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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자민당 연정은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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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국총선을 지켜보면서 영국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민당에 대한 분석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아래 기사들은 대부분 한겨레의 것이지만, 프레시안의 강원택 교수 인터뷰 글에서 영국 정치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외에도 여전히 충족되지 못한 점들도 많다.

 

노동당 왼쪽에 있는 세력들의 이번 총선에 대한 평가, 정책들, 영국 선거개혁에 대한 입장, 그리고 행정개혁과 관련하여 이들 정치세력들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궁금한데, 이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기초를 다지는 차원에서 여유가 되면 강원택 교수가 썼다는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고세훈 교수의 '영국노동당사', 그리고 스튜어트 홀의 '대처리즘의 문화정치'를 읽어봐야겠다. 한 권은 읽지 않았고, 한 권은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하며, 다른 한 권은 읽다 말았다.

 

그나마 영국에서 노동당-자민당의 연정이 성립되길 희망한다면, 이것도 영국적 상황에 해당하는, 일종의 '비판적 지지'일까. 5월 7일 새벽에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군.

"6시에 영국 총선의 투표 종료 직후 방송사들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노동당에게서 신뢰를 잃어버린지 오래된 상황에서 그렇다고 보수당이 정권을 잡는 것은 더욱 암담하고... 제3당인 자민당도 최근에야 간신히 ‘유력정당’(relevant party)이 된 현실에서 의미있는 좌파정당의 출현은 요원한 영국의 상황. 그나마 차선은 노동당과 자민당의 연정일까. 내가 이번 영국총선에서 투표를 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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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복지 줄이고 작은 정부로 회귀” (한겨레, 김순배 기자, 2009-10-09 오후 07:38:06)
영국 차기총리 1순위 보수당의 캐머런
전당대회서 비전 제시
좌파진영 일제히 비난

 
12년 만의 영국 정권교체는 이뤄질까? 데이비드 캐머런(42) 영국 보수당 당수는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나타날 변화의 미래상을 8일 분명히 제시했다.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의 전환이다. 그는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영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부가 너무 커지고,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하고 모든 답을 갖고 있는 체 했다”는 데서 찾았다. 영국 재정적자는 내년에 1700억파운드(31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유시장 맹신에 따른 금융위기가 아니라, 큰 정부의 막대한 부채가 경제위기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의 개입 대신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캐머런은 “우리가 큰 정부를 다시 축소하고, 우리 사회가 움직이도록 책임감을 다시 세우면 영국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수령 나이 상향조정, 실업급여 등 복지혜택 축소, 공무원 임금 동결 등 “고통스런” 공공분야 지출 축소를 그는 예고했다. <가디언>은 캐머런이 “노동당의 큰 정부를 무너뜨리고 대신 개인의 책임, 강력한 가정과 공동체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캐머런의 연설은 차기 총리 1순위인 그와 보수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늦어도 내년 6월까지 치러야 되는 총선에서 보수당은 1997년 이후 첫 정권교체가 유력하다. <스카이 뉴스> 최신 조사에서 보수당은 지지율 43%를 기록해 29%에 그친 노동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캐머런은 세차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벼랑 끝에 선 보수당의 ‘현대화’를 지난 4년간 이끌었다.
 
캐머런의 작은 정부론은 곧바로 좌파 진영의 비난에 직면했다. 영국 최대 공공노조인 유니슨의 데이브 프렌티스 사무총장은 “보수당이 여전히 마거릿 대처 시대의 사고에 사로잡혀 공공분야 정부지출 축소를 떠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당 소속 리암 번 재무장관은 “전형적인 보수의 연설로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캐머런은 이날 복지혜택 축소 등을 밝혔지만, 그동안 따뜻한 보수로 평가받았다. 선천성 장애를 앓다 지난 2월 숨진 6살짜리 아들 이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과 거리가 있는 정치 엘리트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는 이날도 이반 얘기를 꺼내며,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했다. 그는 “삶에서 그렇게 큰 부분이 갑자기 사라지면,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캐머런은 이날 작은 정부를 강조하면서도 최저임금제 등 노동당의 일부 정책을 계승하면서 중도층 유권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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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영국” 깃발 든 자민당, 양당체제 깰까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10-04-21 오후 10:31:01)
‘공정한 세금’ 공약 등 젊은층 끌어들여 1당 넘봐
이라크 파병 등 비판하며 노동당과 차별화 주력
 
