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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민주당 플랜 7대 분야 정책 대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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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21일 18:38

 

초안보다 전향된 안이 뉴민주당 플랜으로 나왔다고 하지만, 그리 기대할 만한 것은 아닌 듯...

사회서비스와 관련된 정책 정도를 살펴봐야 하나. 이것도 노무현 정부 때에 나왔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에서 더 나아간 것이 없다. 일단 자료 삼아 관련기사를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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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뉴민주당 플랜', 본격 가동하나 (프레시안, 김하영 기자, 2009-12-03 오후 6:36:27)
"'반대 야당'으로는 지방선거 안심 못 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로 중단되다시피 했던 '뉴민주당플랜' 공론화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3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와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발제자로 내세워 뉴민주당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화두는 '생활정치'였다.
  
우선 '생활정치'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 대해 김호기 교수는 "'생활정치(life politics)'란 말은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에 의해 본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불평등과 억압에 저항하는 '해방정치(emancipatory politics)'에 대응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쟁점과 관련된 윤리를 탈전통적 질서 속에서 실존적 문제들을 배경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제3의 길'로 통용되기도 하는데, 전통적 해방정치가 고전적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목표를 담고 있다면, 생활정치는 현대적 사회민주주의와 여성·평화·환경운동 등을 포괄하는 신사회운동의 목표를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 열풍을 일으켰다고 평가되는 '생활정치' 역시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환경운동, 평화운동 등을 포함한 일본식 신사회운동의 등장에 기반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이후 일본의 혁신세력인 가나가와네트워크로 발전했고, 이들은 민주당 창당과정에 개입해 생활정치 이념을 수용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생활정치는 유럽적 맥락보다는 일본적 맥락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생활정치의 영역을 △경제영역(성장과 일자리) △사회영역(주거, 노후, 양성평등, 환경보호 등) △문화영역(교육과 능동적 문화생활) △세계화영역(노동력의 국제적 이주와 다문화주의)로 구분했다.
 
김 교수는 "생활정치에 대한 한국적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는 예를 들어 '민주적 생활정치' 또는 '생활정치 민주주의'를 추구해 생활정치에만 치중하지 말고 민주주의 수호라는 이중과제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민생정치와 생활정치의 차이를 부각시켜야 한다"며 "민생정치가 경제적 시민의 생활에 주목한다면, 생활정치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시민의 생활을 포괄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생활정치의 폭을 경제 문제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문화적 욕구의 영역으로도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발제에 나선 박주현 소장은 "패러다임 싸움에서 확실히 이겨야 한다"며 "대립각만 세우는 패러다임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로 바꿔야 하다"고 강조했다. '토목이냐 교육이냐'가 아니라 '토목에서 교육으로', '과거냐 미래냐'가 아니라 '과거에서 미래로', '소수의 부자냐 다수의 서민중산층이냐'가 아니라 '소수의 행복에서 다수의 행복으로'와 같이 대안을 제시하고 이끄는 긍정적 방향으로 슬로건을 정립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진영은 영남에 토목 예산이 몰리면 호남에도 따오는 식으로, 강남이 개발되면 강북도 개발시키는 식으로와 같이 보수 특권층이 제시하는 패러다임 안에서만 싸워왔다는 진단이다.
 
결국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로 집약되는데, 박 소장은 "좋은 일자리 컨셉이 '만병통치약'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과 상관없이 몇 개를 만드느냐에 집착하고 있지만, 질도 따지는 일자리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자리 예산도 개수로 따지지 말고 전체 인건비 예산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곳은 교육과 복지 분야의 사회서비스"라며 "인적자원개발과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보다 구체적 주문들이 제기됐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민주당플랜은 한 마디로 일부만 잘 살지 말고 다 같이 성장하자는 것인데, 좌우를 넘어선다든가 좌와 우가 다르다는 것 말고, 좌도 우도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방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사실 일본 민주당과 자민당은 매니페스토 내용을 보면 언어만 다를 뿐 정책 체계는 비슷하다"며 "문제는 비전의 분명함과 구체성의 차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민주당은 '중학교 졸업시까지 월 2만6000엔', '출산수당 55만 엔', '고령자 연구수당 7만 엔', '향후 3년간 시간당 최저임금 700엔에서 1000엔으로 인상' 등과 같이 분명한 수치를 목표로 세웠기 때문에 사람들이 민주당의 정책체계를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치목표들이 제시돼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10년을 가져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액션플랜과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국민들이 움직인다"며 "구체적이지 않으면 감동도 없다"고 역설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이 기성정치가 싫으니 반대격으로 생활정치를 찾는 것"이라며 "그러나 선거용 1회성으로 끝나 잊어버리면 국민들이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정 교수는 "보통사람들,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은 '반대야당'으로서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김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잘 될 가능성은 3년 전보다 커졌지만 실제 부딪히는 민심은 결코 녹록치 않다"며 "현재 우리 지지층 24~25%로는 못 이긴다. 지방선거 간단하게 보지 말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김 의원은 "지금 보수층은 조직화된 정도가 예전 권위주의 정부 시절 관변단체와는 수준이 다르다"며 "자기 이데올로기와 자기 세계관을 갖고 우리와 맞서고 이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견제야당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하지만, 그것만 갖고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근본주의적인 운동권 정당의 티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택문제, 교육문제, 일자리문제 등 구체적 문제에 대한 민주당표 대안이 뭐냐고 물을 때 아프다"며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 같은 실현 되지도 않는 무모할 만큼의 도적적 아젠다를 던져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소득의 양극화보다 자산의 양극화에 대한 국민들의 허탈감은 감당이 안 되는데, 원죄는 다 우리에게 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문제 등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당 내에서 토론 하다 대통령 고함 소리 한 번에 주저 앉았었다"고 반성했다. 김 의원은 또한 뉴민주당플랜에 대한 '우경화' 비난 등에 대해 "토론도 하기 전에 논쟁조차 못하고 자칫 쓰레기통에 갈 위기에 처했었다"며 "우리 민주당이 미국 민주당처럼 좌파부터 중도까지 모두 포함하는 '빅텐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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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민주당 플랜', 활로인가 허상인가? (프레시안, 김하영 기자, 2010-01-25 오후 4:19:38)
교육정책 발표, '3불정책-특목고' 등 핫이슈 실종
  
민주당 지도부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민주당 플랜 총론에 해당하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날은 6개분야 가운데 첫 번째 순서로 교육분야 정책을 발표했고, 6주 동안 매주 한 분야씩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클릭' 논쟁이 일었던 총론의 수정이 거의 없고, 세부 분야 정책도 민감한 이슈는 피해 뉴민주당플랜을 둘러싼 정체성 논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1년 반의 준비 끝에 오늘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 들어 현안들이 하도 많아 밀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2008년 하반기 '비전위원회'가 출범한 뒤 2009년 5월 뉴민주당 선언 초안을 발표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논의 자체가 계속 밀려왔다. 정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은 비판을 뛰어넘어 나름대로의 방안과 정책을 내놓아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구체적 대안의 실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초안 공개 당시의 정체성 논쟁을 의식한 듯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진보성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국민의 실생활을 잘 챙기는 실사구시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며, 철저하게 생활정치를 잘 펼쳐나가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3대 가치를 기조로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둔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국가발전모델로 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인다 △사회투자형 복지국가의 틀을 구축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등 6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날 첫 번째 순서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이 교육분야 정책을 발표하고 '떡잎은 국가가 책임진다', '아이들이 즐거운 경쟁력 있는 학교를 만들자', '교원을 대폭 증원해 학급당 25명 실현', '대학 등록금 인하를 통한 반값 등록금 단계적 실현', '고등학교 의무교육 단계적 실현', '보편적인 무상급식 실현', '한국교육개혁, 이제는 대학이다' 등 7개 브랜드를 내놨다. 구체적 정책을 살펴보면 영유아 교육과 관련해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무상교육을 위한 국가 지원 확대를, '즐거운 학교'와 관련해 △전국 일제고사 반대, 표집에 의한 학업성취도 평가 △0교시 수업반대, 심야학습 학생 선택 △혁신형 자율학교 모델 확산 등을 내놨다.
 
또한 수도권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 25명을 실현하기 위해 교원을 증원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등록금 상한제와 더불어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재정지원을 확대 및 소득 5분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밖에 고교 의무교육과 초중등학교에 이은 고교 무상급식까지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교육에 있어서는 "세계 100대 대학에 5개 이상의 국내 대학이 들도록 지원한다"는 목표이고, "상위권 대학 입시열풍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 국립대 통폐합 유도, 지방 포함 50개 대학에 연간 500억 원씩 5년간 지원해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세균 대표나 나도 가난하고 어렵게 자랐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아니 않고 강남에서 용이 나는 사회"라며 "가진 사람들이 기회를 독점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로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존립할 수 없다"며 "SOC에 투입되는 재정계획을 바꿔, 교육에 GDP의 6%만 투자해도 영유아 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민주당플랜이 1년 6개월 만에, 초안이 제시된 지 8개월 만에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만큼 미뤄져 왔던 당내 논쟁도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제시된 비전은 국민들에게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으며 '2000년 이후 대학별 등록금 인상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비교' 표를 제시했는데, 대학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2~4배를 뛰어 넘어 인상된 시기는 정작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였다.
 
이종걸 의원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 정권 시절에 대학등록금이 대폭 올랐는데 모른척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당시 등록금 인상을 제어하지 못한 원인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 평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구체적 활동 결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구체적 반성과 성찰 없는 구호는 공허하다"고 말했다.
  
영유아 보육·교육, 무상급식, 의무교육 확대 등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공교육 특히 '평준화' 등 '3불 정책'에 대한 모호한 입장도 논란거리다. 이날 김효석 원장은 교육분야 '민주정부 10년의 업적과 반성'에 대해 △교육기회의 확대 △중학교 의무교육 완성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인프라의 확충 △BK21 △누리사업을 통해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기적인 투자 등을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평준화 집착, 3불 정책, 초중등학교 중심의 정책 등 현실 고착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3불 정책'에 대한 언급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날 발표문에서도 "출발점 평준화 프로젝트"라는 영유아 교육지원 확대 분야의 부제를 읽다가 "평준화라는 말이 사실과 다르게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온다"며 "'평준화'라는 단어는 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발표와 함께 상영한 교육 현장 현실에 대한 동영상에는 특목고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정작 정책에서는 특목고에 대한 입장이나 해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비주류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 입장을 떠나 학부형으로서 별로 와 닿는 내용이 없다"며 "특목고, 사교육 대책, 대학입시 등 가장 관심있고 논쟁적인 민감한 이슈는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교육의 정상화 해법으로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제시하고서 세계 100대 대학에 5개 이상의 국내 대학이 들어가게 지원하는 것은 다소 동떨어진 내용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김 원장은 "이번에는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 한 부분을 대표 브랜드로 뽑아 내놓은 것으로 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것은 이번에 넣지 않았다"며 "3불과 대학입시 등은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교육의 수월성에 대한 개념도 평등화 개념에 접목할 필요가 있다"며 "절대 다수를 위한 수월성 개념을 이번에 접목시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도 '새로 마련한 정책방향이 지난해 5월 총론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 원장은 "당시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일부에서 '우클릭'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구체적 정책을 갖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앞으로 6개 분야를 모두 발표한 뒤 시도별 순회를 통해 당원들 의견을 듣고 최종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6개월만에 뉴민주당플랜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됐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당 내 후보군들의 경쟁, 주류-비주류의 본격적인 당권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논쟁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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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 만들자” (한겨레, 송호진 기자, 2010-02-01 오후 09:48:16)
‘뉴민주당플랜’ 정책 발표…“공공근로보다 안정적”
“구체성 결여됐고 청년 일자리 창출 미흡” 지적도

 
민주당이 1일 이명박 정부의 한시적 ‘공공근로’와 대비되는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 ‘뉴민주당 플랜’의 일자리 주요 정책들을 내놓았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21.3%)에도 못 미치는 13.8%에 불과하다”며 “오이시디 평균 수준으로 올리려면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100만개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산모·신생아 도우미, 노인·아이 ‘돌보미’, 지역아동센터 보조교사, 학교 상담 도우미, 특수교육지원 인력 등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가 동네 청소나 화단 가꾸기 등의 ‘공공근로’로 일자리 수를 부풀리는 데 반해, ‘사회 서비스 일자리’는 안정적이면서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만족도 높은 일자리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 민주당은 “근로자 1인당 연간 총근로시간의 300시간만 줄여도 약 2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4대 보험료 한시적 감면을 통한 중소기업 고용지원 △창업기업에 대해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혜택 △연대보증 폐지 △대형건설사가 건설기능직 직접 고용을 통해 ‘공공 공사’ 직접시공 비율 30% 의무화 △기업형 슈퍼마켓 허가제 도입 등 고용의 중심인 중소기업 지원과 근로노동자·소상공인 보호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교육·복지·의료·공공안전 등과 관련된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정책을 위한 소요 예산을 제시하지 않는 등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회 서비스 일자리’ 중 ‘청년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학교 청소’나 ‘정책형 숲가꾸기 사업’이 제시되는 등 공공근로와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가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에서 얘기하는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는 그동안 얘기됐던 일자리들을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데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효석 원장은 “지방자치단체 수요조사를 통해서 앞으로 사회 서비스 일자리 정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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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사회투자형 복지국가 실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2010-02-25 11:26)
 
민주당은 25일 복지에 대한 투자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사회투자형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복지 제도 및 지출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뉴민주당 플랜의 사회복지.보건분야 정책 발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를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 및 보육료 지원 확충 ▲저소득층 재산.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및 대상 확대 ▲장애인 예산 1% 이상 확충 ▲건강보험 급여항목 확대 ▲방과후 프로그램 지원기구 설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주거복지를 위해 매년 전세가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세가 5% 상한제'와 전월세액만큼 세금 혜택을 주는 `전월세 소득 공제제도', 파산.실업 위기에 처한 세입자에는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차등제 등을 내놨다.
 
민주정책연구원 김효석 원장은 "참여정부에서 사회투자형 복지국가를 추진한 바 있지만 집권 말기에야 비전이 나와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며 "사회복지 지출이 OECD 평균인 GDP(국내총생산) 대비 20%에 도달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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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노동 유연안정성 모델 추구'…뉴민주당 플랜 (노컷뉴스, 2010-03-07 14:19 CBS정치부 김정훈 기자)
 
민주당은 7일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 추구, 100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뉴 민주당 플랜' 노동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에서 민주당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고용과 생활 안정을 추구하는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추진하고, 지원금 지급과 제재를 통해 5년간 모두 1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과 실업급 수급율을 높이고 그 기간을 연장할 것도 제안했다.
 
이밖에 생존임금 보장, 실근로시간의 단축, 특수형태근로자 처우의 법적 보장, 직업훈련·평생교육 강화 등도 노동분야 뉴 민주당 플랜에 담겼다. 정세균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권 2년은 특히 노동 기본권이 완전히 뒷걸음진 한 2년이었다"면서 "노동자들은 현재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감소와 근로조건 악화, 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삼중고로 지적한 정 대표는 "민주당은 절실하게 개선이 필요한 노동분야를 비롯해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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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체성은 중도 진보” (중앙, 강민석·백일현 기자, 2010.03.15 02:42)
‘뉴민주당 플랜’ 확정 … ‘뉴 DJ플랜’ 때와는 달리 한 클릭 왼쪽으로
  
92년 DJ 때와 같은 당명의 민주당이 14일 ‘뉴민주당 플랜’을 완성했다. 이 플랜을 작성한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정세균 대표와 함께 환경분야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7개 분야에 걸친 민주당의 정책설계도를 마무리했다. 뉴민주당 플랜이 가리키는 방향은 과거의 ‘뉴DJ플랜’과는 다르다.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중도 진보’다”고 말했다. ‘뉴DJ플랜’과는 달리 당의 정체성을 좀 더 진보진영쪽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뉴민주당 플랜은 교육·일자리에서부터 환경분야까지 총 7개 분야로 구성됐다. <표참조> ‘분배’를 중시한 진보적인 정책이 많다. 이 중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약속은 6·2지방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민주당은 그러나 급진적이라는 느낌을 주진 않으려 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사회복지세 신설 ▶비정규직 철폐 ▶교사·공무원 노동3권 완전 보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 등을 주장하나 뉴민주당 플랜은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오히려 통일·외교·안보 쪽에선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침묵해 왔다는 지적을 들었다.
 
민주당의 새로운 전략이 완성되기까진 1년9개월이 걸렸다. 정 대표와 김 원장이 이 작업에 착수한 건 2008년 7월이었다. 이듬해 초순께 나온 뉴민주당 플랜 초안은 당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 원장은 “참여정부와 민주화 세력이 표방한 기본가치는 옳았지만 정책수단이 유효하지 않았다”며 성장정책을 중시하려 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2중대”(추미애 의원), “당의 우경화를 재촉하는 위장술”(이종걸 의원)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10%대 초반이었다.
 
김 원장은 당내의 다양한 견해를 검토하고 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 일본 민주당의 정책 공약집들과 『새로운 진보의 길』 『성장 친화형 진보』 같은 서적을 두루 연구했다. 그리고 ‘중도진보’ 쪽으로 당의 정체성을 설정했다. 보수쪽으로 외연을 확대하려 하기보다는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을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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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민주당 플랜’ 우경화 논란 일단락 (한겨레, 이정애 기자, 2010-03-15 오후 09:24:49)
“진보진영 정책들 수용” …선언직후 비판하던 의원들도 호평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을 둘러싼 당 안팎의 ‘우클릭’ 논란이 일단락됐다. 민주당은 14일 환경·에너지 분야의 정책 대안 발표를 끝으로 교육·일자리·중소기업 등 뉴민주당 플랜의 7대 분야 정책 대안 발표를 끝마쳤다. 2008년 10월 뉴민주당 비전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 5개월여 만이며, 지난해 5월 ‘포용적 성장’을 총론으로 하는 ‘뉴민주당 선언’이 발표된 뒤 10개월 만이다.
 
