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치로와의 짧은 대화

오늘 이치로와 주기적인 미팅을 하는 날이라...  만난 김에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사실 좀 민망했던 것이.. 오늘 수업 시간에 어찌나 졸리던지 잠깐 졸았던거 같은데, 만나자마자 나보구 "다 아는 걸 해서 강의해서 좀 지루했지?" 하는 것 아닌가. 의례적인 인사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뜨끔한지라... 사실은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건데....

 

내가 청강하고 있는 수업 제목은 "Society & Health", 사회역학의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소개하는 공통필수 과목 중 하나다. 이치로는 예의 그 현란한 사진자료, 신문기사, 만화, 그리고 논문들을 활용하여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는 편이다. 그가 보여주는 자료 중에는 다소 자극적인(!), 혹은 선동(?)적인 내용들이 드물지 않다. 뭐 이를테면.... 소득 불평등을 이야기하면서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 - 미국의 최고 부자 두 명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부시가 지난 7월에 방문한 4개국의 국민소득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는 식의 -  를 보여주거나, 부시가 집권한 이래 부유층의 세금이 30%에서 17-8%로 줄어들었다는 등...  강의를 듣고 있자면 미국은 정말 불평등한 나라고 세계 불평등의 기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사실이지 ^^).

 

과연 학생들은 어찌 생각할까나?



사실 학생들의 활발한 질문이 가끔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이를테면 미국의 경우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한 비율이 국민 소득 대비 0.14%로 주요 선진국 중 거의 꼴등이라는 슬라이드를 보고 나면, 그 금액이 민간 기부 (이를테면 게이츠 재단)까지 다 합친 것이냐. 뭐 이런 식의 질문.  그게 뭐 그리 중요하지? 그리고 이치로의 질문에 대한 답도 가끔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남녀간의 임금격차가 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여성이 오래 살기 때문에,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낮기 때문에, 혹은 차별 때문에.... 가장 상식적인 답은 노동의 성별 분업 때문 아닌가? 도대체 신문도 안 보나? 사실 내가 진심으로 절망하는 것은... 비장하고도 심각한 내용의 슬라이드와 그에 대한 폭포수 같은 학생들의 질문과 의견 발표가 지나간 후, 수업 종료와 함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 동료들과 재잘거리는 모습.... 수업은 그저 수업일 뿐.... ?

 

이치로가 막 웃으면서 이야기해준다.  어떤 학생들은 와서 따진단다. 왜 우리나라 대통령을 그렇게 비난하느냐. 강의 평가서에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거나, 혹은 선생 그만두고 꺼져버리라고 쓰는 학생도 있단다 (믿거나 말거나 ㅎㅎㅎ ) 일부는 당신 덕에 내가 공화당 지지를 철회하게 되었다는 학생도 있단다. 내가 학생들의 보수적인 성향에 놀랐다고 했더니만, 자기는 매년, 새록새록 놀란단다 (-_-).  다른 곳도 아니고 소위 "공중보건"을 전공하는 학생들인데도...  사담 후세인이 9/11 사건을 저질렀다고 믿는 학생, 이란과 이라크가 다른 나라인지조차 모르는 학생, 북한이 이라크와 붙어 있는지 아는 학생들도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어디 붙어있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누가 죽어가던 그들이 뭔 상관이란 말인가.  

 

내일은 첫 대선토론회가 있는 날이다. 펠로우 짝꿍인 카비(인도 출신)는 시간이 되면 함께 모여서 보잖다. 미국 사람들 빼놓고는 다들 crazy Bush 때문에 걱정이 늘어졌다. 나도 내일은 준비물(술과 안주 ^^) 챙겨서 꼭 시청해야지. 김** 선생님네 TV 는 비싼거라 그런지 자막 방송도 나오던데... 그 기능이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