아닌데..

찝쩝이라는 단어에 필이 꽂혀서...쯪...

 

하여튼 지금 찝쩝거리는 책이

존 버거 아저씨의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이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데...참...기네....아닌가..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책이 두 부분으로 나뉜다.

시간, 공간,(훌륭훌륭..난 존 버거 아저씨를 넘 좋아하는 것 같다)

시간에 대한 글을 모은 것이고 당연이 공간에 대한 글..

시간에 대한 글은 주로 시간의 한때에 대한 글들이다.

시도 있고 소설도 있고 상상의 날개 한 쪽 같은 노트도 있다.

그래서 자유롭고 그래서 지루하고 그래서 집중력을 요하지만

그렇게 단련을 하면 인간의 한때들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순간을 영원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조급증 같은 것이 있어서 순간에 영원을 부여하고 그러다

순간도 놓친 적이 많다. 내 20대의 대부분은 그랬던 거 같다.

그렇게 많이 놓친 순간을 오늘 하나 찾았다.

 

요만때, 일년 중 요만때,

날씨도 요만때,

가로등이 켜지려고 스스르 준비하고

아직 간판들 불은 다 안 켜지고

세상은 회색인듯 갈색인듯

잡힐 듯 말 듯, 가물 거리지만 그래서 아늑하고 따뜻한 한때

 

10대때 주로 이런 때이면 큰 공터에 나가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가 좋아서 한동안 매일 매일 그렇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참 외로웠던 거 같다. 그런데 그 외로움이 무섭기도 하고 좋기도 했던 거 같다.

너무 외로웠다. 너무 외로워서 멍해졌던 거 같다.

얼어 붙는 것 처럼.

 

그런데 오늘 만난 '그때'는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다.

아니 외로운 것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하고 따뜻하고 산뜻하고

당연하게 느껴졌다.

삶의 한 단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의 한때와 만난 것 같기도 하고

당당하게 느껴졌다.

이제 정말 나이를 먹나 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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