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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정,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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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하에서의 창의도시, 디자인행정 등의 여러 시도들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문제가 지적되었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현직 프리미엄을 통해 애초 예상과는 달리 무난하게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하였고, 지금도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재선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 있다.

 

그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 생활정치 등이 끊임없이 주장되었지만, 중앙정치의 쟁점 하에서 파묻히고 말았다. 지방선거가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는 점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가 압도하고 있는 현실은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현 상황을 판단해야 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민주당 후보는 서울시정에 대해 뚜렷한 인상을 주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한나라당 서울시정에 대한 평가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한명숙 후보의 공보물에는 사람공약 10이 있지만, 이는 민주당이 꾸준히 의제화해왔던 것들은 아니고, 한나라당 서울시정에 대한 비판적 평가 또한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기껏 쟁점화하는 것도 중앙정치에 보조를 맞추어 '1번은 전쟁, 2번은 평화'란다. 거기에 서울은 존재하지 않는다. 친민주당 시민운동가들, 민주당의 외곽 싱크탱크들에서는 심심하면 생활정치 노래를 불렀지만, 그의 슬로건 속에 서울에서 생활정치를 하겠다는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4페이지짜리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의 공보물은 자신에 대한 홍보 및 소개와 후보자 정보공개자료를 제외하면 공약은 겨우 한 페이지이다. 아마 예산 때문이었을 텐데, 그간 노력해온 정성에 비하면 이를 제대로 표현할 공간이 없었던 듯하여 아쉽다. 진보진영에서는 켄 리빙스턴의 붉은 런던에 대해 연구도 하고, 나름대로 오세훈 서울시정에 대한 평가와 함께 서울의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있었지만, 지방선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를 다 풀어놓을 수는 없었나 보다.

 

물론 그렇다고 진보진영이 잘 준비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잘 준비했다면 민주노동당의 이상규 후보가 아무런 보장도 없이 한명숙에게 투항하고(그들은 2012년 대선에서도 보수정당에게 후보를 양보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통합될지도 모르겠다), 진보신당 서울당원들이 그렇게 개념 없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실 공보물이나 선거 유세 등에서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후보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런 것이 그 왼쪽에 있는 이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오세훈 후보가 정력적으로 추진했던 디자인 행정을 비롯한 서울시정 내용에 대해 모아놓았던 기사들을 링크만 하려 했는데, 서설이 길었다. 아무래도 지방선거 전에 이런 기사들을 올려놔야 예의라 사료되어... 그러고 보니 지난 2002년, 2006년에는 민주노동당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역에서의 변혁이란 주제를 가지고 꽤 고심했던 듯한데, 올해는 정말 무심하게 보낸 듯하다. 하긴 내가 뭘 한다고 했어도 달라질 게 없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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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창의도시'? '막장 개발'만 난무"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009-02-23 오후 5:29:05)
[토론회] "난개발 막고 공동체 살찌워야 문화 발전"
 
한 달이 넘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용산사태의 근본 원인은 군사작전식 철거정책, 나아가 철거 빌미를 제공하는 도심 개발정책에 있다. 아파트 신축, 도심 재개발 사업, 새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은 모두 옛 것을 최대한 빨리 쓸어 없애고 '보기에 번듯한' 새 건물을 지어야만 한다는 조급함을 끌어안고 있었다.
 
이름은 바뀌었다. 하지만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당시는 '뉴타운'이 바람을 일으켰다. 방점은 '뉴(new)'에 찍혔다. 청계천·재개발·시청광장의 근본 철학이 그랬다. 오세훈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를 내걸었으나 핵심 철학은 기존 건물을 갈아엎고 새 건물을 짓는다는 데서 과거 정책과 다를 바 없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아트팩토리·용산 국제업무지구, 보다 큰 규모로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도 결국은 개발정책을 포장한 수식어에 다름 아니다. 서울시의 이러한 개발정책에 많은 시민단체·활동가 등은 우려를 표한다. 문화를 내걸었으되 실체는 오히려 문화를 죽이는 정책이라는 게 이유다. 나아가 기존 문화공간을 가꿔오던 거주민을 철저하게 수탈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문화'를 내걸었던 오세훈 시장은 정작 '환경미화'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화연대와 <프레시안>은 서울시의 도시문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지난 20일 공동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현우 진보신당 정책위원 △유의선 빈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김윤이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이 참여했으며,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문화정책, 비전은 없고 파괴만 있어
토론 참가자들은 서울시 도시문화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비전이 없고 개발논리만 있다는 점을 꼽았다. 도시 전체의 모습을 장기간에 걸쳐 가꿔나갈 밑그림이 없다보니 무차별 개발정책만이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용산에서처럼 많은 철거민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당장 아트팩토리가 추진되는 문래동을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예술가가 터를 잡고 있고 시에서는 아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곳도 이미 개발 예정지"라며 "도시개발정책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없다보니 공업단지 개발 정책과 시가 내건 '문화'개발 정책이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이 연구원 역시 청계천 사업을 예로 들며 시가 추진하는 개발정책의 근시안성을 비판했다. 그는 "청계천 상인들은 시 정책에 따라 동남권 유통단지로 이주했다. 하지만 시 정책으로 그곳에 살던 비닐하우스촌 사람들은 또 갈 곳 없이 쫓겨나게 됐다"며 "중앙과 지방의 정책이 다르고 보건복지가족부와 국토해양부 입장 등도 다르다. 담당 부처 가치마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어떻게 창의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정책위원은 "서울시의 문화 정책은 한 마디로 '녹색 파시즘'이다. '창의문화도시', '디자인 서울' 등의 캐치프레이즈는 과거 압축성장시기의 소수를 희생하는 속도전 문화를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며 "삶의 조건이나 개개인의 상황 등이 가지는 다양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결과의 다양성만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 '결과의 다양성'마저 멋있고 큰 건물을 짓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시민참여 없는 창의도시는 결국 '막개발'
이러한 서울시 문화정책의 파괴성은 결국 지역 주민을 공격하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참가자들은 지적했다. 유의선 집행위원장은 "서울시가 집에서부터 노점, 지하상가까지 모조리 갈아엎고 있다. 알맹이 포장을 어떻게 하든 그 안의 주체는 철저하게 배제하는 방식을 일관하고 있다"며 "주체, 곧 지역주민의 권리를 어떻게 복원할지를 고민해야 서울시가 추진하는 문화, 곧 개발정책에 진짜 문화가 깃들 수 있다. 문화를 살리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민이 배제되는 개발정책은 결과적으로 시의 문화를 더욱 죽이고 있다고 참가자들은 평가했다. 도시 문화개발이 가져야 할 새로운 철학, 기존 문화를 지켜야 하는 당위성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특히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외국 재개발 사업의 핵심 철학은 고려하지 않고 개발 결과물만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일본 롯폰기 힐즈 재개발의 경우, 시공사가 지역 주민 설득에만 십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사례는 거론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사무처장은 "외국의 경우 도심 재개발 사업은 대부분이 재생 프로그램 하에 이뤄진다. 런던의 템즈강 생태 복원이 대표적이다. 파리의 경우 까르푸와 같은 대형 유통마켓 진입을 막는다. 고유 문화를 파괴하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서울은 과밀도 도시에 '디자인'을 핑계로 개발논리를 들이댈 뿐이다. 디자인이 환경미화 사업으로 전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실 난개발 정책은 비단 오세훈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짧게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재임시절 정책부터 이런 비판이 나왔지만 길게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철학이 바로 난개발이었다. 이처럼 수십 년에 걸친 난개발 결과 서울은 시가 내건 '창의력'을 잃은 도시가 됐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주민이 잃은 창의력은 결국 난개발에 대한 대안을 잃게 한 주요인이 됐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창의도시'를 말하는 시의 난개발이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을 배제하고 철저히 자본논리로 개발이 이뤄지게 하는 근본 요인이라는 얘기다.
 
이 사무처장은 "이태원 인근에 사는데 이태원은 서울에서도 가장 오래된 다문화 지역인데도 지역이 스스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커뮤니티마저 생성되지 않았다"라며 "오세훈 시장이 내건 '창의도시'는 주민이 가진 삶의 질감이 켜켜이 쌓여야만 발현될 수 있는데 서울은 오랜 난개발로 그와 같은 감수성을 잃었다"고 했다.
 
