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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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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문자 하나를 받았다.
 

부평을이재훈(일고4ㅇ회)후보개소식4/15일11시산곡2동에스코타운ooo호(☎032-508-oooo)

 
문자를 넣은 인간은 도대체 내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고등학교 동문회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등을 알고 보낸 걸까.
 
부평을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이재훈 후보는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역임한 이로, 과거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산자부 장관을 지낼 때 함께 호흡을 맞췄던 사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며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였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대우차 출신이라고 하여 공천을 받은 모양인데, 관료일 때 한미FTA를 적극 추진한 인물이라서 이재훈 후보와 막하막하다.
 
나이를 나름 먹을 만큼 먹었고, 이 정도면 표를 긁어모을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다고 간주된 탓인지 선거 때면 학연에 의존하여 지지나 후원을 요청하는 문자가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얻은 표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심사일 터이다. 바로 그런 것이 보수정치일 것이고...
 
헌데 저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모 후보의 선거운동 또한 이와 비슷한 짓을 했다고 한다. 전화홍보시에 김 후보가 지역 명문고를 졸업한 호남 출신이고,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 등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진보교육감 후보를 자처하고자 했다면 선거운동 또한 진보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을 때 각종 당직선거에서 전화홍보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정책이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단지 인지도만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전화홍보. 결국 내가 당직에 출마했을 때는 의도적으로 전화홍보를 하지 않았고, 전화홍보는 한 만큼 효과가 있었기에 당연히 떨어졌다. 아마 진보신당도 이런 선거운동의 측면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일 수 있는 당원들은 특정한 후보선호가 있지 않은 다음에는 자신이 전화를 받았을 경우 그 성의(?)를 생각해서 투표를 하였고... 진보적이라는 건 어디까지 적용되는 것일까.
  
아무튼 그 진보 교육감 후보의 이력을 보니 그 또한 나의 고등학교 동문 선배였다. 요즘은 일고 전성시대라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엊그제 봤던 서울신문에 민주당의 송민순 의원과 한나라당의 김장수 의원을 맞수로서 비교해놓은 기사가 났는데, 거기 경력 비교란에서 김장수 의원이 일고 출신인 것이 보이더라. 둘다 참여정부 하에서 비슷한 시기에 외교안보정책 조정회의 성원으로서 외통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지냈기에 그런 기사가 났겠지만, 나는 엉뚱한 것에 눈길이 갔던 것이다. 요새는 왜 이런지 몰라.
 
언젠가 '진보적 연고주의'라는 용어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학연도 거기에 포함되려나. 학연으로 따지면 나는 분명 기득권자임에 틀림 없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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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4 19:41 2009/04/14 19:41

8 Comments (+add yours?)

  1. [은하철도] 2009/04/14 20:53

    저는 학연이라고 할 게 없어서 참 다행ㅋ 새벽길동지는 학연으로 얽힐 일이 많으셔서 좀 짜증나시겠어요. 저도 김당선자 선본에서 그런 식으로 전화홍보했다는 얘기 듣고 많이 부끄러웠다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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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길 2009/04/16 00:14

      제가 그런 걸 이용할 일이 없었으면 할 뿐이죠. 다들 당선만 되면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무마되고 그를 능가하는 활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게 되지 않아서 문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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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처절한기타맨 2009/04/14 22:41

    재작년 진보신당 총선때 인생 첨으로 문자 200통 돌렸습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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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밀리오 2009/04/15 21:20

      저도 총선 때 미친듯이 문자를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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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길 2009/04/16 00:16

      2008년이겠죠? 사실 문자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전화통화가 효과가 큽니다. 저도 선거 때마다 전화돌리곤 했지요. 헌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전화돌렸던 게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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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산오리 2009/04/15 17:35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게 무슨 예의처럼 된 모양이에요.
    YS, DJ의 영향력이 100년 갈거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실현이 될거 같아 더 무서운 대한민국이에요..ㅠㅠ

     Reply  Address

    • 새벽길 2009/04/16 00:19

      저는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하게 되면 고향과 학번, 대학은 묻지 않도록 항상 기억해둡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통해 더 친해줄 수 있다고 보더라구요. 사실 그렇게 친해진 관계가 더 무서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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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에밀리오 2009/04/15 21:20

    저도 나름 그 김 모 후보랑 학연(선후배 뭐 이런건 아니지마는;;)으로 얽혀 있기도 하고... 여차저차 해서 민노당 사무실 갔다가 그 꼴이 봤는데... 거참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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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길 2009/04/16 00:22

      사람들은 모두 좋은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잘 보게 되는 듯 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김 모 후보는 제가 관계하고 있는 연구소의 이사장이시기도 한데,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 것은 아닌지... 아무튼 반면교사로 삼으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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