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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이 아니라 <급진주의적 조직가에게 주는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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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규칙』을 인용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게 된다. 진보신당의 이창우님이 레디앙에 글을 기고하면서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규칙』을 두 차례나 인용하였다. 자유로운 발언의 신봉자였던 런드 핸드(Learned Hand) 판사는 생전에 “자유로운 인간의 징표는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영원히 고뇌하는 내적 불확실성에 있다”고 했고, 알린스키는 “혁명운동의 모든 순간과 계기마다 우리는 독단적 교리를 경계하고 또 두려워해야만 한다. 인간의 정신은 과연 우리가 옳은지를 살펴보는 내적 의심이라는 작은 불빛을 통해서만 빛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박상훈님 또한 경향신문의 ‘말과 정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책에 인용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읽으면서 참으로 재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적절한 단어와 거의 적절한 단어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와 같다.”
 
다 나름 좋은 말들인 듯한데, 내가 발췌정리한 것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다. 하긴 알린스키가 책에서 주옥같은(?) 말들을 워낙 많이 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워낙 정치적으로 쓰여져 있어서 누가 이를 인용하더라도 그럴싸하게 보일 듯하다.
 
딱 2년 전에 책을 읽고 정리해놓았구나. 이렇게 정리해놓지 않았으면 뭘 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뻔 했다. 책에서 발췌했음에도 거의 20여 페이지가 되어서 그 중에 일부만 코멘트와 함께 여기에 옮긴다.
 
2008. 08. 07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현실적 급진주의자를 위한 실천적 입문서』를 읽고 발췌정리하다.
 
알린스키의 책을 예의 도덕적이고 당위적인 서술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지루한 듯해서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서문을 넘기고 나니 예상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결국 아주 흥미롭게 읽었고, 내가 의미 있게 체크한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항상 이렇던가.)
  
알린스키의 명성은 지방정치과정론 강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책을 읽어보리라 마음먹었는데, 이게 번역되어 나온 것 아닌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는 풍부한 예시의 힘일 터이다. 혁명을 위해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 결국에는 개혁에서 그치고 만다. 알린스키의 미덕은 혁명으로 가는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례들을 통해 표출되는 상상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중간계층의 조직화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뒷부분에 조금 나오는데, 강조된 것에 비해 그리 많이 다루진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꽤 있다. 목적과 수단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 그러하고, 체제 내부로 들어가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물론 그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이를 통해 과연 변혁에 이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원래는 급진주의가 주는 묘한 매력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이 책은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이라기보다는 급진주의적인 조직가에게 주는 교본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을 조직가와 동일시하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자신이 조직가와는 거리가 있는 듯하여 조금은 씁쓸하더라. 하긴 혁명가가 되기 위해 혁명가들의 자서전 등을 읽는 것은 아니니...
덧붙여, 박순성 교수가 이 책을 번역한 것이나, 오재식 씨가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쓴 것은 의외다.

 

Alinsky, Saul David. 1971. Rules for Radicals: A Practical Primer for Realistic Radicals. Random House, Inc. ; 박순성ㆍ박지우 옮김. 2008.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현실적 급진주의자를 위한 실천적 입문서』. 서울: 아르케.)
 
오재식 추천사: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알린스키.  
○ 1930∼40년대에 무산대중을 선동하던 나치조직에 맞서고 1950년대에는 ‘메카시즘의 홀로코스트’에 대항해서 살아남은 알린스키는 1960년대에 들어와서 침묵하는 중산층을 조직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는 결코 체제 밖에서 체제를 전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체제 안에서 사회규범과 법질서 안에서 사람들이 자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회개혁이며 개혁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이 양성되어야만 혁명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자각하고 또 할 수 있다는 의욕을 갖고, 사회변혁운동을 위한 끈질긴 지구력을 양성해서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이 혁명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많은 경우에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들이 믿는 것을 실천하는 데 더 철저하고, 진보주의자들은 행동보다는 생각하고 논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 급진주의야말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또 행동이란 주어진 시간과 상황 안에서 시작해야지 절대로 낭만적인 기대나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시작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는 주어진 체제와 조건 안에서 사회활동 조직을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산층이 깨어나지 않으면 나라와 사회는 군부와 재벌들의 놀음에 놀아날 것이다. 사람들이 현상에 대한 불만을 말하게 하고, 지금 전개되는 것이 건국이념에 위배된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그리고 이대로는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도 없다는 것을 알게 하면 그들을 조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사회를 변혁하는 데 앞장서지는 않아도 행동하는 사람들을 가로막지만 않는다면 변혁은 시작되는 것이다. 사회개혁 기반이 없는 혁명은 충돌을 자초할 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가. 노여움은 순발력을 동원하는 자극제이다. 그러나 그것은 2-3년 밖에 가지 못한다. 이타심에 넘치는 분노도 사람을 움직이지만, 부정적 힘이기 때문에 4-5년 안에 소진된다. 학문적이고 이성적으로 다다른 결론과 거기에 근거한 결단은 긍정적인 힘이어서 사람의 끈기를 더 오래 지켜줄 것이나, 정치적 전망과 연결된 이념만은 못하다. 이념은 사람의 의지와 저력을 한 15년 정도는 지탱해줄 것이다. 그보다 오래 행동의 생기를 연장하려면 종교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종교의 선동은 그 수명이 무엇보다도 길지만 반면에 사람을 교조주의라는 사슬로 묶어버린다. 이렇게 행동양식을 분석한 알린스키는 사람을 만나라고 선동한다. 사람을 만나서 서로 부대끼는 것만이 조직가를 제도적 종교에서 해방시킨다. 그리고 무관심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던 사람이 의욕을 갖기 시작하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종교적 감동을 창출하는 것이다. “나의 유일하고 확고한 진리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자기들의 운명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올바른 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알린스키야말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민중의 힘으로 지탱하는 새로운 형태로 바꾸어 놓은 사람”이었다.
 
