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행정과 지방자치: 이익ㆍ제도ㆍ이데올로기 시각에서

View Comments

아키즈키 겐고. 하정봉ㆍ길종백 옮김. 2008. 『행정과 지방자치: 이익ㆍ제도ㆍ이데올로기 시각에서』. 서울: 논형.
 
옮긴이들은 국가와 사회 사이에서 두 영역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지방정부로, 국가 입장에서 보면 가장 말단의 행정조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주민 입장에서 지방정부는 가장 가까운 행정이 된다고 하면서, 국가와 사회 속에서 분석할 때, 행정과 지방자치의 위치가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약간 편향된 느낌이다.
 
이 책은 ‘사회과학의 이론과 모델’이라는 시리즈의 하나로서 나온 것인 듯한데, 편집자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공공선택론과 계량분석을 통합하여 다양한 사회과학의 이론과 모델을 정리ㆍ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책의 부제를 보고 그럴싸하다고 봤는데, 그 실 내용은 그게 아니었던 셈이다. 아래 몇 가지 발췌한 부분은 있지만, 새롭게 내가 여기서 알게 된 것은 별로 없다. 지방행정론에 대한 교과서로 보기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고... 

 

아래 발췌한 내용은 나중에 관련된 글을 쓸 때 혹시나 써먹을 수 있을까 해서, 또는 과거에 공부했던 것을 복습하는 겸해서 옮겨놓은 것이다.

 

○ 세 가지 ‘시각’으로서 이익ㆍ제도ㆍ이데올로기는 보다 안정적이다. 시각이란 인간과 단체 등 정치적 행위자의 행동패턴에 관한 결정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데올로기는 ‘어떤 종류의 행동양식을 형성하고 유도하며 조직화 및 정당화하는 동시에 그 외의 행동양식은 부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현실을 묘사ㆍ해석ㆍ평가하는 신조 및 언어의 패턴’이다. (42쪽)
모델을 만들거나 이용하거나 혹은 정치현상을 분석할 때 이익ㆍ제도ㆍ이데올로기의 세 가지 시각을 의식하는 것이 유용하다. (52쪽)
 
○ 제도의 문제
제도는 사회 내 개인의 행동을 일정한 패턴으로 유도하며 이익의 배치상황까지 좌우한다. (47쪽)
일본에서는 몇 차례 지방제도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려는 구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현되고 있지 못한데, 그 이유는 첫째, 시정촌, 부현이라는 제도구조에 따라 사회의 조직화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현이 없어지게 되면 지사직과 의원직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의 여러 행위자들도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의 행정기구도 마찬가지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성청재편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렇게 성청재편이 난항을 겪은 것은 각 성청별로 잘 조직화되어 있는 관료들의 저항과 함께 각 성(省)ㆍ국(局)ㆍ과(課)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사회 내 이익단체의 힘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47-48쪽)
한번 탄생한 제도는 변경ㆍ폐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존속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가 장기간 존속하게 되면 제도는 중립성과 익명성이라는 성격을 획득하게 된다. 중립성과 정통성을 획득한 제도는 더더욱 장기간 존속하게 된다. 여러 나라에서 채택된 위헌법률심사 제도의 경우 제도를 탄생시킨 산파역(마샬 미 연방최고재판소 수석판사)의 의도는 연방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려는 당파성에 기초한 것이었지만, 오늘날 이러한 점 때문에 위헌법률심사 제도의 정통성을 의문시하는 사람은 없다. (48-49쪽)
제도에는 보완성이라는 성격도 있다. 제도는 몇 가지 관련된 제도가 상호의존적으로 기능한다. 초등교육, 중등교육, 대학 등의 교육제도가 그 좋은 예다. 어떤 계기로 하나의 제도가 변하면 이에 관련된 제도들의 변화가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도의 보완성이라는 성격은 그만큼 제도개혁이 어렵다는 점을 나타낸다. (49쪽)
 
○ ‘행정’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국가와 사회와의 관계에서 행정의 위치는 유동적이다. 행정의 위치는 행정의 정의에 따라 다르며, 행정과 정치와의 관계, 즉 어떤 방식을 통해 정치가 행정을 통제하는가, 그리고 사회 내 다양한 이익이 행정에 어느 정도 침투하는가라는 것에 따라 변화한다. (57쪽)
 