민주당은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생활정치’ 이슈에 대해 확실한 정책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임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선 당 안에 큰 이견이 없다. 당의 ‘우경화’를 비판해온 천정배·이종걸 의원도“주요 민생 현안을 골고루 다루는 등 세부 정책들 대부분이 동의할 만한 것들”이라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김효석 뉴민주당 비전위원장은 15일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자는 총론적 선언이 오해를 빚긴 했지만, 구체적 정책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야권의 진보정당들도 “전향적 변화”라고 환영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자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사유제한제’를 도입하고, 학벌 철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 등을 명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요구해왔던 정책들을 민주당이 적극 수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비판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좋은 얘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냐’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천정배 의원은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제시된 좋은 ‘각론’에 비해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큰 틀의 비전 제시가 없었다”며 “재벌과 보수언론, 검찰 등 한국사회의 조직화된 기득권 구조를 청산할 방안이 없다면 이런 정책들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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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뉴민주당 플랜’ 7개 분야의 정책 발표를 마무리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패배를 딛고, 제1야당으로서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작업을 나름대로 수행한 결과다. 애초 지난해 5월 공개된 뉴민주당 플랜의 초안은 기본 인식부터 설득력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총론에서 전임 정부에 대해 “공정한 분배에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장에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았다”고 왜곡된 평가를 담았다. 사회적 약자 보호가 미흡했던 정책 궤적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기보다는 “분배가 지나쳤다”는 보수세력 중심의 여론몰이 평가에 무비판적으로 기댔던 것이다.
 
이번의 분야별 각론에선 총론을 둘러싸고 쏟아졌던 비판을 그런대로 수렴한 흔적이 보인다. 교육 분야에선 보편적 무상급식 실현과 영·유아 교육의 전면 무상화, 반값 등록금, 고등학교 의무교육 등을 채택했다. 노동 분야에선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활용을 막기 위해 상시적인 고용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비정규직은 결원 대체와 프로젝트성 사업 등에만 국한하는 ‘사용 사유 제한’ 정책을 제시했다. 사회복지·보건 분야에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들에게 ‘보육료 지원통장’을 만들어주고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으며, 기초노령연금 지급 수준도 올렸다. 전체적으로 삶의 질 향상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런 변화 노력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좀더 진보적인 쪽으로 클릭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지지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것에 견줘, 차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몇주째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사회적 반향이 작다는 사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원인은 우선 대중적 흡인력이 강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6·2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대선까지 이끌어갈 ‘킬러 콘텐츠’라고 할 만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책개발 과정이 과거 집권 시절의 공과에 대한 성찰과 분리된 점도 문제다. 지금 제시된 정책들을 불과 2~3년 전에는 왜 실천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들 정책이 공허하게 보일 수 있다. 결국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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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민주당플랜, 3대과제 풀어야 국민 감동” (내일, 전예현 기자, 2010-04-09 오전 11:41:36)
당내 토론과 합의·구체성·재원조달 방안 
 
민주당의 정책을 모은 ‘뉴민주당 플랜’은 집권에 대비해 정책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의미 있지만,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부족해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민생정치모임과 천정배 의원실이 주최한 ‘뉴민주당플랜 평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점, 대안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보완해야 할 점은 뉴플랜을 당원과 국민이 ‘민주당의 강령’으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올해 초 정세균 지도부가 발표한 뉴플랜은 모든 당원이 이해하고 강력하게 지지하는 강령으로 안착하지 못한 상태다. 내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 높지 않다. 반면 영국 노동당은 강령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당내 치열한 토론을 전개하고, 특별 전당대회까지 열었다. 이 과정에서 ‘제3의 길’이 탄생했고, 전 당원이 핵심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를 뉴플랜과 비교하며 고 원 상지대학교 교수는 ‘공론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비판을 토론과 논쟁으로 적극 조직해 긍정적 동력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뉴플랜이 정책정당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면 전당대회의 인준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구체성이다. 김종걸 교수는 “뉴플랜은 과거 10년 집권 정책과 어떻게 다른지 명확하지 않다”며 “누가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할지 6하원칙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나열된 정책의 우선순위가 불분명하고, 구체적 정책목표가 수치화 되어있지 않다. 김 교수는 뉴플랜과 일본 민주당의 정책을 비교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일본 민주당의 ‘매니페스토’에는 출산보조금 55만엔, 모든 국민에게 최소 7만엔의 연금지급 등 정책 목표가 수치로 제시돼 있다. 김 교수는 “뉴플랜은 전체 구조 차원에서 내용을 조율하고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원조달 방안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복지 재정에서 부족한 110조원을 어떻게 더 확보할 것이냐”며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할 뿐, 적극적으로 복지관련 증세를 하자는 주장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가 확산되려면 증세를 비롯한 구체적 방안, 이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행사를 주최한 천정배 의원과, ‘뉴민주당 플랜’을 만든 민주정책연구원의 김효석 원장, 이강래 원내대표, 홍재형 정동영 의원 등이 참관했다. 방청객들도 교육과 복지정책에 대해 질문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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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5 01:08:20
  
왜 갑자기 뜬금없이 뉴민주당플랜을 언급하나 싶었는데, 최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선거연합에 대한 우려를 확장한 것이었다. 임필수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선거연합은 민주노총의 방어적 현상유지 노선을 강화하고 역으로 민주노총의 퇴행적 지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을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운동과 민주당의 제휴에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당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딛고 새롭게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런 혁신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민주당이 발표한 뉴민주당플랜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에서 민주노총으로, 이를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으로 연결하는 건 지나친 것이 아닐까. 적어도 지금의 민주노동당에서는 노동자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점철되었던 이들이 잠시 진보정당의 깃발을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도, 이들에게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 물론 이것은 뉴민주당플랜을 분석하는 것과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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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의 실패한 길을 좇는 사람들 (참세상, 임필수(사회진보연대) / 2010년05월14일 12시40분)
[기고] 누가 뉴민주당플랜을 지지하는가?
 
민주노총은 5월 12일 민주노총 후보와 지지후보 33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후보가 모두 출마했거나 반이명박연합 후보와 진보정당이 동시에 출마하는 곳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후보, 지지후보를 확정하지 않았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후보, 지지후보는 진보정당의 후보이며, 반이명박연합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하고 연대하지만 민주노총의 후보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같은 사례에서 민주노총의 최종방침이 결정되는 과정은 매우 큰 논란을 빚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단지 민주노총 지도부가 판단을 내리기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의 실질적 함의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미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의 성과를 최대화하여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전면적인 선거연합을 실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거연합이 승리할 경우 공동 지방정부를 구성한다는 구상도 여러 지역에서 발표되었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후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선거연합이 승리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민주노총 주류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공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최소한 암묵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지만 제휴관계를 장기적으로 안정화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 미국이나 일본의 민주당처럼 하나의 정당으로 묶일 수도 있다. (아마도 민주노동당은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성장을 원할 것이고 즉각적 통합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 주류는 민주노동당을 일종의 우회로로 삼아서 민주당과의 제휴관계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고, 만약 통합이 이뤄진다면 자신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은 아니더라도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정책연대와 같은 방식으로 안정적인 지지 지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민주당은 2009년 뉴민주당플랜의 초안을 발표했고 2010년에 본격적으로 평가토론회를 개최하고 당원교육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부 논자는 뉴민주당플랜이야말로 진보개혁세력 연합의 정책적 토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5월 10일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주최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심포지엄: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에서 조국 교수는 뉴민주당플랜에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민주당이 무상급식, 영유아 무상보육, 공동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뉴민주당플랜을 내놓으면서 좌선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에서 진보세력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철저하기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도 진보개혁 연합이 필요하다, 뉴민주당플랜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의 욕망에 부응하여 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런 입장은 민주당의 뉴민주당플랜을 정확히 이해한 것인가? 그 내용을 간략히 검토해보자.
 
2010년 3월 민주당과 민주정책연구원이 펴낸 당원교재 <뉴민주당플랜: 국민과의 약속>은 민주당의 현대화를 주창하며, 그 핵심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3의 발전모델이라고 제시한다. 새로운 발전모델의 핵심전략은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다. 포용적 성장은 인적 자원과 중소기업을 중시함으로써 지식산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빈부격차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회의 복지는 약자에 대한 사후적 소득이전을 지양하고 민간부문의 성장과 교육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사전적 기회의 평등이 새로운 복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민주당플랜은 이런 기치에 따라 7대 분야의 정책을 제시한다. 교육, 일자리, 사회복지, 중소기업, 노동 정책에 관한 구호는 다음과 같다. 교육투자를 국가발전모델로 한다,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둔다,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자, 중소기업 강국을 만들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
 
그렇다면 뉴민주당플랜은 민주당의 좌선회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뉴민주당플랜이 제시하는 전략과 개념은 거의 대부분 김대중 정부 초기에 제시된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그것은 김대중 정부와 거의 동시에 등장한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블레어주의)을 차용한 것이다. 뉴민주당플랜이 말하는 3대 가치인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하는 공동체는 블레어가 제시한 평등, 사회정의, 공동체와 완전히 동일하다.
 
그렇다면 블레어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블레어가 제시한 평등은 평생에 걸친 기회의 균등 즉 교육과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인 기회의 균등을 뜻한다. 정의는 경제적 효율성과 양립 가능할 뿐만 아니라 높은 경제적 효율성을 통해 달성된다. 공동체는 개인적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에 개인의 노력이라는 책임성이 동반되어야만 성립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가 직업훈련을 제공하면 개인이 새로운 성장산업의 노동시장에 재편입하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이는 결국 개인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논리로 발전된다. 또한 여기서 신노동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신축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신보수주의의 논리를 수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뉴민주당플랜이 제시하는 기본가치나 발전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민주당의 새 노선이 기존 노선으로부터 좌선회라고 주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 단지 과거 10여 년 전에 나온 제3의 길을 되풀이할 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실행된 경제정책, 사회정책이 이와 몹시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전개된 양상을 다시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영미권을 모델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판박이처럼 닮은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발전전략은 어떤 한계를 지녔고 결국 실패했나?
 
첫째, 금융팽창을 건설적 장기투자로 전환시킨다는 구상이 거의 현실성이 없었다. 한국의 경우 1997-98년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매각을 통해 외국인직접투자 크게 증가했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은 계속 확대되었다. 개별기업에서 외국인 지분 비중이 확대되었고, 특히 금융업 부문에서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해서 2004년에 이르면 거의 모든 은행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초과했다. 그러나 금융팽창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을 때 오히려 국부유출 논쟁이 벌어졌다. 외국자본이 취한 엄청난 규모의 주가 시세차익이나 배당, 자본금 회수가 쟁점이 되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해외매각된 지엠대우나 쌍용자동차의 사례처럼 초민족기업의 인수합병은 자금전용이나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고 장기투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둘째, 새로운 성장주도 산업이나 지식기반 경제라는 구호는 매우 과장된 것이었다. 정보통신 산업은 금융기법의 고도화, 유통비용의 절감이나 통신상품의 과대소비라는 효과를 낳을 뿐 대안적 산업팽창을 선도하지 못하였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신경제의 붕괴는 대표적 사례다. 셋째, 금융투자 유치는 기본적으로 단기적 비용절감을 위한 노동신축화와 체계적으로 결합되었기 때문에 금융팽창이 이루어지더라도 노동자가 직면한 위험은 더욱 커졌다. 넷째, 교육훈련 중심으로 복지정책을 구성하더라도 노동자를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뉴민주당플랜은 과거에 실패한 전략이 이제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뉴민주당플랜은 경제정책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교육, 노동, 사회복지, 보건 정책을 조합할 뿐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실행된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사회정책을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전면에 내걸 뿐이다.
 
뉴민주당플랜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 전제를 결코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공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민주당플랜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라고 선언하면서도 실현 방안으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했다. 즉 노동자 기술숙련 향상과 취업지원 서비스 확대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다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교육/의료/주택 비용절감을 위한 공공정책을 병행해야 노동신축화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다만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확대하거나,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정책을 내세움으로써 노동자운동의 일각에서 주장하는 요구를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부분적,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이는 다른 교육, 사회복지, 보건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뉴민주당플랜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 설치한다거나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거나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계획은 이미 일부 지방자치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거나 한나라당도 부분적, 단계적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정책 아이템이다. (5월 1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겨레와 참여자치연대가 기획한 ‘좋은 공약’ 50개에 대해 서울시 후보 다섯 명이 33개 항목에 대해 동의를 표했다.) 결국 뉴민주당플랜은 사회정책 전문가가 설계한 정책이나 사회운동의 요구를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차별성을 생산하고자 시도하는 것일 뿐, 그 의미를 깊이 따질 정도로 좌선회를 뜻하지 않는다.
 
뉴민주당플랜의 가장 놀라운 점은 2007-2009년 세계금융위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마치 세계 경제위기란 게 없었다는 것처럼 고부가가치 산업과 교육투자를 통한 성장이란 전망을 마치 진정 새로운 것이라는 듯이 제시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경제의 위기를 객관적 현실로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왜 그럴까?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현실로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중운동의 일부가 뉴민주당플랜과 정책적 공유감을 느끼고 나아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를 중심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민중운동의 시야가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증요법 수준에 막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운동이나 여론이 일부 정책을 선점하면서 민중운동에게 민주당 지지를 압박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그들 모두 민중운동에 독이 든 술잔을 강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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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5 01:08 2010/05/1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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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 - 조지 오웰,『위건 부두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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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조지 오웰 지음ㆍ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발행ㆍ328쪽ㆍ1만2,000원; The Road to Wigan Pier/1937.
 
얼마 전 영화배우 황정민이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올 초에 새로 번역되어 나왔는데, 읽어보지 못했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여기에는 위건 부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책 중에 보면 오웰은 위건 경치가 아니라 사람을 좋아했고, 위건 부두는 헐려버리고 이젠 그 자리마저 확실치가 않다고 나온다. 옮긴이는 위건 부두는 형편없는 탄광촌의 어엿한 강변휴양지인 셈이라고 하면서, 대중의 자조(自嘲)를 끌어와 책의 제목으로 썼다고 밝힌다. 이런 제목을 보건대, 오웰이 유명인사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별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파묻혀버렸을 것이다. 조지 오웰이 썼기에 내가 번역된 이 책을 접하게 된 셈이다.
 
아래에 책 중에 나오는 상당히 많은 구절들을 발췌해놓았지만, 힘들여 하고 보니 책을 처음 잡았을 때처럼 그냥 편하게 읽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옮긴이도 그렇고, 몇몇 서평들은 특히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이라는 제목의 2부를 두고 현재 시점에서도 나름의 함의가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오웰의 사회주의 비판은 나이브하다고 하겠다. 고리타분한 사회주의자를 묘사한 부분을 발췌하여 들이대면 그럴싸하지만, 전반적인 맥락에서 보면 오웰이 정작 말하고자 하는 바에서 조금 어긋나는 경우가 많고, 사회주의를 폭넓게 본다 하더라도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사회주의 이념 자체를 재구성해야 하는 지금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책을 쓸 때의 오웰의 나이가 서른넷이었다는 점과, 이튼 스쿨을 졸업했으나 대학을 가지 않고 영국의 식민지에서 5년을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에서 얻을 것은 사회주의와 관련된 이념적ㆍ이론적인 부분에 있다기보다는 그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러나오는 상황인식과 통찰력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당시 사회현실의 묘사와 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여타의 대목들이 훨씬 인상적이다. 물론 이 또한 르포르타주의 정수를 보여주는, 탄광 지대 노동자들의 실상을 담은 1부를 빼고 하는 얘기다. 1937년 파시즘과의 전쟁 전야의 영국 상황이 오히려 한국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야 하나.
 
오웰이 1부에서 묘사하고 있는 현실은 참여관찰을 통해 제출된 무슨 보고서를 보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 있다. 그래서 소위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나오는 전형적인 현실을 묘사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과연 이렇게 열악했을까 하는 느낌 말이다. 이 정도 되면 착취받는 이들이 들고 일어나는 게 정상이겠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 이상한 현실을 짚어내고는 있으나, 거기에서 멈춘다. 오웰이 할 수 있는 부분이 거기까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2부에서는 문제가 있는 이 현실을 냉소하면서도 자신이 냉소하게 된 나름의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더구나 버나드 쇼 등 당대의 사회주의 작가들에 대한 실명비판을 하고 있는 대목도 재미있고...
 
이 책은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자의적으로 읽어낼만한 대목이 많다. 자신이 오웰이 비판하는 ‘사회주의자’(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진보개혁세력이라고 해야 맞겠다)에 해당하는 줄도 모르면서 자신의 인식틀에 이 책을 꿰맞추는 것이다. 자신은 사회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서,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좌파 지식인들을 질타한다. 그렇게 질타당할 정도로 좌파 지식인들이 많았던가. 오히려 그런 좌파 지식인들이 ‘한 줌도 안 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문제 아니던가.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이해와 저변 확대가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전쟁 이후 좌파들이 언제 설쳐본 적이라도 있던가. 한국사회에서 그런 무대는 지금까지 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웰이 살았던 시기의 영국에서 사회주의가 직면한 현실과 2010년 한국에서 사회주의가 가진 위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들에 실린 서평은 대부분 책 맨 뒤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정리한 수준이다. 옮긴이의 말만 읽더라도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래도 책을 전반적으로 읽는 것과는 다르다.
  