○ 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행동할 수 있는 급진주의적 자세가 필요하고,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주어진 체제와 조건 안에서 바닥의 힘을 통해서 일상을 바꿔갈 수 있는 끈기와 교양이 필요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도전이다. 종교를 전술적 도구로 상품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교양이 있어야 한다. 또 전술적 선택을 종교로 만드는 과대망상을 견제할 수 있는 겸손이 일상의 상식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 서문
○ 우리는 정치적 광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출발할 곳이 없으므로, 바로 현재의 체제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혁명적 변화를 원하는 우리 중 일부는 혁명이 개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정치적 혁명이 대중적 개혁이라는 지지 기반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정치에서는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다.
혁명적 조직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지배하고 있는 정형화된 행동양식들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 그들을 동요시키고, 현재의 가치들에 대한 환상을 깨고 불만을 갖도록 하며, 변화에 대한 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동적으로나마 수용하고 거부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혁명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실제로 시작되었다”라고 존 애덤스는 썼다. “혁명은 사람들의 가슴과 의식 속에 있었다. … 사람들의 원칙, 견해, 감정, 그리고 애정에서 나타난 이러한 급진적 변화야말로 진정한 미국 혁명이었다.” 선행한 개혁이 없는 혁명은 좌절하거나 전체주의적 폭정이 되어버릴 것이다. (31쪽)
 
○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시카고 경찰과 주 방위군이 저지른 최루가스 분사와 폭력 행사의 한가운데에서, 많은 학생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여전히 우리가 현 체제 내부에서 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나 자신에게 유일하게 현실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대답만을 해줄 수 있었다. “세 가지 중 하나를 하라. 첫째, 가서 통곡의 벽을 쌓고 너 자신을 위로하라. 둘째, 미쳐 버린 후에 폭탄 투척을 시작하라. 하지만 그 방법은 단지 사람을 우파로 돌아서게 만들 뿐이다. 셋째, 교훈을 얻어라. 고향으로 가서 조직화하고, 힘을 모아서 다음 전당대회에서는 너희 자신이 대의원이 되어라.” (33쪽)
→ 글쎄다. 과연 민주당 대의원이 되는 것이 교훈일까.
 
□ 지향(The Purpose)
○ 역사에서 주요한 변화들은 혁명에 의해 이루어졌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화란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특정한 일련의 혁명들이 모아져서 어떤 주요한 사회변화로 귀결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일 뿐이다. (41쪽)
 
○ 현존하는 질서가 지신의 이데올로기를 방패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로, 혁명은 언제나 이데올로기적 창끝을 세우고 진격하였다. 삶의 모든 것은 당파적이다. 공평한 객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혁명적 이데올로기는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공식에 한정되지 않는다. (48-49쪽)
 
○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평등, 정의, 자유, 평화, 인간 삶의 귀중함에 대한 깊은 관심 등과 같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다. (50-51쪽)
 
○ 무산자들의 힘은 그들의 수적 우세 밖에서는 찾을 수 없다. 무산자들이 “우리에게 애정을 베풀어 봐!”라고 외친 적은 결코 없다. 그들은 항상 “우리 등에서 내려오라!”고 외쳐 왔을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60쪽)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이들은 정의 평등, 기회 등의 이상을 위한 사회변화에 헌신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변화를 위한 모든 실질적 행동을 삼갈 뿐만 아니라 억누르기도 한다. 그들은 “나는 너희의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수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자신들만의 낙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질적으로 그들은 역겨운 족속이다. 이들이 바로 버크(Edmund Burke)가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신랄한 말을 내뱉을 때 염두에 두고 있던 사람들이다. (61쪽)
 
