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from 우울 2005/07/20 16:32
먼곳에 혼자 있다보니
생각의 넓이가 달라진다.
지난 일들이 하나 하나 참 별별 것들이 다 생각나기도 하고
뭐 그렇다.

어제는 하루종일
예전에 '지지, 공감, 감동' 버튼이 없던
언니네 시절에 대해 그리워 했던 것 같다.

벌써 한참 전 일이라
좀 우습기는 하지만....
당시의 언니네 자기만의 방은
여성주의의 발언대라기 보다는 비밀일기장 같은 곳이었던 것 같다.
소리 소문없이
밤새워 온 동네 자기만의 방들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방을 찾으면
참 기뻤던 것 같다.
방이 하나 마음에 들면 그 방의 글들을 또 밤새 읽기도 했다.
글을 훔쳐본다는 미묘한 느낌.
누군가 한 사람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본 듯한 미묘한 느낌.
그녀에 대해 이해할 것 같고 친해지고 싶고...

요새는
자기만의 방이 하나의 방으로써 한 개인의 고유한 의미를 지니기 보다
낱낱의 글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가가 중요해지면서
예전의 그 미묘한 분위기가 사라진 듯하다.

글의 성격들도 확실히 변했다.
직접적인 선전 선동의 분위기랄까..^^;;
은근하게 흐르던 끈적함이 사라졌달까....

게다가 지지, 공감, 감동의 세가지 기준으로는
대체 손에 잡히지 않는 너무 많은 감정들이 있어서
차라리 예전의 그냥 '추천'제도가 더 나았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해진 기준없이 각자의 기준에 따라
마음에 드는 글을 추천하는 것이 아무래도 낫다 싶다.

제도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나는 확실히 언니네의 자기만의 방이 변화된 형식에 따라 변화되었다고 느낀다.
다들 지지 공감 감동의 기준에 맞는 글을 쓰게 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전의 자기만의 방이 좋다.
발밑으로 서서히 흐르는 여성주의를 타고
흐르던 말던 그 위에서 각자 삶의 시를 엮어가던
그때 분위기가
좀 더 다양하고 다채로웠던 것 같다.

요새는 자기만의 방 첫화면에 들어가서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다.
추천된 글들을 한번 돌아보고 나면 길을 잃은 듯한 느낌.
역시 나의 노력으로 찾아다녀 얻은 소중한 곳이라는 느낌없이
추천받아 들어간 곳은 마음에 오래 남질 않아 준다.
광범위한 공감대는 있을지언정
마음 깊은 곳에서 '아, 이사람이 참 마음에 들어'하는 그 느낌이 없다.....

아쉽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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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0 16:32 2005/07/20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