에피소드1. 이 책을 읽고 D.H. 로렌스와 그가 쓴 『채털리 부인의 연인』(실비아 크리스텔이 나오는 영화로 유명하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오웰은 로렌스를, 노동 계급 인텔리로서 자신의 생활방식 자체를 적어도 외부적으로나마 바꾸며, 국가 장학금을 통해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데 성공하는 유형의 대표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로렌스는 오웰이 사립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고자라고 말했다 한다. 로렌스는 오웰을 정말 싫어했다 보다.
 
에피소드2. 채식주의자에 대한 오웰의 별난 정의를 보면 오웰은 사회주의자들이 채식주의자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 것 같다. “멀쩡한 사람들의 본능이 확실히 옳은 것은, 음식에 대해 별난 사람은 송장 같은 삶을 5년 더 연장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스스로를 인간 사회와 단절시키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보통의 인간과는 접촉하지 않겠다는 사람인 것이다.” (234쪽)

 

1부 탄광 지대 노동자의 밑바닥 생활
 
○ 브루커 부부의 하숙집에서
○ 막장의 세계를 체험하다
아무튼 거기엔 보통 사람이 지옥에 있으리라 상상할 만한 게 대부분 있다. 더위, 소음, 혼란, 암흑, 탁한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이 갑갑한 공간이 그것이다. 불 말고는 모든 게 다 있다. 저 아래에는 뿌연 탄진을 잘 뚫지 못하는 램프와 손전등의 미약한 빛은 있되, 활활 타는 지옥불만은 없다. (32쪽)
그들(‘필러’들)이 하는 일은 보통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초인적이라 할 만큼 엄청나다. 그것은 그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석탄을 퍼담을 뿐만 아니라, 두세 배 힘든 자세로 작업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기는 자세를 유지해야만 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시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삽질은 서서 할 때 더 쉬운 법이다. 삽을 움직일 때 무릎과 허벅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게 되면 그 부담을 팔과 배 근육으로 다 떠안아야 한다. 다른 조건들도 작업을 딱히 더 수월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덥고(제각각이지만 경우에 따라 숨 막힐 정도다), 탄진은 목구멍과 콧구멍을 틀어막으며 눈썹에 자욱하게 쌓이며, 그 비좁은 공간 안에 있으면 기관총 소리처럼 시끄러운 컨베이어벨트의 소음이 끝없이 들려온다. 그런데도 필러들은 철로 만든 사람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일을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끈하게 덮여 있는 탄진을 보면, 그들은 정말 철의 인간 같다. (33-34쪽) 온몸이 시커메진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놀랍도록 힘차고 빠르게 삽을 휘둘러 석탄을 뜬다. ‘휴식’ 시간이란 게 없으니, 그들은 이론상으론 전혀 쉬지 않고 일곱 시간 반을 일한다. (34-35쪽)
→ 철의 노동자라는 말은 여기에다 쓰는 모양이다. 탄광 막장 노동의 현장은 물론 광부들의 삶에 대한 오웰의 관찰은 정말 치밀하고 구체적이다. 이 글을 읽으며 한겨레의 서평 제목이 ‘업계의 자랑~’이 계속 떠올랐던 것도 그 때문일 터이다.
 
그 세계는 지상에 있는 우리의 세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머지 반쪽이다. 아마도 우리가 하는 모든 것,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부터 대서양을 건너는 것까지, 빵을 굽는 것부터 소설을 쓰는 것까지 모든 게 직간접적으로 석탄을 쓰는 것과 상관이 있다. 평화를 위한 모든 수단에 석탄이 필요하며, 전쟁이 터지면 석탄은 더욱 필요해진다. 혁명기에도 광부는 계속 일하러 가야 한다. … 혁명도 반동도 석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7쪽) 우리는 모두 우리에게 ‘석탄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석탄을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좀처럼, 또는 전혀 떠올리지 못한다. … 어떤 면에서 당신의 차를 모는 것은 도로 밑 수백 미터 지하에서 석탄을 캐내고 있는 광부들이다. 꽃에 뿌리가 필요하듯, 위의 볕 좋은 세상이 있으려면 그 아래 램프 빛 희미한 세상이 필요한 것이다. (48쪽)
탄광의 여건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젊을 때 땅속에서 허리에 마구馬具 같은 띠를 차고 두 다리를 사슬로 이은 채, 팔다리로 기고 광차를 끌며 일하던 할머니들이 아직도 더러 살아 있다. 그들은 임신한 상태로도 그런 일을 하곤 했다. 나는 심지어 지금도 만일 임신한 여자들이 땅속을 기어다니지 않으면 석탄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석탄 없이 살기보다는 그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리라 생각한다. 어떤 육체노동이든 다 그렇다. 그것 덕분에 살면서도 우리는 그것의 존재를 망각한다. (48-49쪽)
→ 오웰은 석탄이 혁명은 물론 교황과 히틀러가 자신의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며,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지금은 이러한 석탄에 해당하는 게 뭘까. 그리고 육체노동자의 전형인 광부는 또 무엇이고?
 
○ 광부들의 삶
광부가 일하는 시간을 하루 일곱 시간 반뿐이라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일곱시간 반이란 실제 작업 시간일 뿐, 여기다 한 시간 이내인 경우는 드물고 심심찮게 세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여행’ 시간을 보태야 한다. (탄광 속을 기어서 몇 킬로미터를 왔다 갔다 하는, 이 ‘여행’은 법적으로는 작업이 아니며 그래서 광부는 그 대가를 받지 못한다. (42쪽)) 더구나 대부분의 광부들은 탄광을 오가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탄광 주변에 마을이 조성되어 광부들이 일터 바로 옆에서 사는 경우는 작은 탄광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큰 탄광촌에서는 거의 모두가 버스로 일터까지 다녔다. 나와 함께 묵었던 광부 하나는 아침 근무조여서 아침 여섯 시부터 낮 한 시 반까지 작업을 했다. 그런데 그는 새벽 3시 34분에 일어나 오후 세 시가 넘어서야 돌아오곤 했다. (54-55쪽)
이렇게 저열한 불편과 냉대를 당하고, 늘 기다려야 하고, 모든 걸 상대방 편한 대로 해야 하는 것은 노동 계급의 생활에선 당연한 일이다. 무수히 많은 영향력이 끊임없이 노동자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피동적인’ 역할로 축소시켜버린다. 그는 행동하는 게 아니라 무엇에 따라 처신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신비로운 권위의 노예임을 자각하며, 자신이 이것이나 저것이나 다른 그 무엇을 원해도 ‘그들’이 결코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언젠가 나는 함께 홉을 따다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에게 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다. 나는 바로 ‘그들’이 절대 그걸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들’이 대체 누구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전능한 존재인 건 분명했다. (67쪽)
→ 1930년대 영국의 계급관계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주택 문제
한 여인의 얼굴이 지금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지칠대로 지친 해골 같은 그 얼굴은 더없이 비참한 신세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 참담한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아이 여럿을 깨끗이 기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나더러 온몸에 똥을 뒤집어쓴 기분을 느껴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85쪽)
→ 오웰은 여러 탄광촌의 많은 집을 답사해보고 핵심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메모한 후 이를 책에 옮겼다. 이를 보면 그 집들의 상태가 어떤지를 떠올려볼 수 있다. 여기에다 직설적으로 그런 주택에 사는 이들을 묘사한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슬럼, 지구를 뒤덮다』에서 세계 도시들의 빈곤화를 묘사한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7-90년 전의 영국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북부 도시들이 공공건물은 으리으리하고 호화롭게 지으면서 애처로울 정도로 주택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반즐리의 경우, 노동계급을 위해 공중목욕탕은 물론이요 적어도 신규 주택 2천 채가 필요하다고들 하는데도 최근에 시 청사 신축에 15만파운드를 썼다.
→ 1930년대의 영국이나 2010년대의 한국을 비교하면 주택 공급율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관료들이 보이는 행태는 다르지 않다. 화폐단위만 바꾸면 한국의 어느 도시 상황이라고 해도 들어맞지 않을까. 
 
○ 실업수당으로 사는 사람들
실업상태인 독신 남성의 삶이란 비참하다. 그는 가구 딸린 방에서 주당 6실링을 내고 사는 경우가 많으며, 나머지 9실링으로 그 밖의 것들을 겨우겨우 해결해야 한다. 물론 그는 제대로 먹을 수도 다른 이런저런 것들을 제대로 챙길 수도 없으며, 한 주에 방세로 6실링을 내야 하는 처지라 필요 이상으로 집 안에 버티고 있기도 어렵다. 때문에 그는 낮 시간을 안 떨고 있을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그 밖의 장소에서 때워야 한다. 안 떨고 있을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실업자인 독신남이 겨울에 관심을 쏟는 거의 유일한 문제다. (109쪽)
→ 남의 일이 아니라서 관심 있게 본 대목이다. ㅡ.ㅡ;;
  
○ 실업과 먹을거리
나는 먹을거리의 변화가 왕조나 종교의 변천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통조림 음식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세계대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그런데도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좀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묘한 일이다. 정치인이나 시인이나 주교의 동상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요리사나 베이컨 제조인이나 과채(果菜) 재배인의 동상은 아예 없다. (124쪽)
 
○ 그리운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
노동 계급 가족은 중산층 가족과 마찬가지로 결속하되 그 관계는 훨씬 덜 억압적이다. 노동자는 가문의 위신이라는 끔찍한 짐을 맷돌처럼 목에 걸고 다니지 않는다. 중산층은 빈곤에 처하면 완전히 망가지는데, 그것은 대체로 가족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성공’하지 못한다고 밤낮으로 들볶는 친척이 너무 많아서이다. … 중산층 노동자들인 효과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인데, 파업이라도 나면 중산층 아내들은 거의 다 남편을 부추겨 파업을 방해하여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차지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 계급의 또 다른 특징은 동등하다고 여기는 상대면 누구에게나 꾸밈없이 말한다는 점이다. 중산층은 원치 않는 것을 주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일단 받아들일 텐데, 노동 계급 사람은 바로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도 ‘교육’에 대한 노동 계급의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노동 계급은 누가 배웠다고 하면 은근히 존경하곤 하지만, ‘교육’이 자신들의 삶에 손을 뻗치면 건강한 본능으로 그것을 간파하여 거부해버린다. (155-56쪽)
노동 계급의 가정에서는(실업 상태 아닌 비교적 살 만한 가정을 말한다)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따스하고 건전하고 인간적인 공기가 있다. … 나는 형편이 가장 나은 편인 노동 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고 할 만큼 너무나 편안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곤 했다. 특히 겨울날 저녁에 차를 마시고 난 뒤, 조리용 난로에선 불꽃이 춤을 추고, 난로 한쪽에선 아버지가 셔츠 차림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경마 결승전 소식을 읽고, 어머니는 다른 한쪽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아이들은 1페니 주고 산 박하사탕 때문에 행복해하고, 개는 카펫에 드러누워 불을 쬐는 정경을 볼 수 있는 집은 정말 가볼 만한 곳이다. (157쪽) 우리 시대가 살기에 완전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음을 나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근대 기술의 승리도, 라디오도, 영화도, … 아니다. 그것은 내 기억에 남은 노동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이며, 그중에서도 아직 영국의 번영기이던 전쟁 이전의 내 어린 시절에 이따금 보았던 정경들이다. (159쪽)
 
2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
 
○ 학교에서 익힌 편견
자신이 사회주의에 대해 진정으로 호의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작금의 상황이 과연 용인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며, 계급이라는 지독히도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163쪽)
계급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중산층은 ‘속물’이라는 말에서 그쳐버린다면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속물근성이란 것이 일종의 이상주의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177족)
 
○ 제국 경찰에서 부랑자로
제국주의를 혐오하기 위해서는 그 일원이 되어봐야 한다. 밖에서 보면 영국의 인도 지배는 호의적이며 필요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있다. … 타국민을 통치할 때는 자국민을 통치할 때보다 관대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지배 체제의 일원이 되면 그것을 정당화할 수 없는 압제로 인식하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 … 근대인 중에서 마음 속 깊이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 그곳 사람들을 힘으로 억누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게 사실이다. 타국민에 대한 압제는 경제적 압제보다 훨씬 더 분명하고 이해하기 좋은 악덕이다. (195쪽)
나는 내 자신이 단순히 제국주의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간의 모든 형태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스스로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어졌다. (201쪽)
→ 오웰은 5년간 인도제국 경찰로 일한 것을 제국주의 압제의 일원으로 복무한 것으로 여겨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래서 “모든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언제나 그르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것은 “압제자가 되어본 사람으로 얻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결론”(200-01쪽)이라는 것이다.
 
○ 건너기 힘든 계급의 강
우리 모두 계급 차별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그것이 정말 없어지기를 진지하게 바라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와 맞닥뜨린다. 그것은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212쪽) 확고부동한 압제에 맞서 싸우는 소설가 존 골즈워디를 붙들어주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 자신이 그것을 확고부동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그가 알던 세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의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10년만 더 살았더라면 그는 아마 좀 더 품위 있는 형태의 파시즘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것이 감상주의의 불가피한 운명인 것이다. 그의 모든 견해는 현실을 최초로 맞닥뜨리자마자 정반대의 것으로 변해버린다. (213쪽)
많은 사람들은 번거롭게 자신의 습성과 ‘이데올로기’를 바꾸지 않고도 계급 차별을 철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사방에서 계급 타파를 위한 활동이 왕성하게 전개되고 있다. 어딜 가나 자신이 계급 차별을 타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정말로 믿는 선의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218쪽) 나는 계급 타파를 위한 그런 모든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아주 심각한 잘못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것들은 때로는 부질없는 짓에 그치고 마는 수도 있지만, 분명한 성과가 나타날 때는 대개 계급적 편견을 ‘강화’하는 노릇을 한다.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고 계급간에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평등을 강권했으니, 거기서 비롯되는 마찰 때문에 그냥 뒀으면 영영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온갖 감정이 표출되고 마는 것이다. 감상주의자의 견해란 현실과 맞닥뜨리자마자 정반대의 것으로 돌변해버린다. (219쪽)
 
○ 왜 사회주의가 지지받지 못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회주의가 정작 입지를 다져야 할 곳에서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호감을 지닌 사람들은 많으나 사회주의라는 ‘아이디어’는 10년 전에 비해 폭넓은 지지를 못 받고 있다. 지금은 생각 있는 보통 사람이라면 사회주의자가 아닐 뿐 아니라, 사회주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적의를 내보이고 있다. 그것은 주로 선전 방법이 잘못된 탓인 게 분명하다. (230쪽)
지금과 같은 때에는 ‘대체’ 왜 사회주의가 인기를 못 얻는지를 알아내는 게 절실하다. 그런 염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해야 하며, 그것은 곧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보통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보거나 적어도 그들과 같은 관점에서 헤아려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결하려면 제대로 들어봐야 한다. 따라서 좀 역설적이긴 하지만, 사회주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주의를 공격해보는 게 필요하다. (231쪽)
→ 오웰의 이러한 발언은 “사회주의의 근본 취지에는 공감하고 사회주의가 ‘통할’ 것이라 볼 만큼 생각도 있지만, 사회주의라는 말만 나오면 내빼기부터 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식”으로, 즉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자청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누구라도 사회주의에 공감하고 있는 시기는 아닌 듯하다. 말끝마다 마르크스나 레닌을 인용하는 사회주의자들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마르크스주의자 내지 사회주의자들이 전술을 제대로 짜면 바뀔 수 있을까?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님이 분명하다. 