○ 사회의 기능적 분화와 지방정부
다원주의 모델의 발전은 국내의 지리적 단위로서의 지방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1960년대의 소위 지역권력구조논쟁에서 다원주의 논자들은 미국 도시정치를 폐쇄공간으로, 그리고 국가의 축소판으로 간주하여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정치현상을 분석하였다.
코포라티즘과 국가주의에서는 많은 경우 지리적인 단위로서의 지방과 지방정부를 분석의 초점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포라티즘 분야에서는 ‘지역(region)’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범위 차원인 지리적(지역, 지방정부), 기능적(정책영역) 하위체제에 한정하면 코포라티즘의 적용 가능성은 높아진다. (66-68쪽)
근대화라는 과정이 가져온 ‘제1차적인 공동성(민족ㆍ언어ㆍ종교ㆍ동일공간의 지속적 공유 등의 요소로 구성됨)과 제2차적인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편성원리(시장관계ㆍ행정ㆍ통치기구ㆍ교육제도 등)’의 긴장관계 속에서 ‘후자의 차원적 우위’가 점차 명확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국가에서 지방정부의 활동, 사회에서 지리적 연계, 경제성과의 지역별 다양성 등에 연구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부활’(“puting region back in”)이라는 문맥에서 국가와 사회와의 관계 전체를 재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69쪽)
지방정부의 행정서비스 확대, 지방재정지출의 확대라는 양적변화의 배경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심이 중복된다는 문제가 있다. 중앙은 외교ㆍ사법ㆍ국방 기능을 담당하고 지방은 사회서비스를 담당한다는 고전적 역할분담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교육ㆍ문화ㆍ보건위생ㆍ의료 등 지방정부가 주로 담당하였던 사회서비스를 비롯해 최근에는 환경보전 문제에까지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함께 기술혁신에 의해 과거 지역수준에서 완결되었던 사업도 전국규모로 확대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간 관계론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70-71쪽)
 
○ 전문기능화ㆍ네트워크ㆍ지방정부
정책네트워크에 관한 논의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논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러한 정책네트워크론은 국가가 사회로부터 완전히 자율적이지 않다는 발견에서 출발한다. 둘째, 전문가들의 집단, 소위 ‘전문가 공동체’라 불리는 특정문제에 관한 전문지식ㆍ기능을 상당부분 배타적으로 공유하는 집단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Laffin, 1986). 셋째, 이러한 정책네트워크는 유동적이다. 어떤 한 정책영역을 설정하였다 하더라도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형태가 변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분류유형과 현재의 분류유형이 다를 수 있다. 넷째, 이러한 정책네트워크 논의는 소위 중범위 수준의 분석도구, 즉 정책영역 별로 다양한 과정을 설명하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고 거시수준의 이론모델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77-80쪽)
정책네트워크가 지방자치, 지방정부에 갖는 함의: 첫째, 정책네트워크론은 지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전제조건하에서 지방정부를 국가(중앙정부)로 의제하여 지방정부와 주민, 각종 단체, 기업 등 사회 내 행위자들과의 관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지방정부와 한정된 국가행위자 간의 배타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가 국가와 사회에 걸친 정책네트워크에 대해 다양한 전략을 동원하여 침투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정책네트워크가 형성되면 국가차원에서 한 관청이 가지는 정책전반에 관한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경우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정책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정책네트워크에서 전문가(professional) 공동체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정부가 전문가 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는 지방정부의 자원과 전략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81-83쪽)
 