난개발 막을 진짜 대안은 결국 공동체
따라서 난개발을 미화한 '창의도시'식 파괴를 막을 대안은 결국 난개발로 사라진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밖에 없다는데 참가자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정책위원은 "서울시의 문화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공동체 형성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의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라며 "다기한 이해 당사자 모임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역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 역시 "생활 단위에서 문화를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길은 결국 커뮤니티를 복원하는 것이다. 단체가 만들어져야 문화행정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집행위원장도 "소통하는 공간이 중요하다. 지역운동의 고민을 장기적 과제로 살려내야 용산 문제와 같은 시의 공간환경 정책에 대응하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연구소 차원에서 과거 작은 마을 만들기와 같은 공동체 연대를 계획한 적 있다. 이제는 이를 도시개발과 정비사업 등에 대한 대안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차원에서 민간 자발적 모델을 창출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동연 교수는 이날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시민 공동체 힘이 문화로 포장한 시의 난개발 정책을 어떻게 감시할 수 있는가를 독일에서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3년 전 독일 뮌헨에 간 적이 있다. 개선문에서 3~4㎞ 정도 떨어진 곳에 50층 높이의 뮌헨트레이드센터가 있는데 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계획이라 문제가 됐다. 문화공간을 즐기던 시민들이 '사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시장을 고발했다. 이성적 시민과 합리적인 행정가가 있어야 한국에서와 같은 격한 충돌을 막을 수 있고 시의 문화를 살려나갈 수 있다. 발전적 고민을 시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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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직도 이런 행정을… (경향, 심혜리기자, 2009-06-26 03:12:27)
ㆍ흙 깔고 갈대 씨 뿌렸는데 비 쏟아지자 ‘도로 자갈밭’
ㆍ반포천 자갈밭 녹화사업주민들 “전형적 탁상행정”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18일부터 한강과 반포천 하류가 만나는 서울 서초구 반포천 변에 갈대밭을 만드는 자연형 호안 녹화사업을 벌였다. 자갈밭 위에 갈대밭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은 흙을 퍼왔고, 20~30㎝ 두께로 밭 모양을 조성했다. 그리고 1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갈대 뿌리를 일일이 심었다. 이번 공사는 서울시가 올 해부터 한강 호안을 자연형으로 만들기 위해 둔치 등에 각종 식물을 심어 친수공간을 만드는 사업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20일 비가 오면서 흙과 갈대 뿌리들은 완전히 쓸려나가고 다시 자갈밭이 됐다. 박씨는 “10년 동안 봐왔지만 이 천변 주변은 큰 비가 오면 어김없이 범람이 일어나 모든 것이 떠내려간다”며 “당초 녹화사업도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갈대밭 사건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고 분명한 예산 낭비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날 “아직 확인을 해보진 않았지만 피해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아마도 교량 때문에 물이 소용돌이 치는 부분이 생겨 일어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가 확인되면 다시 보충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한강의 호안을 자연형으로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는 한강사업본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호안에 심은 풀들이 아직 뿌리를 내리지 않아 큰 비가 오면 쓸려내려가는 등의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솔직히 피해가 전혀 없을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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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길 특색 없애는 ‘디자인 행정’ (경향, 임아영기자, 2009-09-10 23:01:07)
ㆍ혈세 대주며 업소들 간판 획일화 종용
ㆍ“상가 특징 담아내는 디자인 장려해야”

 
삼청동길이 변하고 있다. 한옥·화랑·작은 상점·좁은 골목 등으로 상징되던 삼청동길이 지난해 3월 서울시가 추진 중인 ‘디자인 서울거리’ 1차 사업대상지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먼저 변하고 있는 것은 간판. 전체 141개 업소 중 88곳의 간판이 다음주까지 교체될 예정이다. 종로구는 1월부터 삼청동 간판개선추진위를 구성, 주민들에게 간판을 바꿀 것을 설득했다. 상가 주인들은 구가 지정한 3개 디자인업체에서 제시한 간판디자인 중 한 개를 선택한다. 서울시는 간판 교체 업주들에게 30만~150만원씩을 지원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삼청동 거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간판 수준이 기존에도 높은 편이어서 기존 간판을 상당수 인정했다”며 “크기를 작게 하는 등 삼청동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소 주인들은 물론 삼청동을 찾는 시민들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박현설씨(37)는 “깔끔해지긴 했는데 삼청동의 고즈넉하고 복고적인 옛날 느낌이 안 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식당 주인 김모씨는 “우리야 불법 간판으로 몰려 구에서 떼어가면 할 말이 없어지니까 정책이 맘에 안 들어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신규 업소부터 간판을 바꿔도 될 텐데 획일적으로 간판을 바꾸려는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김민수 교수는 “관할 구청이 지정한 업체가 만든 몇 가지 안에서 고르는 형식이라면 선택의 폭이 애초부터 좁혀지기 때문에 디자인 경우의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제대로 디자인 거리를 조성하려면 획일적인 디자인 방법론에 의지해서는 안된다”며 “업주들이 스스로 상가 성격 등을 담아낼 수 있는 간판을 만들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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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정, 왜 이래! (경향 기획기사)
 
[디자인 행정, 왜 이래!](1) 영세상인 울리는 ‘官 주도’ (경향, 임아영기자, 2009 10/04 23:56:20)
ㆍ서울시, 노점 부스 바꿔주고 “매년 돈 내라” 
 
서울시는 2007년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를 만드는 등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디자인을 행정에 접목시켰다. 디자인 행정은 유행처럼 전국으로 번졌고 지방자치단체는 상당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는 디자인행정은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 획일화·문화파괴·창의성부재 등 여러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경향신문은 디자인 행정에 대한 점검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구두수선공 강씨는 강씨는 수개월 전에 교체된 구두수선대를 쳐다보며 답답한 마음에 담배만 피워댔다. 서울시에서 시키는 대로 구두수선대를 교체했지만 내년 1월부터 매년 수십만원을 내야 하는 데다 사용하기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시에서 무료로 구두수선대를 바꿔 주는 줄로 알았다”며 “하루 3만원 벌이도 안되는데 시 맘대로 구두수선대를 바꾸고 무조건 매년 50만원씩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강씨의 구두수선대는 지난 7월 교체됐다. 그는 윗골목에서 구두수선을 하는 할아버지로부터 처음 교체 얘기를 들었을 때 멀쩡한 구두수선대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 땅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면 다 바꿔야 한다”는 얘기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신형 수선대는 사용하기 불편했다. 우선 전보다 좁아졌다. 지난달 23일에는 구두수선대 바깥에 ‘2009디자인올림픽’ ‘다산120콜센터’ 등 서울시 홍보광고가 일방적으로 붙여졌다. 강씨는 “사용하지도 않는 에어컨을 놓으라고 공간을 두는 바람에 손님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에 지금은 두 명도 앉기 힘들다”고 말했다. 구두 닦을 때 사용하는 기계는 수선대 바깥에서만 열 수 있어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날락거려야 한다. 강씨는 “쓰지 않는 에어컨이나 창고 등을 놓지 않고 편하게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구청 공무원들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까지 시내 구두수선대 960개를 교체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500개를 더 교체 중이다. 가로판매대도 올해 말까지 1280개가 교체된다. 서울시는 조례에 근거해 도로 점용료는 물론이고 시설물 교체비용의 7%씩을 매년 대부료(시설사용료)로 부과한다. 구두수선공들은 그동안 점용료만 냈지만 내년부터는 매년 50만원씩의 대부료를 새로 내야 한다. 신형 가로판매대로 교체된 노점상에겐 7만원이 추가돼 매년 82만원가량의 대부료가 부과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신형 가로판매대·구두수선대 디자인을 개발했고 같은 해 7월부터 3개월간 문제점을 보완했다. 시 가로환경개선추진단 관계자는 “디자인 중간 안이 나왔을 때부터 미화협회원이 회의에 참석, 의견을 받았다”며 “시에서 시설물을 제작해 준 것이기 때문에 대부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광고를 전담하고 있는 시 홍보담당관 관계자도 “많은 운영주들이 불법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는 것보다 시 광고로 깔끔하게 관리해주는 것을 더 좋아해 홍보광고물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 설치한 가로판매대·구두수선대 때문에 대부료가 추가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김상목 한국미화협회 서울지부 대표는 “대부료에 대해서는 협회 집행부 30여명만 알고 회원들은 잘 모르는 상태”라면서 “시가 ‘자기 집’ 짓겠다고 밀어붙이는데 영업 허가를 결정받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계는 시에서 다 해놓고 우리를 불러서 의견 수렴하는 걸 ‘참여’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오세훈 시장의 창의행정은 구두수선대를 교체하더라도 주인과 고객들이 어떻게 이용하면 편리할지 소통할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현실은 관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한다고 도시가 아름다워지는 게 아닌데 지금 서울시는 ‘디자인의 맥도널드화’를 지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은 건축 국제현상공모 최다 도시 해외명품 지상주의에 설계비용 껑충” (경향, 심혜리기자, 2009-10-04 23:56:58)
ㆍ외국업체 ‘모시기’
 
서울시는 건축물을 지을 때마다 디자인 등을 이유로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설계를 가장 많이 하는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건축관련 학계와 업계에선 “서울시가 과도한 해외명품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마곡워터프런트 국제현상공모’ ‘강북 대형공원조성 마스터플랜 국제현상공모’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 국제현상공모’ ‘서울대공원 재조성 국제현상공모’ 등 서울시는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 때마다 대부분 외국의 유명 건축설계업체 등을 포함한 국제현상공모를 실시했다. 서울시의 건축 자문으로 활동했던 한 건축가는 “유명한 외국 디자이너들이 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하면 순기능적 측면도 있겠지만 서울시의 건축물이 국적불명인 채 정체성이 없어지게 되는 역기능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계건축가협회(UIA)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적으로 국제현상공모를 가장 많이 하는 도시 중 하나”라며 “자국의 수준을 신뢰하지 못해 이렇게 국제현상공모를 많이 벌이는 도시는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국제지명현상설계에 당선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는 세계적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았다. 그가 2배가량 높은 설계비를 요구하며 설계변경으로 공사까지 지연됐다. 하지만 자하 하디드는 설계가 끝나도록 동대문 현장을 방문한 적이 없어 논란이 됐다. ‘한강 예술섬(구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도 2006년 ‘노들섬 예술센터 국제 아이디어 설계공모’ 당선자인 장 누벨이 설계비용을 과다 요구하는 바람에 서울시가 계약을 포기했다. 시는 설계비·재공모비용 등 총 21억원가량을 날렸다.
 
