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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인간

지난 주 한겨레 신문을 들어 펼쳤다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일이 있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손바닥보다 더 큰 사이즈로 들어앉은 정운영씨 사진때문이었는데, 사진이 어찌나 섬세한지, 진짜 그 사람이 들어와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정운영하면 따라붙는 '큰 키에 깊은 눈매'란 수사, 딱 그런 모습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그냥, 죽으면 죽었지,했던 느낌이 새삼 동요했다.

새삼 쓸쓸했다.

새삼 인생이 덧없고, 새삼.....

 

 

내가 가방에서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를 꺼내자, 전수찬이 "추모독서라도 하는거야?"했다. 정말 나는 '추모독서'를 하고 있었다.

80년대 끝, 90년대를 소망하는 시점에서 쓰여진 이 글들을 보고있자니, 반짝반짝 그 소망들이 띤 빛이 너무 순진해서 가엾다. 그 때만해도 이런 소망들을 품고 있었구나. 품을 수 있었구나. 자본이 귀신과 악마의 회오리가 되어 모든 걸 휘어삼킬 줄 모르던 때였구나. 그런 때도 있었구나.

아마 그는 2000년대를 견디지 못 했었을 것이다.

그가 해석할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2000년대를 살고있다.

인간은 이미 다른 종(種)이다. 소비인간 쯤으로 명칭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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