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애기들입니다.'에 해당되는 글 418건

  1. 갯호에게 2007/01/02
  2. 자기 긍정의 시대 2007/01/02
  3. 일기 2007/01/02
  4. 유언 (1) 2007/01/02
  5. Love actually 2007/01/01
  6. 연휴 2006/12/31
  7. 쿠폰 (2) 2006/12/29
  8. 나만 본다 2006/12/29
  9. 은밀한 2006/12/29
  10. 어떤 욕망 2006/12/28

갯호에게

from 우울 2007/01/02 15:08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개토는 갯호가 되어버렸지만,
그런 갯호라도 김상은 사랑하는 거 같아.
개토가 갯호가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김상은 이해하니까...]

 

라는 신년메일을 받고 목이 메었다.

 

대추리에 안가도 괜찮아.

집회에 안나가도 괜찮아.

자원활동을 못하고 있어도 괜찮아.

집에서 와우만 하고 있어도 괜찮아.

밥도 잘 안챙겨먹고 집이 더러워도 괜찮아.

주름예방에센스를 사도 괜찮고

곰팡이 제거용 독한 세제를 써도 괜찮고

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괜찮고

어리광을 부려도 괜찮아.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순간,

 

T 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선전하는 광고에서

 

나는 나를 좋아한다! 고 외치는 모습이 떠올라 오랫만에 찾아온 밝은 모드의 개토를 뭉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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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5:08 2007/01/02 15:08

자기 긍정의 시대

from 우울 2007/01/02 14:55

치유와 긍정을 선언하는 많은 말들.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할지도 모를 그 것들이 너무나 낯설어서 도저히 범접을 못하겠다.

무슨 고집일까? 확실하지 않지만 빗나간 자존심과도 연결되었을 법한 그것.

 

이런 나라도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여유.

 

스스로를 조각조각내어 평가하고 부정하는 습관을 버릴 수가 없다.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다는 믿음을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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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4:55 2007/01/02 14:55

일기

from 우울 2007/01/02 12:52

스킨이 떨어진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로션도 다 떨어져 가는데

스킨, 로션 사기가 너무나 귀찮다.

 

재작년까지는 그냥 쭉 써오던 스킨, 로션만 발랐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몰래(!) 에센스라는 것을 사서 쓰기 시작했다.

스킨, 로션은 그닥 비싸지 않은 한살림에서 나오는 것을 써왔다.

에센스를 사서 쓰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솔직히 주름은 좀 늦게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미 생긴 주름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가장 싼 값에,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에센스를 하나 샀다.

 

그런데,

이 랑콤에서 나온 에센스를 바르면 기분이 좋아졌다.

에센스만 발랐는데도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한살림 로션을 바르고 밖에 나가면,

로션이 얼굴에 잘 스며들지 않아서 얼굴이 번들번들했는데,

에센스를 바르고 나면 얼굴이 뽀송뽀송, 화장품이 괜히 '화장'품이 아니구나 싶은거다.

맨날 건조한 느낌이 불편했는데 그것도 사라졌다.

 

그러고 나니,

스킨, 로션도 좀 좋은 걸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친구 집에서 자고 왔는데, 친구가 사용하는 '스킨푸드' 스킨, 로션이 정말 느낌이 좋았다.

내 인생의 스킨과 로션에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제 새로운 스킨과 로션에 도전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충분한 사전조사(이부분이 제일 힘들다)와

중대한 결단이라는, 굉장히 귀찮은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

 

스킨, 로션은 한번 사면 1년을 쓰게 되는데, 라고 생각하면

잘 골라 쓰고 싶지만

막상 골라보까 생각하면 에센스를 사기 위해 내가 해야했던 과정들이 떠오르면서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오늘은 스킨, 로션을 골라서 사야겠다.

 

 

어제는 큰맘먹고 욕실에 곰팡이를 제거했다.

이사온지 6개월가량 되었는데,

그전에 살던 사람들이 남기고간 곰팡이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6개월이나 고민을 하다가

겨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솔로 아무리 문질러도 해결이 안되니까 곰팡이 제거제를 사서

반쯤은 믿고 반쯤은 의심하면서

사용설명서에 나온대로 휴지에 제거제를 묻혀 화장실을 휴지로 도배했다.

대략 한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도배를 끝내고 나오니 목과 코가 무지하게 아팠다.

그대로 4시간을 방치해야 한다고 해서 화장실도 못가고

살짝 아픈 상태로 누워있는데

김상이 곰팡이를 제거한다고 약을 너무 많이 쓰면 안좋은게 아니냐는 둥

적당히 하는 게 어떠냐는 둥

이제 물로 닦아내는 게 어떠냐는 둥

존앤 짜증나는 소리를 해대서,

나도 저 약이 환경에 안좋은 거 안다는 둥

하지만 곰팡이가 안사라지는데 니가 한 건 뭐가 있냐는 둥

청소를 맨날 안해서 곰팡이를 만들어 낸 건 전에 살던 사람들인데

내 잘못이 뭐가 있냐는 둥

아파트가 지어진지 6년인데 6년에 한번 곰팡이 제거제 쓰는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는 둥

(6년동안 아무도 안썼다는 근거는 명확히 없었지만)

소리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3시간쯤 지났을 때,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화장실에 들어가 일부 휴지를 떼어낸 다음

솔로 문질렀는데,

곰팡이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무서워서 휴지를 다시 덮어놓고 없었던 일인 것 처럼 다시 누워버렸다.

 

집안에 가득한 소독약냄새가 끔찍했지만

그래도 4시간을 꾹 참고 다시 휴지를 떼어내니

 

아! 곰팡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솔로 문지를 필요도 없었다.

