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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노동부문 최고위원 보궐선거 찬반투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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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 동지의 글을 수정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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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월 25일부터 진행되는 노동부문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영희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아는 다른 동지들께도 개인적으로 투표 불참을 권유할 생각입니다. 이는 이영희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 이전에, 당의 기강과 자존심에 관한 문제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영희 후보는 노동부문 후보로 단독출마하여 찬반투표로 진행되는 까닭에, 투표율만 50%를 넘으면 당선은 확실할 것입니다. 저간의 사정이 유권자 당원에게 충분히 알려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과반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뿐일 터입니다. 


제가 이영희 후보에 대한 투표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영희 후보는 지난 번 울산북구 재보궐 선거 이후 당의 전반적 문제에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사퇴한 1기 최고위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최고위원 중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 정치적 책임은 공동으로 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관행’에 따라 찬반투표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최고위원으로 다시 들어가려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저는 같은 이유로 2기 지도부에 다시 출마했던 1기 최고위원들(주대환, 박인숙 후보)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백의종군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동의 반성과 쇄신을 위한 과정과 결의의 확인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지요. 그러나 이영희 후보의 경우 1기 시절의 부족함에 대한 인정과 진단조차 없다는 점에서 분노마저 느낍니다.
 
둘째, 이른바 자질론을 주요한 이유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영희 후보는 이러한 점에서 자격 미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기 최고위원 때에도 이영희 후보는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에피소드를 수차례나 연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4년 11월경 정책위원회에서 본을 만든 조세개혁안에 대하여 (이영희 후보를 포함한) 최고위원 일부가 국민감정을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어 혼선을 빚은 것과, 2005년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운동본부장을 맡은 후 9월 분회장수련회에서 무상의료 운동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상의료 로드맵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음을 폭로하여 거기에 참석한 분회장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것을 말합니다. 담당 최고위원이 뭘 담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에게 무엇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당 최고위원회에 해당하는 십수인에 들어갈만한 사람이 그다지도 없는 것일까요? 좀 거칠게 말해서, 그렇잖아도 위기에 처해있다는 당에 무능한 최고위원을 또 한명 추가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셋째, 그러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이 민주노동당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맡는 것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이 행태에 저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비를 3천만원이나 들여 당원 직선으로 ‘선거’는 무엇 때문에 하겠습니까?
 
이영희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투쟁 등 노동 사업이 급한데도 “당에 노동부문 최고위원도 없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탄식했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민주노총에서는 적절한 인물을 정치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뒤늦은 노동부문 보궐선거에 참여해줄 것을 당원들에게 설득력있게 호소했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관행이라니요? 이러한 점에서 저는 민주노총이 당을 너무 경경히 본다는 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넷째, 지금 이영희 후보가 공약으로 제출한 주장들의 부적절함의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레이버투데이의 인터뷰에 나와 있는 '민중참여경선제를 통한 대선후보 선출' 주장이 그렇습니다. "한달 정도의 당비만 받고 투표권을 준다면 당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5천원, 1만원씩만 걷어도, 선거공영제를 통한 경선이 가능할 것이다". 민중참여경선제를 하지 않아서 투표율이 낮은 건가요? 게다가 내놓은 공약 대부분이 당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있어 뜬금없다고 느껴질 지경입니다. 
      
물론 적잖은 당비를 쓰는 절차이며, 또 고생하며 투표를 독려하는 선관위에 맞서 투표반대를 이야기하는게 우스운 꼴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영희 후보가 낙선하거나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효화된다면 당과 민주노총 사이에 '심각한' 긴장과 파문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바로 그러한 긴장과 파문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어온 '비정상적'인 절차의 대의자 선출을 재고하고, 당과 대중조직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계기, 정치적 세력관계에 안주하여 자격없고 자질없는 인물을 내세우는 '몰상식한' 행위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당 대의원대회장에서 이영희 노동부문 최고위원 후보의 유세를 들어보신 분은 이 글의 요지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저의 의견에 대하여 순탄치 않은 현재의 당에 또 소동을 일으키거나 개인을 공격하는게 아닌가하고 불편하거나 언짢게 보시는 동지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혹시나 투표에 참여하여 반대하는 것이 떳떳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동지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05년 12월 30일에 있었던 자이툰부대 파병연장동의안 처리과정을 떠올려봅시다. 처리를 무산시키려던 민주노동당의 표결 '보이코트' 호소를 무시한 채, 민주당과 열우당의 파병반대파 의원들은 퇴장하지 않고 꿋꿋하게 표결에 참여하여 31표의 반대표를 이끌어내었지만, 파병연장 동의안은 158명 재석에 110명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그 31명 중 10명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민주노동당의 호소대로 자리를 떴더라도, 정족수 미달로 파병연장 동의안은 처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결국은 동의안 통과에 힘을 보태는 일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파병연장에 반대했다는 생색을 내고 말이죠. 
   
제가 이번 노동부문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투표 보이코트를 당원 동지들에게 호소하는 이유는 바로 위의 파병연장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얻은 교훈 때문입니다. 저는 보궐선거 찬반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당우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것입니다. 이러한 저의 고민에 관악구위원회 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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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3 01:26 2006/08/23 01:26

9 Comments (+add yours?)

  1. 종이한장 2006/08/23 01:30

    이러한 비판이 있는지 모르는지, 이영희 전 최고는 유세랍시고 서울시당임시대대에 나와서 자기 주장만 열심히 펼치더군요. 아마도, 이런 주장은 별로 신경 쓸 가치가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였으리라 봅니다. 기권을 할지 반대를 할지 고민입니다. 보이콧의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그 흐름에 동참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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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행인 2006/08/23 02:16

    레이버투데이 기사를 보고 참 가관이라는 생각을 했죠. 저도 보이콧 합니다. 이걸 어떻게 공식화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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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자 2006/08/23 04:53

    보이콧이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투표할 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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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not 2006/08/23 09:26

    어제 투표를 독려하는 당의 전화가 왔었습니다. 투표독려는 제겐 처음.
    수고하시네하고 생각했으나... 보이콧 흐름에 동참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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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새벽길 2006/08/23 14:20

    보이콧을 어떻게 공식화할까요? 전진내에서 움직임이 있지만, 노동쪽이 공식화하는 것에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던데...
    게다가 이게 가시화되면 오히려 상대편에서 적극적으로 덤벼들 수도 있고요. 잘 판단이 안서서리 그냥 지역위 게시판하고 블로그에만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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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야스피스 2006/08/24 15:05

    저도 당근 보이콧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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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뻐꾸기 2006/08/24 15:33

    그랬군요. 방금 중앙당이라고 하면서 전화가 와서 투표를 하라고 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더 생각해보아야겠지만 보이콧이 답일 것 같군요

     Reply  Address

  8. not 2006/08/26 03:17

    쳇, 어젠 이덕우 선관위원장의 투표독려 녹음 안내전화까지...
    갑자기 확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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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새벽길 2006/08/26 09:18

    저도 어제 이덕우 중앙선관위원장에게서 음성녹음 메시지를 받았지요.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선관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것이겠지만, 괜히 저도 짜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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