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아웃팅

from 우울 2005/07/19 02:42
친구의 생일에 놀러갔는데
그자리에 온 독일 친구들이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가 레즈비언임을 별 신경쓰지 않고 거론하는 것을 보고
사실 굉장히 깜짝 놀랐다.
'아니, 얘가 아웃팅을 모르고 있나? 이건 거의 범죄수준이잖아!'

독일에서는 동성애가 상대적으로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TV의 시트콤에 게이남성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쇼프로에서도 자주 동성애자들을 볼 수 있다.
독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주변에 동성애자인 친구들이 한둘씩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6월에 있는 'Christopher Street Day'에는
베를린의 수많은 게이/레즈비언들이 다양한 복장으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긴 행렬을 이루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여전히 실재하는 편견과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그들의 삶에 더많은 기회가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어찌되었건,
나는 깜짝 놀라서 과감하게 '아웃팅'을 한 친구에게 물었다.
'너 그렇게 다른 친구의 성정체성을 남에게 쉽게 이야기해도 되니?
독일에는 아웃팅의 개념이 혹시 없는거니?'
그러자 그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독일은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많이 변화되어서
누군가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는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밝힘으로써 그녀가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고
주변 사람들도 더 자연스럽게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기 와서 만나는 동양인들은
대부분 자국에서 동성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충분히 갖고 온 사람들인데
심심치 않게 그들이 자신의 생각이 변화되었음을 토로하는 것을 보게 된다.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 자살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쯤 우리는 레즈친구이야기를 이성애자 친구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될까.
독일에서의 아웃팅,
어쨌든 부러운 단면이었다....

덧붙여,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곳의 'Christopher Street Day' 때
내가 본 모습으로는
사회적 편견이나 폭력에 대한 반대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자신들만의 축제를 즐기면서 스스로들을 드러내고
'AIDS' 예방을 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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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9 02:42 2005/07/19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