 
영국의 제2야당 자유민주당이 다음달 6일 총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며, 자민당이 바꿔놓을 영국의 정치지형과 정책의 향방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자민당은 자유주의적 진보 성향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에 이념적으로 더 가깝다고 여겨졌지만, 클레그 당수는 이제 중도좌파 노동당과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클레그 당수는 20일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정치개혁을 막은 자포자기식 정치인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빈스 케이블 자민당 대변인도 이날 <비비시>(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노동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노동당의 “지나치게 중도편향적인 공공정책, 시민적 자유권 무시, 이라크 전쟁 개입” 등을 문제 삼았다. 노동당과의 연정 구성 가능성을 부인하고, 강력한 집권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자민당이 집권할 경우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로 이어진 영국의 일방적 친미 노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자민당은 1988년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이 7년간의 선거동맹 끝에 합당해 탄생했다. 복지국가 모델사회적 자유주의, 시민 자유권,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한 진보적 조세 정책을 선호한다. 사민당은 좌파 노동당에서 갈라져 나왔고, 자유당은 왕정반대 그룹인 휘그당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물론 아직 자민당이 영국의 제1당으로서 정책적 능력을 갖췄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아직까진 닉 클레그(43) 자민당 당수의 인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5일 영국 총선사상 첫 여야 3당 당수의 텔레비전 토론 직후 일간 <더 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서 클레그는 72%라는 압도적 지지로 이변을 예고했다. 1945년 당시 윈스턴 처칠의 지지율 83% 이후 전례 없는 기록이다. 집권 노동당 당수인 고든 브라운 총리의 중량감도, 13년만의 정권 교체를 벼르는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의 야심찬 도전도, 젊고 말쑥하며 신선한 샛별 정치인 앞에서 빛을 잃고 있다. 유권자들은 클레그 당수에게 ‘제2의 처칠’, ‘작은 오바마’, ‘영국의 체 게바라’ 같은 별명을 붙여주었다. 클레그의 인기는 젊은층의 투표 참여 의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정당 지지도도 20일 <가디언> 조사에서 보수당(33%)에 이어 30%로 2위에 올랐다. 
 
클레그 당수는 1967년 영국 중남부 버킹햄셔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모국어인 영어를 비롯해 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스페인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1999년 지방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유럽의회 의원을 거쳐 2005년 총선에서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했으며, 2007년 당내 경선에서 마흔살 나이로 당수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부계는 러시아, 모계는 독일계 혈통을 이어받았다. 고조부가 제정러시아 검찰총장을 지냈고 아버지는 유나이티드 트러스트 뱅크 은행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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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목마른 영국 민심 ‘양당제’ 허물까 (한겨레, 워트포드 케임브리지/박현 기자, 2010-05-02 오후 09:54:59)
자민당 ‘열풍’…과반정당 없어 연정 불가피
보수·노동당 1위 관측도…언론 “예측 불가”
[영국 총선 3일 앞으로] 현지 분위기
 
오는 6일(현지시각) 영국 총선에선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절대 다수당이 없어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헝(hung) 의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80년대 보수당 장기집권을 지나 90년대 말 젊은 토니 블레어와 노동당을 선택했던 영국인들에게 양당은 이제 ‘기성 정치’라는 한묶음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당의 우경화가 배경 가운데 하나지만, 서구 의회정치의 상징이던 영국에서 양당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기존 좌·우 또는 진보·보수라는 정치 구도의 유효성에도 의문을 던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가디언>은 이번 총선이 “최근 수십년 가운데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라며 “분명한 점은 유권자들이 변화에 목말랐다는 것”이라고 2일 지적했다.
 