□ 수단과 목적(Of Means and Ends)
○ 우리는 먼저 생각하고 나중에 행동할 수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행동 속으로 빠져들게 되며, 생각을 통해서 행동을 적절히 이끌어 나갈 수 있을 뿐이다. -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 현실적인 혁명가는 “양심은 관찰자들의 덕목일 뿐 행동하는 사람의 덕목은 아니다”라는 괴테의 말을 이해할 것이다. 실질적인 행동 과정에서는 개인적인 양심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이득이 되는 결정이라는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상황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언제나 인류의 이득을 위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행동은 집단의 구원을 위한 것이지 한 사람의 개인적 구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개인적 양심을 위하여 집단의 이득을 희생시키는 사람은 ‘개인적 구원’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사람들을 위하여 ‘부패’될 만큼 그들을 염려하지 않는다. 수단-목적 도덕론자들이나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고 목적에 이른다.
무산자들이 유산자들에 대항해서 사용하는 수단의 윤리에 대해 끊임없이 집착하는 수단-목적 도덕론자들은 자신의 진정한 정치적 입장에 대하여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그들은 유산자들의 소극적이지만 지정한 우군이다. 이들 행동하지 않는 자들은 나치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통하여 나치와 싸우기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유대인과 정치범들이 길에서 끌려가는 참담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하여 창의 덧문을 닫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상황의 끔찍스러움을 개인적으로 한탄하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저급한 부도덕이다. 그 어떤 수단보다도 가장 비윤리적인 것은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판단의 기준은 우리가 살아가는 그대로의 인생의 이유나 원인에,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의 세상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세상이라는 우리가 바라는 환상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 (67-68쪽)
 
○ 수단과 목적의 윤리에 관한 규칙
1. 수단과 목적의 윤리에 대한 사람의 관심은 이슈에 대한 그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반비례한다.
2. 수단의 윤리에 관한 판단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좌우된다.
나치에 저항한 사람들은 레지스탕스를 자신을 돌보지 않는 애국적 이상주의자들, 매우 용감하며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위하여 스스로를 기꺼이 버릴 수 있는 비밀군대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점령군 당국자들에게 그들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는 무법적인 테러범, 살인자, 파괴공작원, 암살자였으며, 전쟁의 불가사의한 규칙들에 따르자면 전적으로 비윤리적이었다. 그와 같은 분쟁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그 어떤 쪽도 승리를 제외한 다른 가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69쪽)
→ 그래서 어떤 상황을 전시상태라고 파악하는 것은 위험하다. 승리에만 집착하게 되고, 다른 가치들의 의미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과연 극단적인 이분법적 파악이 필요한 상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3. 전쟁에서는 목적이 거의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
4. 판단은 행동이 일어난 바로 그 시점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지, 전후의 다른 유리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5. 윤리에 대한 관심은 이용 가능한 수단의 숫자에 비례해서 커지며, 그 역 또한 성립한다.
나에게 윤리란 최대 다수에게 최선인 일을 하는 것이다. (75-76쪽)
→ 아무래도 이것은 자기 정당화 논리로 보인다. 그래도 그가 사용한 예에는 수긍하게 된다.
6.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덜 중요할수록, 사람은 수단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여할 여유를 더 많이 갖게 된다.
7. 일반적으로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이 윤리의 주요 결정요인이다.
성공과 실패가 바로 반역자와 애국적 영웅 사이의 차이를 만든다. 성공적 반역자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성공한다면 그는 건국 영웅이 된다.
8. 수단의 도덕성은 그 수단이 패배가 임박한 순간에 사용된 것인지, 혹은 승리가 임박한 순간에 사용된 것인지에 따라 좌우된다.
같은 수단이라고 할지라도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는 순간에 사용되었다면 비윤리적이라고 단정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절망적 상황에서 패배를 면하기 위해 사용되었을 경우에는 도덕성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77쪽)
→ 전쟁 말기가 아니라 진주만 공습 직후, 어려운 상황이었을 때 원자폭탄 사용의 윤리성에 대한 질문은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알린스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런 질문을 제기하는 이에 대해 당시의 세계정세에 대하여 기억하지 못하고 있거나 바보, 거짓말쟁이라고 하고 있지만, 원자폭탄의 사용은 일반적인 수단의 성격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9. 모든 효과적인 수단은 반대세력에 의해서는 자동적으로 비윤리적이라고 평가된다.
10. 네가 가진 것으로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서, 그것을 윤리적으로 포장하라. (79-80쪽)
도덕적 합리화는 목적이나 수단의 선택이나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행동의 모든 과정에서 언제나 필요하다. “정치는 도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에서 드러나는, 모든 행위와 동기에는 도덕적 포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그의 무지는 그의 최대 단점이었다.
모든 효과적인 행동은 도덕성이라는 통행증을 필요로 한다. (87-88쪽)
11. 목표는 ‘자유, 평등, 박애’, ‘공공선을 위하여’, ‘행복의 추구’, ‘빵과 평화’ 등과 같은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 단어들에 대해(A Word About Words)
○ 권력의 부패는 권력 자체에 있지 않고, 우리 자신에게 있다. 권력은 삶의 진정한 본질이며, 동력원이다. 그것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위로 솟아올라 단합된 힘(strength)을 제공하는 적극적 시민참여의 힘이다. 힘(권력)은 세상을 바꾸거나 혹은 변화에 저항하거나 간에 언제나 작동하고 있는 본질적인 생명력(life force)이다. (97-98쪽)
 
