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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 (경향신문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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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과 관련하여 송전탑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경향신문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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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전국 4만기 ‘송전탑 천지’… 면적당 설비 미국의 7배 (경향, 정유미 기자, 2013-10-03 13:41:38)
ㆍ(상) 너무 많고 너무 크다
▲ 원전·화력 등 대용량 발전 위주
전국 3만여㎞ ‘거미줄 송전선’
경기 6559기 “송전탑 울타리”
■ 최대 전기소비국보다 많은 송전탑

한국전력의 국내 송전탑 현황 자료를 보면 8월30일 현재 전국에는 모두 4만1545기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경기도가 6559기로 가장 많고 경북과 강원, 전남지역에는 각각 6073기와 5268기, 4665기가 세워져 있다. 한국의 송전탑 숫자는 세계에서 전기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할 때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단위면적당 발전설비 수가 많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은 914만7400㎢ 넓이의 국토에 113만5040㎿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발전설비 용량을 전체 면적으로 나눈 ‘발전설비 밀집도’로 따지면 0.12가 나온다. 한국은 9만7100㎢의 면적에 7만9983㎿의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밀집도가 0.82나 돼 미국의 6.6배에 이른다. 한국의 밀집도는 일본 0.77, 영국 0.37, 프랑스 0.22, 중국 0.1보다 높다. 세계 최고 전기소비국인 핀란드조차도 밀집도가 0.05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은 정부가 계획대로 발전설비를 늘릴 경우 2027년에는 밀집도가 1.34로 치솟는다.
 
핵심 발전시설들이 먼 거리에 떨어져 있고 대용량 발전인 화력과 원자력발전소에 집중하다 보니 그만큼 송전탑 비중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은 피크타임에 전국 전기소비량의 40%를 쓰지만 전력 자급률은 3.3%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 만큼 송전선로나 송전탑이 많이 필요하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원자력이건 석탄화력이건 한국만큼 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보면 현재 총연장 3만1600㎞인 송전선은 2027년에는 3만8600㎞로 7000㎞가 더 늘어난다. 또 760개인 변전소는 187개 늘어난 947개가 된다. 현재 8200만㎾ 수준인 발전설비는 2027년 13만850㎿로 증설될 계획이다. 그만큼 송전탑을 더 세워야 해 전국 산하가 송전탑 ‘천지’로 변하는 셈이다.
■ 발전소 대형화에 송전탑도 커져
송전탑은 전압이 가장 높은 765㎸와 345㎸, 154㎸ 등이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큰 용량인 765㎸는 902기, 345㎸는 1만1600기, 154㎸는 2만700여기가 세워져 있다. 2002년부터 한 번에 많은 용량의 전기를 보내고 전력 손실도 적다는 이유로 765㎸ 대용량 송전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남 밀양지역에도 765㎸ 송전탑이 세워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2027년까지 765㎸ 송전탑을 161기 이상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대형 송전탑일수록 전자파 발생량이 많고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 면적 등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765㎸ 송전탑에서 나오는 고압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과 같은 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형 송전탑을 세울 경우 수용 부지도 많이 필요하다.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과의 분쟁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도시는 땅속으로, 농촌은 땅위로… 고압 송전선 ‘도농 차별’ (경향, 정유미 기자, 2013-10-03 23:43:0)
ㆍ(중) 지중화율 격차
횡성군 이장협의회 권용준 회장은 “전기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많이 쓰는데 왜 괴물 같은 송전탑을 전기도 적게 쓰는 시골 마을에 세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일면과 달리 서울은 송전탑은커녕 전신주도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기공급에도 도농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 송전탑, 서울서 멀수록 많아… ‘초고압’도 지방·농촌만 설치
“생존권에 비용 타령 말아야”
■ 대도시는 지중화, 지방은 송전탑