영국 런던 북서부에 인접한 워트포드(Watford)는 지난 1세기 동안 집권당이 바뀌는 중요한 선거 때마다 집권당을 선택해 선거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최근 노동-보수-자유민주당 3당 간 최대 격전지가 된 이곳에서 1일(현지시각)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13년간 집권한 노동당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화살은 노동당으로만 향한 게 아니다. 지난해 하원의장과 주요 장관, 의원 수십명의 사퇴를 몰고온 ‘의원 세비 부당청구 스캔들’은 노동당과 보수당의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자민당의 닉 클레그 ‘돌풍’의 근본적 배경이다. 케임브리지대 2학년생 아나 스티븐슨(21)은 세 정당을 나름의 잣대로 분석했다. 그는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총리 때부터 우경화했고, 보수당은 복지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양당 간의 정책 차이가 별로 없어졌다”고 말했다. 자민당에 대해서는 “2005년 선거에서 이미 이라크전에 반대했고, 막대한 돈이 드는 ‘트라이던드’ 핵 잠수함 사업 폐기, 비례대표제 도입 등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민당을 찍겠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며 “차악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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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쥔 클레그의 선택은?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10-05-02 오후 09:52:56)
지지율 올랐지만 소선거구제 탓 의석수 한계
노동-보수 중 연정 파트너 놓고 ‘행복한 고민’
 
지난 29일 마지막 티브이 토론 직후 영국 여론조사기관들이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계산한 예상 의석수는 보수당 255~268석, 노동당 216~283석으로 예측됐다. 자민당은 최소 83석에서 많게는 137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현재 356석보다 73~140석이 줄어든 반면, 보수당은 현재 198석보다 57~70석, 자민당은 62석보다 최대 75석이 늘어난 수치다.
 
영국은 각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지지율과 예상의석이 비례하지 않는다. 예상 의석수에서는 노동당이 여전히 자민당을 3배 가량 압도하고 보수당과 원내 1당을 다투고 있다. 누구도 이번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리즈 대학의 빅토리아 허니먼 교수는 1일 “(이번 총선은) 100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 변화로, 경이롭다”고 말했다.
 
보수당과 연대하는 것은 정책노선의 차이가 클 뿐 아니라, 똑같이 ‘젊음’과 ‘변화’를 앞세운 캐머런과와 차별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클레그는 1일 “가치관을 볼 때 나와 캐머런 사이에는 하나의 만(灣)이 놓여있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29일에는 “총선 뒤 고든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 당수에서 물러난다면 노동당과 연대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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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사망하면 투표 연기하는 게 진짜 민주주의" (프레시안, 황준호 기자, 2010-05-10 오전 6:07:08)
[전문가 분석] 강원택 교수 "英총선, 노동당 싫지만 보수당도 못 믿는다는 뜻"
 
영국의 보수당이 6일 실시된 총선에서 13년간 집권해온 노동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그러나 보수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자유민주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거나 '소수당 내각'을 이끌어야 할 처지에 있다. 영국에서 한 정당이 과반을 얻지 못하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한 것은 36년 만의 일로 '더 이상 노동당 집권은 안 되지만 보수당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는 복잡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선거와 정당 문제에 관한 전문가로 2008년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파헤친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란 책을 쓴 강원택 숭실대 교수로부터 이번 영국 총선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봤다.
 