○ 지방자치: 그 존재이유
(1) 목적으로서의 지방자치 (96-98쪽)
- 자기 통치(self rule): 자기 지배 소망을 만족시키는 정치적 방법으로 자신에게 가능한 한 가까운 정부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인간의 이러한 본질적인 소망에 합치되었기 때문에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 지역 자율성(regional autonomy)
(2) 도구로서의 지방자치
- 효율성: 제국의 한계(아무리 교통과 통신 등의 기술이 진보한다 하여도 단일한 권력체제, 정치체제가 지배 혹은 통치할 수 있는 범위는 물리적ㆍ심리적으로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효율적 통치시스템으로서 지방자치제도라는 성격은 민주주의 체제의 확립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공리주의자들은 한정된 자원을 유효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범위 내에서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편이 오히려 통치에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 지방자치를 촉진 내지 추진하려 하였다. (98-99쪽)
- 중층적인 접근 점(access point): 메디슨 등 미국의 고전적 다원론자들은 다원적 정치사회에서 주와 지방정부가 중층적인 접근점으로서 기능할 것을 기대하여, 보다 강력한 중앙정부를 수립하려고 하면서도 주와 지방정부의 존재를 제도설계에 불가결한 요소로 생각하였다. 어떤 국면에서는 패자일지라도 다른 국면에서는 이를 만회할 가능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써 자치의 의의를 인정하였던 것이다. (99쪽)
- 정책의 선택지(대안)
 
○ 잭슨주의의 제도화와 지방자치
잭슨의 대통령선거 승리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상인, 금융업자, 무역상, 대농장경영자 등으로 구성된 독립당시의 안정된 통치연합은 지리적으로는 서부에 위치하면서 토지를 갖지 못하여 개척을 통한 정주를 되풀이하는 사회의 하위 계층, 이른바 ‘서민’으로부터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잭슨은 그러한 서민들의 대변자였다. 그들의 정치적 태도와 사고방식은 잭슨의 선거, 잭슨의 통치를 거치면서 점차 이데올로기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 그 핵심 내용은 통치에 있어서 귀족태생, 특수한 능력, 그리고 대학 등에서 획득하는 교양이나 자격이라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만일 그러한 조건들을 필요로 하는 통치체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올바르지 않은 통치체제라는 신념이다. 통치에 종사하는 공직자는 오로지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어야만 한다. 공직에 의해 선출되는 자리가 많을수록 좋으며 그 임기는 짧을수록 좋다(long ballot, short term). 왜냐하면 이런 방식이 피통치자가 통치자를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에서 피통치자의 의사형성, 의사전달을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은 정당이라고 간주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통상 잭슨 민주주의(Jacksonian Democracy)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은 지금도 주와 지방차원의 정치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117쪽)
잭슨민주주의와는 대조적으로 19세기 후반의 시정개혁운동 추진자들은 통치에서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선거는 의회와 단체장 정도로 한정하고 당선자에게는 타 공직에 대한 임면권을 포함한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다(strong mayor system). 정당은 민의를 반영하는 것보다 민의를 왜곡할 우려가 있으므로 부정적으로 생각하였다. 선거와 행정의 집행에서 부패방지를 중시하였으며 이를 위해 공직선출에서 엽관제를 폐지하고 실적주의를 도입하였다. 또한 시정개혁운동은 학문으로서의 행정학을 탄생시켰다. 행정학이 그 태동기에 정치와 행정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했던 것은 이러한 시대배경에서 볼 때 당연한 것이었다. 개혁운동은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주와 시의 통치구조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그것은 일정정도 실현되었다.
잭슨 민주주의와 개혁주의라는 통치에 대한 두 개의 상반된 이데올로기는 미국의 정치 전체 그리고 지방자치의 큰 조류로서 현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Johnson et al., 1990: appendix, 7). (118-119쪽)
 
○ 인권과 지방자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나 총체로서의 국가보다도 그 권력을 행사하는 데 ‘상대적으로 강제적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지방자치를 촉진하는 것이 인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March and Olsen, 1989: 97). 
때로는 자치 그 자체가 가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한 경합하는 여러 가치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라는 문제도 지방자치의 운영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125쪽)
 
○ 아마카와 아키라(天川晃)의 집권ㆍ분권/융합ㆍ분리 모델
집권과 분권의 문제는 다양한 정책결정 권한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이 보다 강한가라는 것이다. 아마카와는 융합과 분리를 중앙의 결정을 중앙의 특별행정기관에서 실시하는가 아니면 지방에 분담시키는가라는 일종의 사무배분에 기초하여 정의하고 있다. (139쪽)
어떤 특정한 사업 혹은 정책영역이 중앙정부, 지방정부 어느 쪽의 관할 하에 속하는지가 명확하게 되어있는 경우는 ‘분리적’, 혼재되어 중첩되어 있는 경우에는 ‘융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한 국가 통치시스템에 대해 융합적인가 분리적인가를 측정하는 경우 당연히 모든 정책영역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앙과 지방, 양쪽 모두 정당화 가능한 동시에 관심이 있는 영역에 대한 판단 방법일 것이다. 즉 어떻게든 한쪽의 정부수준에 일임하려는 태도를 취할 경우 분리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고 복수의 정부 차원의 관심, 혹은 관여의 중복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오히려 협동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는 태도를 취할 경우에는 융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44쪽)
 