한국전력이 밝힌 전국의 송전탑 지중화율이 8월31일 현재 10.7%에 그치는 것도 대도시에만 지중화 작업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화가 덜 진행된 밀양 등 전국 산간·시골마을에는 765㎸의 대형 송전탑이 세워지고 자연스레 주민들은 전자파 발생 피해에 더 많이 노출돼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
실제 송전탑 지중화율은 서울 같은 대도시와 농촌 등 지방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의 경우 88.2%가 지중화돼 있다. 이 밖에도 인천 60.7%, 부산 41.5%, 광주 37.4% 등으로 대도시의 지중화율이 전국 평균 송전탑 지중화율의 4배에서 최대 8배에 이른다.
■ 765㎸ 대신 345㎸로 지중화해야
송전탑 종류도 지역적인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한전 자료를 보면 가장 대형인 765㎸ 송전탑은 전국적으로 902기가 세워져 있다. 이 대형 송전탑은 강원도에는 335기가 밀집해 있다. 경기도와 충남에는 각각 252기와 236기가 있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등 대도시에는 765㎸ 송전탑이 하나도 없다. 서울에는 가장 작은 규모인 154㎸ 송전탑이 195기 세워져 있다. 송전탑 건설에도 지역적인 차별이 벌어진 것이다.
대형 송전탑은 전자파가 많이 발생하고 수용지역도 넓어 주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양 등 송전탑 건설 인근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민들은 765㎸ 송전탑을 지중화하는 기술이 없다면 그보다 전압이 낮은 345㎸로 바꿔 지중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765㎸ 송전선로가 마을을 지날 때는 345㎸로 바꿀 수 있도록 2개의 변전소를 건설하면 된다. 비용이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늘어나지만 지역민원을 줄일 수 있다.
지방에 발전소가 집중돼 있다 보니 서울 등 멀리 떨어진 대도시로 전기를 보내려면 대용량의 765㎸ 송전탑 건설이 효율적이라는 정부나 한전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도시는 빌딩 유리창과 옥상에 태양광발전 시설 등을 설치해 전기 자급률을 높이고, 산업단지에는 가스열병합발전소를 함께 지으면 대형 송전탑을 많이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국민 평등권과 생존권, 행복추구권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마을 주변 등에는 765㎸ 송전탑을 건설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송전탑, 무엇이 문제인가]수도권이 쓸 전기, 수도권서 생산하게 해야 (경향, 정유미 기자, 2013-10-04 22:43:18)
ㆍ(하) 에너지공급 ‘분산형’으로
2009년 미국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는 765㎸의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두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당시 미국은 서부 오하이오밸리의 석탄화력발전단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버지니아·웨스트버지니아·메릴랜드 등 동부로 송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2005년 시작된 이 사업은 총예산이 21억달러(약 2조3000억원)로, 4년이 지난 2009년에는 이미 예산 2억3000만달러(2500억원)가 지출된 뒤였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765㎸ 송전탑에 대한 전자파 발생, 환경 파괴, 재산권 침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송전사업자 측은 “2003년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피하려면 새로운 송전선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과 송전사업자들 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고 결국 버지니아주 기업규제위원회와 메릴랜드주 공공사업규제위원회는 초고압 송전선로와 정전 사태는 상관이 없다고 결론지었고 사업을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2012년 765㎸ 송전탑 건설은 공식 철회됐고, 송전사업자 측은 연방규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 지역 기존 송전망에 보강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을 종결했다.
▲ 원거리 수송 탓 송전탑 갈등 발생
수요자 중심 발전 설비 땐 해소돼
선진국, 정부 보조금·면세로 해결
■ 전력정책 패러다임 바꾸어야

 
미국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주의 사례처럼 한국도 전력공급체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원자력이나 화력 등 대형 발전소를 세워 초고압 송전탑으로 대도시로 송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4일 전력거래소 자료를 보면 한국은 전력생산의 91.9%가 원자력, 석탄, 복합화력발전소 등 대형 발전소에서 이뤄진다. 이들 발전소 가운데 원자력발전소는 한 기당 최대 100만㎾ 이상의 발전능력을 갖추고 있다. 발전용량이 크다 보니 대형 터빈을 돌릴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물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바다와 맞닿아 있는 고리와 월성, 영광, 태안 등 지역에 발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일부 전기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과 경북 월성원전에서 송전해온다. 이처럼 대용량의 전기를 지방에서 서울까지 보내려니 송전효율이 높은 초고압의 765㎸ 송전탑을 지방에 계속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호주 등 국토면적이 넓은 나라들조차 765㎸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2차례 겪으면서 대규모 집중형 발전체계가 전력을 수송하는 데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 1971년부터 국가에너지 조례를 만들어 소규모 분산형 열병합발전으로 발전정책을 전환했다.
■ 분산형·자가발전 비율 높여야
분산형이란 전기를 생산한 곳에서 전기를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것이 열병합발전이다. 서울 목동, 경기 분당 열병합발전소가 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대도시 주변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니 대규모 송전탑 건설이 불필요해지는 것이다.
유럽도 1990년대 초반부터 벨기에에 코젠 유럽(Cogen Europe) 본부를 두고 수요자 중심의 전력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핀란드는 물론 독일, 영국, 일본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세금을 면제해 송전탑 건설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산업체 공장 등에서 자가발전설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발전 대비 자가발전 비율은 4.2%에 그치지만 일본은 16.8%나 된다. 한국도 송전 지역을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서울, 수도권 등 대도시와 산업단지로 나눠 전기 최종소비지 인근에 중소형 발전소를 만들면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필수 선임연구원은 “분산형, 자립형 전력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대형 발전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 원거리 송전의 필요성도 크게 줄 것”이라며 “친환경발전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보급도 준의무화할 경우 대형 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아도 올여름 같은 전력대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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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5 18:23 2013/10/0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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