 
문제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난 사람이 바로 사회주의자고 사회주의자는 별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사회주의자들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 … 나아가 대부분의 중산층 사회주의자들이 이론적으로는 계급 없는 사회를 위해 애쓰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구질구질한 사회적 위신에 악착같이 매달린다는 추악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234쪽)
평범한 노동자에게, 이를테면 토요일 밤 아무 선술집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유형에게, 사회주의는 더 많은 임금과 더 짧은 노동 시간과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사람이 없는 것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혁명적인 유형에겐, 즉 기아 및 실업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고용주의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오른 유형에겐, 사회주의란 압제에 저항하는 일종의 구호일 뿐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진정한 노동자라면 그 누구도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보다 심각한 의미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그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보다 더 진정한 사회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와는 달리 사회주의란 곧 정의와 상식적인 양식(良識)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 그가 모르는 것은 사회주의가 경제적 정의로만 축소할 수는 없으며, 사회주의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문명과 우리 자신의 생활양식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36-37쪽)
공산주의와 가톨릭주의가 비슷한 점 하나는 ‘배운’ 사람들만이 완전한 정통파라는 사실이다. (238쪽) 고집불통이 되는 법은 ‘배운’ 사람만이, 특히 문인만이 안다. 이는 공산주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순결한 형태의 신조는 진짜 프롤레타리아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단, 이론과 책으로 무장한 사회주의자는 노동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노동 계급에 대한 애정 때문에 행동한다는 말은 할 수 있다. (239쪽)
그런데 과연 그런가? 나는 사회주의자(자기 글을 소책자로 만들어내는 지식인이며 스웨터 차림의 더벅머리에 마르크스를 수시로 인용하는 타입을 말한다)를 보며 도대체 그의 ‘진짜’ 동기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품곤 한다. 그것이 누군가에 대한, 특히 자신과는 가장 동떨어진 부류인 노동 계급에 대한 사랑이라 믿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내가 보기에 많은 사회주의자들의 숨은 동기는 병적으로 심한 질서의식일 뿐이다. (240쪽)
→ 오웰은 여기에서 노동 계급의 생활에 대한 이해나 자각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버나드 쇼나 웹 부처도 비판한다. 내가 버나드 쇼의 글이나 희곡을 읽어보지 못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오웰의 말대로라면 비판받을 만하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 부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혁명이란 그들이 어울리고 싶어 하는 서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똑똑한 ‘우리’가 하층계급인 ‘그들’에게 부여할 일련의 개혁인 것이다. (242쪽)
진실은 사회주의가 ‘지금 알려지고 있는 방식으로는’ 주로 미흡하거나 심지어 비인간적일 정도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은 있지만 생각은 없는 사회주의자들, 즉 빈곤을 없애길 바랄 뿐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다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노동 계급 사회주의자들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문명을 싱크대 밑으로 가라앉혀버릴 필요가 있음을 이해하고 실제로 기꺼이 그렇게 하려고 하는, 책으로 훈련받은 지식인 사회주의자들이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유형에 ‘진보’의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온갖 시시한 족속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의 ‘근본’ 취지에 공감하는 평범하고 수수한 사람은 어느 심각한 사회주의 정당에도 자기 같은 부류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 나쁜 것은 그가 사회주의란 실현될지도 모르지만 가능한 한 저지해야 하는 운명 같은 것이라는 냉소적인 결론을 내리도록 내몰린다는 점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사회주의에 대한 통념이 사회주의자는 따분하거나 비위에 안 맞는 사람이란 관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다. (246-48쪽)
 
○ 사회주의는 어떻게 파시즘을 키웠는가
정말 안타까운 것은 사회주의가 대체로 기계적 진보라는 관념과 결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단순히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으로, 거의 일종의 종교로서 그렇다는 점이다. (255쪽) 사회주의가 실현된 세계는 무엇보다 ‘질서’와 ‘효율’의 세계일 것이다. 그러나 민감한 사람들이 사회주의로부터 뒷걸음치는 것은 바로 번쩍번쩍하는 웰스의 세계 같은 미래상 때문이다. (256쪽)
그러나 문제는 이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퍼져 있다. 지금까지 나는 기계적 진보를 추구하는 동시에 기계적 진보 때문에 불필요해지는 자질을 보존하려고 하는 것이 부조리하다는 점만을 지적했다. 더 고려해볼 문제는 기계가 압도함에 따라 손상되지 않을 인간 활동이 ‘과연’ 있겠느냐는 점이다. (265쪽) 모든 걸 기계로 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모든 게 기계로 이루어진다. 일부러 원시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 구식 연장을 쓰는 것, 무슨 일을 할 때 괜히 조금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전부 일종의 딜레탕트 취미이며 과도한 멋 부리기다. … 그렇다면 기계적 진보의 경향은 노고와 창조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본성을 좌절시킨다고 하겠다. 그것은 눈과 손의 활동을 불필요하게 하거나 심지어 불가능하게 한다. (270쪽)
유감스럽게도 거의 모든 사람이 ‘사회주의-진보-기계-러시아-트랙터-위생-기계-진보’라는 연상을 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에 적대감을 품는 사람과 기계문명에 적대감을 품는 사람이 대개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사회주의자치고 그런 현실을 이해하거나 아니면 그런 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사람은 아주 적다. (280쪽)
 
작금의 상황은 절박하다. 비록 더 나쁜 상황은 닥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의 여건들은 지금의 경제 체제하에서는 개선될 여지가 없다. 그보다 더 급한 문제는 파시스트 세력이 유럽을 장악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회주의를 효과적으로 확산시키지 못한다면 파시즘을 타도할 가망은 없어진다. 사회주의야말로 파시즘이 상대해야 할 유일한 적수이기 때문이다. … 스스로를 선택된 민족으로 여기는 파시스트 국가들이 서로 치고받다 망하는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제 파시즘은 국제 운동이 되었으며, 그것은 파시스트 국가들이 약탈을 목적으로 단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은 확실히 의식하지 못할지는 몰라도 세계 체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주의 국가라는 비전 대신에 전체주의 세계라는 비전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289쪽)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함께 목표로 삼고 단결할 수 있는 이상은 사회주의의 바탕이 되는 이상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정의와 자유다. 이 이상은 이론 일변도의 독선과 파벌 다툼과 설익은 ‘진보주의’에 층층이 묻혀 버렸다. 사회주의자가 할 일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290쪽) 오랫동안,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은 확실히, 제일 멋진 소리는 악마들이 다 냈다. 사회주의는 적어도 이 섬나라에서는 더 이상 혁명의 냄새를, 압제자 타도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괴팍스러움과 기계 숭배, 미련한 러시아 숭배의 냄새를 풍긴다. 그런 냄새를 한시 빨리 지우지 못한다면 파시즘이 승리할지도 모른다. (291쪽)
 
○ 우리가 해야 할 일
당이 내거는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를 효과적인 방식으로 퍼뜨리는 일이다. (292쪽) 빈곤이 무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압제와 전쟁을 진정으로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재적으로 사회주의 편이다. 그러니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의 보다 지적인 적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화해시킬 것이냐를 제안하는 것이다. 여기서 적이란 자본주의가 사악하다는 것을 알지만 사회주의라는 말만 들어도 속이 메스꺼워지며 부르르 떠는 사람들이다. (293쪽)
마땅한 근거 없이 사회주의를 반대하게 만드는 편견부터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주의에는 반감을 느끼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자들에게는 반감을 품고 있다. 지금 밖으로 보여지는 사회주의가 대체로 매력이 없는 것은, 아무튼 밖에서 보기에 괴짜들이나 공론가들이나 말뿐인 볼셰비키 같은 이들의 노리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 것은 괴짜나 공론가 같은 사람들이 먼저 그런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인간적인 사람들이 운동에 많이 동참하면 그런 이들이 눈에 덜 띌 것이다. (296쪽)
→ 이런 상황은 확실히 지금 사회주의가 처한 상황과는 다르다. “사회주의에는 반감을 느끼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자들에게는 반감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현실 사회주의의 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주의로서의 면모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이나 그 추종자들 때문일 수도 있다. 나아가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변혁의 전망을 사회주의가 보여주지 못한 측면도 있다. 다만, 오웰식의 사회주의 정의 차원에서 본다면, 즉 사회주의가 ‘난센스가 제거된 뒤의 정의와 자유’를 뜻한다고 하면, 이 정도의 사회주의 정의는 설득력이 있겠지만 그게 충분할지... 
 
사회주의자들이 본질을 희생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외관은 크게 희생해 마땅하다. 이를테면 사회주의 운동에 아직도 붙어다니는 괴팍스러움의 기미를 떨쳐버릴 수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가능한’ 것은 훨씬 더 지적인 사회주의자들이 지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어리석고 다분히 엉뚱한 방식으로 멀어지게 하는 일은 그만두는 것이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융통성 없이 구는 일이 너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너무나 쉽게 근절할 수 있다. (299쪽)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셰익스피어가 여러 번 언급되어 있다는 것으로 셰익스피어가 당장 존경할 만한 인물이 되어버리는 정서가 민감한 사람들을 사회주의 운동에서 떼어놓는다. 거기다 모든 사회주의자들이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전문용어도 문제다. 일반인들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니 ‘프롤레타리아의 연대’니 ‘수용자들에 대한 수용’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영감을 받는 게 아니라 정나미가 떨어질 뿐이다. 심지어 ‘동지’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사회주의 운동을 불신하는 데 적지만 한몫을 했다. 머뭇거리던 사람들 중에 용기를 내어 대중 집회에 갔다가 자의식 강한 사회주의자들이 의무적으로 서로를 ‘동지’라 부르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제일 가까운 맥줏집으로 들어가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오랫동안 써봐도 부끄러움을 삼키지 않고서는 부를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호칭을 왜 붙여야만 한단 말인가? 평범한 문의자들을 사회주의자는 샌들을 신고 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가버리도록 만드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사회주의 운동에도 인간미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게임은 끝이다. (300-01쪽)
→ 언론에 실린 서평을 보면 이 대목을 언급한 경우가 많다. 현재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타당한 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목도 있다. “모든 사회주의자들이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전문용어”는 없다. 이를 대체할 용어가 없기에, 다른 용어로 표현할 경우 애초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축소ㆍ왜곡될 수 있기에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동지’라는 호칭이 대표적이다. ‘동지’라는 호칭은 아무데서나 사용되지 않으며, 더더구나 의무적이지도 않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부담스럽게 여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분명히 사회주의 운동은 너무 늦기 전에 피착취 중산층을 포섭해야 한다. 특히 숫자가 워낙 많아서 단결할 줄만 알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무직 종사자들을 포섭해야 한다. 물론 사무원이나 출장 판매원 같은 부류만큼 우리가 혁명적인 견해를 기대하기 어려운 대상이 없다. 내 생각엔 사회주의 선전에 쓰이는 ‘프롤레타리아 상투어’ 때문이다. 계급투쟁을 상징화하기 위해 ‘프롤레타리아’라는다소 신화적인 인물이 설정됐는데, 이는 근육질이면서 기름때 절은 작업복 차림의 짓밟히는 인간상이며, 실크 모자에 모피코트 차림의 뚱뚱하고 사악한 ‘자본가’와 대조를 이룬다. … ‘과연’ 프롤레타리아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육체노동자를 그 자체로 이상화하는 사회주의의 경향 때문에, 그런 과제는 충분히 명확하게 해결된 바가 없다. (304쪽)
사회주의자들은 착취자와 피착취자를 가르는 선이 정확히 어디부터인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도 본질을 고수하는 게 중요한데, 핵심은 수입이 적고 불안정한 모든 사람은 한 배를 탄 이들이며 한편이 되어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본가’나 ‘프롤레타리아’란 말은 덜 쓰고 약탈자나 피약탈자란 말은 더 쓰면서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단, 아무튼 프롤레타리아는 육체노동자뿐인 듯 대하는 잘못된 습성은 버려야 한다. 사무원, 엔지니어, 출장 판매원, ‘영락한’ 중산층, 마을 식품점 주인, 하급 공무원, 그 밖의 온갖 애매한 사람들에게 바로 그들 ‘자신’이 프롤레타리아란 사실을, 그리고 사회주의란 건설 인부나 농장인부 만큼이나 그들에게도 바람직한 체제라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 ‘h’ 발음이 되는 사람들과 안 되는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205쪽)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계급끼리 협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같은 한 협력은 언제나 가능하다. 연합해야 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 … 은행원과 부두 노동자 사이에는 습관과 전통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며, 은행원의 우월감은 대단히 뿌리가 깊다. 나중에는 뿌리 뽑아야 하겠지만, 당장 그에게 그런 요구를 한다는 건 무리다. 그러니 거의 모든 사회주의 선전의 일부가 되어버린 다소 무의미하고 기계적인 부르주아 곯려먹기를 당분간 그만둔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06쪽) 세련된 매너와 세련된 태도에 대한(‘부르주아의 가치’에 대한) 집요하고 흔히 몹시 어리석은 조롱은 우리가 쓰는 도구가 곡괭이든 만년필이든, 빈곤은 빈곤이라는 핵심적인 사실로부터 주의를 빼앗아버린다. (307쪽)
우리가 효과적인 사회주의 정당을 출범시키지 못한다면, 이 책의 1부에서 기술한 여건을 바로 잡거나 영국을 파시즘에서 구할 가망은 없어진다. 그것은 진정으로 혁명적인 의도를 가진 정당이어야 할 것이고, 행동할 수 있을 만큼 수적으로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당은 우리가 일반인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한 목표를 제시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다른 무엇보다 지능적인 선전이 필요하다. …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사실을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하는 것뿐이다. 하나는 모든 피착취 인민의 이해관계는 같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는 상식적인 양식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계급차라는 지독히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여유를 갖는 것이며 사람들을 괜히 겁줄 필요는 없다. 아울러 무엇보다 근육질의 노동자를 상징으로 내세우는 계급 타파 투쟁을 그만둬야 한다.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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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오웰이 쓴 노동자의 잿빛 삶 (경향, 김종목 기자, 2010-01-15-17: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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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작가 오웰, 영국 탄광촌서 현실에 눈뜨다 (한겨레, 이왕구기자, 2010/01/15 22:53:50)
위건 부두로 가는 길/조지 오웰 지음ㆍ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발행ㆍ328쪽ㆍ1만2,000원
 
오웰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을 쓴 1930년대 중반 영국은 불황의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던 시기. 노동계급은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었고 중산층 역시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유럽을 휩쓸던 파시즘의 물결은 순식간에 이들을 집어삼킬 태세였다. 오웰은 이 책에서 이런 상황을 우려하며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 '정치작가'를 선언한 오웰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지만 한국에서는 1980년대초 번역됐다가 절판됐었는데, 올해 오웰 60주기를 맞아 다시 번역돼 선보였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오웰이 위건, 리버풀, 셰필드 등 영국 북부의 탄광 지역을 다니며 탄광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기록한 르포가 1부다. 탄광노동자들과 함께 두 달 동안 싸구려 여인숙에 머물며 식량난, 주택난 등에 시달리는 그들의 비참한 삶을 다룬 1부는 1930년대 영국사 연구자들이 자주 인용할 정도로 묘사가 생생하다. 지하 수백 미터의 갱도에서 몇시간 동안 허리를 구부린 채 채탄 작업을 하는 탄광노동자들의 노역을 직접 체험하는 장면, 벌레가 우글거리며 바닥이 썩고 벽에 금이 가는 집이지만 그곳에서나마 쫓겨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노동자 가족의 현실 등을 오웰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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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를 위한 사회주의자 비판 (한겨레, 허미경 기자, 2010-01-15 오후 09:24:32)
“독선과 파벌·설익은 진보에 사회주의 이상 묻혀”
조지 오웰이 1930년대 진보세력에 날린 직격탄
‘동물농장’ ‘1984’를 반공우화로 읽는 건 ‘오독’ 암시

 
조지 오웰(1903~1950). 그는 현대문학의 고전 <동물농장>(1945)과 <1984년>(1949)을 쓴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그는 사회주의 정치평론가였고 직접 혁명전선에 나선 행동가다. 한데 그의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년>은 일종의 반공 우화 소설로, 사회주의의 ‘적자’로 군림했던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 소개되고 그렇게 읽힌다. 아이러니다. 아니, 반토막 진실이다. 그가 1937년에 발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그런 독해가 상당 부분 오독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1936년 초 오웰이 좌익 출판단체로부터 영국 북부 탄광지대의 대량 실업 문제에 관한 르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그는 편집자 빅터 골란츠의 부탁을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과 리버풀, 반즐리 등 탄광지대를 집중 취재했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한 노동자와 실업자들이 묵는 하숙집과 탄광노동자의 가정에 머물며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도 박탈당한 노동계급의 삶을 체험했다. <위건 부두…>는 당시 대량 보급되며 반향을 일으켰는데, 오웰은 스스로 <위건 부두…>를 통해 전투적이며 정치적인 작가로 거듭났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훗날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1936년부터 내가 쓴 진지한 작품들은 그 어느 한 줄이건 전체주의에 맞서기 위해,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쓴 것들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을 논한 2부는 에세이 형식으로 쓴 정치평론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논쟁적인 것은 바로 이 글이다. 1930년대 영국 좌파 사회주의 리더들을 직접 겨냥해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청탁한 편집자 빅터 골란츠는 오웰이 파시즘과 싸우러 스페인에 간 틈을 타서 오웰의 논지에 대해 반론하는 서문을 넣고 출판했다. 골란츠는 그 뒤 오웰의 스페인 내전 참전기 <카탈루냐 찬가>(1938)에 대한 출판도 거부한다.
 
1936년은 대공황이 세계를 휩쓴 때이자 유럽에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세력을 키워가던 때다. 오웰의 말을 따르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기가 불가능한 세상”이며 “사회주의가 후퇴”하던 때다. 오웰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에서 당시 영국의 주류 사회주의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 오웰은 사회주의자들이 거품을 물고 부르주아 규탄에만 열을 올림으로써 사회주의엔 오직 증오만이 있는 것처럼 노동계급과 대중들에게 비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 이론가들이 물질적인 유토피아를 사회주의의 목표로 선전하고 ‘미련한’ 러시아(스탈린) 숭배와 기계 숭배의 냄새를 풍김으로써 사회주의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평범하고 수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파시즘으로 돌아서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무직직원 등 중산층을 사회주의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것이 오웰의 주요 논지 중 하나다. 오웰의 사회주의자 비판은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놓고 그 안에서 “사회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악마의 대변인’으로 나섰다고까지 오웰은 말한다.
 
그렇다면 오웰이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일단 ‘반파시즘’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체제의 산업사회와 그 자본주의가 빚어내는 파시즘을 아울러 ‘전체주의’라고 이해한다. 오웰은 민주적 사회주의의 요체를 ‘정의와 자유’, ‘압제에 대한 반대’라고 말한다. 그 사회주의의 구체적 상을 찾으려 하면 일순 모호해지는 감이 있다. 오웰이 보기에 진정한 사회주의자란 압제가 타도되는 꼴을 보기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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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자랑 조지 오웰의 르포 (한겨레21 2010.01.22 제795호, 정인환 기자)
[출판] 완벽한 객관적 묘사로 그려낸 1930년대 영국 북부 탄광 노동자의 삶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나는 상류 중산층 가운데 하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상류 중산층은 1880년대와 1890년대에 처음 생겨나…, 빅토리아 시대의 번영기가 퇴조하면서 한 무더기의 잔해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이론상으론 정장 입는 법과 정찬 주문하는 법을 알았지만, 실제로는 번듯한 양복점이나 번듯한 음식점에 갈 형편이 도무지 아니었다.”
 