▶ 영국 총선을 총평한다면?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가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선진국이라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은 기회였다. 예를 들면, 후보 한 사람이 사망해서 투표가 연기된 선거구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사망한 후보의 정당을 찍고자 했던 사람들에게는 대안이 없어졌다고 보고 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가 연기됐다. 또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놀라운 일이었다. 하나의 사례지만 정치적 의사 표현의 공정성이 선거 관리라는 행정적 편의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국은 선거를 며칠 앞두고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트위터조차 선거에 활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는 등 법적인 규제를 통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선거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언제든 다 볼 수 있다. 의사 표현이나 정보 공개 측면에 있어서 어떤 규제도 없다. 모든 걸 허용하면서도 선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번 선거 결과는 노동당의 장기 지배에 싫증이 났고 변화가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보수당을 신뢰할만한 대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는 민심의 반영이다. 그래서 어정쩡한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도 '노동당은 맨데이트(국정 운영 권한)를 잃었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맨데이트를 얻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자민당이 보수당과 연정을 합의하면 연립 정부가 성립되겠지만, 보수당이 과연 자민당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민당의 가장 큰 목표는 선거제도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자민당의 득표율(23%)이라면 최소한 130석은 얻어야 되는데 소선거구제 때문에 57석밖에 못 얻었다. 이번에는 특히 자민당 바람까지 불었는데 의석은 오히려 줄었다. 따라서 자민당은 연정 협상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내세울 텐데 보수당이 그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걸 거부하는 대신 내각 몇 개를 주는 식으로 연정이 성사될지 모르겠다.
 
▶ 민심이 노동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블레어 정부 시절 '부시의 푸들'이란 말까지 들으면서 이라크 전쟁에 깊게 발을 들여 놓았고, 그 결과 2005년 런던 테러처럼 영국도 테러에 안전하지 못한 곳이 돼버리면서 이미 노동당 지지자들의 많은 수가 등을 돌렸다. 경제도 블레어 정부 시절에 잘 돌아가긴 했지만,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또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의료보험·교육 등 공공 부문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데 대한 불만도 겹쳤다. 고든 브라운이라는 개인에 대한 싫증도 있었을 것이다. 44세의 캐머런, 43세의 클레그에 비해 고지식해 보이는 리더십도 문제가 됐다.
 
▶ 노동당의 우경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캐머런은 39세에 당수가 되면서 보수당의 이미지를 바꿔 놨다. 파란색 바탕에 횃불이 그려진 보수당 로고에 녹색 나무를 그려 넣었다. 보수당이 무시했던 환경 문제를 중시한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의사당에 오가는 모습도 연출했다. 흑인, 동성애자 같은 마이너리티를 수용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경제도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이 강화되고 무게중심과 우선순위에서 노동당 시절과 차이를 있겠지만, 대처가 등장해 기존의 정책을 완전히 뒤엎었던 것 같은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블레어-브라운 정부 때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좌우 이념의 순수성 경쟁, 즉 대처가 말한 '새로운 보수주의'처럼 이념이 먼저 나오고 정책이 따라가는 형태의 경쟁은 이제 보기 힘들다. 무게중심, 우선순위, 대응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인 의미의 좌우 대립은 없다.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우파적인 요소를 받아들여 다른 말로 포장한 것인데, 대처의 길을 상당히 수용한 것이다. 캐머런의 온정적 보수주의도 포인트는 '온정적'이란 말에 있다. 노동당이 한 걸 받아들이기 위해 만든 말이다.  
 