○ 토포크라트(topocrat)
통치상 전문지식과 기술의 필요성은 행정기관과 행정관료의 분화를 가져왔다. 미국에서도 행정의 여러 기능이 세분화되면서 특정한 지식을 갖춘 이른바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로 불리는 소수 전문 기술관료 집단의 영향력 증대경향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새뮤얼 비어(Beer, 1978)에 따르면, 이러한 테크노크라트의 대두와 함께 그 대항자로서 토포크라트가 등장한다고 한다. 토포크라트는 그리스어의 ‘토포스’(장소)에서 파생된 조어로서 지역적 단위로부터 정치적인 위임을 받아 그 지역의 전체적 이익 증진을 도모하려고 하는 선출ㆍ비선출직의 정치 엘리트를 가리킨다. 그들은 단독으로 혹은 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전국조직이라는 장을 활용하여 활동한다. 비어는 이러한 현상을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의 분석틀로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연방제 대표구조의 변화’라고 본다. 아울러 지역과 기능의 대립이 지방정치의 지도자들에게 일종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토포크라트의 관심 범위는 그들 권위의 원천인 지역의 경계선에 한정된다. 이념형으로서 토포크라트는 특정한 기능적 이익에 대해서는 일체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만일 그들이 특정한 기능적 이익에 편향되어 지역전체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고 지역주민들이 판단하는 경우, 그들의 정통성은 무너지게 된다. 한편 이념형으로서의 테크노크라트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일체 관심을 두지 않는다. (146-147쪽)
라이트는 ‘말뚝 울타리 연방주의(picket fence federalism)’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각종 이익단체가 정책영역별로 연방ㆍ주ㆍ지방자치단체라는 정부차원을 종단하는 형태로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것으로서 정부차원별로 전국횡단적인 조직(소위 Big Seven, 미국 주정부 및 지방정부와 관련된 지방연합조직)이 형성되어 있다. 전자가 자신의 지분확대를 위해서 개별보조금 획득에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후자는 주ㆍ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서 보다 운용 폭을 넓히기 위해 세입공유(revenue sharing)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 양자의 긴장관계가 미국 연방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토포크라트의 활동은 이러한 전국횡단적인 지방조직의 로비활동에 그치지 않고 개별적인 지방정치가들의 지도력 발휘라는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주지사의 법적 권한강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주민이 지방정치 리더가 발휘하는 기능적 이익에 대한 대항력에 기대 내지 일정한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Wright, 1990). (147-148쪽)
 
○ 티부(Tiebout) 모델
티부 모델이 지방재정 논의에서도 아주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의 지방정부가 납세자 획득경쟁을 서비스와 세율의 패키지를 통해 행하고 있다는 것, 또한 주민이 어느 정도까지 그러한 지방정부가 제시하는 패키지에 따라 실제로 주거지를 바꾸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였다는 점이다. 티부 모델은 현실 관찰에서 도출된 모델이 아니라는 약점이 있지만, 현실 발견을 촉진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172쪽)
 
