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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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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가시나무님이 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이라는 시를 올린 것을 보고, 전경옥의 노래가 생각났다.

사실 나에게는 도종환 시인의 시보다 전경옥의 노래가 더 가깝다. 도종환 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류형선 님이 곡을 썼는데, 가사는 시와 약간 다르다. 그리고 2000년 열린 전경옥 콘서트 공연 가시집에는 아래와 같이 나와 있는데, 이 또한 시, 노래와도 다른데, 나중에 다시 바뀐 것인가. 

 

누구나 시작할때는
맑은 마음으로 산골짝을 나서지
누구나 처음에는 그렇게 여린 물줄기였지
 
시간이 흐르고
다른 물줄기들을 만나고
더 큰 물줄기로 나아가기위해
흐린 손으로 합류된 물줄기와 뒤섞이고
이미 더럽혀진 물을 만나 또다시 뒤섞이고
그러다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린 물
길을 잃은 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멀리가는 물을 보라
멀리가는 물을 보라
흐린것들과 부대끼고
더러운 것들과 뒤엉켜
때묻은 손
촛점 잃은 눈
길을 잃은 어깨들을 일으키며
본래의 제 모습을 간직하며 유유히
멀리가는 물
끝내 멀리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아래 노래는 전경옥 2집 [가슴앓이]에 실린 것이다. 사실 '멀리 가는 물'보다 '힘내라 맑은 물'을 더 좋아하지만, 이 노래도 듣기 편하다. 노래와 함께 나오는 영상은 봐도 좋고, 보지 않아도 좋고...

 

멀리 가는 물
글 도종환 / 곡 류형선 / 노래 전경옥
 
누구나 처음에는 맑은 마음으로
산골짝을 나서는 여린 물줄기였지
세월이 흐르고 먼 길을 가다 보면
흐린 물 줄기 때 묻은 것들과 뒤엉켜 흐르게 되지
그러다 그만 거기 멈춰 버린 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멀리 가는 물 있으니 흐린 물줄기를 만나도
때 묻은 물줄기와 뒤엉켜도 다시 맑아지며 멀리 가는 물 있으니
보아라 보아라 저기 멀리 가는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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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21:25 2010/01/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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