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 카렌 두베 | 책세상
정말, 독일다운 책이다.
너무, 끝까지 가버리잖아.
연민도 없고 감정도 없고, 일단 끝까지 가보는 것으로 잔인한 즐거움을 느끼는 거야?
독일이 기억나서 가슴에 투명한 안개가 가득차는 것 같았다.
투명하지만, 서로를 볼 수 없게 사람들을 감싸는 안개.
그런건 너무 무서워.
작가라는 건 자기반성이나 책임감같은 것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물에 불어터진 시체처럼 나약해서
그렇게 날카로운 끄트머리로 건드리면 차르르 찢어져서 내장을 다 드러내게 되어버린다고.
베란다의 난간 바깥쪽에서 한 손과 한 발로 몸을 지탱하고,
바람을 맞는 것에 대해 상상했다.
뱃속에서부터 찌릿한 것이 몸안으로 파고들어 아팠다.
손을 놓으면,
순식간에 떨어질까?
땅에 닿는 순간에 엄청난 고통을 느낄까?
이불속에 파고들어 이유없는 건조한 눈물을 흘리면서,
통증이 느껴지는 환상을 만나 몸을 웅크렸다.
그것은 아마도,
주체할 수 없이 거대한 나의 욕망을
내 실팍한 육체가 견뎌낼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끝없이 낙하하는 좌절때문일까?
잘 하겠지만,
오래는 못갈거야.
육체적인 무기력앞에서는
풍선처럼 부푼 내 정신세계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뜨지도 못하는 풍선.
지저분한 침과 음식냄새로 가득찬 바닥에 굴어다니는 풍선.
아무래도 나는 변태성욕자이며, 특히 마조히스트이다.
고통을 느끼면, 그 고통을 상쇄해주기 위해 몸에서 만들어내는 마약같은 물질이 있다고 해.
나는 그 맛을 알아버린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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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날카로운 끄트머리로 건드리면 차르르 찢어져서 내장을 다 드러내게 되어버린다고. 하아..소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