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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일.

미루가 지지난 월요일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려는데..

다리를 살짝 저는 것이 아닌가...읔...왜 저런데.

상구백한테 이야기했더니 자기는 그 전 금욜에 잠깐 그걸 느꼈다고.

이기...뭐여.

 

여튼 급하게 미루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일에 정신이 없다 오후에 어린이집에 갔는데

선생님 왈, "애가 왜 다리를 절어요?" 에공.

아침 보다 심해졌나 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다들 걱정이다.

 

좀 요상한 맘에 감기가 좀 남아 있어서 소아과에 간 김에 물어보기로 했다.

선생님 왈, 그러게요. 왜 그러죠. 우선 정형외과에 가보세요.

이미 시간은 늦었고 그냥 집으로 왔다.

일하는 엄마아빠를 둔 아이들은 제때 병원에 가기도 힘들다. ㅠㅠ

 

담날 아침에 상구백이 정형외과에 갔다.

의사선생이 의아해하면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단다.

강압적인 분위기였고 미루는 그 분위기를 못 이겨 계속 울고 불고

결국 바지에 오줌을 싸버렸다고.

울며 불며 멕스레이를 찍었는데 의사선생은 원인을 몰겠다고.

발목과 무릎을 엑스레이 찍었는데 이상소견이 없다고

단지 아이들은 인대가 잘 늘어나기도 한다고

따로 치료는 못하고 아이라...그냥 나두면 낫기도 하는데

인대가 늘어난 것이 아니면 근육위축증이라는 유전병일 수도..허걱...

 

난 수욜 아침에 사운드 믹싱을 해야 해서 막판 편집하느라 집에 늦게 도착했다.

자고 있던 상구백이 일어나 울기 시작했다. 근육위축증이면 어떻하냐고...

미루가 깨서 난 미루를 다시 재우는데 상구백이 나가서 인터넷을 한참 뒤졌나 보다.

미루 재우고 나왔는데 상구백은 얼굴이 사색이 되서 인터넷에서 근육위축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아 일고 있었다.

 

그날 상구백은 정형외과에서 하도 놀란 미루를 위해 결근을 하고 미루랑 하루 종일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가 심하게 다리를 저는 걸 본 거다. 하루종일...

 

미루는 아주 많이 뛰는 아이다.

걸음마를 시작하자 마자 뛰기 시작했다. 잘 넘어지지도 않았고...워낙에 잘 뛰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뛰면서 계속 다리를 저는 걸 하루 종일 본 상구백은 완젼 패닉상태였다.

 

여튼 인터넷에 근육위축증에 대한 정보는 참 슬펐다.

발병시기도 3~5세였고 치료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마비가 되다가 보통 일찍 사망한다는 거다. 상구백은 결국 수건을 움켜쥐고 울기 시작했다.

 

난 뭔가 맥 없는 상황이 화가 나기도 하고 상구백을 달래야 한단 생각도 들었지만..

나 역시 맥이 풀려서 한참을 창문 밖만 쳐다 봤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식구중에 누가 그런 병이 있나...잘 모르는 사람까지 다 뒤져가며 생각을 했지만 머리가 하에지는데...참

 

그러면서도 장애를 가진 부모가 생각났고..

이렇게 슬퍼하는게 잘하는 짓인가...뭐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상구백에게 "난 설렁 그렇다 치더라도 미루 안불쌍해.

미루는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한 사람이 될꺼야"라고 차갑게 이야기했다.

상구백은 이 대목에서 나한테 질렸을꺼다.

 

여튼 한참을 불도 안켠 어둠속에서 있다가 다시 인터넷하러 들어갔다.

 

그러다 그냥 "아이가 갑자기 발을 절어요"란 문구로 인터넷에 쳤더니.

그와 같은 질문들이 아주 많았고. 소아정형외과라는 병원 사이트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감기 끝에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그게 고관절에 가서 생기면 아이들이 발을 접니다." 아......왠쥐 이것이 지금 미루 상황인 듯 했다.

 

마음이 갑자기 노이면서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다.