실리콘이 하얗게 되었다.

 

감격적이고도 무섭고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코랑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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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2:52 2007/01/02 12:52

유언

from 우울 2007/01/02 02:38

내가 지금 유언장을 쓰는 이유는,

죽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거나,

남들에게 내가 죽을 작정임을 알려 걱정하게 만들 의도가 절대 아니다.

 

김상에게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려주려 했더니

김상이 그런 이야기는 슬프니 차라리 유언장을 쓰라고 해서

쓰게 된 거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닥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이다.

 

일단,

나는 가진 물건이 별로 없어서,

책과 옷은 엄마에게 주면 좋겠다.

 

나머지는 어차피 다 김상것이기도 하니, 김상이 계속 쓰면 된다.

책 중에 김상이 꼭 갖고 있고 싶은 것은 김상이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보다,

내가 죽으면 나를 꼭 불에 태우고, 남은 가루를 김상이랑, 초코랑 흰둥공주랑

조금씩 나누어 먹어줬으면 좋겠다.

음식에 섞어서 먹으면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다.

초코랑 흰둥공주는 습사료에 섞어 주면 잘 먹을 것이다.

상목이도 한 숟가락 줬으면 좋겠다.

양이 얼마나 될지, 맛이 어떨지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지만,

너무 오래두고 먹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한 6개월안에는 다 먹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추운 것이 너무 싫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벌레들을 무서워 하는 도시아이이기 때문에,

그리고 어둠 속에서 혼자 떨고 있는 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에

땅속에 묻히고 싶지 않다.

 

물이나 하늘에 뿌려지고 싶지도 않다.

 

어느 부분은, 살아있는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의 곁에 있고 싶다.

나머지부분들이 응가가 되어서 나오면 세상에 조금은 보탬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거창한 것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아, 깜빡 했는데,

혹시 내 몸의 일부가 사용가능하다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뒤 화장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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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02:38 2007/01/02 02:38

Love actually

from 우울 2007/01/01 12:28

남은 포도주를 홀짝거리며 TV를 통해 러브액츄얼리라는 영화를 보면서

얼굴에 잔뜩 미소를 머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벽 5시까지 괴로워하다가

'희귀종 앵무새'에 대해 달력표지와 1월 달력을 뜯어 색연필로 거칠게 써내려간 후에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는 또 부끄러웠다.

밤 12시부터 아침7시 이전까지의 나는 대체 누구일까?

 

 

 

문자메시지를 몇개 받았다.

많지 않은 내 인간관계에서 뻔한 사람들이 보낸 건데도

대체 누가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안받는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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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1 12:28 2007/01/01 12:28

연휴

from 우울 2006/12/31 15:42

훗.

연휴다.

개토한테야 뭐 딱히 연휴랄게 없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연휴니 덩달아 연휴.

 

블로깅도 잠시 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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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31 15:42 2006/12/31 15:42

쿠폰

from 우울 2006/12/29 14:02

나는 매달 1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김상의 회사에서 "책이나 DVD만 살 수 있는(!)" 5만원짜리 쿠폰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달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쿠폰이라 무조건 사야한다.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한 달 내내 머리를 굴린다.

이번에 무슨 책을 사고 무슨 책을 다음에 살건지...

 

5만원은 많은 돈이기도 하지만, 적은 돈이기도 해서

나는 항상 목이 마른 기분으로 다음달 1일을 기다린다.

참으로 겁도 없이 기다린다.

나에게는 시간이라는 것이 그저 숫자에 불과해서

나는 한달동안에 내가 늙는다거나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감각이 없다.

 

대략 일주일정도 새로 받은 책들을 실컷 즐기고 나면

나머지 삼주일 동안에 나는 아주 늦게까지 자고 잠에서 깨도 안일어나고

와우를 12시간씩 하거나 읽었던 책을 또 읽으면서 시간을 없애버리려고 애쓴다.

 

나는 시간이 아주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들 정말 애써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혹은 '시간이 정말 빨리 갔지?'하고 내게 동의를 요구할때마다

나는 왜 시간에 대해서 아깝다는 느낌이 안들까

나는 왜 그 시간들이 어디로 갔다는 느낌이 안들까

혹시, 나중에 갑작스럽게 그 시간들을 느끼게 되어서

남들이 차근차근 느끼는 그 느낌을 고스란히 거대하게 한번에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막연히 겁이 난다.

 

'벌써 한 해가 갔구나!'하고 누군가가 말한다.

흠....그런가 싶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한해였더라?

 

나는 그냥 1월 1일을 기다린다.

쿠폰이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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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14:02 2006/12/29 14:02

나만 본다

from 우울 2006/12/29 12:57

내 블로그에는

'나만본다'라는 분류가 있어서, 남들은 못보는 글들이 있다.

요 며칠, 생각이 많아서 나는 그곳에 글을 자주 남긴다.

 

'나만본다'라니, 은밀해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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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12:57 2006/12/29 12:57

은밀한

from 우울 2006/12/29 12:24

최근에,

"은밀한"이라는 단어를 종종 썼는데, 쓸때마다 마음에 걸렸다.

적합하지 않다는 느낌...살짝 재수없는 느낌....

은밀한 것따위 싫다는 느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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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12:24 2006/12/29 12:24

어떤 욕망

from 우울 2006/12/28 12:47

재미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공감할 때보다

 

거부감을 느낄 때

 

더 뜨겁게 불타오른다는 것이다.

 

누군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말하면,

 

나는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한다거나 그것은 잘못된 앎이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

 

상대를 비꼬아서 밟아주고 싶은 욕망.

 

아는척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 욕망.

 

그런 욕망들은 무섭다.

 

상대의 정신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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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8 12:47 2006/12/28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