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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24.

날이 추워졌다. 밖은 더 난리다.

23.

통장을 재발급하러 은행에 다녀왔다. 그리고 오후, 통장을 발급해주었던 창구 직원에게서 문자가 왔다. "바쁘신 중에 내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끔찍했다. 내 볼일 보러 간 것인데 그게 뭐, 이렇게 바쁜데 여기까지 와주시고 굽신굽신, 이란 말인가. 다른 해석으로는 요즘 창구를 줄이고 인터넷 뱅킹 등으로 집중하고 있는데, 일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정도가 있겠다. 쓰나보니 지나치게 시티컬하네. 어쨌든, 그런 문자까지 챙겨보내야하는 이들은 힘들다. 그리고 그 힘듦은 그녀의 것 만이 아닌 일을 하는/해야하는 대부분의 것이기도 하다. 그 모양은 다를 수 있어도.

20.

마지막 만남에서 동생의 결혼에 대해 소식을 전하며 이런 저런 말을 붙이는 그에게 "내가 결혼할 때도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 내가 결혼할 때는 별 관심없었잖아?"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다시 상기해주니 내가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마냥 가볍게 건넨 말은 아니었다. 그녀의 표현따라 그는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왜? 실제로 그랬으니까. 쓰나보니 다시 지친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내가 그에게 건네는 말은 그에게서 그녀에게로 지랄의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이고 내가 '연극놀이 하는 것 같다'고 말한, 이 모양을 유지할 것은 요구하였다. 그녀는 나에게.

그녀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나 사람은 자기의 고통과 상처가 가장 큰 것인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거리를 좀 두어야 겠다. 지친다.

19.

사무실에서 돌아오는 길, 두번째 씨의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하며 이게 왠 봉변인가 싶었다.

18.

오늘 원래 회의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회의가 다음 주 화요일로 밀렸다. 오늘 회의를 위해 오후 시간을 빼놓았던 직장인 김씨는 오후를 뭐하고 놀까 고민했다. 첫번째 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첫번째씨는 바빠서 만날 수 없다고 했다. 두번째 씨에게 전화를 했다. 두번째 씨는 함께 놀자고 했다. 두번째씨와 뭘 하고 놀까 하다가 점심을 둘 다 안먹었으니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그럼 점심을 서울 밖에 나가서 먹기로 했다. 김씨와 두번째씨는 춘천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막국수 집에 도착하기 삼분전 김씨의 배우자에게 전화가 왔다. 김씨는 막국수집 앞에 차를 대고 차안에서 약 40분간 배우자와 다투었다. 그 상황이 불편했던 두번째씨는 차 밖에서 땅의 돌을 차며 기다렸다. 막국수는 먹지 않고 다시 차를 돌려 서울로 왔다. 두 사람의 방향이 달라 두번째 씨는 중간에 지하철을 탔고 지하철에 앉아 기절해서 잤다. 두번째 씨는 스트레스 받으면 잔다. 기절해서 자다가 '남성'이라는 역 안내를 '남구로'로 잘못듣고 뛰쳐내린 후 내내 서서 지하철을 타고 갔다. 두번째씨는 지금 기운이 없다.

17.

한 동지의 글을 보았다. 눈물이 글렁글렁했다. 그는 마음이 울렁이니 그 고동침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잘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 애써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 동지의 존재는 감동적이다.

16.

아... 보고서 요약하는데 정리가 안된다. 당연히 정리가 안되지. 보고서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놓고 요약하고 있으니 당연히 정리가 안되지. 문제가 될 부분들은 살짝 피해서 요약을 한다손 쳐도 그럼 나중에 보고서 낼 때는 요약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고치고 표를 만들나? 에라이.

손을 못대고 빙빙 숙제 주변을 뛰어다니고 있다. 꺄아.

15.

  오랜만에 끄적이려는데 한영키가 먹지를 않는다. 제길. 결국 메모장에 써서 옴기는 불편함.
편집을 욜리욜리 열심히 해주시니 6시가 다 되어간다. 내일은 보고서에 열을 올려야겠고 보고서가 끝나면 심층면접 정리에 열을 올려야 겠다. 한가해서 좋다고 했는데, 그 한가함은 일을 잊은 것이었다.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해야지 했다가 피볼거야, 라고 생각했던 일이 있는데 자꾸 미루니 머리속에서 기억이 점점 작아지다가 잊어버렸다. 덕분에 이번주는 정신없다.
  심층면접을 르포기사 형식으로 하자고 다른 동지의 아이디어는 좋았다. 일을 두 번에 걸쳐서 해야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첫번째 정리를 하며, 심층면접의 행간이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했었기 때문이다. 르포기사 형식으로 하니 사이사이 정리의 말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한다는 부담은 있다.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어서. 어쨌든 그래도! 르포기사 형식이 더 좋다! 

6.

내일은 당연히, 월요일이다. 월요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그런대로 괜찮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1박 2일을 보냈다. 꽉 채운 1박 2일은 못되고 오후에 만나 아침 일찍 헤어지는...  역시 좋았다. 좋은 사람들. 좋은 공기. 좋은 경치. 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먹거리. 이런 휴식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혼자 하는 여행도 몹시 좋아하지만,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과 잠시 다녀오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내가 지금, 어느 때를 보내고 있느냐에 따라 함께 있어 좋은 사람이 누구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간사하다, 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 맞나?

5.

난 사자성어, 한자성어 이런 거 잘모른다. 한자도 모른다. 사자성어와 한자성어가 틀린건가? 암튼,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그 의미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한자성어(혹은 사자성어)는 과유불급 이다. 지나친것은 모자른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왜냐면... 요리할 때 나를 말리며 늘 쓰는 말이기 때문. 멸치볶음을 만들며 간장 한 숟갈을 더 넣어야 하나? 오징어채볶음을 만들며 고추장 한 숟갈 더? 된장찌개를 끓이며 된장 한 숟갈 더? 를 고민할 때 과유불급이라 하였느니, 라며 나를 말린다. 다시말해 한 숟갈 더 넣어 망한 음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제는 저녁을 혼자 먹으며 밥을 간장, 참기름, 깨를 넣고 비벼서 계란 후라이를 올렸다. 반숙 계란 후라이 두개를 올렸는데 먹다보니 계란이 부족한거다. 예전에 식당가서, 사장에게 비굴/굽신 거리며 '계란후라이 하나 만 더 주면 안되느냐'  물었던 나를 떠올리며 있을때 맘껏 먹자며 계란 후라이 두 개를 더했다. 반숙 네 개를 먹으니 계란의 비릿한 맛에 조금 있으며 헛구역질 하겠더라. 역시 과유불급이라니.

3.

정신없이 바쁜 둘째언니에게 좀 미안하지만, 그런대로 이번 주는 좀 한가하다. 좋구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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