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먼 저편 -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들에게 (체 게바라)

View Comments

이 시를 왜 다시 담아오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뮤지컬 삽입곡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블로그에 올리려고 하다가 그 전에 퍼놓았던 이 시가 보여서 담아왔구나.
 
내가 2003년 11월 노무현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 이 시를 옮겨놨던 것은 아마 노동자들이 연달아 자신의 몸을 불살라 절절한 요구를 표명할 때 이제 '죽음으로 항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비난하던 노무현을 도저히 그냥 보기 어려웠기 때문일 터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을 내가 동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동지와 착취자의 경계는 어디일까. 그 구분이 어렵다는 게 이 시대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착취자를 동지라고 부르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2003.11.11
 
2002년 말 문화산책에서 나온 체 게바라의 시집 <먼 저편>은 그 시집이 나올 때는 몰랐다. 최근 울산 북구 지구당에 갔다가 거기에 누군가가 옮겨놓은 것이 있어 표제작을 퍼왔다. 표제작 <먼 저편>은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이는 체 게바라가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말인 동시에, 시를 엮은 이산하님이 말하려는 주제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인권변호사라던 노무현이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며 지배계급의 개가 되어 있는 형편을 보면서, 이 시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내 자신에 대한 경종으로 읽고 싶다.  
  

 

 Soledad Bravo - Hasta Siempre: Comandante Che Guevara

 



 먼 저편
  -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들에게


                                                체 게바라

지금까지
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
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
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
하지만
그 맹세가 하나둘씩 무너져갈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도
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그것을
우리 어찌 세월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한줌도 안 되는 독재와 제국주의 착취자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
그대들 스스로를 비참하게는 하지 말아다오
나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만큼은 참을 수가 없구나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빈 산은 너무 넓구나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저렇게 반짝이고
나무들도 여전히 저렇게 제 자리에 있는데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산은 너무 적막하구나

먼 저편에서 별빛이 나를 부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7/03 02:21 2009/07/03 02:21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gimche/trackback/754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새벽길

Recent Trackbacks

Calende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