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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사회연대 대선운동 제안 관련 논의에 대한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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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다 쓴 글을 옮겨왔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한기형의 글, 진보신당의 대선 관련 기자회견문 링크를 달았다. 그리고 뒤늦게 본 김민우의 글에도 상당부분 공감하는 바가 있음을 밝히면서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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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에 나왔던 진보신당의 대선 관련 기자회견문, 아니 그 글을 썼다고 짐작되는 홍세화 선생을 비판하는 한기형의 글을 읽었다. 글쎄다. (연구소에선 내가 "글쎄요"라는 말을 너무 자주 한다고 뭐라 한다) 그리 동의가 되지 않는다. 막대구부리기 측면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얘기해보련다. 물론 페북에 생각나는대로 그대로 쓰는 만큼 당연히 정리가 된 건 아니다. 그리고 한기형이 날 잘 알테니 예의적인 멘트는 생략하자.
 
1. 회견문의 시작을 그람시로 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조금 불만스럽다. 문장 비틀기, 생소한 단어들까지 포함해서 그리 쉬운 글은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진보좌파진영과의 공동대응으로 민중경선을 통한 독자 대선 후보 선출. 회견문의 내용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진보신당이 정당으로서의 기득권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걸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기사화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닌가? 많은 이들이 기자회견문까지 챙겨보진 않기 때문이다. 이번 진보신당의 대선 관련 기자회견문에 쏟아지는 비판과 질책을 보면 그 동안 진보신당이 해왔던 활동과 입장표명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과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부터 그렇게 진보신당의 언행에 관심을 가져왔던가.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의미있는 변수로라도 간주가 되었던가. 
 
한기형은 이 회견문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하면서도 정작 당사자들은 알아먹을 수 없는 글, 수신자를 잃어버린 열렬한 연애편지 꼴이 돼버렸다"고 했지만, 당사자들이 알아먹을 수 있게 썼다면 수신자가 있었을까 반문해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기자회견문까지 웹상에서 찾아 읽어보진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 의미와 의지만 전달되면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페북의 링크 등을 통해 전문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기자회견문의 맥락이 아니라 문투나 용어사용을 가지고 논란을 삼는 모습이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이로 인해 기자회견문이 밝히고자 했던 게 가려지는 듯하여 안타깝다. 물론 이런 어리숙한 표현으로 인한 논란을 예상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초한 책임이 회견문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설마 노이즈 마케팅은 아닐 것이고...)
  
2.한기형은 '조직노동=민주노총'으로 보고 회견문이 민주노총을 향한 직격탄이라고 파악한다. 그리고 정치조직인 당이 대중조직이고 이익집단인 민주노총더러 진보정치 파탄의 근원이라고 몰아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회견문에선 민주노총 조합원 노동자들을 포함한 조직노동의 결단을 당부하고 있지만, 양자를 동일시하고 있진 않으며, 양자가 동일하다 해도 그 한계를 지적하는 게 이를 부정하고 상종하지 못할 집단으로 보는 것이라 파악한다면 지나치다. 물론 조직노동과 배제당한 노동을 대립시키면서 노동의 분절화를 용인하는 듯한 걸로 인식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나아가  "진보정치의 파탄에 근원적 책임이 있는 관료화된 조직노동은 새로운 진보좌파운동을 주도하는 주체가 결코 될 수 없다"는 표현이 잘못된 것인가. 한기형은 '관료화된'이라는 형용사를 빠뜨렸지만, 나는 조직노동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현장에 있는 이라면 조직노동이 관료화되고 관성화되었으며, 최근 1-2년 사이에는 진보좌파정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총연맹이나 산별노조연맹의 지침이 떨어지거나 자기 노조와 관련이 있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집회나 농성에 참여하지 않는다. 물론 관심도 없다. 당에서는 많은 사회적 현안에 개입하고 당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독려하지만, 조직노동에서는 그런 기풍이 희미해졌다. 
 
더욱이 민주노총이 하고자 하는 방향이나 전반적인 활동은 별로 문제삼을 거리가 없고, 약간만 고치면 되는 수준인가. 지난 총선에서 통진당에 대한 지지를 결정할 때 벌어졌던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떠올려보자. 아무튼, 조직노동에 대한 지적에 페북에서 총연맹이나 산별노조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반발하더라. 꼭 당운동하는 이들은 조직노동을 잘 몰라서 그런 망발을 했다는 투다. 다행히 그 조직노동의 언저리에 있어서 하는 얘긴데, 조직노동이 그런 말 들어도 싸지 않은가. "존재조차 희미하고 게다가 ‘꼴통’이기조차 한 꼬맹이가 어른더러 ‘이게 다 너네 탓!’이라" 할 때, 그게 타당한 말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다고 하면 어른이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 덧붙여 진보신당은 조직노동으로부터 별 의미없는 존재로 취급되어 왔지만,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왔으며, 지금도 함께 싸워가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그들에게 부족한 한계를 지적질하는 게 크게 문제가 있진 않을 것이다.   
 