‘에릭 아서 블레어’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펴냄)에서 쓴 자기소개의 일부다.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한 뒤 제국의 첨병이 돼 버마로 갔고, 5년여 ‘주구’ 노릇이 역겨워지자 부랑자로 떠돌았다.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파를 위해 싸웠고,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의 광기에 맞서 펜을 벼렸다. 그새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년)을 시작으로 <카탈로니아 찬가>(1938년), <동물농장>(1945년), <1984>(1949년)를 잇따라 남긴 그는 1950년 1월21일 마흔여섯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시대’와 불화하며, 폭풍처럼 몰아쳤다. 작자 조지 오웰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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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위건 부두로 가는 길’ (내일, 김성배 기자, 2010-01-22 오후 12:03:46)
1936년, 조지 오웰 글을 바꾸다
영국 북부 탄광지대 체험 계기 사회주의자로 전환, ‘위건 부두…’에 담아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사회주의자 조지 오웰은 1903년 영국의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났다. 그 스스로가 표현하듯 ‘하급 상류 중산층’에 속한 그는 영국 사립 최고 명문인 이튼 학교를 마치고 명문 대학이 아닌 미얀마로 향한다. 식민 통치기구인 ‘인도 제국 경찰’에서 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과 파리에서 자발적인 부랑자 생활을 하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내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선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도 이때부터 쓰기 시작한다.
 
작가로서 인정받은 오웰은 1936년 한 진보단체로부터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해 글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면밀한 조사를 한다. 바로 이 취재의 결과물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이다. 같은 해 일어난 스페인 내전을 주시하던 그는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주고 ‘파시즘에 맞서 싸우러’ 스페인으로 떠났고, 이후 이 전쟁 체험을 ‘카탈로니아 찬가’(1938)를 통해 전한다. 영국 북부 탄광 지대와 스페인 내전에서의 경험은 조지 오웰의 지향점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고 이후 ‘동물농장’(1945)과 ‘1984‘(1949)를 구상하는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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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똥 덩어리들아, 내가 이래도 우익이냐!" (프레시안, 장정일 소설가, 2011-04-02 오전 10:45:52)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오웰이 어떤 현장을 즐겨 찾았고 그 현장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게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것은 오웰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웰의 약력을 잠시 살펴봐야 한다. 그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영제국의 인도 식민지를 관리하는 식민 관료였고, 그는 아버지의 근무지인 인도에서 태어났다. 이후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를 따라 영국으로 귀국한 그는 왕실 장학생으로 상류층 명문인 이튼 칼리지에 다녔으나 졸업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진학에는 실패했다. 대신 인도 제국경찰에 지원하여, 5년간 버마(미얀마)에서 경찰 간부 생활을 한다. 그때 나이가 19~24세.
오웰의 식민지 경찰은 물론이고 식민주의 전반에 대한 염증은 '코끼리를 쏘다'라는 에세이에 뛰어나게 기술되어 있는데, 그는 제국주의의 충견 노릇을 하는 자신의 양심을 무마하지 못하고 결국 사표를 낸다. 그러고 나서 속죄의 의미로 3년간 부랑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경험이 자전 소설 또는 수기로도 분류되는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신창용 옮김, 삼우반 펴냄)로 정리되었으니, 그것이 오웰의 첫 책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한 귀퉁이에는 그가 대우 좋은 식민지 경찰 간부직을 팽개친 심경이 꽤 자세하게 피력되어 있다.
나는 5년 동안 압제의 일원으로 복무했고, 그만큼 양심의 가책이 컸다. 잊히지 않는 숱한 얼굴들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 내가 느낀 죄책감은 너무 엄청나서 속죄를 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을 5년 동안이나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번민 끝에 결국 얻은 결론은 모든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언제나 그르다는 단순한 이론이다. 잘못된 이론일지 모르나 압제자가 되어본 사람으로 얻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나는 내 자신이 단순히 제국주의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200~201쪽)
제국주의의 하수인 시절을 속죄하고자 3년간의 부랑자 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버마가 아닌 자기 나라 안에, 버마인과 같은 '내부 식민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 마음이 영국의 노동자 계급에게로 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내가 노동 계급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그들에게서 유사성을 발견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의에 당하는 상징적 희생자였으며 버마에서 버마인들이 하는 역할을 영국에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마에서는 문제가 비교적 단순했다. 백인이 위에 있고 유색인은 밑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유색인에게 동정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영국에 와보니 압제와 착취를 찾아보기 위해 버마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영국에, 바로 자기 발밑에, 다르긴 해도 어느 동양인 못지않게 비참한 생활을 하는 밑바닥 노동 계급이 있었던 것이다. (201쪽)
오웰이 있고자 한 현장은 피압제자·노동 계급·밑바닥이었다. 그런데 이런 현장에 대한 친화력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오웰 스스로가 실토하고 있는 바, 부랑 생활을 통해 "'하류 가운데 최하류' 사이에, 서구 세계의 밑바닥"(206쪽)에 있게 되기 이전에 그는 "노동 계급의 처지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고, "실업에 대한 통계를 본 적은 있었으나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과 속죄의 부랑 생활을 하면서 최하층 계급과 뒹굴기 이전에 그런 것들은 "내 경험 밖에 있는 일"이었다(202쪽).
오웰이 속한 계급은 "상류 중산층 가운데 하급"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밑바닥"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번도 자신이 영국 계급 체계 속에서 하위에 속한다는 것을 바로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까닭은 계급 체계를 "돈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이상 164쪽)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계급 차별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아무 진전이 있을 수 없다. (…)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여기 중산층의 전형적인 일원인 내가 있다. 내가 계급 차별을 없애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거의 모든 것은 계급 차별의 산물이다. 나의 모든 관념은(선악에 대한, 유쾌와 불쾌에 대한, 경박과 경건에 대한, 미추에 대한) 어쩔 수 없이 '중산층'의 관념이다. 책과 옷과 음식에 대한 나의 취향, 명예에 대한 나의 감각, 나의 염치, 나의 식사예절, 나의 어투, 나의 억양, 심지어 나의 독특한 몸동작도 전부 특정한 훈육의 산물이며, 사회 위계의 윗부분에 있는 특정한 지위의 산물이다. 그런 사실을 이해할 때, 나는 프롤레타리아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가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217쪽)
사회적 계층과 경제적 계층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중산층 가운데 상당수가 서서히 프롤레타리아로 변해가고 있"(301쪽)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을 프롤레타리아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는 노동 계급에 속하지만 내 자신을 부르주아의 일원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여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303쪽)이다. 뿐만 아니라, "중산층인 사람이 몰락하여 최악의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해도 노동 계급에 대한 매몰찬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으며, 이런 사람들은 끝내 자신이 노동 계층이라는 것을 수용하기보다 "쉽사리 파시스트 정당에 동조"(303~304쪽)하게 된다.
이 책은 1937년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고, 연이어 벌어질 제2차 세계 대전을 목전에 두고 출간됐다. 하지만 중산층의 계급적 위선은 우리 시대에도 그대로 들어맞으며, 경제적 양극화의 밑변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정치적으로는 도리어 보수화되는 중산층의 역설을 꿰뚫어 보여 준다.
사회주의 진영에서 논란이 되었던 2부에서 오웰은 "계급이라는 지독히 까다로운 문제"(163쪽)를 규명해 보겠다면서, 사회주의자들이 육체 노동을 이상시 하는 경향 탓에 실제로는 광부나 부두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수많은 사무원과 점원들이 자신을 프롤레타리아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아무튼 프롤레타리아는 육체 노동자뿐인 듯 대하는 잘못된 습성은 버려야 한다. 사무원, 엔지니어, 출장 판매원, '영락한' 중산층, 마을 식품점 주인, 하급 공무원, 그 밖의 온갖 애 매한 사람들에게 바로 그들 '자신'이 프롤레타리아란 사실을, 그리고 사회주의란 건설 인 부나 농장 인부만큼이나 그들에게도 바람직한 체제라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 (305쪽)
또한 이 책의 2부는 프롤레타리아의 친구인 척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노동 계급을 경멸하는 지식인 사회주의자들의 이중적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이들은 일상어와 동떨어진 전문 용어나 정·반·합이라는 트릭 그리고 정통(러시아)을 내세우면서, 토요일 밤 아무 선술집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식인 사회주의자들은 "삶에 대한 상류층적, 중산층적 태도를 완전히 버리"거나 "나를 철저히 변화시"(217쪽)키기보다 "책으로 단련된 사회주의자"(242쪽)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우리나라의 '강단' 사회주의자들은 이 대목이 뜨끔할 것이다.
폴 존슨의 기념비적인 쓰레기 <지식인들>(한언 펴냄)과 박홍규의 <조지 오웰>(이학사 펴냄)에 나오는 한 구절은 조지 오웰의 복잡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
1950년, 오웰이 세상을 떠날 당시 그의 궁극적인 정치적 입장이 불분명해서 막연히 좌익 지식인으로 간주되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우익과 좌익은 오웰이 충성을 맹세한 이데올로기는 자기네 진영이라고 서로 우겼고 지금도 이 같은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지식인들>(하권), 254~255쪽)
오웰은 복잡하다. 그 복잡성은 그에 대한 다양한 신자를 낳는다. 우익도 있고 좌익도 있다. 노동자도 있고 지식인도 있다. 그러나 오웰은 어느 편도 아니었다. 우익은 물론 좌익도 아니었다. (<조지 오웰>, 54쪽)
"빈곤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압제와 전쟁을 진정으로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재적으로 사회주의 편이다"(293쪽)고 말하는 오웰의 사상적 좌표를 분석하는 것보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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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3 22:30 2010/05/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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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부산시당의 해당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촉구한다!(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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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진보진영 선거연합, 진보신당 부산시당의 해당행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이창우 선대본부장을 내가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진보신당 당원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꿈꿔온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내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건설을 염두에 둔다면, 이를 비켜가서는 안 된다. 계속 찌그러져 왔는데, 여기서 더 이상 물러서면 차라리 당분간은 '제대로 된 진보정당 건설'은 때려치우는 게 낫다. 다시 한번 우리가 왜 진보정당을 염원해 왔는지, 민주당, 국민참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야당과의 야합은 왜 불가한지, 따져볼 때다.

 

이건 유연성의 문제가 아니다. 원칙의 문제다. 물론 내가 원칙 운운하는 게 조금 뻘쭘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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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당의 해당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촉구한다! (2010년 5월 12일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
- 부산지역 야권연대 합의에 관한 전진의 입장 -
 
보수야당과 전면적 야합
부산지역의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이 10일 야권연대 합의문을 발표했다. 진보신당 김석준 위원장을 비롯한 5당 부산시당 위원장들이 서명한 합의문은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며, 단일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정당의 시장 후보들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함께 선거에 임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있다. 합의에 따라 11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보수야당(구 집권당)과 전면적인 야합이 실현된 것이다.
 
우리는 공동성명을 통해 보수야당과의 야합 반대와 진보진영 선거연합을 주창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 정권의 잔당인 보수야당(구 집권당)과의 야합이 불가한 이유는 이미 성명을 통해 제시했기 때문에 중언하지 않겠다. 여기서는 만신창이가 된 당의 질서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말해보겠다. 
  
진보신당의 차별성과 선명성 훼손
진보신당의 각 지역조직들이 일관된 방침 없이 각개약진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몇몇 기초단위에서도 보수야당과의 야합이 이뤄진 바 있다. 당의 무질서함은 이미 위험한 지경에 있다. 더구나 광역시도당의 경우는 그 파급력이나 상징성에 있어서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보수진영과의 야합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뒤늦게나마 ‘5+4협상’에서 빠져나온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개 광역당부가 중앙당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을 함으로써, 진보신당이 가질 수 있었던 차별성과 선명성은 결정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명백한 당론 위배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일차적 원인은 중앙당 방침의 모호함에 있다고 볼 것이다. 도대체 방침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도 헷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함이 부산시당의 일탈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중앙당이 보수진영과의 협상에서 철수했다. 또한 10일에 있었던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 배포된 문건에는 ‘진보대연합’과 ‘야합세력에 대한 고립화’를 명시하고 있다. 전국의 시도당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배포한 당의 공식 문건이 당론이 아니라면 무엇이 당론이란 말인가. 문건이 배포된 바로 그 날에 부산시당 위원장은 야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고립화’의 대상이 될 행위를 당내에서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이는 명백한 당론 위배이며 해당행위다.
 
전국 규모의 선거에서 선거연합 대상을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연방주의 정당도 아니고 단일한 중앙을 가진 정당이라면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서 당의 방침은 일관돼야 한다. 중앙당 방침과 시도당 방침이 다르다면 그것을 붕당패거리라 부를 순 있어도 정당이라 부를 순 없다. 
  
당의 질서와 절차를 유린
부산시당의 결정은 그 과정도 파행적이다. 의결단위에서 부결된 협상안을 거듭해서 재상정하며 온갖 회유와 사퇴협박을 자행하여 억지로 관철시켰다. 당의 질서와 절차가 철저히 유린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들에 대해 충분히 확인한 바 있으며, 사실관계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물론 지역의 조건에 따라서는 광역시장 선거를 돌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만일 완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거나, 또는 완주할 의지가 없다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퇴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떳떳한 자세다. 절차를 무시하고 당론을 위배한 이번 사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선례를 위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
만일 이번 사태를 유야무야 넘긴다면 진보신당은 공당임을 포기하고 봉건영주들의 연합체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또한 장차 일어날 수도 있는 유사한(또는 더욱 심각한) 사태를 통제 불가능하게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다. 당의 질서와 민주적 절차를 유린하고, 당론을 위배하며, 당에 치명적 해악을 끼친 부산시당 사태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 부산시당은 합의를 철회하고 보수진영과의 야합을 중단하라.
- 중앙선대위는 당론을 따를 것을 부산시당에 엄중히 요구하라.
- 끝내 당론을 따르지 않을 경우 김석준 위원장과 이창우 선대본부장을 징계하라.
  
더불어 이용길 부대표 사퇴에 대해
오늘 있었던 이용길 부대표의 당직과 후보직 사퇴에 대해 간략히 언급한다. 당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사태에 비추어 이용길 부대표의 비통한 심정과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간 당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외롭게 분투했음에도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다만 충남도지사 후보직 사퇴는 본인의 거취를 넘어서 당원들에게 끼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당을 위해 분투하는 전국의 후보들에게 사기 저하를 초래할 것이 심히 우려된다. 이용길 동지께서 심려하는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도지사 선거를 완주하여 모범을 보이시길 간청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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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당과 야합을 중단하고 진보진영 선거연합으로 지방선거를 돌파하자 (2010년 5월11일 진보정치포럼 /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
- 선거연합에 관한 진보정치포럼 / 전진 공동성명 -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각 정치세력 간에 연대 논의가 복잡한 양상을 이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진보진영 일각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의 입장과 방향을 밝히고자 한다. 
 
보수야당과 같은 전선에 설 수 없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범야권에서 ‘반MB연대’ 논의가 무성하다. 이명박 정권의 폭정에 대한 공격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에 대한 반대가 결코 보수야당(구 집권당)과의 연대로 귀결될 수는 없다.
 
10년에 걸친 민주당 정권 아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비정규직 악법이 날치기로 통과되었고 한미FTA 체결이 강행되었으며 이에 항거하여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목숨을 잃었다. 신자유주의의 압도적 지배와 그에 따른 사회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심화하기 시작한 것이 민주당 집권 시절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의 계급적 본질에 의해 초래된 필연적 결과였던 것이다.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노선 변화가 없는 한에는 결코 그들과 같은 전선에 설 수 없다. 투쟁의 대상과 전선을 같이 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간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반MB연대’ 주장에 대해 명확하게 단절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영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때문에 진보진영의 독자적 정체성과 차별성이 유실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모호한 태도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야합 가능성을 열어놓은 진보진영 일각의 움직임
그럼에도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른바 ‘반MB’로 상징되는 보수야당과의 연대를 노골적으로 추진했으며,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합을 시도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비록 뒤늦게나마 다행히도 ‘5+4 협상’에서 빠져나왔으나, 진보진영 독자노선을 전당적 방침으로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역마다 각개약진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야당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형편이다.
 
진보진영의 최대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은 철지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수하는 한편으로 이른바 ‘반MB연대 단일후보’라는 이름으로 보수야당과의 야합에 길을 열어주는 모순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진보정당 독자존립에 기초한 선거연합
노골적이든 우회적이든 신자유주의 정권의 잔당들과 야합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단호히 반대한다. 진보진영은 독자노선에 의한 선거연합으로 이번 선거를 돌파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확인할 것이 있다. 지방선거에서의 진보진영 선거연합은 ‘진보정당 통합’과 뒤섞을 수 없는 명백히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복수의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것은 진보정당운동의 역사적 소산이다. 이는 선거연합이나 몇 번의 토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진보정당 간에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흔한 사례지만, 그것이 각 정당의 차이에 따른 독자존립을 훼손하지 않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나의 국가에 하나의 진보정당만 있어야한다는 논리는 어디에서도 합의된 바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후보를 정하는 조건으로 ‘진보정당 통합에 동의’를 강요하는 서약서를 요구한 것은 대중조직의 본분을 넘어선 잘못된 결정이다. 선거연합은 어디까지나 진보정당 독자존립을 전제로 하는 연대가 되어야 한다. 
 