□ 조직가의 교육(The Education of an Organizer)
○ 올바른 일들은 잘못된 이유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올바른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비록 그것이 잘못된 이유로 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이유가 도덕적 합리화로서 도입될 뿐이라는 사실을 조직가는 알아야 하며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합리적인 세상으로 전진하려는 자신의 노력 과정에서 능숙하고 신중하게 부조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의사소통(Communication)
○ 당신이 당신 주변의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당신이 어떤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당신이 그들에게 애써서 전달하려는 것을 그들이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서만 사물을 이해한다. 이는 당신이 그들의 경험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소통은 양방향의 과정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당신의 생각을 그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면, 당신은 사물의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38쪽)
 
○ 경험의 상세한 부분에까지 파고들지 않고 개괄적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은 미사여구가 되고, 아주 제한된 의미만을 전달한다. 이는 25만 명의 죽음(통계)을 아는 것과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 혹은 친척 중의 한두 명의 죽음을 아는 것 사이의 차이이다. (153쪽)
→ 알린스키는 행동경제학의 여러 가지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조직가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 시작의 순간(In the Beginning)
○ 일반적으로 행동방침(정책)은 힘(권력)의 산물이다. 당신은 특정한 계획을 위해 힘(권력)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단 어떤 힘(권력)이 구축되고 나면, 계획은 변화하게 된다.
그 당시에 그들은 햄버거고기를 위해 싸웠지만, 이제 그들은 등심살을 원하였다. 일이란 이렇게 되어 간다. (170-171쪽)
→ 2008년 촛불시위에서 나온 쟁점들의 변화양상 또한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 외의 학교교육의 문제, 공공성과 민영화의 문제, 한반도 대운하의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명박 퇴진은 당연하게 포함되었다.
 
○ 변화는 힘(권력)으로부터 오며, 힘(권력)은 조직으로부터 온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반드시 모여야만 한다.
○ 당신의 역할이 무관심을 타파하고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공동체에서 이미 조직화된 생활의 일반적 형태를 공격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조직화에서 첫 번째 단계는 공동체의 해체이다. 시민참여의 기회와 수단을 제공할 새로운 형태의 질서로 대체되려면, 현존하는 질서는 반드시 파괴되어야 한다. 모든 변화는 낡은 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의미한다. (181-182쪽)
 
○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와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멋대로 지껄이게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행동방침도 주지 못하면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화나게 하는 짓은 정말 분별없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협상을 하도록 압박할 힘이 없이는 협상을 잘할 수 없다.
힘에 바탕을 두지 않고 선의에 기대어 움직이려고 하는 시도는 세상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184쪽)
 
○ 각각의 구체적 논점과 관련된 이해관계와 갈등은 관심의 영역을 급속하게 확대한다. 유능한 조직가들은 이러한 기회들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한다. 학습과정 없이 하나의 조직을 건설하는 것은 단순히 한 권력집단을 다른 권력집단의 자리에 앉히는 일에 불과하다. (191쪽)
 
