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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 이후


통합교육에서, 장애아로 인해 비장애아의 학습이 방해되고 학습성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학습이란 단면만 놓고 보면 틀린 소리는 아닐 것이다.

언뜻 나는 이것을 제일 먼저 생각했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데 아이 부모는 무슨 생각일까, 싶었다.

 

뛰어난 학습 성과, 엘리트 지향 의식은 이토록 지배적이다.

12년간 국민교육을 받고, 4년간 고등교육을 받고, 10년간 사회생활을 한 나를 지배하는 엘리트 지향 의식.

 

그래, 니가 걱정하는 게 공부 못 할까,라면, 공부 잘 해서 무얼 하는데?

 

공부 잘 하는 것으로 무얼 의도하고자 하는 건데?

 

(할 말을 못 찾음)

 

물론 지적욕구의 실현이 방해받지 않았으면 바란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지적욕구의 실현은 자아의 충족이다.

착착 진행되는 교과 진도에 맞추어 시험문제 풀기로 뇌와 손을 정비하고 몇명 중에 몇명 당락 선의 이 쪽 안에 들어가도록 노련하게 익혀가는 기술이 아닌 것이다.

그 기술이 사람을 얼마나 잡는다고 한탄해왔던가.

당락 선 저 쪽으로 나가 떨어진 몇명 중의 몇명 뿐아니라 당락 선 이 쪽에 들어간 몇명 중의 몇명 또한 모두 다 잡아 먹고야마는, 그래서 시스템 신봉자나 시스템 낙오자나 만들 뿐이어서 결국에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뿐인 짓거리라고 얼마나 한탄해 마지않았던가 말이다.

 

그런데 막상 '학습수행과 학습성과'를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리다니.

 

장애아 통합교육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나의 이유는 이렇다.

그 효용이 어떻고 인도적 이유가 어떻고 간에, 사람은 없고 시스템인 사회가 싫어서다.

모든 것 앞에 존재하는 '이것은 이러해야한다'.

모든 것의 원리, 방식, '이것은 이러해야한다'.

착착 진행되는 모든 시스템에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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