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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복식부기 회계 도입 논란, '박원순 승!'이면 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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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서울시 회계 단식부기 사용” 주장하더니… (한겨레, 디지털뉴스부, 20111011 15:29)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회서 단식부기 논란
박원순 ‘복식부기’ 틀렸다고 지적했는데…
행자부 2007년 모든 지자체에 복식부기 회계제 도입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와 벌인 서울시 부채 논쟁에서 “서울시 회계 기준은 단식 부기”라고 주장한 것 때문에 망신을 사고 있다. 나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박 후보가 서울시의 부채가 25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하자 이를 반박하며 “민주당이 복식부기로 부풀려 놓았다. 정부 회계 기준은 단식부기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가 재차 “단식부기는 구멍가게에서나 쓰는 것이다. 공기업·공공기관은 복식부기를 쓰는 게 맞다”고 맞섰다. 결국, 나 의원은 “잘 모르시나 본데”라고 비꼬며 “서울시는 단식부기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부채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나 후보는 이날 틀린 지식을 갖고 박 후보를 공격한 셈이 됐다. 국가회계법 제 11조와 지방재정법 제53조를 보면 모두 회계 기준을 복식부기로 회계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복식부기 회계 제도는 자산의 부채와 변동이 드러나지 않는 현금 중심의 단식부기 회계 제도에 비해 지자체의 재정운용 내역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행정자치부는 2007년 ‘지방자치단체 회계 기준에 관한 규칙’을 공포해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복식부기에 의한 회계처리와 재무보고서를 작성해 외부에 공시하도록 한 바 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나 후보가 현금의 기출과 출납만 파악하는 현금주의식 회계를 적용해 서울시의 채무를 계산한 것 같은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채무가 아니라 부채다.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미래에 갚아야 할 부채까지 계산하는 발생주의식 회계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나 후보 쪽이 틀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 부소장은 또 “선진국에서는 이미 복식부기 회계로 부채를 파악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미 법적으로 복식부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 후보는 서울시 부채(2010년 기준)를 단식부기 기준으로 19조6105억 원, 박 후보는 복식부기 기준으로 25조5364억 원으로 추산했다.
 
국가회계법
제11조(국가회계기준) ① 국가의 재정활동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거래 등을 발생 사실에 따라 복식부기 방식으로 회계처리하는 데에 필요한 기준(이하 “국가회계기준”이라 한다)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한다.<개정 2008.12.31>
지방재정법
제53조(재무회계의 결산)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 및 운용결과를 명백히 하기 위하여 발생주의와 복식부기 회계원리를 기초로 하여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는 회계기준에 따라 거래 사실과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여 회계처리하고 재무보고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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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한겨레기사가 트위터에서 상당히 많은 리트위트(RT)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서 기사를 읽어보았다. 서울시의 부채문제는 저번 목요일 MBC 백분토론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박원순 선본의 송호창 대변인과 전직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논쟁을 벌였는데, 어제 토론에서는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맞붙어 다시 서울시 부채문제가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위 한겨레 기사에 나온 것처럼 박원순 후보의 말이 맞다. 나경원 후보는 틀린 지식을 가지고 박원순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걸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2007년 제정된 국가회계법은 제11조에서 2009회계연도 결산부터 발생주의·복식부기에 기초한 정부 재무보고서도 작성하도록 의무화했고, 지방정부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2007회계연도 결산부터 발생주의·복식부기 회계제도를 운용하고 있었다. 행안부의 전신인 행정자치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지방자치단체 회계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복식부기에 의한 회계처리를 하도록 하였다.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면서 여기에서 멈췄다. 코멘트를 한 선대인 부소장도 선진국이 복식부기, 발생주의 회계로 부채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만 밝힌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일까?
 
우리는 보통 한미 FTA 체결이나 정부규모, 사회복지예산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의 정치적, 사회적 쟁점만을 가지고 노무현 정부의 성격에 대해 논하곤 한다. 한쪽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반이명박 구호아래 두루뭉실하게 진보세력이라고 퉁치고 넘어간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와 그 아래에서 부역한 NGO들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바로 공공부문 개혁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의 4대 부문개혁에 나섰다. 이는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동행하는 것이었으며, 공공부문에서는 신공공관리론(NPM, New Public Management)로 가시화되었다.
 
공공부문에 기업문화와 경영혁신기법을 접목하고자 하는 신공공관리론은 공공부문의 사유화(민영화), 규제완화, 민간위탁의 확대, 시장원리에 의한 효율과 경쟁 강조, 성과에 기반한 책임 등이 핵심이었다. 이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규율과 통제 및 시장기제의 도입, 공기업 민영화의 추진으로 나타났고, 인사, 조직, 예산/재정 등 행정의 전 영역에서 추진되었다. 발생주의·복식부기 회계제도의 도입은 1999년부터 정부 재정운영 혁신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고, 노무현 정부 또한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지방정부에서 단식부기·현금주의 회계방식을 복식부기·발생주의회계 방식으로 전환하였던 것이다.
 