▶ 재작년에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을 써서 영국 보수당을 한국에 소개했었는데, 보수당은 어떤 당인가?
보수당이 지키려는 핵심적 가치는 왕족(monarchy), 영국 성공회, 연합 왕국, 전통, 옛날 같으면 제국주의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가치도 중요하지만 보수당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다. 권력을 차지해야만 자기들이 지켜야 할 것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표를 얻으려면 굉장히 실용적이고 유연해야 하고, 이념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보수당이 200~300년 동안 살아남은 원동력이었다.
캐머런이 당수가 되면서 환경, 소수자 이슈를 제기하자 당내 반발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토론이 이뤄지는 걸 보고 유권자들은 보수당이 진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경제 문제에서 국민들이 아직까지는 보수당에 확신이 없지만, 어쨌든 보수당의 큰 힘은 실리와 유연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지키려고 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처럼 구(舊)체제만 꽉 움켜쥐면서 다른 세력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해 놓은 정책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 변화를 받아들인다. 영국 보수당은 자유당이나 노동당이 집권해서 바꿔놓은 걸 되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보수당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지만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 소선거구제 때문에 의석비율과 정당지지율의 차이가 큰데 선거제도는 왜 안 바꾸는 것인가?
영국인들은 단일 정당 정부(single-party government)를 선호한다. 한 정당에 과반을 줘서 다른 세력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정부를 끌고 나가게 하면 정부가 안정될뿐더러 정책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소수 정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제조된 과반수'(manufactured majority)를 만들어 주는 게 상대적으로 낫다고 본다. 한 정당이 10년 정도를 집권하면 자기들이 가진 프로그램을 웬만큼 다 실행할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해 주고, 그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 한국 정치가 배워야 할 점은?
영국 선거에서는 총리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의 정책이 중요하고 그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 표현이 보장된다. 트윗민스터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영국에서 트위터를 어떻게 선거에 활용했는지 알 수 있는데, 영국에서 선거란 정치적 쟁점과 영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쟁과 토론, 그리고 선택이 이뤄지는 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4대강이나 무상급식 같은 건 정치적이니까 얘기하지 말라고 하고 누구를 뽑느냐의 문제에만 관심을 쏟는다. 선거 규제도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서 돈 선거, 관권 선거를 막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 후보 한 사람이 사망하면 당연히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국처럼 민주주의의 질적인 측면을 고민하지는 않는다. 선거라는 게 단순히 누구를 뽑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선택하는 건데, 그에 대한 고민이 없다.
민주화 20년이 지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체되어 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퇴조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건 이 정부가 권위주의적 지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더 큰 이유라고 본다.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냥 이 정도면 됐다는 식으로 안주하고 있다. 절차적 수준에서 문제가 없으니까 이제 됐다는 생각은 안 된다. 최장집 교수가 말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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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브라운 총리 “물러나겠다” …진보연정’ 협상 승부수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10-05-11 오후 08:52:52)
자민당에 극적 ‘러브콜’ 보내
클레그 “협상 열릴 것” 화답
‘집권 눈앞’ 보수당 초비상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자유민주당과의 연정 협상 개시를 하루 앞둔 10일 ‘총리직 사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6일 총선에서 과반의석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를 낳은 영국의 정치 판도가 고빗사위로 치닫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과 자민당과의 연정 구성을 위해 총리직 사임을 제안함에 따라 영국의 정치 풍경이 밤새 바뀌었다”고 전했다. 브라운 총리는 전날 “자민당이 노동당 연정에 참여한다면 늦어도 9월 전당대회 이전에 총리와 당수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의 협상 요청에 적극 응답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며 자신의 사퇴가 두 정당간 연정 협상의 길을 터주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민당은 인기가 떨어진 브라운 총리의 사임으로 노동당 연정 참여에 따른 여론의 부담을 덜 수 있을뿐 아니라, 최대 숙원인 선거법 개정, 보수당의 정치적 무력화 등 다양한 실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클레그 자민당 당수는 “브라운 총리가 개인적으로 힘든 결단을 내렸다”며 “선입관 없는 연정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카윈 존스 노동당 의원은 “브라운 총리의 사심없는 결정이 큰 울림을 낳고 있다”며 환영했다. 반면, 보수당은 집권을 눈 앞에 두고 비상이 걸렸다. 조나단 모건 보수당 의원은 “브라운 총리가 착각에 빠져있고 교만하며, 판타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보수 양당은 앞다퉈 선거법 개정을 제안하며 자민당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노동당이 자민당에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온 보수당은 10일 ‘대안 선거’ 시스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마지막 제안’을 내놓으면서 자민당에 연정 참여를 촉구했다. 이제 공은 브라운 총리에서 클레그 당수로 넘어갔다. 자민당은 치솟는 몸값만큼이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비비시>(BBC)는 “자민당 지도부가 10일 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향후 진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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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23:09 2010/05/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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