서울 용산역세권개발사업 마스터플랜 국제현상설계공모에서는 최종 경쟁에 다니엘 리베스킨트·아심토트·솜(SOM)·저디(Jerde)·포스터&파트너스 등 외국 5개사만이 올랐다. 건축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유명업체는 국내업체보다 설계비를 통상 2배가량 더 요구한다”며 “굳이 외국업체에 맡기는 건 건축해외명품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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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정, 왜 이래!](2) 개성 죽이는 획일화 (경향, 한대광·임아영·부산 | 권기정기자, 2009-10-06 00:55:53)
ㆍ거리 특색 무시… 간판 크기·서체까지 규제
ㆍ지방은 서울 모방 급급… 향토 이미지 퇴색
ㆍ“민주적 절차 없는 디자인 결정 ‘판박이’ 낳아”
 
서울 대학로·이태원과 부산 광복동·인천 구월동 등 전국 주요 도심의 거리풍경과 간판이 똑같은 모습으로 꾸며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행정에 디자인을 접목시키면서 앞다퉈 간판을 교체하고 있지만 작고 예쁘장한 디자인만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점포의 특성은 물론 해당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특색은 획일화된 간판 문화 때문에 오히려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서울시는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으로 지정된 50개의 거리를 공공시설물과 간판을 통합시켜 가로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거리로 조성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서울시는 시예산을 지원해 시범적으로 간판을 정비하고 인근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따라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간판이 대형화되고 업소당 숫자도 많아 정비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점도 시의 간판 정책에 힘을 보탰다.
 
문제는 정비를 하는 방식에서 드러났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간판 크기와 간판에 들어갈 글씨 모양과 크기를 규제했다. 상가 주인들은 3~4곳으로 한정된 업체가 제시한 디자인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는 간판 크기와 개수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지만 가이드라인대로 간판을 획일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 용산구 이태원로 등은 간판 교체 이후 특유의 거리 분위기를 잃어버렸다. 시의 기대와 달리 자율적으로 간판을 정비한 곳은 거의 없다. 미술평론가 최범씨는 “이미 전국적으로 획일적이었던 간판이 디자인 행정 도입으로 그 획일성이 극복된 게 아니라 다른 방향의 획일성으로 전환되었다”면서 “도시 디자인은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데 기존의 행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니까 획일화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창의성까지 가로 막은 채 성과를 거두는 데에만 주력했다. 금천구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자치구가 구별 특색을 낼 수도 있지만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드니까 가이드라인에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광진구 관계자도 “광진구는 역사적 맥락에서 고구려 이미지를 접목시키고 싶지만 시에서 ‘구별로 달라지는 걸 자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서울 이외 지역은 서울지역을 모방하기에 급급하다. 인천시는 도시경관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173억원을 들여 남동구 구월동·연수구 연수동 일대 등 16곳의 간판을 교체 중이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간판은 이미 서울 디자인거리에 사용되고 있는 디자인과 차별성이 거의 없다. 최근 부산시가 도시에 색채를 입히기 위해 발주한 특정경관계획안(도시경관색채) 용역도 지역 이미지를 해안도시 위주로 획일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색채학 전문가는 “부산의 이미지를 최종 추출한 10경(景) 중 7경이 바닷가인 해운대·수영·남구 지역의 이미지”라며 “이 용역대로 부산의 전 행정구역에 똑같이 적용된다면 지역의 독자적 색채를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밝혔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도시 디자인은 간판이나 가로시설물을 정비하는 것을 캠페인성 사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도시민들의 공공적 삶을 풍부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의 생산과정부터 콘텐츠의 구현과 활용에 이르는 과정이 개방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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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정, 왜 이래!](3) 역사·문화자원 파괴 (경향, 심혜리기자, 2009-10-06 22:14:39)
ㆍ‘르네상스’ 미명 아래 역사적 건축물 부숴
ㆍ자본 중심 논리에 동대문운동장 등 철거“옛 정보부 건물 등 교육의 장으로 남겨야”
 
서울시가 도시에 디자인을 입히겠다며 ‘서울 디자인’ 사업을 벌이면서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껴안고 있는 건축물들까지 잇따라 훼손하고 있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디자인 정책에 역사성과 정체성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60, 70년대에는 근대화라는 미명으로, 이후 뉴타운·재개발이란 건설자본의 이해를 대변한 개발과 자본 중심의 논리가 디자인 정책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철거를 진행했거나 철거 예정인 도심의 주요 근대 건축물이다. 문제는 이들 건축물이 시의 도시 디자인 사업인 ‘서울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 취임사를 통해 “도시 디자인으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키울 것”이라고 밝힌 이래 서울시는 다양한 디자인 사업을 추진했다. 한강르네상스, 남산르네상스, 디자인서울거리 등으로 명명된 사업이 그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3월에는 ‘남산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남산의 문화성과 접근성을 개선하고 서울성곽과 봉수대를 복원해 남산의 전통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의 철거가 대거 포함돼 있다.
 
이미 조선왕조 이후 600년째 이어져 온 서울 종로구 피맛골도 도심재개발과 함께 사라졌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최근까지 값싼 음식점들이 많아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서울시는 그러나 도심재정비를 이유로 피맛골 일대에 고층 빌딩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디자인 행정을 이유로 국내 최초의 근대 체육시설인 동대문운동장도 철거됐다. 동대문운동장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세워진 이후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다. 서울시민들은 이곳에서 열린 각종 체육행사와 집회 등에 참가해 기쁨과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이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외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한국 디자인산업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동대문운동장은 철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며 “외국 작가의 작품이 엉뚱하게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놓임으로써 서울의 흔적은 사라지고 국적 불명의 장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행정은 도시의 정체성·역사성·상징성 등이 도시계획 전반에 걸쳐 구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현신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자인은 그 장소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과 맥락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관광수입이나 디자인산업 등 경제주의적 발상을 명분으로 삶의 기억과 체험을 지우는 디자인 행정은 지금이라도 수정돼야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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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정, 왜 이래!](4) 예산 퍼붓는 ‘정치성 행사’ (경향, 심혜리·김기범기자, 2009-10-07 22:42:10)
ㆍ헛돈 펑펑 ‘단체장 치적 쌓기’ 전락
ㆍ“눈먼 돈 잔치” 외국 디자이너들만 떼돈
 
서울시가 디자인 행정을 명분으로 수조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디자인 행정을 상징하는 행사인 ‘2010 세계디자인수도’와 ‘서울디자인올림픽’ 등은 무리한 예산 집행과 정치성 행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디자인 행정의 주요 사업인 한강르네상스와 남산르네상스에 올해 각각 1조7500억원과 2325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는 사업비가 3755억원에 달한다. 서울디자인올림픽·디자인거리 등을 책임지고 있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올해 98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007년 서울을 세계 첫 ‘2010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했다. 시는 사전행사 격으로 지난해부터 ‘서울디자인올림픽’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위크·서울디자인리포트·서울국제디자인마켓 등 각종 디자인 사업도 진행 중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하루아침에 서울이 ‘디자인’의 도시로 급부상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과도한 예산을 들여 행사를 유치하고, 외국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대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데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고용해 디자인 산업의 거점이 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를 건립하고, 부시장급 디자인본부장을 영입하면서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디자인 산업을 육성한다는 점이 협의회 측으로부터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구·경북디자인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세계적 명품도시를 마다하고 서울을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서울시의 수천억원 예산이 강점으로 작용한 부분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이정우씨도 “서울 등 지자체마다 외국 디자이너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외국 디자이너들에게 한국은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로 각인돼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또 지난해 3월 세계디자인수도와 관련된 양해각서(MOU) 체결 직후 협의회에 3만유로를 지불했다. 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 측은 “세계디자인수도 자격을 1년간 유지하고 협회의 로고 등을 쓸 수 있는 사용료”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서울디자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예비비를 편법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이 사업을 위해 70억4000만원을 예비비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시의원들은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사용해야 하는데 시가 행안부의 투자 심사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예비비를 전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행사 내용도 문제가 됐다. 시의회 고정균 의원(한나라당·동대문2)은 “대행사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며 외국인 초청작가 18명 중 11명(61%)이 대리인을 보내거나 불참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올해엔 행사장을 잠실종합운동장 외에도 한강공원·홍대앞·신사동 가로수길 등으로 확대해 9일 두번째 행사를 열 계획이다. 시는 그러나 행사가 끝나는 29일쯤에는 2년째 사용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올림픽’이란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수차례 지적받은 데 따른 조치다. 조정래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은 7일 “서울디자인올림픽과 세계디자인수도만을 위한 과를 별도로 설치하고 수십억원을 들여 매년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시의회에서도 논란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위원은 “서울이 ‘디자인’의 도시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쓰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그 폐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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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행정, 왜 이래!](5) 전문가에 듣는다 (경향, 심혜리·임아영기자, 2009-10-08 23:55:31)
ㆍ‘관’보다 ‘민’ 주도로 창의성 살려야
ㆍ시민 감시·품질관리 제도적 장치 필요