이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재정투명성을 평가하기 위해 회계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던 IMF의 권고에 따른 것이며, 선대인 부소장이 언급한 선진국들이 신공공관리 개혁을 추진하면서 정부부문에 도입한 대표적인 시장기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기업회계를 정부부문에 도입하여 성과를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정부부문은 기업부문과는 차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기업회계인 복식부기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가? 공공부문에서는 자원 활용에 있어서도 공공성/공익에 기반한 회계책임(accountability) 또는 관리책임(stewardship)이 강조되고, 이윤추구가 아닌 필수재화의 공급,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에 중점이 두어지는데, 성과극대화를 위하여 되도록 적게 주면서도 많이 뜯어내려고 하는 경영마인드가 반영되는 복식주의 회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복식부기 회계의 도입이 재정의 투명성, 건전성 제고, 정부회계의 신뢰성 확보, 재정운영 결과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시 등의 장점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들이 과연 지방정부의 재정운영을 잘 알게 되었는가?
 
박원순 후보가 진보적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부분들까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이런 고민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박원순 승!'을 선언한 한겨레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울시정이 바로서고자 한다면 나경원 후보보다는 박원순 후보가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 부채를 둘러싼 복식부기 회계 논란은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차이가 그리 큰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단식부기·현금주의 회계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내가 정부재정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공공부문에 맞는 회계원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보적인 정책들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진보적인 지방정치의 대안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이 더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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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02:25 2011/10/12 02:25

3 Comments (+add yours?)

  1. 뽀삼 2011/10/13 16:07

    전체적인 논조와 신공공관리론의 전개에 대해서는 동의하는데요. 단지, 복식부기=경영마인드는 좀 지나친 주장으로 보입니다. 복식부기의 역사는 그 보다 오래되었고, 실제로 단식부기보다 복식부기가 여러모로 나은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고요. 단지, 말씀하신대로 회계기법 자체가 어떤 맥락에서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대안회계기법과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듯이요. 공인회계사라는 말에서, 공인이 public, 즉 공공이나 공익 쯤인데, 이 공공(성)을 어떻게 규정하는 게 사실상 회계의 핵심이듯이요. 말씀하신대로, 이런 고민까지 가지 못하는 게 한계인 것이고요.

     Reply  Address

    • 새벽길 2011/10/13 22:36

      복식부기=경영마인드라는 게 지나친 주장이라는 걸 저도 인정합니다. 사실 그쪽을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요. 복식부기가 기업회계에서 나온 것이지만 단식부기보다 나은 점이 있다는 건 아는데, 비판쪽으로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소 무리했지요. 지적 고맙습니다.^^
      복식부기 회계에 기반을 두고 제대로 된 정부회계가 나왔으면 합니다. 복식부기가 도입될 때 조금 논의가 되고난 후에 별다른 진전이 없더라고요. 이번을 계기로 대안적인 정부회계에 대해서 진보진영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Address

  2. 새벽길 2011/10/14 06:26

    "여러가지 회계원칙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는 서울시의 부채 문제이다. 서울시의 부채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를 실증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기존의 단식부기 방식이 전체적인 재정 상태를 잘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도입한 회계원리가 복식부기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후보의 단식부기냐 복식부기냐, 채무냐 부채냐의 논쟁은 일종의 논점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부채의 성격을 파악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다. 양측 후보의 공방이 단순히 빚을 줄이겠다는 주장에 그치는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라면 서울시의 빚이 19조이든 25조이든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겠는가?
    우리가 국가 재정에 대한 좌/우 논쟁에서 보듯 중요한 것은 현실에 맞는 재정정책이지 단순한 부채의 규모가 아니다. 물론 감세와 지방교부금 축소에 따른 지자체 수입의 감소가 심각한 문제이므로 부채의 축소는 시급한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행정구역개편과 같은 일종의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수준에서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정책 토론을 위해서는 서울시의 빚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를 두고 옥신각신하지 말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이제 제발 선거판에서도 수준 높은 토론을 보고 싶다. 아직도 시기상조인가?"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01
    '단식부기or 복식부기' 나경원 박원순의 논점 일탈 빚계산 (미디어스, 이상한모자 / 키보드워리어, 2011.10.13 09:09:30)
    [이상한 모자의 '정치'는 언제나 시기상조]

    이상한모자의 글은 단식부기/복식부기와 관련된 논란을 내 글보다 훨씬 쉽게 서술하고 있으며, 실제 논쟁이 되어야 할 쟁점에 대해서도 제대로 지적하고 있다. 나경원,박원순 양 후보진영에는 이상한 모자가 적시하는 수준의 것을 고민하는 참모도 없는 걸까. 어차피 후보개인에게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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