□ 전술(Tactics)
○ 권력 전술의 규칙 (195-199쪽)
1. 권력(힘)은 당신이 가진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가지고 있다고 적이 생각하는 것이다.
2. 당신 편인 사람들의 경험을 결코 벗어나지 말아라.
3. 가능하다면 어디에서든 적의 경험을 벗어나라. 여기에서 혼란, 공포, 후퇴를 야기하도록 하여라.
4. 적이 그들 자신의 교본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들어라.
5. 비웃음은 인간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다.
결코 용서가 안되고 또한 그가 반드시 반응하도록 만드는 한 가지 일은 그를 비웃는 것이다. 이는 이성으로 통제가 안되는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207쪽)
6. 좋은 전술은 당신 편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전술이다.
7. 너무 오래 끄는 전술은 장애물이 되고 만다.
8. 여러 상이한 전술과 행동으로 압력을 계속 가하라. 그리고 당신의 목적을 위해 당시의 모든 사건들을 활용하라.
9. 보통 협박은 전술 행동 자체보다 더 위협적이다. 이는 당신들이 아주 잘 조직되어 있어서 당신들이 그 전술을 실행할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틀림없이 할 것이라는 사실을 기존 지배층이 깨닫고 있을 때에만 그렇다. (216쪽)
10. 전술을 위한 대전제는 상대에 대해 끊임없이 일정한 압력을 계속 가할 수 있는 활동의 전개이다.
11. 만일 당신이 어떤 하나의 부정을 필요한 만큼 강하게 그리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그 부정은 반대편으로까지 뚫고 들어갈 것이다.
12. 성공적 공격의 대가는 건설적인 대안이다.
13. 표적을 선별하고, 고정시키고, 개인화하고, 극단적인 것으로 만들어라.
 
○ 전술은 당신이 가진 것으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당신이 하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힘(권력)은 대체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대중들이 따르는 사람에게로 언제나 집중된다. 무산자의 자원은 ① 결코 돈이 아니며, ② 수많은 사람이다. (208쪽)
 
○ 감옥에 투옥됨으로써 활동에서 간헐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은 혁명가의 발전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혁명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한 가지 문제는 그가 때때로 자신의 생각을 반성하고 종합하는 기회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왜 그러한 일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했던 일에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무엇을 해야만 했는지를 이해하고, 다른 무엇보다도 모든 일과 행동의 관련성들을 일반적 패턴에 잘 맞추어 바라보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개인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가장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감옥이다. (228쪽)
○ 종종 혁명가들은 사건과 활동의 압력이 그에게 현실로부터 잠시도 떨어져 있을 호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그러한 시간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혁명가 또는 행동가는 학구적인 학자의 성격에 속하는, 오래 앉아 있으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조용히 앉아서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 종류의 상황을 스스로 가지게 되었을 때조차, 그는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229쪽)
→ 아무래도 나는 혁명가가 되긴 그른 모양이다. 자신의 생각을 반성하고 종합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지만, 이를 위해서 가장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감옥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대안은 없으려나.
 
○ 조직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우연히 혹은 충동적 분노 때문에 시작된 행동에 대한 근본적 이유(rationale)를 즉각적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근본적 이유가 없는 행동은 참가자들에게 설명할 수 없게 되고 급속하게 붕괴되어 패배로 이어진다. 근본적 이유의 확보는 행동에 대해 의미와 목적을 부여한다. (237쪽)
 
□ 위임장 전술의 기원(The Genesis of Tactic Proxy)
○ 미국인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산계급은 거대한 기업경제 하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또한 어느 길로 방향을 정해야 할지 모른다. 더욱이 그들은 이제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전문가들과 정부가 결국에는 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위임장은 이 사람들이 조직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기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일단 조직화되고 나면, 정치세계 속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다. 위임장을 중심으로 조직화되고 나면, 그들은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대내적 또는 대외적 정책들과 관행들을 검토하고 나아가 그것들에 대해 교육을 받을 이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제 그것들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5-256쪽)
→ 이것은 위임장 전술이 주주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미국에서 자본의 지배를 더욱 고착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간과한다. 물론 주식을 가진 중간계급을 조직화하는 나름의 전술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잃을 것을 가진 그들이 과연 급진화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대한 권한이 없는가? 기업은 주주들의 것이 아니다.
 
□ 가야할 길(The Way 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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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9 18:17 2010/08/09 18:17

2 Comments (+add yours?)

  1. 앙겔부처 2010/08/10 16:24

    책 다 사서 읽는 건 아니겠쬬?????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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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길 2010/08/11 02:07

      물론이죠. 위의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봤지요. 이렇게 대출해서 본 책은 혹시 나중에 인용같은 걸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요한 대목을 모두 발췌해서 정리해놓지요. 하지만 헌책방에서 사다놓는 책도 꽤 됩니다. 이렇게 소유한 책은 소설책조차도 사자마자 읽는 경우가 드물고, 읽더라도 잘 정리하지 않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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