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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명상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대략 5차의 가편을 마치고 낼 모레 상영본을 마쳤다.

한달 동안 가편을 5차나 해댔다니...것도 마지막엔 하루에 2차례를 했다.

그날은 편집본을 보는데 정말 아무 감흥이 없더라. 

같이 편집본을 보는 감독이랑 미동도 하지 않고 모니터를 쏴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마지막엔 마음을 계속 잡고 있던 것이 풀려서

상쾌하게 손을 흔들며 나올 수 있었다.

(관련 정보는 여기로 http://blog.jinbo.net/mario/?pid=138 부지런한 마리오 같으니라구. ㅋㅋ)

 

그렇게 추석연휴 직전의 한주를 보내고

진짜 가부장제가 뭔지를 보여주는 이틀을 보내고

어제...진이 빠지게 만화책을 봤다.

다행이 미루도 그리 칭얼대지 않았고...그래서

주구장창 같은 자세로 : 누워서 두 발은 쇼파에 올려 놓고..아주 편안히 만화책을 봤다. 진정으로 일관되게...ㅎㅎㅎ

 

그러다 오늘 푸른영상 사무실로 출근.

아...얼마만인지...

푸른영상에 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온다.

자전거를 타과 와서 넉넉한 사람들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요즘 진행되는 작업들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살맛이 난다. 그리고 필요한 작업들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할 때는 이게 천복이구나 싶다.

 

이런 이야기를 같이 작업하는 선배 감독에게 했더니..

선배왈 "니가 그 동안 많이 힘들긴 힘들었구나" 한다.

울컥...그래 힘들었다요. ㅎㅎ

 

그래서 오늘 또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들었던 생각 하나



지난 2월 즈음이었나?

그동안 지문날인거부로 만들지 않았던 주민증을 만들었다.

동사무소에 가서 존심 상하게 지문을 찍었다.

처음 지문날인거부 운동을 할 즈음 난 그 운동을 하는 단체 옆 단체에 있었다.

그때가 진보네 사무실에서 일할 때였다. 그런 인연으로 지문날인거부운동 사이트도 만들었었지...아마...아마도 그때는 코딩을 좀 할 수 있었나 보다...이 대목에서 과거의 내가 신기할 따름...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난다.

여튼...그렇게 지문날인거부 운동을 시작했었다. 난 얍쌉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 땄던 운전면허증도 있어서 어찌 저찌 주민증 없이 보낼 수 있었다.

그 동안 외국도 몇번 나갔다 오면서 출입국에서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었다.

"외국 장기체류자세요? 왜 주민증이 없나요? 그럼 그냥 난 "네...헤헤헤" 하고 넘기기도 했었지...여튼 그럭저럭 운전면허증과 여권을 돌아가며 갱신하며 잘 살았다.

 

그러다 사단이 난 것은 지난 2월 국공립대에서 특강을 하면서 부터..

ㅠㅠ....국공립대는 강사료를 줄때 꼭! 주민증이 있어야 한단다.

이런 제길...결국 강사료 때문에 난 근 10년을 안 만들고 있던 주민증을

만들었다. 이게 뭔일이냐...

 

그때 참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자괴감 비슷한 것도 있었고

이렇게 버려진 개인이 을매나 많을까 한탄하기도 했는데..

 

여튼 그 때 든 생각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내가 뭔가 액션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라도 하지 말자.

잉...잘 표현이 안되지만...

여튼 뭔가 내가 꾸준히 내 시간을 투여해서 하지 않는다면

그냥 이름만 거는 수동적인 운동은 하지 말자...뭐 그런 거였다.

그럴 경우 결국 현실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결국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뭐...그런 생각...물론 내 이름만 걸 그런 운동은 아직 없다. 그렇게 명망가도 아니니.

다행이지.

 

여튼 그러면서 오늘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들었던 생각.

그래 비혼에 관련한 다큐를 만들자.

그냥 결혼, 비혼, 미혼...뭐 이런 게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결혼이란 것 말고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삶이 구성될 수 있음을 공유하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요즘 내가 가장 꽂혀 있는 이야기..

혁명, 그건 정권을 잡는다 안 잡는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 변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살기 편한 사회가 되는 거..

돈 안벌고 아이가 삶의 첫번째가 아니라고 욕하는 이런 사회가 아닌

그냥 지금 이대로의 나의 삶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할 그런 사회.

ㅋㅋ 살기 힘들다는 거지.

 

여튼...다양한 삶의 방식이 인정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고

그리고 그게 그냥 꿈이 아니라

같이 실천하고 꿍딱거리고 같이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완전한 건 없잖아.

그리고 누구나 외로운 존재잖아.

그러니 같이 고민하고 다르게 그리고 같이 꿍딱 거리고 그렇게 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거쥐~~~

 

그렇지 않고서는 나는 그저 날 계속해서

기회주의자라고 욕할거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꼰대 처럼 굴 것이야.

아무 시러. 그건 아니잖어.

 

 

자전거를 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거지.

아놔~ 자전거 느무 좋다.

 

이번 겨울에는 좀 더 행복한 기획들을 하면서 살 수 있을 듯.

처음부터 넘 무겁지 않게 생각을 흘러 보낼까 싶어.

사람들을 만나고 나누고 그렇게 슬렁 슬렁.

물론 시간이 없지 함께 나눌 시간이 없지.

 

오랜만에 가는 어린이집이 싫다고 징징거리는 아이를 맡기고

자전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참 나도 독하다 싶다가도 너무 소중해서

자전거도 아이도 그리고 내 일도 그냥 침 한번 꿀꺽 삼켰다.

 

좀 더 더더더더 행복해 보자는 거지.

 

PS.참고로 내가 주구장창 읽었던 만화는 마스터 키튼.

18권 중, 띄염띄염 구입해서 대략 10권쯤 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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