3.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환상, 이 부분은 기자회견문의 핵심은 아니다. 하지만 한기형이 조성주의 말까지 인용하여 언급하고 있어 코멘트해 본다. 조성주는 약자들은 한 번의 패배로도 끝장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지는 싸움을 해선 안 된다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 계급투쟁을 벌이고 있는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도 노조로 조직되어 있으니 조직노동인가? 물론 다른 간접고용, 파견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는 나은 조건에 있는 건 사실이겠지만, 이들 또한 회견문에서 언급한 배제당한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일 터이다. 그들은 승리를 확신하기에 싸우는 걸까. 용산의 철거민들은 또 어떠했나. 
 
명인님이 페북의 댓글에서 한 말을 인용하고 싶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야한다고 믿는 현실인식'은 어떤 이들에겐 힘든 현실이 부르는 절망의 무기이지만(쌍차동지들과 같은 경우에 관해서라면 백만번 동의합니다.), 또다른 어떤 이들에겐 질 수밖에 없는(질 걸 알면서도) 싸움을 해야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않으려는 강력한 무기일 때도 있지요." 
 
한기형 말처럼 "작더라도 확실한 승리를 전제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고민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흘러온 상황은 작더라도 확실한 승리는 어느 정도 해왔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별로 얻은 것도 없고, 승리라고 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게 사는 건가, 역사는 진보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자에게서는 혁명을 기대할 수 없다"는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가 중요할 텐데, 그 방법론에서 한기형과 기자회견문 간에는 간극이 있는 듯하다. 물론 나는 후자 쪽이다.
 
4. 위에서 언급한 건 어찌보면 말꼬리 잡기일 수도 있고, 억지로 '막대 구부리기'를 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홍세화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좋은 지식인에서 수준 이하의 정치인으로 전락했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소통의 문제부터 보자.
 
첫째, 대표와 대표단의 불통을 지적하는데, 국회 앞 기자회견을 보니 대표단들이 모두 함께 나와서 회견문을 발표했고, 문구들에 대해서도 사전에 논의를 거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표단이 독단적으로 발표한게 되는 건가. 표현이 조금 생경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에 동의하는 당원들과도 불통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진보신당과 민주노총과의 불통문제도 그러하다. 이미 진보신당의 대선 관련 기자회견문의 대략적인 내용은 알려져 있었다. 그 표현에 조직노동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게 문제인데, 이를 마구잡이로 밑어부쳤다,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보는 건 지나치다. 이런 것까지 미리 관계 단체에 사전 동의나 양해를 구하는 게 상식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셋째, 어떤 단체를 넣어야,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동의해야 진보신당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일방적 애정 행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 단체가 함께 했다면 아마 진보신당이 줄세우기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진보신당이 재능,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의 현장에 함께 하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걸 어떻게 해야 보여줄 수 있을까. 
 
물론 그간의 진보신당 활동에서 노동의 문제의식이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자회견문에서 배제당한 노동과의 연대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노동 자체와 함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아마 이러한 내용이 빠졌기에  홍 대표가 '지사'처럼 행동한다고, '선생'질을 하고 있다는 한기형의 비판은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이를 지식인 일반으로 확대하는 건 잘못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좌파정당의 지도부에는 지식인들이 많았다. '좋은 지식인'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없을까. 홍세화 대표의 개인적인 특성을 들어 지식인으로 일반화하고, 수준 이하의 정치인으로 망가지 말라고 충고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지도부 중에 출신성분 덕분에 괜찮은 지도력을 발휘한 경우가 있었던가. 아마 홍세화 대표도 당 대표가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한기형이 하는 것과 같은 비판이 있을 거라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이번 기자회견문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고...
  
아무튼 이 논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한다. 특히 기자회견문이 의도하는 대로 "진보좌파진영과의 공동대응으로 민중경선을 통한 독자 대선 후보 선출"이 제대로 되길 바란다.
 
쓸데없이 넘 길었다. 한기형도 오해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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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식인 홍세화에 대한 향수 (레디앙, 우한기 / 2012년 8월 23일, 10:39 AM)
[말글 칼럼] 무례하고 황당한 진보신당 기자회견문
  
사회연대를 위한 2012년 대선운동’을 제안한다 (2012년 8월 21일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진보신당의 사회연대 대선운동 제안, 도대체 누구와 함께 추진할 것인가? (레디앙, 김민우 진보신당 당원 / 2012년 8월 23일, 10:17 AM)
[기고] 나의 당이 구경꾼 아닌 적극적 정치주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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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3 15:03 2012/08/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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