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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정치' 포스터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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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부산지부 '통일학교' 내부 세미나 자료 내용 보도에 따른 논란에 이어 8월 1일에는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회가 지난 3월 북한의 선군정치 상징 포스터를 ‘새학기 환경미화 통일란 참고자료’(교실 꾸미기 자료)로 추천한 것을 조선일보가 다시 보도하면서 파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레디앙은 25장 사진 가운데서 2장만을 떼어내 전교조 비판의 표적으로 삼은 것은 다분히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전교조를 매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하면서도 전교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전교조의 연구활동이 신중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전교조 내부에 북한에 대한 동포적인 연대를 넘어서 일방적으로 북한 정권에 편향적인 태도는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레디앙의 이 기사에 대한 덧글이 붙으면서 현재 '가장 많이 읽은 기사'로 올라가있다.

  

전교조는 잘못한 거 없나 (레디앙, 문선영 기자, 2006년 08월 01일 (화) 13:49:58) 
서울지부 '선군정치' 포스터 파문…홍세화 "대중과 함께 해야"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의 윤근혁 기자는 전교조의 '북한 포스터' 는 새발의 피라고 하면서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과학연구원이 만든 교사용 지도서 <평화로 통일로>나 서울시교육감이 검·인정해 준 통일 교과서의 예를 들어 여기에는 더 노골적으로 '북한 고무찬양'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얘기한다. 게다가 여기에서는 조선일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의 인권참상'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고, 오히려 "북한 학생들의 수업모습이나 꽃단장한 공연 모습"만 나와 있으니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할 거냐고 반문한다.

   

<조선일보>에 제보합니다 (오마이뉴스, 윤근혁(bulgom) 기자, 2006-08-03 09:51)
"교과서에 '김정일 장군' 선전물이..."
전교조의 '북한 포스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비하면 '새발의 피'

사실 위의 두 기사는 바라보는 시선에도 약간 차이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읽히는 대상이다.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이번 전교조의 파문을 얘기할 때에는 당연히 윤근혁 기자가 한 것처럼 조중동이 범하고 있는 왜곡과 자의적인 해석을 짚어주고 조소해주어야 한다. 조선일보의 그런 기사들은 반박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풍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빨갱이 집단이니까 당연히 전교조가 한 발언과 행동은 모두 '친북적'이고 '북한을 고무찬양할 의도'로 그랬을 것이라고 하고, 보수적인 집단에서 하는 것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북한의 후진성'을 폭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것, 이것이 제대로 된 논리가 아님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으리라. 그래서 조선찌라시라는 말이 붙는지도 모른다.

조중동문에게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각을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겉으로나마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램이 무리일까.

그렇게 조선일보와 보수꼴통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면 끝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전교조 등 대중운동 내에 잠복해 있으면서 NEIS, 교원평가, 사회적 교섭, 반전평화투쟁 등 주요사안에서 원칙적인 주장이 제기되면 대중성을 운운 - 여기에서 말하는 대중성은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이 “수구세력의 구조가 강고하여 그들이 예민한 촉수를 내세워 먹이감이 걸려들면 하이에나처럼 덤벼들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진보 운동이 확보해야 하는 대중성은 아니다 - 하면서 딴지를 놓다가도, 북한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선전하고 옹호해대는 불나방들의 행태는 지적되어야 한다.

북한을 알자는 것, 나쁘지 않다.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나.

북한지원단체인 '좋은벗들'에 따르면 이번 "수해로 북한 당국에 현재 신고된 실종자 수가 4000명에 달"하며 "전체 실종 및 사망자가 1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프레시안, “북한 수해로 실종·사망 1만명 이상”,  2006-08-02 오후 4:29:46) 북한의 신문 방송에서는 피해 실태를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있지만, 좋은벗들에 따르면 "미사일 발사 후 취해진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에 대응해 북한 당국이 '준전시 상태'를 발동하는 바람에 전쟁예비물자를 활용해 수해지역 피해자들을 구제할 도리가 없"고, 기계와 장비도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복구가 인력으로 진행되고 있어 복구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다가, 특히 식량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수해까지 입게 되어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 때문에 국민감정상 정부에서는 지원을 하겠다는 표명을 쉽사리 못할 것이고, 북한을 떠받드는 남한의 일부 세력들은 '존심'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남한 수해복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사람을 모집하는 그들이 북한의 수해지원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 북쪽에서도 어차피 쪽팔려서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지 모른다. 북의 지배계층 또한 고통받는 다수의 민중들을 살리는 것보다 자기 체제의 폐부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민화협)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서는 남과 북의 수해복구를 동시에 지원하는 운동을 계획 중이라고 하니 여기에 묻혀서 지원할 수는 있을 테니,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더불어 2일 광화문 주한미대사관 앞에서 발족한 제19기 범청학련 통일선봉대(통선대)에게도 바란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통선대는 미군철수 여부를 묻는 모의 국민투표, 한미FTA와 평택미군기지확장 사업을 반대하는 범국민서명 운동, 평화리본달기 등을 포함하여 각종 대시민 선전전으로 광범위한 반미역량을 형성할 것과 군산ㆍ평택ㆍ의정부 등 미군기지 철폐투쟁 및 한나라당 새 현판 증정 투쟁 등 실천적인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매년 진행되는 이러한 관성적인 통선대 활동을 통해 수백명의 반미전사를 길러내는 것은 좋다. 십여일간 함께 몸을 부대끼면서, 교양받고 선전, 선동하는 과정에서 이 경험을 발판으로 훌륭한 일꾼이 탄생하는 것은 그렇다 치자.

  

다만 평화투쟁을 왜곡하진 말자. 반전평화가 무슨 전쟁놀이인가? 중대장, 대장 등의 군대식 편재를 가지고 구태의연하고 편향된 논리로 무장한 채 도대체 뭘 획득하고, 무엇을 선전하겠다는 것인가. 학생사회에서 갈수록 왕따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한총련, 한대련, 범청학련의 활동을 겸허하게 평가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무슨 사안이 있으면 맨날 매도되면서도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애처롭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면서도 매번 헛발질을 하는 것에는 질려버렸고...

 

아, 선군정치 포스터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또 옆으로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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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3 13:31 2006/08/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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