○ 피터슨(Peterson) 모델
피터슨은 『도시한계(City Limits)』에서 미국 연방제 가운데 도시가 놓여 있는 구조적인 위치를 명백하게 하면서, 복지(또는 재분배)라는 정책영역에서의 정부간 관계의 특징을 묘사하고 있다. 피터슨에 따르면 주민이 세금 부담으로 얻는 편익과 세금의 비율,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수요와 공급 비율과의 2개의 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공공지출은 최적규모가 된다. 또한 피터슨은 ‘도시 이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지방정부가 복지정책을 열심히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피터슨에 의하면 도시의 이익증진에 공헌한다고 생각되는 개발정책, 즉 도시의 경제적인 가치를 증진하려는 기업유치정책이나 관광자원보호정책 등은 주민의 지지를 얻기가 쉽다. 한편 재분배정책, 즉 수익자(복지서비스의 소비자)와 부담자(그 때문에 필요한 세금을 납부하는 자) 간에 불일치가 생기고 그 결과 소득계층 사이에 자원이 이전되는 정책은 주민 사이에서 지지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즉 재분배정책을 충실하게 실시하는 것은 이미 살고 있는 저소득자층의 지지를 받을 뿐만 아니라 타 지역으로부터 그러한 서비스의 제공을 기대하는 저소득층의 유입을 불러온다. 반대로 편익보다 부담이 커지는 소득수준이 높은 주민은 이러한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호와 더 일치하는 지방정부로 거주지를 옮기고 만다. 부유한 이주자들이 이주하게 되는 도시는 당연히 재분배정책에 다른 지역만큼 열정을 기울이지 않는데, 그 도시의 지방정부에게 이러한 유입은 그 자체로 잉여자원(세금부담 능력이 높은 신주민)을 낳고, 도시 이익에 일치하기 때문에 재분배정책에 열정적이지 않은 태도를 지속하게 될 것이다(Peterson, 1981: 20-38). (173-174쪽) 피터슨은 복지정책과 지방정부의 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와는 달리 정치가나 행정관의 선호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복지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하였다. (175-176쪽)
피터슨과 마크 롬(M. Rom)은 복지서비스 수준의 격차에 의해 복지수급자의 이동이 발생한다고 하는, 이른바 ‘복지의 자석효과’에 대해 검증하였다. 그들은 복지의 자석효과를 검증하는 데 직접적 관찰대상인 낮은 수준의 주로부터 높은 수준의 주로의 수급자의 이동에 더하여 해당 주에 거주하는 빈곤층의 정주 정도와 합쳐 표준화한 빈곤율을 고안하였는데, 복지수준이 올라갈수록 빈곤율도 상승한다고 하는 정의 상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Peterson and Rom, 1990: 2-71). 즉 주를 포함한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복지를 충실하게 시행할수록 도시의 경제적인 지위를 저하시킨다고 하는 딜레마에 실제로 직면하고 만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176쪽)
 
○ 이중국가론
손더스는 국가구조에는 중앙과 지방의 이중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원주의 모델은 지방차원의 경합적이며 개방적인 정치과정에 적합하고, 마르크스주의 모델은 중앙차원의 코포라티즘적인 정치과정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원주의 모델은 노동재생산 비용을 낮게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소비(social consumption)’에 해당하는 공공지출을 둘러싼 과정이며, 마르크스주의 모델은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에 해당하는 공공지출을 둘러싼 과정이다. 사회소비는 지방정부가 주민에 대한 투자나 서비스 제공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사회투자는 중앙정부에 의해 사적 부문(private sector)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두 개의 국가기능은 때때로 충돌하지만 지방정부가 사회소비를, 그리고 중앙정부가 사회투자를 맡는다고 하는 기능분화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손더스는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첫째, 사회소비 기능이 필연적으로 사회투자 기능에 종속되는 것은 사회투자가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들을 정비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주민에 대한 (지방정부의) 민주주의적인 책임은 필연적으로 중앙차원의 코포라티즘 전략에 의해 저해받기 때문이다. 셋째, 대개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 등의) 사회적인 필요(needs)를 요구하는 이데올로기가 개인 소유권의 이데올로기 앞에 굴복하기 때문이다(Saunders, 1981: 34). 즉 사회투자는 결국 사회소비와 충돌하여도 우선되어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회투자가 사회소비에 비해 이익으로서 더 중요할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종속된다고 하는 제도적인 구조에 의해 확보되기 때문이며, 나아가 이데올로기로서도 더 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국가론 모델은 영국에서 대처 정권에 의한 복지국가 해체 시도의 흐름과 맞물려 발생하였던 노동당 좌파가 장악한 지방정부와 대처리즘하의 중앙정부와의 다툼이라고 하는 현실정치의 전개 하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되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이에 대한 상당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먼저 이중국가론이 너무도 결정론에 기울어 중앙과 지방 리더의 정치적 책략 등의 연구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중국가론은 국가와 사회의 관계 그 자체에 초점을 둔 나머지 중앙ㆍ지방을 포함한 공공부문 내부의 조직이나 전략을 소홀히 다루었다. 다음으로 자본주의 국가의 공공지출을 이 모델과 같이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느 정도 타당한가라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교육정책은 개개인의 교양을 높여 사회생활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에서는 사회소비적인 요소를 지니는 것이지만, 동시에 노동력의 질을 높여 생산성을 더 향상시킨다는 의미에서는 사회투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기능의 분류가 곤란하다고 하는 문제는 오코너(O'Conner) 등도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떠한 예산항목도 그것의 주요한 목적을 판별하고, 어떤 정치적ㆍ경제적 세력에 공헌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분류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모호함을 남긴 구분에 따라 정부조직이나 그 외의 정치행위자가 어떻게 행동하며, 어떠한 정책과정을 거치게 되는가가 결정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왜 그러한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나아가 사실인식의 문제로서 예컨대, 어느 정도 중앙정부의 구속 하에 산업정책 등의 사회투자가 있지만, 점차 영국에서도 지방정부의 중요한 역할로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 또한 전국 기준에서 중앙정부가 행하고 있는 사회보장 프로그램도 존재한다는 것 등을 들어서, 이중국가론 모델이 시사하는 정도로 단순한 기능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177-179쪽)
 