그래도 몰라 소아과에 다시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동네에서 다니던 소아과는 다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 유명하다던 삐뽀삐뽀 119의 저자 하정훈이 한다는 소아과에 가기로 했다.

 

담날 아침. 상구백은 출근을 하고 난 미루를 데리고 택시를 잡아 타고 소아과에 갔다.

미루는 전날 병원에서 많이 힘이 들었는데 병원에 들어서자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소아과여서 아이들이 많은 걸 보더니 나름 안심을 하고 병원에 있는 동화책을 읽으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의사를 만나는데 역시나 소문대로 까칠대마왕이였다. ㅋㅋ

그는 우선 감기 끝인지를 묻고 그렇다고 하니 단호하게

우리가 진단 내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정형외과를 소개할 터이니 그리로 가라고 한다. 미국식 합리주의. 난 그 사람한테서 그걸 봤는데...소개한 정형외과에 가는 길이 조금은 편안하도록 나 같으면 감기 끝에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진단을 받아야 하니 꼭 정형외과에 가십시오. 그랬을 것 같다. 여튼...

 

그래도 그 선생의 까칠함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가 있어서 맘을 추스리고 쉬이 포기하고 소개해준 정형외과로 출발.

 

정형외과에 들어가전 문구점에서 미루 좋아라하는 스티커를 두개나 샀다. 자동차와 이것저것 탈것이 있는 스티커. 미루는 맘이 좀 편안해지는 듯. 그래서 다시 "미루, 엄마 친구 만나러 여기 가야해" 했더니 "엄마 친구?" 그런다. 그렇게 거짓말로(ㅠㅠ) 정형외과에 들어서니..역시나 또 어른들 가득한 공간에 미루는 "가자. 집에 가자"를 외친다. 엄마 친구 만나야 한다는 말로 다시 설득해서 주변에 앉아 계시던 아줌마들이랑 이야기를 막 했다. 분위기 좀 풀어지도록...그랬더니 미루 마음의 안정을 찾은듯. 대기실에서 하하호호 하고 있는데 미루를 부른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미루가 다시 운다. 의사 선생이 걸어보라고 하고 미루는 걸으면서도 집에 가자고 한다. 여튼...의사왈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나, 어제 엑스레이를 찍었다. 발목과 무릎,

선생왈, "거기가 문제가 아니에요. "

그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난 낼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가 어제 넘 힘들어서 다시 찍을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해볼께요"하고 엑스레이실로 향했다.

다행이 거기 엑스레이실 분이 자기 조카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나름 편안히해줬다. 난 역시나 수다수다를 통해 분위기를 편안히 만들었고.

 

여튼 미루는 좀 울긴했지만 전날의 경험 때문인지 엄마 안아줘하면서 엑스레이대에 누워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나와서 기다리다가

진료실에 들어갔는데...역시나...고관절 염증이라고.

심하진 않고 그냥 나두면 낫겠다고.

 

병원을 나서는데 눈물이 왈칵 나왔다.

길거리에서 미루 세워놓고 우는데...

미루가 엄마 울지마 하며 따라....운다.

상구백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리니...상구백도 한참을 운다.

울다...마침 점심시간이니 만나 점심이나 하자고 했다.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구나...싶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일이 기다릴까 싶기도 하고..

그럴때 마다 새삼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게 되겠지. 그러면서 미안해하기도 하고. 그러겠지.

 

미루가 크면서 나도 상구백도 크겠지.

 

요즘 녀석이 점점 더 맘에 든다.

까칠한 성격은 이번 설에도 유감 없이 발휘되었고.

항상 그렇듯이 약속한 것을 확인시키고 꼭 쟁취한다.

이녀석이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이녀석의 센스.

'언니네 이발관'을 들으며 춤을 추는 센스.

맘에 들어....

 

여튼...위에 길게 글을 쓰는 것은,

처음에 소아과 의사가 귀뜸만 해줬어도.

그리고 처음에 간 정형외과에서 제대로 진단만 내렸어도

이런 난리를 안피웠을꺼란 거지.

그래서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남긴다.

나처럼 그렇게 놀라지 마시라고...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소아과 전문 병원을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소아정형외과, 소아치과 등등...

 

다들 커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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