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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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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보니 위와 같은 평화대행진 공지가 떴다. "우리가 하늘이다"라는 슬로건이다. 이걸 보는 순간 박노해의 시 '하늘'과 여기에 곡을 붙인 윤민석의 '하늘'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제는 국제가수가 된 싸이가 예전에 TV에 나와 박노해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하늘'을 낭송했던 것도 떠오르고...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걸 퍼왔다. 싸이와 NEXT가 만든 곡은 저작권 문제도 있고 해서 담아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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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 하늘 2004/09/15 10:32

 

 박 노 해 - 하 늘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 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 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난나님이 어제 아침에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라는 글을 민지네 수도권 게시판에 남겼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는 하늘색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대고 몇개의 덧글이 붙어 있어 나도 가벼운 말을 남겼지만, 실제 생각났던 것은 박노해의 시 '하늘'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 시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았고, 시간도 없어서 그냥 생각만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프리다님이 '하늘'이라는 노래의 소스를 찾고 있어서 나도 찾아나서게 되었다.  

 

내가 '하늘'을 접한 것은 윤민석의 '노래여! 나의 무기여!'라는 제목으로 1989년에 나온 테입을 통해서였다. '전대협사수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윤민석 창작 연주모음 테이프 1집'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그 테입은 실로 히트곡 모음집이었다.

 

애국의 길, 편지1,2, 전대협진군가, 반미출정가2, 사랑하는 동지에게,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오 통일이여, 어머니2, 결전가, 내가 왕이다, 백두산 등의 노래가 실려있었는데, 다 알만한 노래가 아니던가? 당시 어린 나이에 한창 '민중민주전사'로서의 정체성을 갖춰나가려던 나에게 이들 노래는 '어째서 좌파진영에는 윤민석과 같은 작곡가가 없을까'에 대해 생각을 하게 했고, 윤민석을 질시하게 하기도 하였다. 거기 나와 있는 노래를 가사를 바꿔부르기도 하였다.    

 

 윤윤민석, <노래여! 나의 무기여!> - 하늘

 

윤민석의 연주모음집에서 그래도 많이 와닿았던 노래 중의 하나가 박노해의 시 '하늘'에 곡을 붙인 노래였다. 박노해의 시 중에서는 '하늘'이라는 시보다는 '너의 하늘을 보아'라는 시가 더 유명하다. 아마 그 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 대해 쓰여있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에 대해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를 먼저 알게 되었지만, 윤민석의 노래를 통해 '하늘'을 알게 된 후부터는 '하늘'이라는 시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암송은 못한다.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의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하늘'은 1990년대 초반 한양대 노래패 소리개벽이 만든 테입 <동지여 굳세게>에 수록되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도 윤민석의 테입과 소리개벽의 테입이다. 여기에도 상당히 유명한 노래들이 많다. 이 테입에서는 북소리와 함께 약간은 경쾌하게 편곡이 되어 있지만, 이 노래를 아주 느리고 조용하게 부르면 또 다른 맛이 느껴진다. 삶의 밑바닥에서 나오는 비장미라고나 할까.

 

소리개벽 - 하늘

 

그리고 프리다님이 언급했던 성남노동자 노래패 아우성에서 1990년 나온 첫번째 노래집에도 이 노래가 실려 있다. 이 테입은 이번에 포스트를 쓰려고 하면서 찾게 되었다. 그 뒤에도 몇 군데 이 노래를 수록한 앨범이 있을 듯한데, 찾지 못하겠다. 

 

아우성 - 하늘

 

윤민석의 노래를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하늘'이라는 노래는 가슴에 와닿는다. 윤민석이 곡을 붙인 노래가사는 박노해의 원작과 거의 비슷하며, 그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 가슴에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 하늘이다

 

두 달 째 임금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죄없는 우리를 감옥 넣는다는
경찰 나리들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과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힘없이 살아온 내가
우리아가에게는 그 사람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주는
아 우리도 하늘이 하늘이되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2006. 11. 30 추가

오늘 한국방송에서 하는 '낭독의 발견'에 싸이가 출연하여 박노해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박노해 시인을 위한 헌정앨범에서 직접 노래로도 불렀다는 ‘하늘’을 낭독하였다.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 음반에는 

1. 가리봉시장 - 언니네 이발관     2. 하늘 - 싸이(Psy) & NEXT  3. 손무덤 - Stock Crackdown

4. 바겐 세일 - 정태춘                 5. 시다의 꿈 - 전순옥            6. 사랑 - 손병휘 

7. 아름다운 고백 - YNot?            8.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with 전인삼) - 황병기 

9. 민들레처럼 - 윤선애 & 모하비 10. 이땅에 살기 위하여 - 윤도현 밴드 

11. 겨울새를 본다 - 한대수         12. 노동의 새벽 프롤로그 - 김희정, 정용진 

13. 노동의 새벽 - 장사익            14. 대결 - 노동자 노래패 억새풀, 소리여울 

15.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 - 김현성 등이 실려 있다.

 

여기에 실린 '하늘'은 윤민석 작곡의 노래가 아니라 아마 NEXT의 신해철이 작곡한 듯하다. 싸이는 여기에서 랩 부분을 맡았는데, 싸이의 랩이 주가 되고 있다. 10-20대들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박노해 헌정앨범에 실린 곡보다 윤민석 버전이 더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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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18:57 2012/10/0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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