 
디자인 전문가들은 디자인 행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 주도에서 시급히 탈피하고 지역 주민·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창의성’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디자인 행정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기획보도에 이어 8일 디자인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대안을 들어봤다. 이들은 디자인 행정에 대해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에 디자인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경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디자인 행정이 관 주도의 일방통행식으로 치우치는 바람에 창의성을 살리지 못한 채 획일화되고 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시의 특성과 역사성에 근거한 도시경관보다는 개발 위주의 경제논리가 우선시되면서 소중한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도출해내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지역성·전문성을 무시한 채 서울 따라하기에 급급한 지방의 실태도 지적했다. 이들은 생활에 밀접한 공공 디자인이 진정한 창의성과 독자성을 갖기 위해서는 행정의 주체와 권한을 ‘관’보다는 ‘민’, ‘광역’보다는 ‘기초’ 자치단체에 넘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는 이제 막 시작한 디자인 행정과 관련된 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지역 역사성과 주민 삶의 양식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자치단체와 주민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모아 세부 방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중요하다”면서 “이제는 디자인을 상품화된 산업디자인 수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경관과 도시계획 전체를 관통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나서 획일성 극복
◇최범 디자인평론가
디자인 행정은 디자인에 대한 규율이 아니라 디자인의 공공적 가치를 적극 추진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간판 정리 사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이미 획일화돼 있던 것을 다른 방향의 획일성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공공적 가치보다는 규율 행정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간 협력(거버넌스)에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시민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고 공공 부문은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치단체장이 디자인 사업을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행정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추동되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며 공공디자인 품질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
 
지역 색채·개성 보전
◇김영대 대구 도시디자인본부장
도시 디자인은 지역의 색채와 개성을 살려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 도시 디자인은 일제히 서울만 바라보고 따라하기에 급급하다. 서울의 일부 디자이너가 지방을 돌며 디자인 장사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디자인이라는 미명 아래 도시 개성을 말살시키는 꼴이다. 관료들이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소통 장애의 근본 원인이다. 지자체의 편협한 사고가 디자인 전문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시마다 디자인행정을 외치지만 치졸하거나 어색한 경우가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 디자인행정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자체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
 
심의권 기초단체 이양
◇조정래 서울시의회 전문위원
서울시의 디자인행정은 디자인가이드라인·경관계획수립 등의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디자인 정책사업의 예산·조직에 비해 디자인올림픽·세계디자인수도 등 홍보사업 비중이 너무 높아 정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디자인의 경우 산업디자인을 제외하면 건축디자인·공공디자인·광고물디자인 영역은 기초자치단체와 민간의 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시설 디자인심의권을 대폭 기초자치단체에 넘기고, 기초자치단체의 건축위원회에 디자인부문 심의를 활성화시키는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신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디자인 문화 정착을 위해 아직 초기수준에 불과한 디자인 제도의 기반과 정책·연구개발에 전념해야 한다.
 
건축물 철거 신중해야
◇조현신 국민대 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디자인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없애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원칙적 기준을 정하는 문제다. 이 기준은 시민과 정부, 전문가가 함께 동등한 힘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 없애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역사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건축물 등을 철거하는 것에 대한 결정은 더욱 신중하고 합리적이며, 사회 각 층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의 유산 중 어떤 것을 보존하고 남길 것이냐의 문제는 그 나라의 의식수준과 가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물적 증거가 된다. 디자인 행정은 공간을 경제적으로만 계산하기 전에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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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104억… 서울시 홍보비 과다 논란 (세계, 김보은 기자, 2009.10.09 (금) 03:04)
김희철 의원 국감서 "두 전임시장 시절의 1.7배" 지적
吳시장 "해외홍보예산 포함"… 시민 65% "정책 몰라"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의 과도한 홍보예산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희철 의원(서울 관악을)은 이날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안위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7년부터 3년 동안 고건 전 시장과 이명박 전 시장이 재임기간 사용한 홍보비를 합친 액수보다도 더 많은 홍보비를 썼다”며 “모든 것이 홍보를 위한 행정이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고건 전 서울시장(1998년∼2002년 6월)은 4년 임기 동안 306억원을 홍보비로 썼다. 다음 이명박(2002년∼2006년 6월) 전 시장은 고 시장보다 약 30억원 많은 343억원을 사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앞서 시장에 재임한 두 시장이 8년 동안 사용한 홍보예산은 649억원이다. 이에 비해 2006년 7월 취임한 오 시장이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사용한 홍보예산은 무려 1104억원으로 두 전임 시장이 사용한 홍보예산의 1.7배에 달한다.
 
서울시의 올해 홍보예산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시를 제외한 15개 지자체의 홍보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규모다. 김 의원이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전국 16개 시·도의 홍보예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의 올해 홍보예산은 481억원으로 다른 15개 시·도의 홍보예산을 모두 합한 390억원보다 91억원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도의 경우 경기 66억원, 부산 44억원, 광주 23억원 등 경기도를 제외한 지자체는 홍보예산이 50억원을 넘지 않는다.
 
김 의원은 “홍보도 중요하지만 서울시가 너무 홍보에만 열을 올린 것 아니냐”며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쓴 효과는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 홍보예산은 해외홍보 예산이 포함된 금액”이라고 답변했다. 서울시는 세계 40위권에 머물고 있는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높여 해외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 해외 마케팅을 벌이면서 2007년 40억원대에 불과하던 해외홍보 예산을 2008년에는 360억원대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효과가 미미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결과 올해 해외홍보 예산은 기존 360억원에서 50억원을 감액한 310억원으로 책정됐다. 해외홍보에 너무 치중한 탓인지 정작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 홍보효과는 다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서울 강북을)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공동으로 만19세 이상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울시 정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의 65.5%는 ‘없음/모름’이라고 답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이 밖의 답변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5.6%), 그린환경·녹지개발(4.6%), 디자인도시(2.2%), 환경문제 개선(2.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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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닮은 서울시의 '디자인 행정'…"사실상 '문화 테러'" (프레시안, 선명수 기자, 2009-10-28 오전 9:56:02)
[토론회] '디자인 도시' 서울, 어디로 가고 있나?
 
거리 미관을 확보한다며 추진된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으로 노점상은 철거돼 골목 구석으로 밀려났고,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사라진 한강 둔치의 매점 자리엔 깔끔한 대기업 편의점이 들어섰다. '도시 경관을 고려해 가급적 튀지 않게 디자인했다'는 시의 신형 가로판매대는 서울시의 광고판으로 전락했다. 국내 최초의 근대 체육 시설인 동대문운동장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조성으로 철거됐다.
 
서울시는 2007년 '디자인 서울 총괄 본부'를 만드는 등, 광역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디자인을 행정에 접목시켰다. 서울 디자인 올림픽, 남산르네상스 사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조성 등 각종 디자인 사업이 공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서울 곳곳에서 엄청난 예산을 투여하며 진행되는 이 사업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충분한 검토와 내용없이 진행되는 '디자인 행정'은 오히려 문화를 획일화하고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디자인 도시' 서울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자리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예술촌에서 열렸다. 문화연대와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문화 도시 서울,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서울시의 문화 정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 및 공공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발제를 맡은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은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을 "과거의 기계적인 정비 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을 비롯해 시가 추진하는 디자인 사업 대부분이 외관만을 신경 쓴 '보여주기 식' 사업으로 진행돼, 정작 시민들의 참여와 창조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국장은 "서울시는 '하드 시티'에서 '소프트 시티'의 전환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서울시는 하드시티의 방법론으로 문화·디자인을 채택했을 뿐"이라며 "서울시가 채택하는 디자인 정책은 인간 중심이라기보다는 기능과 효율을 중시하는 하드시티에 걸 맞는 하드디자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행정 속에는 '브랜드화', '경쟁력'이라는 몇 개의 키워드만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라며 "공공 디자인의 기본은 시민들의 참여인데, (시의 디자인 행정은) 시민을 끊임없이 객체화시켜 도시의 창조성을 키우기는커녕 소멸시키는 '문화 테러'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시의 획일적인 디자인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김강 연구원은 "낙후돼 보이는 것, 보다 덜 세련되었다고 생각되는 곳이면 어디나 포클레인의 삽날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서울의 현재"라며 "서울의 경관 어디에나 서려있는 기억과 문화는 안중에도 없이 서울시는 그럴듯한 건축 설계와 디자인으로 서울을 재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발 논리의 도구로 전락한 문화와 예술은 공공의 시선 안에서 또다시 '규격화'되기 마련"이라며 "그들이 호명하는 '예술'은 정치의 노예로서의 '예술'일 뿐이며, 이 때 인간의 창의력은 식민화된다"고 지적했다.
 