○ 공공부문에 의한 서비스 제공에 대해, 어느 정부 차원이 서비스 내용의 결정권을 가질 것인가의 논의는, 국내의 통일적 기준에 적합한 평등하며 지리적인 조건에 따른 격차 없는 서비스와 지방별 특수 사정을 고려에 둔 개성 있는 서비스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에 의하여 결정된다. 일본에서는 전자의 평등한 공급 쪽에 중점을 두어 왔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권한을 보유하고 (행정)지도를 통해 평균적인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져 왔다. (202쪽)
 
○ 이와사키 모델
이와사키 미키코는 분권개념에 대해 전체차원(중앙정부)과 지역차원(지방정부)의 법적인 관계, 결정자와 집행자의 위치, 지역차원의 재정, 각각의 시민과의 관계 등을 근간으로 하여, 연합형ㆍ연방형ㆍ단일형ㆍ출장형의 4가지 주요 모델을 제시한다. 연합형은 전체차원의 기관이 지역차원의 복수정부에 의해 창조되고, 시민은 지역차원에서만 참정권을 지닌다. 연방형은 전체차원ㆍ지역차원이 각각 독자적인 헌법을 지니며, 시민도 각 차원에 모두 참정권을 지니고, 양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대등하다. 단일형은 전체차원 정부에 의해 지역차원의 정부가 창조되는 관계이지만, 양자 모두 시민이 참정권을 지닌다. 양자의 관계는 전체차원이 결정하고 지역차원이 집행하는 측면과 전체차원이 지역차원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측면 등이 있다. 출장형은 전체차원의 조직 일부로서 지역차원 기관이 존재하고, 시민은 지역차원에 대한 참정권이 없다. 이러한 각 주요 모델 중 지방차원이 결정(가정)에서 지닌 영향력과 집행(과정)에서 행사하는 재량을 기준으로 하여 다시 4개의 분류가 있다. 이와사키 모델에서 집행자의 재량 등은 하위 모델 중에서 처리되며, 최종적으로는 시민에 의한 접근 내지는 의견표출 통로가 보장된 정부단위가 어느 수준까지 공존, 경합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의해 분권의 정도가 측정된다. (205-206쪽)
 