보수야당과 절연하고 진보진영 선거연합으로 지방선거를 돌파하자
민주노동당은 보수야당과의 야합 시도를 명확히 포기하고 진보진영 선거연합에 참여해야 한다. 진보신당은 진보진영 독자노선을 전당적으로 관철하여 일부 지역에서 시도하는 우려스러운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보수야당과의 야합 가능성을 열어주는 모호한 방침을 폐기하고 진보진영 선거연합 추진에 나서야 한다. 또한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침해하는 서약서 내용을 철회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모든 정치조직과 대중조직은 신자유주의 정권의 잔당과 명확하게 절연하고 진보정당 독자존립에 기초한 선거연합으로 오직 노동자 민중의 편에서 이번 선거를 돌파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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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2 17:31 2010/05/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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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자민당 연정은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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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국총선을 지켜보면서 영국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민당에 대한 분석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아래 기사들은 대부분 한겨레의 것이지만, 프레시안의 강원택 교수 인터뷰 글에서 영국 정치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외에도 여전히 충족되지 못한 점들도 많다.

 

노동당 왼쪽에 있는 세력들의 이번 총선에 대한 평가, 정책들, 영국 선거개혁에 대한 입장, 그리고 행정개혁과 관련하여 이들 정치세력들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궁금한데, 이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기초를 다지는 차원에서 여유가 되면 강원택 교수가 썼다는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고세훈 교수의 '영국노동당사', 그리고 스튜어트 홀의 '대처리즘의 문화정치'를 읽어봐야겠다. 한 권은 읽지 않았고, 한 권은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하며, 다른 한 권은 읽다 말았다.

 

그나마 영국에서 노동당-자민당의 연정이 성립되길 희망한다면, 이것도 영국적 상황에 해당하는, 일종의 '비판적 지지'일까. 5월 7일 새벽에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군.

"6시에 영국 총선의 투표 종료 직후 방송사들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노동당에게서 신뢰를 잃어버린지 오래된 상황에서 그렇다고 보수당이 정권을 잡는 것은 더욱 암담하고... 제3당인 자민당도 최근에야 간신히 ‘유력정당’(relevant party)이 된 현실에서 의미있는 좌파정당의 출현은 요원한 영국의 상황. 그나마 차선은 노동당과 자민당의 연정일까. 내가 이번 영국총선에서 투표를 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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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복지 줄이고 작은 정부로 회귀” (한겨레, 김순배 기자, 2009-10-09 오후 07:38:06)
영국 차기총리 1순위 보수당의 캐머런
전당대회서 비전 제시
좌파진영 일제히 비난

 
12년 만의 영국 정권교체는 이뤄질까? 데이비드 캐머런(42) 영국 보수당 당수는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나타날 변화의 미래상을 8일 분명히 제시했다.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의 전환이다. 그는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영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부가 너무 커지고,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하고 모든 답을 갖고 있는 체 했다”는 데서 찾았다. 영국 재정적자는 내년에 1700억파운드(31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유시장 맹신에 따른 금융위기가 아니라, 큰 정부의 막대한 부채가 경제위기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의 개입 대신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캐머런은 “우리가 큰 정부를 다시 축소하고, 우리 사회가 움직이도록 책임감을 다시 세우면 영국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수령 나이 상향조정, 실업급여 등 복지혜택 축소, 공무원 임금 동결 등 “고통스런” 공공분야 지출 축소를 그는 예고했다. <가디언>은 캐머런이 “노동당의 큰 정부를 무너뜨리고 대신 개인의 책임, 강력한 가정과 공동체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캐머런의 연설은 차기 총리 1순위인 그와 보수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늦어도 내년 6월까지 치러야 되는 총선에서 보수당은 1997년 이후 첫 정권교체가 유력하다. <스카이 뉴스> 최신 조사에서 보수당은 지지율 43%를 기록해 29%에 그친 노동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캐머런은 세차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벼랑 끝에 선 보수당의 ‘현대화’를 지난 4년간 이끌었다.
 
캐머런의 작은 정부론은 곧바로 좌파 진영의 비난에 직면했다. 영국 최대 공공노조인 유니슨의 데이브 프렌티스 사무총장은 “보수당이 여전히 마거릿 대처 시대의 사고에 사로잡혀 공공분야 정부지출 축소를 떠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당 소속 리암 번 재무장관은 “전형적인 보수의 연설로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캐머런은 이날 복지혜택 축소 등을 밝혔지만, 그동안 따뜻한 보수로 평가받았다. 선천성 장애를 앓다 지난 2월 숨진 6살짜리 아들 이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과 거리가 있는 정치 엘리트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는 이날도 이반 얘기를 꺼내며,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했다. 그는 “삶에서 그렇게 큰 부분이 갑자기 사라지면,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캐머런은 이날 작은 정부를 강조하면서도 최저임금제 등 노동당의 일부 정책을 계승하면서 중도층 유권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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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영국” 깃발 든 자민당, 양당체제 깰까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10-04-21 오후 10:31:01)
‘공정한 세금’ 공약 등 젊은층 끌어들여 1당 넘봐
이라크 파병 등 비판하며 노동당과 차별화 주력
 
 
영국의 제2야당 자유민주당이 다음달 6일 총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며, 자민당이 바꿔놓을 영국의 정치지형과 정책의 향방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자민당은 자유주의적 진보 성향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에 이념적으로 더 가깝다고 여겨졌지만, 클레그 당수는 이제 중도좌파 노동당과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클레그 당수는 20일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정치개혁을 막은 자포자기식 정치인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빈스 케이블 자민당 대변인도 이날 <비비시>(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노동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노동당의 “지나치게 중도편향적인 공공정책, 시민적 자유권 무시, 이라크 전쟁 개입” 등을 문제 삼았다. 노동당과의 연정 구성 가능성을 부인하고, 강력한 집권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자민당이 집권할 경우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로 이어진 영국의 일방적 친미 노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자민당은 1988년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이 7년간의 선거동맹 끝에 합당해 탄생했다. 복지국가 모델사회적 자유주의, 시민 자유권,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한 진보적 조세 정책을 선호한다. 사민당은 좌파 노동당에서 갈라져 나왔고, 자유당은 왕정반대 그룹인 휘그당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물론 아직 자민당이 영국의 제1당으로서 정책적 능력을 갖췄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아직까진 닉 클레그(43) 자민당 당수의 인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15일 영국 총선사상 첫 여야 3당 당수의 텔레비전 토론 직후 일간 <더 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서 클레그는 72%라는 압도적 지지로 이변을 예고했다. 1945년 당시 윈스턴 처칠의 지지율 83% 이후 전례 없는 기록이다. 집권 노동당 당수인 고든 브라운 총리의 중량감도, 13년만의 정권 교체를 벼르는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의 야심찬 도전도, 젊고 말쑥하며 신선한 샛별 정치인 앞에서 빛을 잃고 있다. 유권자들은 클레그 당수에게 ‘제2의 처칠’, ‘작은 오바마’, ‘영국의 체 게바라’ 같은 별명을 붙여주었다. 클레그의 인기는 젊은층의 투표 참여 의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정당 지지도도 20일 <가디언> 조사에서 보수당(33%)에 이어 30%로 2위에 올랐다. 
 
클레그 당수는 1967년 영국 중남부 버킹햄셔 출신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모국어인 영어를 비롯해 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스페인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1999년 지방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유럽의회 의원을 거쳐 2005년 총선에서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했으며, 2007년 당내 경선에서 마흔살 나이로 당수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부계는 러시아, 모계는 독일계 혈통을 이어받았다. 고조부가 제정러시아 검찰총장을 지냈고 아버지는 유나이티드 트러스트 뱅크 은행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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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목마른 영국 민심 ‘양당제’ 허물까 (한겨레, 워트포드 케임브리지/박현 기자, 2010-05-02 오후 09:54:59)
자민당 ‘열풍’…과반정당 없어 연정 불가피
보수·노동당 1위 관측도…언론 “예측 불가”
[영국 총선 3일 앞으로] 현지 분위기
 
오는 6일(현지시각) 영국 총선에선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절대 다수당이 없어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헝(hung) 의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80년대 보수당 장기집권을 지나 90년대 말 젊은 토니 블레어와 노동당을 선택했던 영국인들에게 양당은 이제 ‘기성 정치’라는 한묶음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당의 우경화가 배경 가운데 하나지만, 서구 의회정치의 상징이던 영국에서 양당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기존 좌·우 또는 진보·보수라는 정치 구도의 유효성에도 의문을 던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가디언>은 이번 총선이 “최근 수십년 가운데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라며 “분명한 점은 유권자들이 변화에 목말랐다는 것”이라고 2일 지적했다.
 
영국 런던 북서부에 인접한 워트포드(Watford)는 지난 1세기 동안 집권당이 바뀌는 중요한 선거 때마다 집권당을 선택해 선거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최근 노동-보수-자유민주당 3당 간 최대 격전지가 된 이곳에서 1일(현지시각)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13년간 집권한 노동당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화살은 노동당으로만 향한 게 아니다. 지난해 하원의장과 주요 장관, 의원 수십명의 사퇴를 몰고온 ‘의원 세비 부당청구 스캔들’은 노동당과 보수당의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자민당의 닉 클레그 ‘돌풍’의 근본적 배경이다. 케임브리지대 2학년생 아나 스티븐슨(21)은 세 정당을 나름의 잣대로 분석했다. 그는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총리 때부터 우경화했고, 보수당은 복지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양당 간의 정책 차이가 별로 없어졌다”고 말했다. 자민당에 대해서는 “2005년 선거에서 이미 이라크전에 반대했고, 막대한 돈이 드는 ‘트라이던드’ 핵 잠수함 사업 폐기, 비례대표제 도입 등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민당을 찍겠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며 “차악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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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쥔 클레그의 선택은?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10-05-02 오후 09:52:56)
지지율 올랐지만 소선거구제 탓 의석수 한계
노동-보수 중 연정 파트너 놓고 ‘행복한 고민’
 
지난 29일 마지막 티브이 토론 직후 영국 여론조사기관들이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계산한 예상 의석수는 보수당 255~268석, 노동당 216~283석으로 예측됐다. 자민당은 최소 83석에서 많게는 137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현재 356석보다 73~140석이 줄어든 반면, 보수당은 현재 198석보다 57~70석, 자민당은 62석보다 최대 75석이 늘어난 수치다.
 
영국은 각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지지율과 예상의석이 비례하지 않는다. 예상 의석수에서는 노동당이 여전히 자민당을 3배 가량 압도하고 보수당과 원내 1당을 다투고 있다. 누구도 이번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리즈 대학의 빅토리아 허니먼 교수는 1일 “(이번 총선은) 100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 변화로, 경이롭다”고 말했다.
 
보수당과 연대하는 것은 정책노선의 차이가 클 뿐 아니라, 똑같이 ‘젊음’과 ‘변화’를 앞세운 캐머런과와 차별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클레그는 1일 “가치관을 볼 때 나와 캐머런 사이에는 하나의 만(灣)이 놓여있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29일에는 “총선 뒤 고든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 당수에서 물러난다면 노동당과 연대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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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사망하면 투표 연기하는 게 진짜 민주주의" (프레시안, 황준호 기자, 2010-05-10 오전 6:07:08)
[전문가 분석] 강원택 교수 "英총선, 노동당 싫지만 보수당도 못 믿는다는 뜻"
 
영국의 보수당이 6일 실시된 총선에서 13년간 집권해온 노동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그러나 보수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자유민주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거나 '소수당 내각'을 이끌어야 할 처지에 있다. 영국에서 한 정당이 과반을 얻지 못하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한 것은 36년 만의 일로 '더 이상 노동당 집권은 안 되지만 보수당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는 복잡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선거와 정당 문제에 관한 전문가로 2008년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파헤친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란 책을 쓴 강원택 숭실대 교수로부터 이번 영국 총선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봤다.
 
▶ 영국 총선을 총평한다면?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가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선진국이라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은 기회였다. 예를 들면, 후보 한 사람이 사망해서 투표가 연기된 선거구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사망한 후보의 정당을 찍고자 했던 사람들에게는 대안이 없어졌다고 보고 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가 연기됐다. 또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놀라운 일이었다. 하나의 사례지만 정치적 의사 표현의 공정성이 선거 관리라는 행정적 편의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국은 선거를 며칠 앞두고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트위터조차 선거에 활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는 등 법적인 규제를 통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선거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언제든 다 볼 수 있다. 의사 표현이나 정보 공개 측면에 있어서 어떤 규제도 없다. 모든 걸 허용하면서도 선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번 선거 결과는 노동당의 장기 지배에 싫증이 났고 변화가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보수당을 신뢰할만한 대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는 민심의 반영이다. 그래서 어정쩡한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도 '노동당은 맨데이트(국정 운영 권한)를 잃었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맨데이트를 얻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자민당이 보수당과 연정을 합의하면 연립 정부가 성립되겠지만, 보수당이 과연 자민당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민당의 가장 큰 목표는 선거제도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자민당의 득표율(23%)이라면 최소한 130석은 얻어야 되는데 소선거구제 때문에 57석밖에 못 얻었다. 이번에는 특히 자민당 바람까지 불었는데 의석은 오히려 줄었다. 따라서 자민당은 연정 협상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내세울 텐데 보수당이 그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걸 거부하는 대신 내각 몇 개를 주는 식으로 연정이 성사될지 모르겠다.
 
▶ 민심이 노동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블레어 정부 시절 '부시의 푸들'이란 말까지 들으면서 이라크 전쟁에 깊게 발을 들여 놓았고, 그 결과 2005년 런던 테러처럼 영국도 테러에 안전하지 못한 곳이 돼버리면서 이미 노동당 지지자들의 많은 수가 등을 돌렸다. 경제도 블레어 정부 시절에 잘 돌아가긴 했지만,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또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의료보험·교육 등 공공 부문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데 대한 불만도 겹쳤다. 고든 브라운이라는 개인에 대한 싫증도 있었을 것이다. 44세의 캐머런, 43세의 클레그에 비해 고지식해 보이는 리더십도 문제가 됐다.
 
▶ 노동당의 우경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캐머런은 39세에 당수가 되면서 보수당의 이미지를 바꿔 놨다. 파란색 바탕에 횃불이 그려진 보수당 로고에 녹색 나무를 그려 넣었다. 보수당이 무시했던 환경 문제를 중시한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의사당에 오가는 모습도 연출했다. 흑인, 동성애자 같은 마이너리티를 수용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경제도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이 강화되고 무게중심과 우선순위에서 노동당 시절과 차이를 있겠지만, 대처가 등장해 기존의 정책을 완전히 뒤엎었던 것 같은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블레어-브라운 정부 때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좌우 이념의 순수성 경쟁, 즉 대처가 말한 '새로운 보수주의'처럼 이념이 먼저 나오고 정책이 따라가는 형태의 경쟁은 이제 보기 힘들다. 무게중심, 우선순위, 대응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인 의미의 좌우 대립은 없다.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우파적인 요소를 받아들여 다른 말로 포장한 것인데, 대처의 길을 상당히 수용한 것이다. 캐머런의 온정적 보수주의도 포인트는 '온정적'이란 말에 있다. 노동당이 한 걸 받아들이기 위해 만든 말이다.  
 