김강 연구위원은 서울 문래동 철공단지에 구성되고 있는 '예술 창작촌'을 시민들의 자율적인 문화 도시 사업으로 꼽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철공단지의 빈 사무실에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문래동은 점차 철공과 예술이 공존하는 창작촌으로 변해가고 있다. 옥상미술관 프로젝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철공 워크샵 등 여러 프로젝트가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곳의 사례는 낙후된 철공단지를 '재개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철공의 조화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한 하나의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김 연구위원은 "이제 문래동의 예술가들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도시에서의 삶을 위해 지역 공동체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며 "서울시가 표방하는 '창조 도시' 만들기가 경관적 풍경의 세련된 전환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삶을 아우르며 진행되는 것이라는 내용적 증거를 위해서라도 문래동 실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래산업으로 여겨지는 철공노동과 예술노동이 진정으로 어우러져 도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멕시코의 도시 과나후아토의 사례를 들며 "16~17세기 금광 도시로 부흥했던 과나후아토는 19세기 들어 침체를 겪지만, 그 도시의 한 대학 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거리 곳곳에서 연극 공연을 하면서 도시의 축제와 예술이 다시 꽃피기 시작했다"며 "라틴아메리카의 문화 도시들은 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로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무너진 서울시민의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복원시키느냐가 '자생적 문화 도시론'의 핵심"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서울시의 문화 도시 프로젝트는, 외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전시하기 위한, 마치 박정희 정권 당시의 농촌 가꾸기 사업으로 회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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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문화서울’은 파시즘 모습” (레디앙, 2009년 10월 27일 (화) 14:46:23 정상근 기자)
[토론회] “규격화된 디자인 벗어나 서울시민을 위한 디자인 만들어야” 
  
27일 진보신당 서울시당과 문화연대가 문래동 예술촌에서 개최한 ‘문화도시 서울,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는 ‘디자인 올림픽’ 등 위계적이고 독선적인 서울시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주민들의 소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도시디자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상철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은 ‘디자인올림픽을 통해 본 서울 문화정책의 한계’라는 발제를 통해 “오 시장의 문화정책은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되기 전 정책화되었다는 한계를 지닌다”며 “어떤 평가나 논란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문화적 취향은 서울이라는 도시정부의 수장이 되었을 때 파시즘의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디자인’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서울시가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해왔던 주요한 사업들의 진행과정을 되집어 보면 공공디자인으로서 가지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디자인올림픽’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지난해 디자인올림픽 개최 실적으로 7,800억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산했지만 타당성이 의심되는 것은 물론 혹여 진실이라도 한 달 새 나타나고 사라지는 금액이라 실제 경제구조에는 별다른 효과를 끼치지 못했다”며 “디자인 올림픽은 도대체 왜 하는 사업인지 해명할 수 있는 근거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문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서울의 모습이 무엇이냐는 것이며 외국인을 위해 화장해야 하는 서울시민들의 삶은 행복한 것이 아니”라며 “필요한 것은 디자인수도를 차지하기 위한 올림픽경기가 아닌 어떤 얼굴의 서울이 필요한지 질문을 시민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문화경관과 도시디자인’을 발제한 김강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도시에서의 시각적 경관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기억과 연관을 맺고 있다”며 “서울시가 경관적 풍경을 변화시켜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문화를 대상화하며, 삶에 스며있는 ‘문화’를 읽지 못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의도는 ‘도시의 기억’ ‘서울시민들의 기억’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럴듯한 건축설계와 디자인뿐”이라며 “개발논리의 도구로 전락한 문화와 예술은 공공의 시선 안에서 또다시 ‘규격화’되고 삶을 피폐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서울시가 낙후공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벌이고 있는 문래동을 예를 들며 “최소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재래산업으로 여겨지는 철공노동과 예술노동이 진정으로 어우러져 즐거운 도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이 돕는 것, 그것이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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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삽질이 시민 분노 가라앉힐까 (미디어오늘, 2010년 01월 05일 (화) 08:49:39 조현호 기자)
[아침신문 솎아보기]100년 만의 폭설, 정부·서울시 대응 도마에 
 
100년 만의 눈폭탄이라 할 만큼 서울시 등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폭설사태는 5일자 신문의 주요 지면을 장식했다. 무엇보다 천재지변의 불가피성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시를 마비시킬 정도로 사태가 악화된 데 대한 정부와 서울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여러 지면에서 볼 수 있었다. 신문들은 서울시의 무대책·늑장대응(경향)과 원시적 제설작업을 질타(서울신문)했고, 행정능력의 총체적 부재라는 근본적인 비판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불과 며칠 전 '눈 치우는 일 하나는 제대로 하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삽질하는 모습을 보고 "우스웠다"며 "시장좌판 펼치듯 온갖 곳에 전시성 사업을 벌이기보다 정말 시민생활에 중요한 행정시스템 구축 등 시정의 기본을 갖추는 일에 더 충실하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는 정부·서울시 뿐 아니라 MBC 등 방송사와 국민들의 질서의식과 각성을 촉구해 마치 이번 사태가 모두의 탓인 것처럼 헛갈리게 했다. 중앙일보도 이와 엇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유래를 찾기 힘든 눈폭탄에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무대책과 늑장대응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경향신문은 4면 머리기사 <서울시·수도권 지자체 제설 무대책·늑장대응>에서 "전국을 엄습한 폭설은 정부와 지자체의 제설 대책을 무력화시켰다"며 "서울시는 결국 관주도 제설작업의 한계를 인정하고 민간기업에 제설작업 참여를 요청했고, 예상 못한 눈폭탄과 지자체의 늦장 제설 때문에 출퇴근길 시민들만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서울시가 총 3105t의 염화칼슘과 531t의 소금을 살포했으나 영하 3도 이하로 떨어진 날씨에서 효과가 없는 염화칼슘은 눈까지 계속 내리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시는 뒤늦게 낮 12시부터 염화칼슘 살포 대신 눈을 밀어내 차량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바꿨고, 오세훈 시장은 '간선도로와 언덕길, 주요도로 등에 대한 제설은 공공기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민간업체에 제설작업 참여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서울시는 불과 일주일 전에 교통대란을 초래했음에도 또다시 제설 대책에 실패해 '기초행정조차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도 서울시를 집중 비판했다. 서울은 4면 머리기사 <턱없는 장비·원시적 제설작업…온종일 '길없는 길'>에서 "경인년 첫 출근날인 4일 서울 교통대란은 원시적 제설방식과 미숙한 인력운용 등 서울시의 미숙한 사전준비가 원인이었다"며 "시민들은 서울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의 미숙한 대응과 관련해 서울은 "처음부터 장비를 동원해 눈을 녹이지 않고 치우는 작업을 병행했더라면 교통대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대형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뒷길은 트럭에 염화칼슘을 실어 삽으로 살포하는 원시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원시적인 제설작업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서울은 또 '서울시의 과욕'을 들어 "시는 제설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자치구 대신 세종로, 태평로, 을지로 등 주요 도심 진출·입 6개 노선의 제설작업을 직접 맡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서도 효과적인 제설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3면 <제설작업도, 대중교통 대책도 '늑장'>에서 서울시는 제설업무 시스템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비상근무와 관련해 "시는 명령만 내리고 제설작업 상황을 종합적으로 챙기는 기능은 없었다"며 "제설작업을 하는 정해진 지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운행 시간과 차량 대수를 늘려 시민 편의를 배려하는 조치 역시 출근길이 이미 엉망이 된 뒤에야 마련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폭설이 총체적 행정능력 부재라고 정부와 서울시를 정면 비판했다. 한국은 사설에서 "전쟁과도 같은 상황을 치른 시민이 분명히 인식한 것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국가 행정능력의 부재였다"며 "대통령이 탑승을 권유하지 않더라도 이미 서울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었고, 차량은 곳곳에서 멈추고 엉켰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간선도로를 포함한 어디서도 치열한 제설작업은 보기 힘들었다"며 "폭설지역 행정관서들의 해명은 '예보보다 눈이 더 많이 와 인력 및 장비 동원에 차질이 있었다'는 것인데,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들의 근무자세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변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서울시에 대해 한국은 한마디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오세훈 시장을 도마에 올렸다. "불과 며칠 전 2cm 정도의 눈에 서울의 교통체계가 마비됐을 때 오세훈 시장은 '다른 건 몰라도 눈 치우는 일 하나는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그가 뒤늦게 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 모습은 오히려 우스웠다. 시장좌판 펼치듯 온갖 곳에 전시성 사업을 벌이기보다 정말 시민생활에 중요한 행정시스템 구축 등 시정의 기본을 갖추는 일에 더 충실하기 바란다." 한국은 "새해를 출발하는 희망 찬 아침에 거꾸로 국가, 혹은 행정인프라의 여전한 낙후성을 확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공직자들은 추상적인 경제수치나 업적 홍보보다 국민의 구체적, 일상적 경험이 정부 신뢰도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깊이 유념하고 대오각성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향은 사설에서 이번 폭설에 대해 "시민들의 고통은 어느 때보다 컸다"며 "천재지변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점에 비쳐보면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하늘 탓만 하는 고질이 되풀이되는 것은 방재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안이한 자세 때문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는 수십년 만에 찾아온 폭설과 그에 따른 교통대란의 원인에 정부와 지차체, 기상청, 방송사 뿐 아니라 국민의 질서의식결여라는 항목을 더했다. 조선은 사설에서 "불가항력의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정부와 지자체·방송사·시민이 더 철저한 대비로 빈틈없는 대처를 했더라면 도시 교통이 완전히 마비되다시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상청의 틀린 예보와 뒤늦은 경보 발령 △서울시의 는장대응과 대비 시스템 미비 △좀 더 빨리 비상상황에 준하는 편성을 하지 못한 MBC 등 방송사 등을 제시했다.
 