○ 분권을 둘러싼 이익ㆍ제도ㆍ이데올로기
(1) 이익
분권개혁을 추진하는 데 과연 어떠한 이익이 작용하고 있는 것인가?
우선 국가 행위자 중에서 중앙정부가 집권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에서도 분권화개혁의 경우 때때로 ‘관료의 저항’이 있었다. 확실히 중앙 관료가 분권을 열심히 추진하는 것은 통상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유보사항이 필요하다. 첫째, 중앙관료제에서 지방정부와 직접 연결된 관청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그 관청의 방침에 따라 분권개혁이 진행되는 경우이다. 둘째, 국가 행위자로서 중앙관료제를 넘어서는 정치적 영향력이나 법적 권한을 지니는 행위자가 관료를 뛰어 넘어서 지방분권 추진을 시도하는 경우 국가주도형 분권이 된다. 영국의 블레어 정권의 분권개혁은 수상 자신과 아주 소수의 측근이 협의하여 단기간에 결정하고 그것을 국민투표에 회부했던 것이다. 셋째, 국제환경 변동 등의 영향을 생각하는 경우 중앙관료제가 적극적으로 분권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관청 형성(bureau-shaping) 모델에 따르면 관료는 자신들의 기능을 정리하여 재량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중앙관료제가 오히려 지방분권을 촉진하거나 거기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높은 비용을 투입하여 저지하려는 선택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215-216쪽)
지방정부는 기본적으로 분권에 찬성할 것이다. 정치에 참가하는 행위자로서 영향력과 재량 확대는 바람직한 것이며, 그것을 제도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이라면 추진을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유보가 필요하다. 지방정부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며 조직단위의 수는 지방정부가 더 많다. 지방정부가 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관련하여 지방정부 내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제도상 위치다. 분권개혁의 수익자 내지는 분권의 주요 담당자가 어떤 정부 수준이 될 것인가가 명확해지면, 정부 차원 간에 의견차이가 발생하며, 단지 지방분권추진으로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둘째는 윤택한 지역과 빈곤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격차다. 재무내용이 좋은 지방정부, 지역 내에 우량 기업이 있어 조세수입이 윤택한 지방정부라면 개혁에 적극 지지를 하겠지만, 중앙이 관리하는 지역간 격차 보정 계획에 의해 재정을 지탱하고 있던 지방정부는 오히려 반대로 돌아서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중요한 이익인 비즈니스 단체 등의 행위자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완전히 다른 방향성이 시사되어 왔다. ‘분할하여 통치하라’는 격언대로 국가권력보다 세분화된 지방정부로 권한을 이전하는 편이 비즈니스로서는 제어하기 쉽다고 생각하여 분권을 추진 내지는 지지할 것이라는 것과, 지방분권이 지나치면 경제활동 등의 규제 및 관여가 지리적인 단위에 따라 제각각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해 비용이 커지게 되므로, 특히 전국 규모의 시장에서 활동하는 비즈니스 단체의 경우는 분권에 반대할 것이라는 두 견해이다.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실시하는 국제기관이나 선진국 원조기관의 경우 분권화를 촉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최근에는 우세한 것 같다. 그 배경에는 분권화가 높은 참여와 응답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좋은 정부(good governance)’로 이어진다는 기대와 함께, 지금까지 원조 장애(bottle neck)가 중앙정부의 관료제나 국가원수급 거물의 부패에 그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분권화를 통해 원조 프로젝트를 직접 모니터링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방분권화는 권력의 세분화를 낳고 이에 따라 점검 및 감시능력이 저하되며, 지방 보스의 할거주의 부패도 심화된다고 하는 정반대의 견해도 있다. (216-218쪽)
 
(2) 제도
분권개혁은 기존의 제도를 전제로 하여 그것을 변경하고, 미세조정하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 경로의존의 문제다. ‘어디로 갈 수 있는가는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의존한다. 현재의 발전은 과거의 발전경로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제도 중에서도 각 국가의 기본적인 통치 틀을 설정하는 것은 헌법이다. 헌법 개정을 고려하지 않는 분권개혁의 경우 당연히 헌법이 개혁의 범위를 제한한다.
일본 전후의 지방제도개혁 시도는 제도로서의 지방정부를 개편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즉 개혁을 통해 행위자의 종류, 수, 명칭 등을 크게 바꾸는 것을 지향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분권이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담당되어지는 것이다. 소멸되는 지방정부(차원)가 있다면 그 대상이 되는 지방정부는 필사적으로 방해하려고 할 것이다. (218-220쪽)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3/23 20:35 2010/03/23 20:35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gimche/trackback/966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새벽길

Recent Trackbacks

Calende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