▶ 재작년에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을 써서 영국 보수당을 한국에 소개했었는데, 보수당은 어떤 당인가?
보수당이 지키려는 핵심적 가치는 왕족(monarchy), 영국 성공회, 연합 왕국, 전통, 옛날 같으면 제국주의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가치도 중요하지만 보수당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다. 권력을 차지해야만 자기들이 지켜야 할 것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표를 얻으려면 굉장히 실용적이고 유연해야 하고, 이념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보수당이 200~300년 동안 살아남은 원동력이었다.
캐머런이 당수가 되면서 환경, 소수자 이슈를 제기하자 당내 반발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토론이 이뤄지는 걸 보고 유권자들은 보수당이 진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경제 문제에서 국민들이 아직까지는 보수당에 확신이 없지만, 어쨌든 보수당의 큰 힘은 실리와 유연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지키려고 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의 보수·우파들처럼 구(舊)체제만 꽉 움켜쥐면서 다른 세력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해 놓은 정책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 변화를 받아들인다. 영국 보수당은 자유당이나 노동당이 집권해서 바꿔놓은 걸 되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보수당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지만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 소선거구제 때문에 의석비율과 정당지지율의 차이가 큰데 선거제도는 왜 안 바꾸는 것인가?
영국인들은 단일 정당 정부(single-party government)를 선호한다. 한 정당에 과반을 줘서 다른 세력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정부를 끌고 나가게 하면 정부가 안정될뿐더러 정책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소수 정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제조된 과반수'(manufactured majority)를 만들어 주는 게 상대적으로 낫다고 본다. 한 정당이 10년 정도를 집권하면 자기들이 가진 프로그램을 웬만큼 다 실행할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해 주고, 그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 한국 정치가 배워야 할 점은?
영국 선거에서는 총리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의 정책이 중요하고 그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 표현이 보장된다. 트윗민스터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영국에서 트위터를 어떻게 선거에 활용했는지 알 수 있는데, 영국에서 선거란 정치적 쟁점과 영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쟁과 토론, 그리고 선택이 이뤄지는 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4대강이나 무상급식 같은 건 정치적이니까 얘기하지 말라고 하고 누구를 뽑느냐의 문제에만 관심을 쏟는다. 선거 규제도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서 돈 선거, 관권 선거를 막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 후보 한 사람이 사망하면 당연히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국처럼 민주주의의 질적인 측면을 고민하지는 않는다. 선거라는 게 단순히 누구를 뽑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선택하는 건데, 그에 대한 고민이 없다.
민주화 20년이 지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체되어 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퇴조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건 이 정부가 권위주의적 지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더 큰 이유라고 본다.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냥 이 정도면 됐다는 식으로 안주하고 있다. 절차적 수준에서 문제가 없으니까 이제 됐다는 생각은 안 된다. 최장집 교수가 말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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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브라운 총리 “물러나겠다” …진보연정’ 협상 승부수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10-05-11 오후 08:52:52)
자민당에 극적 ‘러브콜’ 보내
클레그 “협상 열릴 것” 화답
‘집권 눈앞’ 보수당 초비상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자유민주당과의 연정 협상 개시를 하루 앞둔 10일 ‘총리직 사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6일 총선에서 과반의석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를 낳은 영국의 정치 판도가 고빗사위로 치닫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과 자민당과의 연정 구성을 위해 총리직 사임을 제안함에 따라 영국의 정치 풍경이 밤새 바뀌었다”고 전했다. 브라운 총리는 전날 “자민당이 노동당 연정에 참여한다면 늦어도 9월 전당대회 이전에 총리와 당수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의 협상 요청에 적극 응답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며 자신의 사퇴가 두 정당간 연정 협상의 길을 터주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민당은 인기가 떨어진 브라운 총리의 사임으로 노동당 연정 참여에 따른 여론의 부담을 덜 수 있을뿐 아니라, 최대 숙원인 선거법 개정, 보수당의 정치적 무력화 등 다양한 실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클레그 자민당 당수는 “브라운 총리가 개인적으로 힘든 결단을 내렸다”며 “선입관 없는 연정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카윈 존스 노동당 의원은 “브라운 총리의 사심없는 결정이 큰 울림을 낳고 있다”며 환영했다. 반면, 보수당은 집권을 눈 앞에 두고 비상이 걸렸다. 조나단 모건 보수당 의원은 “브라운 총리가 착각에 빠져있고 교만하며, 판타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보수 양당은 앞다퉈 선거법 개정을 제안하며 자민당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노동당이 자민당에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온 보수당은 10일 ‘대안 선거’ 시스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마지막 제안’을 내놓으면서 자민당에 연정 참여를 촉구했다. 이제 공은 브라운 총리에서 클레그 당수로 넘어갔다. 자민당은 치솟는 몸값만큼이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비비시>(BBC)는 “자민당 지도부가 10일 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향후 진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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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23:09 2010/05/1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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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사태의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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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사태는 형제의 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겠으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패배가 다른 현장에서도 영향을 미친 사례로 주목되었다. 비정규직 또한 임금이 삭감되었고...
기사에서 어느 정도 다루고 있기에, 그리고 내가 금호타이어의 사정을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기에 코멘트는 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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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사합의안 부결…'격랑' 속으로'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10-04-09 오후 2:49:50)
벼랑 끝 합의안' 부결된 이유와 전망은?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의 선택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동조합의 합의안 자체가 지나친 양보안이었다"는 해석과 "무책임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엇갈린 분석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되긴 어렵다는 전망은 일치하고 있다.
 
투표 부결 하루 뒤인 9일 금호타이어는 곧바로 해고예정자 193명 중 명예퇴직 신청자 2명을 제외한 191명에게 "10일 자로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아웃소싱될 예정인 1006명에게도 사 측은 "5월 10일자로 해고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전면 중단했다. 9일 예정됐던 산업은행의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설명회'는 취소됐다. 1000억 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과 3000만 달러 한도의 신용장(L/C) 신규 개설도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193명 정리해고 빼고 대폭 양보한 합의안 부결
금호타이어지회가 지난 7일부터 광주·곡성 공장에서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부결됐다. 임금협상안에 대해서는 43.8%만이 찬성표를 던졌고, 단체협약 합의안에 대해서는 이보다 낮은 43%가 찬성했다. 전체 투표가 4360명 가운데 반대표는 각각 56.2%, 57.1%였다. 이 투표에 올라간 합의안은 지난 1일 노사가 극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 지 하루가 안 돼 나온 합의안이었다.
 
당시 노사는 임금 부문에서는 △기본급 10% 삭감 △워크아웃 기간에 5% 반납 △상여금 200% 반납 △워크아웃 졸업 때까지 임금동결을 합의했다. 정리해고와 관련해서는 193명 정리해고를 유보하고 대신 597개 직무의 단계적 도급화를 약속했다. 그 밖에도 노조는 현금성 수당의 삭제와 워크아웃 졸업 때까지 일부 복리후생의 중단 및 폐지를 약속해줬다. 지난 2월 노사 협상이 시작된 지 2개월 만에 나온 합의에서 노조는 193명에 대한 정리해고는 일단 막았지만, 대부분의 부분에서 대폭 물러난 양보를 한 셈이었다.
 
"193명 구하고 1006명 버린 데 대한 불만 작용"
비록 노조의 양보안이기는 했으나,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고 채권단의 긴급 자금지원 없이는 공장 운영마저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르렀던 만큼 이 합의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결과가 만족스러워서라기보다는 대안이 없다는 판단이 조합원들에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정작 투표 결과는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이런 결과를 놓고 크게 두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합의안 자체가 지나친 양보안이었다"는 평가가 첫 번째다. 우선 임금협상안은 대부분 사 측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됐다. 기본급 삭감율을 놓고 20%라는 사 측의 요구안 대신 노조의 최종안이었던 10%로 정리된 것을 제외하면, 상여금 200% 삭감 등 많은 부분 사 측의 요구안이 최종 합의안이 된 셈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까지 포함하면 임금 삭감 폭이 실질 임금의 무려 40%에 달한다. 하지만 임금협상안보다 단체협약안에 대한 반대가 소폭이나마 더 많았음을 감안하면 임금 삭감이나 반납 등 단순한 '월급봉투'만의 문제는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도 "193명만을 '구제'했을 뿐, 나머지 1006명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것을 사실상 노조가 인정해준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임금 삭감도 조합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그보다 고용 문제를 양보한 것에 대한 불만이 더 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노조가 1006명의 사실상 해고를 인정해 준 상태에서, 보류된 193명의 정리해고 문제 역시 언제든 또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의 반영이라는 얘기다.
 
"노조 내부 갈등이 무책임한 결과로 외화됐다"
이와 별도로 노조의 내부 갈등, 즉 "현재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대안 없는 합의안 부결'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현재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여름 한 차례의 정리해고 국면이 지난 후 불신임 투표까지 벌어졌던 집행부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불신임 투표에서 찬성율은 63%였다. 노조의 규약 상 집행부 탄핵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이를 넘기지 못한 것. 한 노동계 관계자는 "규약과 별도로 보통 탄핵 투표에서 찬성율이 50%가 넘으면 물러나는 것이 관행인데 규약을 핑계로 집행부가 사퇴하지 않으면서 이미 현장의 신뢰는 무너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노조 내부의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집행부와 현장 조직 간의 갈등이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무책임한 합의안 부결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외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잠정합의안 투표 전 현장의 조직들은 대자보를 통해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교섭"이라 평가했고,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가 공식적으로 "부결된다면 이후 상황에 어떤 대책이 있는지 분명한 입장을 내라"고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상화 불투명해진 금호타이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나 청산으로
어쨌든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금호타이어의 정상화도 불투명해졌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노조 스스로가 해결 방안을 부정하면서 사태를 오리무중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내다봤다. 현재의 집행부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치명타를 입었고, 새로 임시 집행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회사가 추가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당장 노사가 약속했던 193명의 정리해고 유보도 투표 부결 하루가 채 못 돼 뒤집어졌다.
 
채권단은 더 강경한 입장으로 나아가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이날 워크아웃 진행을 전면 중단한 뒤 "노사 협상이 끝나고 노조가 채권단에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추진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워크아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언급한 최종 기한은 이달 20일이다. 이때까지 노사가 또 한 번 합의안을 마련하고 사태를 마무리짓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나 청산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이제는 193명만이 아니라 회사도 채권단도 더 많은 것을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한다"며 "앞으로는 지회 차원보다는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가지고 광주지역의 노사민정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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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회생, 경영진과 채권단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세상, 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준)) / 2010년04월10일 9시19분)
부도협박에 맞서 노조가 경영통제권 확보해야
 
잠정 합의안 부결, 조합원들은 투쟁 선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이하 금호타이어 노조)가 사측과 잠정 합의한 임단협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찬성 44%, 반대 56%로 부결되었다. 조합원들은 40%에 가까운 임금 삭감, 모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단계적 도급화, 일시 유예에 불과한 정리해고 유보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조합원들의 반대는 사실 너무나 정당한 것이다. 사측과 노조의 합의안은 금호그룹 박씨 일가의 탐욕이 만들어 낸 손실을 노동자의 희생으로 복구하는 것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금호 사태로 인한 희생 : 200억 vs 1,400억원 ?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의 일부 주식만으로 순환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박삼구 회장 일가의 손실은 지금까지 약 200억 가량의 금호산업 주식이 전부였다. 반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4개월 동안 받지 못한 체불 임금만 해도 약 700억 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합의안대로 임금이 삭감되면 연간 약 1천4백억 원을 회사에 내주게 된다.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경영진의 손실에 비해 현 사태와 크게 관련도 없는 노동자들이 7배가 넘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운영한 결과 2009년에만 1,185억 원의 이자를 지불했다. 경제 위기 이전 2008년에 금호타이어가 영업이익으로 번 돈이 3천6백억 원 수준이니, 정상대로 영업을 했다 해도 타이어를 만들어 번 돈의 3분의 1은 이자 비용으로 지불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제조업 기업 중 이 정도의 이자 규모를 견딜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채무 상환금까지 고려하면, 금호타이어는 아무리 타이어 만들어 팔아봤자 남는 돈이 있을 수 없는 상태다. 참고로 2009년 금호타이어보다 매출이 1조원 가량 많았던 한국타이어의 이자 비용은 150억 원 정도였다.
 
심지어 금호타이어는 노동자들 임금도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2010년 1월부터 2월 말까지 단기차입금 2,060억 원을 갚았다. 그나마 2009년 4/4분기부터 호전된 영업 사정으로 얻은 수익도 모두 금융권 차입금 상환에 바친 것이다. 노동자들이 임금도 받지 못하며 벌어들인 돈 모두를 채무 상환과 이자 지불에 써야 하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봐도 박삼구 회장 일가에게 있다. 하지만 정작 잠정합의안은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니, 조합원들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금호타이어를 살리는 길은 금호 사태의 책임자가 희생하는 것
잡정합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보수언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노동자들과 부결 운동을 이끈 현장 조직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채권단이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가 없으면 금호타이어 채권 환수에 나설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회사를 부도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실은 반대다. 정작 회사를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박삼구 회장 일가와 이들의 투기성 인수 합병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인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그룹 차원의 자금 동원으로 인한 재무 문제만 제외하면, 영업 문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위아,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고,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40%에 육박하는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20%의 시장 점유율로 타이업 업계 중 1,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임자 박삼구 회장 일가가 사재를 털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고, 채권단 역시 책임을 함께 지는 차원에서 좀 더 채무를 유예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박삼구 일가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빚 갚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고, 채권단은 채권 환수 욕심에 눈이 멀어 사태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
 
노동자들과 광주전남 시민들의 대안 : 박삼구 일가 재산 환수, 건전한 투자와 친노동 기업 만들기
그러므로 금호타이어가 회생하기 위한 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 자산으로 투기를 일삼은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이들의 재산을 기업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현재 박씨 일가는 금호석유화학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소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무상 출연하고, 이를 통해 당장 급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채권단은 구조조정 압박을 중단하고 채무 상환 유예 기간을 좀 더 연장해야 한다. 또한 2월에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하기로 한 운영 자금 1천억 원을 당장 지급해야 한다. 채권단은 마치 인력 구조조정만이 회사를 살리는 길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금호 그룹의 무리한 자금 운용이었지 노동자들의 임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광주 전남 시민들이 나서서 금호타이어 경영진과 채권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부 시민들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면 금호타이어에 문제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는다고 여기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반대로 그나마 비정규직이 적었던 기업인 금호타이어에서 정규직을 대량 해고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한다면, 지역 내 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해고가 도미노처럼 펼쳐질 수도 있다. 지역 고용에 큰 악영향이다. 더군다나 박씨 일가와 채권단이 삭감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채무 상환금으로 광주 전남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부이다. 따라서 남는 것은 고용 악화, 소비 감소의 악순환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광주 전남 기업이라는 금호의 이미지 덕분에 지역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고도 투자는 게을리했다. 금호타이어의 설비 자산은 2005년 8천억 원에서 2009년 6천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광주 전남 시민들은 신규 투자는 고사하고 기존 설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아니라 건전한 투자와 친노동 경영을 통해 지역 고용 조건을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금호타이어 노동자의 주장에 힘을 보태야 한다. 국외 공장 건설에만 열을 올리는 박삼구 회장과 현 경영진은 광주 전남 지역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넷째,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소유권 문제를 포함한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당장 체불임금 전액을 받을 수 없고 위기 이전 임금 수준을 회복할 수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경영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 무조건 기본금을 삭감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잠정합의서를 수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채권단만 해도 빚을 받지 못하자 감사관을 파견하고 경영을 통제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경영 통제는 국내 투자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같은 지역 친화적인 고용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다.
 
계속되는 부도 협박, 산자와 죽은자에 대한 이간질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답은 “단결된 투쟁”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과 보수언론들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미 191명에 정리해고를 통보함으로써 정리해고자와 고용유지자를 나누려 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부도처리와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찬반 투표를 통해 보여준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일부 현장 조직들의 선동으로 왜곡함으로써 조합원들과 현장 조직들을 갈라 놓으려 한다.
 
그러나 매번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마다 반복된 자본과 보수언론의 얄팍한 선전에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현혹될 필요는 없다. 악의에 찬 자본의 선전에 대한 노동자들의 답은 언제나 단결된 투쟁이었으며, 지역 시민들과 함께 하는 투쟁이었다.
 
채권단은 4월 20일 경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구조조정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부도를 포함한 모종의 조치를 취하겠다면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겁먹은 짐승이 더욱 크게 짖는 법이듯, 지금 궁지에 몰린 것은 박삼구 경영진과 채권단이다. 법정관리까지 가게 된다면 박삼구 회장이 지금처럼 경영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채권단 역시 상당한 채무 삭감을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더 굴욕적이고 위협적인 구조조정 안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현재 제시된 안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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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잠정합의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10-04-18 오후 3:13:31)
이번엔 통과?…정리해고자 189명, '취업규칙 준수 확약서' 써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 연관된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18일 다시 노사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번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 결과 부결된 지 9일 만이다. 채권단이 양해각서 체결 시한으로 못 박았던 20일을 이틀 앞두고 나온 합의였다. 문제는 내용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의 43%만이 찬성해 끝내 부결됐던 지난 1일 합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여금 감소폭만 다소 조정했을 뿐, 597개 업무의 1006명에 대한 하청업체 즉, 도급직 전환은 그대로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것은 '조건부 정리해고 철회'인데, 이는 1일 합의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1일 합의에서는 "정리해고 유보"였지만, 이날 합의에서는 "취업규칙 준수 확약서"를 내는 사람에 한해 철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 측의 정리해고 통보는 지난 9일 노조의 찬반투표 부결 후 나온 것이었다.
 
양 측이 또 다시 벼랑 끝 합의를 이뤄내면서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용을 놓고 보면 지난 1일 합의와 다른 점이 거의 없어, 또 다시 부결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면 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된 이후에도 노조 집행부가 사퇴는커녕 비슷한 내용의 합의를 다시 한 것에 대한 무력감으로 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16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열고 이날 오전 전격 합의안을 내놓았다. 양 측은 우선 지난 10일부로 해고 통보를 받은 189명에 대해 취업규칙과 사규 준수 확약서를 받는 조건으로 정리해고를 철회하기로 했다. 단, 워크아웃 기간 중 확약서 위반할 경우 해고 철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기간 동안 파업 등 어떤 단체행동도 할 수 없도록 족쇄를 단 셈이다. 더욱이 지난 9일 노조의 찬반투표 부결과 정리해고 통보 이후 노조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였던 일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및 재발방지 약속' 등 회사가 정한 몇 가지 절차를 더 거쳐야만 해고 철회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의 복귀 시점은 회사가 정한 절차가 완료된 시점의 다음 날로 하되, 찬반투표 가결 후 열흘 이내에 하기로 했다.
 
그 외에 지난 노사 합의에서도 약속했던 597개 업무 1006명의 비정규직화, 즉 도급직 전환도 단계적으로 하기로 똑같이 합의했다. 단, 사 측이 노사합의 부결 이후 5월 10일로 예고했던 이들의 정리해고도 일단은 유보된다. 임금 부분을 보면, 워크아웃 기간 200% 반납을 약속했던 상여금은 올해에 한해 추석에만 100% 반납하기로 한 것이 유일하게 달라진 조항이다. 그 외에 △기본급 10% 삭감 △워크아웃 기간에 5% 추가 반납 △워크아웃 졸업 때까지 임금동결 등은 모두 지난 합의와 똑같다. 
 