조선은 폭설대란 원인분석을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민들의 '수준'을 끼워넣었다. "비상일수록 시민 개인개인의 철저한 질서의식이 중요하다. 서울 네거리마다 차량들이 서로 먼저 가겠다고 머리를 들이밀고 진입하는 바람에 모든 차량이 엉켜 꼼짝 못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재난을 겪으면서 국가의 수준, 국민 수준이 드러나는 법이다. 4일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준비하고 대비할 일이 아직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앙일보도 조선의 주장과 엇비슷했다. 매번 반복되는 기상청의 예측 실패와 부실한 제설작업, 장관들의 지각사태에 덧붙여 성숙한 시민의식을 촉구했다. 중앙은 사설에서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간 데 대해 "바로 일주일 전 적설량 10㎝로 예보했다가 2.6cm로 망신당했으며 수퍼컴퓨터를 도입한 지 6년째이고, 지난해 8월엔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3억2500만원)의 외국인 전문가까지 영입했다"며 "적설량은 오차가 클 수밖에 없다거나, 기후예측 모델이 낡았다는 설명은 지겹다"고 원색 비난했다.
 
중앙은 또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릴 것도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지상 구간 제설작업이 부실해 전동차가 멈춘 것은 문제"라며 "염화칼슘을 뿌렸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이어 장관 5명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지각한 것을 두고 "(이들은) '차가 오르막길을 못 올라가서'라 변명했다고 한다"며 "상황실에서 일찍 연락했으면, 또 장관들이 승용차가 아니라 지하철이든 걷든 상황에 맞게 대처했으면 지각 사태는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중앙은 "부실한 예보와 도로 관리도 문제지만, 내 집 앞 눈부터 치우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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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청계천-광화문' 야간 조명에 3년간 43억? (프레시안,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2010-02-09 오후 3:13:52)
[김영호의 사자후] 녹색성장 비웃는 서울시의 '빛 잔치'
 
언제부터인가 12월이 되면 서울시청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해 저물어가는 한 해를 알리곤 했다. 세월이 흘러 갈수록 크리스마스 트리가 더 커지고 더 화려해지더니 지난 3년 전부터는 휘황찬란한 옥외 조명이 연출하는 빛의 축제가 서울의 밤을 밝힌다. 서울시청은 2007년 12월 '2007년 하이서울 루체비스타'라는 일반 시민은 뜻조차 모를 이름의 빛의 축제를 벌였다. 서울시가 영어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이탈리아 말이란다. 루체(luce)는 빛이고 비스타(vista)는 전망, 풍경이란 뜻이라니 무슨 말이지 알 듯도 하다. 이탈리아에서 아치형 구조물을 들여다 청계천 일대와 서울광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디지털 조선일보와 맺은 계약금이 14억5000만 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얼마인지 모르는 전기요금이 들어갔을 테니 비용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서울시는 2008년에도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빛의 축제를 열었다. '순백의 겨울, 순수의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순백이니 순수라는 단어는 눈을 뜻하는 모양이나 그 해 서울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아니면 야간 조명의 개념을 은백색으로 한다는 뜻인 듯하다. 호텔, 백화점 등에 연말 야간 옥외 조명의 기본색을 은백색으로 하라고 지시한 데서 알 것 같다. 서울시는 2008년 빛의 축제를 위해 시설비와 운영비로 12억2400만원을 썼다고 한다.
 
서울시는 작년에는 광화문 광장 개장을 축하하느라 '빛으로 행복한 도시 서울'이라는 더 성대한 빛의 축제를 열었다. 그 중에는 KT건물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쏘는 '미디어 파사드'라는 뜻 모를 행사도 있다. 파사드(facade)가 건물의 정면을 뜻하는 불어라는 사실을 모르면 무슨 소리인지 알 리 없다. 또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프랙털 거북선'을 이순신 동상 앞에 설치해 전시하고 있다. 프랙털(fractal)이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뜻한단다. 사전적 해설을 들어야 알 수 있으니 서울 시민하기도 어렵다. 이 축제에도 16억7000만 원을 썼다고 한다.
 
서울시청이 이렇게 지난 3년간 빛의 잔치를 벌이느라 43억4400만 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예산 집행액이다. 여기에다 백화점, 호텔, 은행 등 대형건물들이 연말에 야간 옥외 조명을 위해 쓴 돈까지 합치면 그 비용은 훨씬 클 것이다. 서울시가 빛의 거리를 조성한다며 민간 기업에 참여를 독려했으니 하는 말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많은 시민들이 공포에 떨던 2008년에도 야간 조명을 조성하도록 당부했다. 참여를 독려하려고 예산 1억4500만 원을 들여 우수업체 20곳을 선정해 500만 원씩 상금으로 줬다.
 
서울시는 빛의 거리, 빛의 도시를 만든다며 도심의 가로수마다 전깃줄로 꽁꽁 동여매고 거기에다 전등이나 점멸등을 매달아 서울의 밤을 밝힌다. 인공 빛이 밤을 밝히고 전구가 열을 발산하니 나무인들 겨울잠을 잘 수 없을 테니 생육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연말 행사라도 1월 중순쯤에는 끝나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2월 들어 열흘이 넘었지만 태평로-세종로를 잇는 서울 도심의 밤은 가로수 조명등으로 어둠을 모른다. 아직 찬바람이 부나 지난 2월 4일이 입춘이니 절기로는 봄이다. 계절이 바뀌나 서울의 밤은 백야를 연출하며 겨울밤을 예찬하는 모습이다.
 
경제난, 생활고에 찌든 서울 시민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겨울 내내 빛의 축제를 즐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장의 연탄이 아쉽고 냉바닥에 사지를 덥힐 전기장판을 쓰는 게 아까운 이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시민들은 전기 값 아낀다고 한 등이라도 더 끄려고 애쓰고 안 쓰는 플러그를 뽑지만 돈도 전기도 아까운 줄 모르는 서울 도심의 옥외 조명은 밤새 눈이 부시도록 밝다. 전력사용량 최고치 수립은 이제까지 한 여름 무더위가 심할 때 일어났다. 냉방기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전력사용량 최고치를 연이어 갱신했다. 혹한에다 폭설 때문일 테지만 빛의 축제 같은 전기 낭비 심한 행사가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이러니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나 보다.
 
청와대는 녹색 성장을 이룩하려고 골똘하고 있다고 한다. 녹색 성장은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통해 온실 기체 배출을 줄이면서 경제 성장을 모도하는 일이다. 이것은 지구인의 과제다. 그런데 서울시는 웬일인지 해마다 찬란한 빛의 축제를 벌이며 녹색 성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밤마다 전기 낭비, 예산 낭비를 일삼는다. 그것도 서울광장, 청계천광장,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의 소통은 틀어막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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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새마을운동’ 하십니까 (한겨레21 2010.04.09 제805호, 김미영 기자)
[특집] 공사 끊이지 않는 광화문광장, 호텔 로비 같은 인사동…
오세훈 서울시장 4년간의 디자인 정책 점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이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정책 비판은 친정인 한나라당에서 먼저 나왔다. 서울시장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아직 디자인에 ‘올인’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고, 나경원 의원도 “디자인 서울은 장기적으로 방향은 맞지만 그것이 왜 지금이고 서울 시정의 중심인지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오세훈 시장을 압박했다. 특히 나 의원은 “광화문 광장 논란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우리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역사 인식과 철학 없는 행정의 표본이 됐다”고 비판했다. ‘맑고 매력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민선 4기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정책은 왜 도마 위에 오른 것일까?
 
광화문 한복판은 세웠다 부쉈다…
오세훈 시장은 2006년 취임 당시부터 ‘디자인’을 강조했다. 2007년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꾸리고 ‘디자인 서울’ 정책을 내놨다. 한강과 남산을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하는 ‘한강르네상스’와 ‘남산르네상스’, 서울 거리 곳곳을 새 단장하는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 동대문 일대에 조성하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 등의 모든 사업에서 디자인이 우선으로 고려됐다. 서울시는 “기능과 효율 중심의 도시를 인간 중심의 도시로, 자동차 중심의 도시를 보행자 도시로 바꿔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 결과, 서울은 소란하다. 한쪽에서는 건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수는 작업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도시가 디자인을 입는 과정은 때로 불편했다. 지하에서 고층까지 온통 공사판이고 길과 길이 서로 엉켰다. 경제·문화적 효율을 강조하며 역사적인 건물과 장소를 없애기도 했다. 건축된 지 83년 된 동대문운동장, 51년 된 옛 중앙정보부 건물이 철거되거나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의 600년 역사는 강화되는 듯 보이면서 퇴색했다.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디자인 정책은 거리의 가난한 시민들을 도심 중심에서 바깥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도시가 디자인을 입는 과정은 재개발 과정과 흡사했다.
 
지난 3월23일 오후 2시.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 뜨거운 햇빛이 쏟아졌다. 대로 가운데 섬처럼 놓인 광장은 교차로로 쓰일 뿐, 낮 시간엔 썰렁했다. 지난해 8월 개장 당시 호기심에 광장을 채우던 사람들은 이벤트도 없고 그늘도 없는 광장에 더는 모이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 뒤편으로 세종대왕이 금빛을 번쩍였다. 지난해 12월 스노보드 경기대가 놓였던 자리에는 맨흙이 채워졌다. 올봄 잔디밭이나 꽃밭으로 변하려는지 빈 땅에 물을 뿌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휘장 덮인 경복궁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경복궁까지 서울의 역사를 담은 조형물이 줄줄이 서 있지만, 역사의 향취도, 광장의 기능도 알 수 없었다.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30년째 가로판매대(가판대)를 운영한다는 한 아주머니는 “광장이 조성된 뒤 한번도 광장을 거닐어보지 않았다”며 “하루도 쉴 날 없이 뭔가를 허물고 세우는 작업을 하는 걸 보면 혈세 낭비 같아 속이 터진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가게인 가판대도 디자인 정책에 따라 지난 2월에 교체됐다. 고동빛의 새 가판대는 이전보다 좁고 불편하다. 차양이 짧아 비가 쏟아질 땐 빗물이 들이쳐 물건이 다 젖는다. 내부 선반도 부족해 물건을 한쪽 바닥에 쌓아둬야 한다. 헌것 주고 새것 받았는데 좋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돈도 더 내고 있다. 이전 가판대는 도로점용료를 포함한 1년 임대료가 150만원이었는데, 교체 뒤 170만원을 낸다. 아주머니는 “광장에 머물다 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음료수도 팔리지 않고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시간의 해방구인 인사동도 변했다. 2000년 인사동길 역사탐방로조성계획에 따라 아스팔트 대신 검은 전돌이 깔렸던 바닥은 ‘하이힐이 빠지지 않는 거리’를 만든다며 다시 마천석을 깔아 평평하게 바뀌었다. 인사동 초입을 지키던 석장승이나 석물도 사라졌다. 변하지 않는 모습이 아름다운 인사동은 점차 옛 맛이 사라지고 있다. 2000년 당시 인사동 개선 사업에 참여했던 건축가 출신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인사동길이 호텔 로비처럼 바뀌었다”며 “인사동은 결점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잘 쓰이는 공간임에도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의 색을 없애고 겉멋 든 화장에 집중하는 게 지금 시장의 디자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옛것은 사라진 인사동과 동대문
옛것은 동대문운동장 주변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이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개명된 지하철 동대문운동장역 앞도 버스전용차선 공사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 건설로 시끄럽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귀국환영회, 우루과이라운드 반대 농민집회 등 근현대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됐던 동대문운동장은 이제 터만 남아 공원으로 바뀌고 있다. 옛 모습은 새 건물 옆으로 들어선 홍보관에서 동영상이나 기념품을 보며 떠올려야 한다. 운동장 터를 밀었을 때 나온 조선시대 성벽, 관아 터, 우물 등은 공원 한켠에 유구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일제가 운동장을 지으며 허물었다는 서울 성곽도 일부 인공적으로 재현했다. 일제 잔재라지만 시간의 켜가 쌓인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이미 흔적도 없어진 옛 유적의 모형이 어설프게 들어선 셈이다.
 
2011년 말에 완공될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는 이라크의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았다. 액체 흐름을 형상화한 우주선 모양의 건물로 지어진다. 이를 두고 김진애 의원은 “동대문운동장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살리지 못한 디자인”이라며 “스타 건축가의 이름에 기댄 건물은 서울시가 ‘명품 중독증’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비난했다. 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국제적 홍보 효과도 있는데 역사적 장소라고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설계 과정에서 발주처인 서울시가 사업을 주도하지 못하고 디자이너에게 끌려다닌 측면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에 대해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되어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210만 명에서 280만 명으로 늘어나고, 향후 30년간 53조7천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44만6천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서울시가 생각하는 디자인플라자의 용도는 디자인 박물관, 정보교육센터, 국제 디자인 전시 및 콘퍼런스 유치 등이다. 숫자가 만든 경제 효과는 차지하더라도 일대 상인들이 기대하는 건물은 아닌 듯하다. 디자인플라자 홍보관의 한 직원은 “또 하나의 복합 쇼핑몰로 알고 주변 상인들의 상점 입점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광화문·종로·인사동·동대문운동장 등 디자인 정책을 입은 동네들이 변하는 사이 사람들의 삶도 변했다. 디자인 서울 정책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이들은 거리의 영세상인이다.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으로 수많은 노점상과 상인들이 생계 공간을 잃고 있다. 노점상을 인정해준다는 디자인서울거리는 대로변의 노점을 싹쓸이해 이면도로로 몰아넣었다. 동대문운동장 일대에서만 1천여 명의 노점상인이 신설동 풍물시장이나 다른 곳으로 쫓겨났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 때문에 청계천에서 동대문운동장으로 쫓겨났던 노점상들은 오세훈 시장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 사업 추진으로 다시 신설동 풍물시장으로 쫓겨난 셈이다. 이제 옛 동대문운동장 앞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며 시위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공사장 소음과 엉킨다.
 
요란하다고 ‘몰개성’ 간판 강요?
서울시는 노점상이 떠난 도시 대로변의 환경미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7년부터 매년 10곳 이상의 거리를 지정해 보도환경을 개선 중이다. 지저분한 분전함, 전선이 얽힌 전신주, 울퉁불퉁한 보도바닥 등을 교체해 거리를 깨끗하게 포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능동로(어린이대공원역~시민체험관) 1차 거리 조성을 마친 광진구의 경우 올해 10월 완성을 목표로 능동로(능동소방파출소~군자역사거리) 2차 거리 조성을 하고 있다. 광진구청 도시디자인국의 한 공무원은 “보행 공간을 넓히고 거리를 깨끗하게 정비하면서 구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황진태 객원연구원은 “서울시가 디자인 정책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경제와 문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근대 문화재를 파괴하고 노점상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노점상은 오세훈 시장이 위한다는 시민의 범주에서 제외되느냐”고 되물었다.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 중엔 도시 경관을 해치는 간판 정비사업도 포함된다. 디자인서울거리로 지정된 거리의 건물은 시가 지원비를 주고 간판 개선에 나섰다. 앞으로 신축될 건물은 시의 디자인 심의에 따라 규격에 맞는 간판을 만들어야 한다. 광진구청의 이 공무원은 “서울시가 부담해주는 금액을 초과해 간판을 교체해야 할 경우 건물 주인이 남은 비용을 부담하게 돼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간판 정비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원만하게 해결 중”이라고 했다. 덕분에 색과 크기 경쟁을 벌이던 간판들은 작고 깔끔하게 건물 외벽을 장식하게 됐다.
 
하지만 획일화된 간판으로 바뀌면서 건물이나 장소의 개성이 사라졌다. 간판 교체 과정에서 강제된 행정력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서울시는 간판 정비사업의 첫 시범 지역으로 북촌 거리를 지정했다. 동네의 특성을 드러낸 북촌 일대 간판이 서울시의 획일화된 디자인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간판으로 교체되면서 상인들과 서울시 간에 마찰이 발생했다. 황진태 연구원은 “원색에다 크기도 제각각이어서 시각 공해를 초래하던 간판을 정리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지역과 장소의 특수성에 상관없이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간판을 강요하는 것은 몰개성적인 탁상 행정의 결과”라고 말했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도시에 디자인을 입히겠다며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껴안고 있는 건축물을 훼손하고 밀어붙이기식 개발로 시민과 마찰을 빚는 건 역사성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건설자본의 이해를 대변한 개발과 자본 중심의 논리가 디자인 정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과의 소통 없이 장사용으로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김진애 민주당 의원)거나, “자치단체장이 임기 내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인지 역사성에 대한 고려도 없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서둘러 도시계획을 추진한다”(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만 세우면 시드니 되나”
문화마케팅 차원의 도시디자인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는 인공섬인 ‘플로팅 아일랜드’를 조성하고, 노들섬은 ‘한강예술섬’으로 꾸미는 계획을 포함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여름 완공 예정인 플로팅 아일랜드는 미디어아트를 주제로 첨단 기술을 접목한 복합문화시설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총 4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4년 완성 예정인 한강예술섬은 오페라하우스와 미술관 등 대단위 문화예술 공연장을 갖추게 된다. 이밖에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한강르네상스의 이름으로 2030년까지 추진된다. 문화우리 이중재 사무국장은 “외국에서 본 예쁜 오페라하우스를 한강에 갖다놓는다고 해서 서울이 시드니나 파리가 되겠냐”며 “여느 도시에서 보기 드물게 강과 산이 어우러진 서울의 경우 인공적인 조형물 없이 자연 그대로의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디자인 정책을 잡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진태 연구원은 “오세훈 시장이 한강 개발을 임기 이후까지 진행될 장기적인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칭찬해줄 만하다”며 “한강르네상스야말로 오 시장이 그토록 강조해온 환경·생태 등의 수식어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는지 판가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데는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서울은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도시 가운데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인천·수원을 포함한 서울권역 인구밀도는 1㎢당 1만6700여 명. 뉴욕의 8배, 도쿄의 3배다. 좁은 땅을 많은 사람이 나눠 쓰려니 삶의 질이 높을 리 없다. 교통난과 주택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서울의 도시 환경을 바꾸기 위한 창의적 도시디자인 정책이 시급하다. 디자인 서울이 정책 추진 방법에 따른 문제성이 지적될 뿐 “왜 디자인을 해야 하나”란 반대 여론이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드라이브로 서울은 변했고, 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디자인 정책을 펼친 이래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월페이퍼> 등에서 서울을 가보고 싶은 도시로 꼽고 있다”며 성과를 과시했다.
 