다시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금호타이어는 또 한 번 기로에 서게 됐다. 지난 8일 노조의 찬반투표 부결 이후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중단하는 등 불투명해졌던 금호타이어의 앞날이 또 한 번의 분기점을 맞은 셈이다. 문제는 노조의 찬반투표 결과다. 노조는 오는 21~22일 이틀 동안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찬반투표 결과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가결이 쉽지 않은 이유는 노사 합의안의 내용 자체에 있다. 지난 투표에서 50% 훌쩍 넘게 반대표를 던졌던 이들이 다시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는 어떤 명분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당시 부결의 이유로 많은 노동계 관계자들이 "동료 1006명을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꼽았음에도, 새로 나온 합의안에서도 '도급화'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또 일부 조합원들이 투표 부결 이후 노조 집행부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집행부가 다시 내놓은 합의안이다. 반면, "이번에는 가결될 것으로 본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노조 찬반투표 부결 이후에도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내놓은 집행부에 대한 회의감과 투표 부결 직후 곧바로 정리해고를 통보한 사 측, 워크아웃 중단 등 초강수를 둔 채권단에 대한 두려움이 '동의하지 않는 찬성표'를 던지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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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사협상 타결 (경향, 박재현 기자, 2010-04-18 18:11:24)
ㆍ시한 이틀 전 합의… 워크아웃 재개될 듯
 
금호타이어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제26차 본교섭을 갖고 임금과 상여금 삭감폭, 정리해고, 해고 통보자의 취업규칙 및 사규 준수확약서 제출 등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노사는 해고가 통보된 189명에 대해 취업규칙과 사규 준수확약서를 받는 조건으로 정리해고를 철회하기로 했다. 다만 워크아웃 기간에 확약서 위반 상황이 발생하면 정리해고 철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복귀 일자는 정해진 절차가 완료된 시점의 다음날로 하되 찬반투표 가결 후 10일 이내로 정했다.
 
노사는 또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가 예정된 1006명에 대해서는 단계적 도급화 합의에 따라 임단협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해고 예고를 철회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기간 상여금 200% 반납은 올해분에 한해 100%만 반납하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양해각서 체결 시한으로 못박은 20일을 이틀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해 워크아웃 재개가 가능해졌으며 회생의 발판도 마련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1일 광주, 곡성, 평택 등 3개 공장별로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최종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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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임단협 잠정합의안 가결 (참세상, 김용욱 기자 / 2010년04월22일 10시21분)
지회, 해고자들에 개별확약서 제출을 통한 복직 호소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 2010년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됐다. 금호타이어지회는 21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임금협상찬반 투표 결과는 재적 조합원 3,562명 중 찬성 2,195명(64.22%), 반대 1,223명(35.78%)로 가결됐다고 공고했다. 단체협약 찬반 투표 결과도 찬성 2,200명(64.37%), 반대 1,218명(35.63%)로 가결됐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18일 2010년 임금-단체협상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부결이 됐던 1차 잠정합의안과 큰 차이는 없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금호타이어 노사는 정리해고자 189명 중 취업규칙과 사규 준수 개별확약서를 제출한 사람만 정리해고를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 1차 합의에선 정리해고 유보였지만 이번엔 철회로 표현됐다. 유보가 철회로 바뀌긴 했지만 회사가 투쟁을 주도하는 조합원들에게 사실상 항복을 강요한 것으로 받아들여 장기적으로 노조무력화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반발한 몇몇 해고자들은 개별확약서를 거부하고 해고상태에서 원직복직 투쟁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합의안이 가결되자 노조는 해고자들에게 “살아주십시오. 끝까지 같이 갈수 있도록 힘을 내어 주십시오. 지금은 자존심도 상하고 피눈물이 나지만 함께 합시다”라며 개별확약서 제출을 통한 복직 호소문을 22일 냈다. 노조는 “지금은 우리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를 내 세울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서로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민주노조를 지켜내고 그 역사를 이어가며 그 곳에 우리 해고자 동지들도 원직복직하여 같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사잠정합의안 가결 (레디앙, 2010년 04월 22일 (목) 11:03:45 이은영 기자)
"파국 막아야" 공감대…확약서 조건 해고 철회, 도급화는 그대로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지회장 고광석)는 21일 노사 간 합의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해 광주와 곡성, 평택 등 공장별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3,561명 가운데 3,418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임금안 64.7%, 단체협상안 64.8%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이에 기본급 10%가 삭감되고, 워크아웃 기간에 기본급 5%와 상여금 200%(단 올해만 100%) 반납이 이뤄지게 됐다. 또 정리해고 대상자 189명은 취업규칙과 사규 준수 확약서 제출을 조건으로 해고가 철회됐다. 597개 직무 1,006명은 단계적 도급화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투표의 결과에는 법정관리만은 피하자는 공감대 확산과 경영권 확보를 위한 회사 측의 가결 노력, 장기화되고 있는 투쟁에 대한 피로도 증가, 노조 내부 갈등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임금 및 확약서를 조건으로 한 정리해고 철회, 1,006명에 대한 도급화 등 이번 잠정합의안에 불만을 토로하는 조합원이 많다”며 “하지만 현 집행부가 이후 투쟁을 확실히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정서가 이번 투표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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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최저임금 비정규직 허리띠 더 졸라 (참세상, 김용욱 기자 / 2010년05월03일 18시02분)
최저임금 네트워크, 최저임금 보장-하청업체 통폐합 등 촉구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사내하청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4월 27일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30일부터는 전면파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천막농성도 10일차에 접어들었다. 금호타이어 정규직 노사는 22일 임단협에 합의했지만 비정규직이 이렇게 파업과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사내하청 사업주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마저 삭감하겠다고 버티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인권, 사회, 노동단체가 포함된 최저임금현실화를 위한 광주지역네트워크는 3일 오전 10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임금 삭감 반대한다”며 “금호타이어 원하청 사용자는 저임금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최저임금광주네트워크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사내 하청업체(도급업체) 사용자 대표단은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지회장 박연수)와 2010년 임금과 단체협상 교섭에서 임금 10% 삭감, 상여금 100% 삭감, 생리휴가 폐지, 월차 폐지를 요구했다. 이미 200명 이상이 올 최저임금 시급 4,110원보다 불과 몇 십원 많은 시급 4,150원 이하를 받고 있는데 여기서 10%를 삭감하면 명백한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은 금호타이어 사내 17개 하청업체(도급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업체당 20명 내외가 일하고 있으며 금호타이어에서 경비, 미화, 식당, 생산 간접부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네트워크는 “사내하청업체 사용자 대표단이 비상식적인 임금 삭감안을 들고 나온 것은 워크아웃을 계기로 원청인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사내하청업체에 노무비 20% 삭감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원청이 노무비를 지급하지 않아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임금과 상여금 200%를 받지 못해 가족 생계가 벼랑 끝에 내몰린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네트워크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임금삭감과 장기 임금 체불은 원청 경영진의 책임이 크며 채권단 또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임금을 받으며 묵묵히 일만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까지 그 책임을 떠넘기며 생존권을 내놓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네트워크에 따르면 비정규노조의 반발로 파문이 커지자 사내하청업체 사용자 대표단은 임금 10% 삭감과 상여금 100% 삭감안 대신 상여금 200% 삭감안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조삼모사라는 지적이다. 네트워크는 “금호타이어 원하청 사용자와 채권단이 사내하청노동자 임금 삭감이 아니라 사내하청업체 통폐합을 통한 도급비 절감 방안 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하고 “지난 1월부터 체불된 임금부터 즉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업체당 20명 내외에 불과한 고용구조를 통폐합해 사내하청업체 관리비용을 절감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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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비정규직에 직장폐쇄 단행 (참세상, 김용욱 기자 / 2010년05월08일 14시15분)
곡성공장 일반직 20여명이 비정규직 출입차단
 
금호타이어 사내협력업체(도급업체) 사장단은 2010년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임금 10% 삭감, 상여금 100% 삭감, 각종 복지축소를 요구하다 비정규직노조가 반발하자 임금 10% 삭감 대신 상여금 200% 삭감으로 수정 요구했다. 비정규직 400여명의 상여금 200%를 삭감하면 연간 노무비용 절감액은 약 7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전체를 놓고 보면 겨우 7억원의 노무비용 절감효과 때문에 가장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직을 벼랑으로 내 몬다는 비난이 일만한 정도의 금액이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지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고통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입장이다. 지회는 “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겨우 넘긴 4,150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10% 삭감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17개 도급사를 7개사로 통합하면 년 노무비용이 최소 3억 6천만원 이상 절감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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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은 다시 온다 (참세상, 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준)) / 2010년05월10일 15시20분)
[기고] 금호타이어 투쟁, 이제는 노조 혁신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투쟁 이후, 현장조직들의 금호타이어지회에 대한 탄핵 운동
2009년 초부터 시작된 금호타이어 투쟁이 종결되었다. 지난 4월 22일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가 제출한 임단협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며 금호타이어 지회의 파업 투쟁이 종결되었고, 5월 10일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 투쟁 역시 잠정 합의에 도달해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싸움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금호타이어 현장 조직들은 현 노조 집행부의 굴욕적 임단협 합의와 무기력한 집행력을 비판하며 집행부 탄핵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금호타이어 공대위는 조합원 1/3 이상이 발의할 경우 총회를 소집하게 되어 있는 금속노조 규약에 근거하여 3기임원 탄핵을 위한 총회소집 요청을 3천5백여 조합원 중 2천여 명의 서명으로 금호타이어 지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지회는 정파들이 집행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며 총회 소집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지회는 심지어 공대위가 총회 소집권자를 금속노조나 금속노조 광전지부로 요청해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금호타이어지회 집행부의 양보안은 올바랐나?
- 박삼구회장도 채권단도 이득, 결국 손해본 건 노동자뿐
문제의 발단은 금호타이어지회 집행부가 올초부터 유지해온 양보교섭 기조다. 금호타이어지회는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이 박씨 일가의 투기성 인수합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투쟁보다는 끊임 없이 양보교섭에만 매달렸다.
 
사측이 2월 1,377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자 지회는 3월 임금삭감을 골자로 하는 양보안을 제출하였고 이마저도 사측이 거부하자 조합원들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높은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하지만 집행부는 파업 돌입 날짜를 계속 미루며 결국 4월 2일 임금삭감, 조건부 정리해고 유보, 단계적 도급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양보안을 사측과 합의했다. 이 합의안은 8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었다. 집행부는 합의안이 부결되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민주노조의 관행도 무시한체 다시 교섭에 돌입하여 상여금 반납 조건을 완화하고 정리해고 유보를 철회로 바꾸는 조정안을 총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합의안에는 경영진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으며, 비정규직에 대한 어떤 보호 조항도 없었다.
 
최근 발표된 금호타이어의 2010년 1/4분기 경영 자료를 보면 금호타이어지회 집행부의 양보교섭안은 결국 사측의 압박에 노조가 굴복한 것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지난 4월 30일 금호타이어가 발표한 1/4분기 영업실적 공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1분기에 213억의 영업 이익을 냈고, 당기순이익도 208억에 달했다. 5분기 넘게 계속되었던 영업손실, 6분기 넘게 계속되었던 당기순손실이 모두 이익으로 전환된 것이다. 금호타이어지회는 회사가 당장이라도 망할 수 있다는 공포에 끝도 없는 양보교섭을 했지만, 사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세계 경제 위기 완화와 자동차 판매 증가로 경제 위기 이전인 2007년 1분기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다른 글을 통해 밝힌 것처럼 금호타이어의 문제는 영업이 아니었다. 금호그룹 차원의 투기성 인수합병 때문에 발생한 재무 구조 악화가 문제였다. 금호타이어는 세계 경제 위기 이전까지 단 한번도 영업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었지만, 대우건설 인수 직후인 2006년부터 단기차입금 증가로 인한 과도한 이자 비용 등으로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1월 이후 워크아웃 기간 중에 차입금 상환이 유예되고 금호사옥 등 일부 자산을 매각하면서 영업외비용에 여유가 생겼고, 2010년 1분기에는 순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박삼구 회장이 노동조합에게 임금삭감과 도급화를 강요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밀어붙인 구조조정은 채권단에게서 자신의 경영권을 보장받기 위한 제스처였다. 과감한 비용절감을 통해 채권단의 빚을 앞으로 갚을테니 자신의 경영권에 대해서는 손대지 말라는 것. 다시말하면 금호타이어의 빚은 노동자들이 갚아 나갈 것이라는 거다.
 
실제로 노동조합이 임단협안을 통과시킨 직후 4월 24일 경 주요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비밀 회동을 통해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이후 채권단 출자 전환 과정에서 감자될 박삼구 회장의 주식을 워크아웃 이후 최우선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5월 6일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의 채권단과 금호타이어는 5천8백억 원 규모의 빚을 주식으로 전환시키고(출자전환) 6천억 원의 신규자금을 대출해 주는 대신 기존 대주주들은 자신의 주식을 100대1로 감자시키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박씨 일가가 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가지고 있던 금호타이어 주식이 대폭 줄어들어 대주주 지위를 상실하지만,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은 보호받는다. 물론 워크아웃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법인의 돈으로 자신의 주식을 채권단으로부터 되살 것이고, 채권단은 그동안의 이자까지 더해서 빚을 회수할 것이다.
 
결국 이 판에서 손실은 본 것은 노동조합 뿐이다.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과 미래의 소유권을 보장받았고, 채권단은 당장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채권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 파업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백기를 든 노동자만 임금 및 고용에 관해 손실을 입은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고 지도력을 상실해 앞으로의 투쟁을 조직할 능력을 잃었다. 이쯤되면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이라도 박탈할 수 있는 법정관리보다 현재가 무엇이 나은지 불명확하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미루며 금속노조의 비정규직 관련 정책에도 어긋나는 도급화 방안까지 찬성해 얻은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노동조합의 양보합의안은 사실상 노동자 임금 삭감으로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 준 것 이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다시 구조조정은 온다. 노조를 혁신하고 노동자 단결을 재건해야 한다
금속노조와 지역지부는 금호타이어지회가 이러한 양보교섭안을 작성하는 것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다. 금속노조가 아직은 무늬만 산별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다. 조직적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금속노조니 대공장지회에 대한 개입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객관적 한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자본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유리한 정세에서 과감한 투쟁을 만들어 내는 분석력과 전략적 집중성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 평가가 필요한 지점이다.
 
한 예로 금속정책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는 노조 역시 경영상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전향적으로 고통분담에 참여할 것을 이야기하며, 비핵심부분에 대한 도급화, 임금 및 복리후생에 대한 한시적 삭감, 노동친화적(?)인 명예퇴직방안을 고려하며 사측과 타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보고서는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 쌍용차 등의 예를 봤을 때 시간은 노동조합 편이 아니라며 노조에 전향적 태도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호타이어의 영업상황,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의 결탁을 볼 때 시간은 오히려 노동조합 편이었다. 금호타이어는 시장에서 내몰린 한계기업이 아니라 금호그룹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을 뿐이었고, 노동조합 투쟁으로 생산이 멈추면 경영진과 채권단이 크게 손실을 보는 상태였다. 노동조합에게 유리한 투쟁 조건이었던 것이다. 금속노조가 유리한 투쟁 조건 속에서 오히려 공세적으로 재벌 경영진의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 배제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권 보장과 재벌 오너의 책임을 묻는 경영 재편을 요구할 수도 있었던 투쟁이었다. 비정규직 확산하는 도급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채권단의 연대 책임을 물으며 이자 비용 절감을 통한 지역 사회 고용 창출 방안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투쟁이었다. 바로 산별노조답게 요구하고 투쟁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새로운 지도 집행력을 갖추고 향후 투쟁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금속노조와 지역지부 역시 재벌 그룹의 막무가내식 인수합병, 구조조정, 채권단과의 밀약 등에 대해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전국적 지역적 투쟁 의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구조조정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아니 구조조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박삼구 회장은 하루라도 빨리 워크아웃을 끝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다. 그의 꿈은 금호타이어의 장기적 발전, 노사 공생의 기업 같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잃어버린 소유권을 최대한 빨리 찾아오는 것이다. 저임금 지역의 해외공장 생산 확대, 더 많은 도급화를 통한 저임금 인력 확보를 단행할 것이다.
 
남유럽발 경제 위기가 급속도로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2009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 자본주의는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거릴 정도로 취약해져 있다. 자본가들은 더 많은 비용절감을 통한 현금 확보와 생산 유연성 강화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동차 산업의 한 부분인 타이어 산업 역시 그러하다. 또한 재벌 수출 기업을 필두로 한국 전 산업에 걸친 구조조정 가능성도 크다. 이명박 정권은 재벌을 위해 노동조합은 아예 다 없애버리기라도 할 듯이 노동조합을 탄압할 것이다. 그리고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자동차 노조와 금호타이어노조 역시 정권의 정조준 대상이 될 것이다. 노동조합을 재정비하고 투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잠시도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모두 하루 빨리 조직적 정책적 정비를 마루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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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사 잠정합의 (참세상, 김용욱 기자 / 2010년05월10일 15시34분)
임금 3%반납, 상여금 50%반납-50% 삭감(2010년 50%반납 제외)
 
금호타이어 비정규직노조가 금호타이어 사내협력업체(도급업체) 사장단과 2010년 임금단체협상에 의견일치를 이뤄 잠정합의했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비정규직 지회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사는 임금 3%반납, 상여금 50%반납-50% 삭감(2010년 50%반납 제외)에 잠정합의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지회장 박연수)는 지난 달 27일부터 매일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다, 30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비정규직 노조 전면파업이 9일째에 접어들자 금호타이어 사쪽은 지난 8일 07시에 직장폐쇄를 전격 단행했다.
 
애초 금호타이어 도급업체 사장단은 임금 10% 삭감, 상여금 100% 삭감, 각종 복지축소를 요구하다 비정규직노조가 반발하자 임금 10% 삭감 대신 상여금 200% 삭감으로 수정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 200명 이상은 올 최저임금 시급 4,110원보다 불과 몇 십원 많은 시급 4,150원 이하를 받고 있어, 임금삭감을 강행한 금호타이어 사쪽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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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4:02 2010/05/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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