그러나 반대의 조사 결과도 있다. 세계적인 여행서 출판사인 ‘론리플래닛’은 지난해 10월 누리꾼과 여행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계 최악의 도시 9곳을 선정하면서 서울을 3위로 꼽았다.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이 이유였다. 가보고 싶은 도시와 최악의 도시란 상반된 평가가 서울시가 디자인 정책을 펼친 뒤 이뤄진 셈이다.
 
김아연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디자인 서울 정책을 ‘디자인 새마을 운동’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겉으로 보이는 외관만 바꿀 게 아니라 도시 체계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평했다. 최범 디자인 평론가도 “디자인 서울 정책이 도시 환경과 관련되기보다는 포장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시민의 삶의 질에 기여하기보다는 도시 정치의 선전에만 쓰이고 있다”며 “디자인 서울 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디자인이라는 말이 어떻게 이해되고 사용되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각 도시 정부가 더 많은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디자인 전략을 취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서울시의 디자인정책 관계자는 “기술개발에 투자하면 5배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지만 디자인에 투자하면 22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처럼 디자인 산업이 도시 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처럼 보이는 디자인 정책은 양날의 칼을 지니고 있다. 기득권층을 지키기 위한 칼날과 도시 빈민을 쫓아내기 위한 칼날이다.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도시 경관 개선계획이 한강과 남산 일대 부동산값만 높이게 될 것이라든가, 깨끗한 거리는 결국 거리 노점상 청소를 의미한다는 비난이 계속되는 까닭이다. 김진애 의원은 “관광 수입이나 디자인 산업 등 경제주의적 발상으로 삶의 기억과 체험을 지우는 디자인 행정은 지금이라도 수정돼야 옳다”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생각해볼 때
많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디자인인가’를 고민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무엇보다 랜드마크 같은 거창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배정한 교수는 “유럽 같은 선진 디자인 도시를 보면 보기좋은 공간이 아닌,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공공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시민의 참여를 늘리는 노력도 요구된다. 황진태 연구원은 “전북 진안군 원촌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마을가꾸기의 일환으로 공공디자인을 가미한 간판 교체 사업을 자발적으로 진행해 마을을 아름답게 가꿨다”며 “디자인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와 시가 시민들과 지역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대화하느냐다”라고 말했다. 문화우리 이중재 사무국장도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회색빛 아파트, 복잡한 시내 도로 환경 등 서울의 문제점들을 다듬는 것만으로도 서울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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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서울형 복지’ 차별성·실효성 떨어져” (경향, 한대광 기자, 2010-04-09 00:33:26)
ㆍ유권자희망연대 좌담회… 임대주택 공약도 못지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건 ‘서울형 복지’가 기존 복지정책과 차별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핵심사업으로 내세운 희망플러스통장 등도 저소득층 관련 사업 예산의 2%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 시절 내건 공공임대주택 10만채 공급도 2만1000여채 공급에 그쳐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등 전국 35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10 유권자희망연대는 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오세훈 서울시정 4년 복지·주거정책 평가 공개좌담회’를 열기로 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형 복지:정치적 수사와 실제의 모호함’, 이주원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은 ‘미봉책으로 일관한 오세훈 시정의 주택정책 평가’를 각각 주제발표할 예정이다.
 
남 교수는 8일 배포된 주제발표문을 통해 “서울시는 기존 복지정책을 비판하면서 ‘서울형 복지’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면서 “그러나 서울형 복지는 한두 개의 콘셉트에 대부분의 기존 정책을 끼워 맞춰 포장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형 복지의 핵심으로 광고되는 희망플러스통장·꿈나래통장·희망드림뱅크도 서울시 저소득층 지원사업 예산의 2% 이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어 “서울형 그물망 복지센터도 시민들에게 전화번호 하나를 알려준 것일 뿐이며 그물망 복지프로그램에서 제시한 300개 단위 사업을 연결하고 관리할 수행인력은 10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하는 박지영 공공노조 조직부장은 “서울형 어린이집은 보육교사의 급여가 일부 인상되고 간판만 달라졌을 뿐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시설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공인된 이후 영어·음악·미술·체육 특기교육과정을 추가 신설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납부하는 보육료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의 주거정책에 대해 이주원 국장은 “공급보다 멸실량이 큰 주택공급 정책 때문에 서민주택이 줄어들고 전세 대란 등을 초래했다”면서 “시프트도 취지는 인정되지만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한정된 자원을 중·고소득자에게 집중시키는 등 오 시장의 치적 쌓기용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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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오세훈 8년, 한 마디로 '거품' 시정"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2010-04-09 오후 6:07:55)
"청계천 복원, 광화문 광장, 한강르네상스…일상 공간의 피폐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이른바 '서울형 복지'가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0 유권자희망연대는 9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지난 4년간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복지 정책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따뜻하고 행복한 복지 도시'. 오세훈 시장이 진행하는 '서울형 복지'의 슬로건이다. 서울시는 '서울희망드림 프로젝트', '9988 어르신 프로젝트', '장애인 행복도시 프로젝트', '여행 프로젝트', '꿈나무 프로젝트' 등 5개를 그 내용으로 내세운다.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현재 '서울형 복지'는 한두 개의 개념에 기존 정책을 끼워 맞춰 포장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형 복지'는 이미 기존에 진행돼 온 개별 프로그램을 재배치 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것. 남 교수는 "'서울형 복지'는 홍보를 위한 수사에 맞춰 서로 다른 내용을 같은 색 포장지에 포장한 것"이라며 "수백 개의 단위 사업으로 구성돼 있는 서울형 복지는 대부분 기존에 비판 받던 과거 사업과 다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상당수의 단위 사업은 아예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거나 예산 삭감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러 부분에서 예산과 사업 계획이 야심차게 알려지곤 했지만 이미 연간 예산에서부터 틀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형 복지'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복지관의 경상운영보조금은 2009년 동결된 이후 2010년에도 동결됐다. 오세훈 시장의 재임 기간 중 사회복지관 경상운영비의 평균 인상률은 2.26퍼센트에 불과하다. 또 '서울형 복지' 사업의 가장 핵심 영역으로 광고되는 '희망드림 프로젝트 사업'의 2010년 예산 규모도 모두 합해봐야 서울시 저소득층 지원 사업 예산 전체의 2퍼센트 이내 규모다. 더구나 서울시의 저소득층 지원 사업 전체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삭감됐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임기간 중 홍보비는 11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8년간 서울시가 쓴 홍보비 649억여 원의 1.8배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형 복지'가 전시성에 불과하다는 지적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성규 서울복지시민연대 대표는 "기본적으로 정책을 말할 때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서울형 복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홍보비 수치를 통해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오세훈 시장이 힘주어 말하는 '서울형 복지'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수현 세종대학교 교수(도시부동산대학원)는 "이명박, 오세훈의 8년은 한 마디로 거품 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광화문 광장, 한강르네상스, 청계천 복원 속에서 우리가 사는 동네, 즉, 일상 공간은 피폐화됐다"고 주장했다. 김수현 교수는 "제대로 된 시정을 펼친다는 것은 서울 시민이 사는 일상 공간을 어떻게 보기 좋은 곳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스노보드 대회를 통해 시민 100만 명을 끌어들인다고 좋은 시정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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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01:28 2010/05/3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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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뎡야 2010/06/01 17:54

    녹색파시즘이 와닿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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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공공디자인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인다 Tracked from 2010/06/05 13:43

    인생의 목적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정의내린 영국 정치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 1832). 벤담은 원형 교도소 파놉티곤을 남겼습니다. 물론 벤담의 상상력은 그 당시 실현되지 않았지만, 후대에 다 이루어졌지요. 어디서든 감시할 수 있는 체제 감옥,학교, 병원과 공공시설에 적용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셀푸코의 역작 '감시와 처벌'도 파놉티곤 모델에 영감 받은바가 큽니다. 벤담은 사람들을 감시해서 통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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