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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

0. 아침 일찍 눈 쌓인 가파른 언덕길을 무거운 배낭 지고 내려오면서 온 정신을 집중했더니 어제 마신 술이 화악 깨는 느낌이더라 ㅡ.ㅡ 할매가 다 된 울 엄마가 보다 못해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심. "어쩜 젊은 애가 그렇게 못 가? 가방 이리 줘. 엄마가 들께!" "안 돼, 할매한테 가방 들게 하면 나의 효녀 명성에 금이 간단 말야 ㅜ.ㅜ" 그렇게 해서 버스타고 서울역 가서 기차타고 눈길 보면서 자면서 내려 오니 대전 눈발 장난 아니로구나... 클났다. 집에는 어찌 간다냐..


1. 서울에 가면 항상 여러 건의 일과 사람 만나기를 해야 하는데.. 그 시작은 금욜 오후 Y 대 대학원 강의 그 묘한 이질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더냐. 적진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안 맞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학생들의 열의는 높아보임 1.5. 다음 세미나 발표 준비를 다 못해서 택시타고 가다 중간에 내려 까페에 들어가 열나게 발표 준비... 정말 이런 생활 안습 ㅜ.ㅜ 2. 강남 한 가운데 위치한 한 사회단체 사무실에서 자살 문제와 관련한 작은 세미나. 이야기로는, 강남구청 관할 내 유일한 시민사회 단체라 기자들이 너무 신기해한단다 ㅎㅎ 내가 강의(?)를 하기는 했지만 정작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온 듯함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 자동차로 꽉 막힌 테헤란 로 (거기가 테헤란 로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음. 사실 그 동네에 가본거 자체가 처음임)와 삐까번쩍한 건물들에 완전 기가 질려버렸음. 나는 진정 시골쥐.. ㅡ.ㅡ 3. 토욜 오후, "싸이보그지만 (밥 먹어도) 괜찮아" 관람. 오호.. 임수정이란 배우, 좋아좋아.. 근데 비가 연기하는 거 첨 보았는데 안타깝더라.. 그 역할을 신하균이 했음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영화 자체도 좀더 엽기적으로 바뀌었을텐데... 비가 노래하는 걸 첨부터 끝까지 본(들은) 것도 처음임. 요들송... 그래도 어설픈 Usher 스타일 노래보다는 훨 낫더만... 놀라운 것은, 비의 얼굴이 클로즈업 될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들. 어머머, 너무 귀여워.. 어우~~~ 어떡해.... 같이 영화 본 두 장씨들도 난리 났다. 나와 송의 비 연기력 비판에 왈칵 화까지 내더군. 나 원 참... 비를 좋아하는 토끼님 생각도 나더라. 영화에 등장한 칠거지악.. 기억해둘 필요가 있음!!! 4. 장씨 생일이라고 밥 먹고 술마시고.. 주지육림 퍼레이드 하던 중. 갑자기 드라이브 걸려서 사주까페 몰려감 ㅡ.ㅡ 머리 숱이 심하게 없으신 빨간 추리닝 아자씨의 모습에 일순 당황하기도 했으나, 장의 어머니가 완전 강추하신 바, 일단 믿고... 첫인상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이 인간들의 성격을 각기 완전 정확하게 진단하는 거 보고 살짝 놀랐음. 비혼인 이유도 역시 각기 다르게 정확히..(웃긴건, 서로 남의 점괘 들으면서 자기가 그래도 좀 낫다고 나름 즐거워 했다는 ㅎㅎㅎ) 내 인생에 역마살이 아주 징하게 들어있고, 아직 그게 끝나지 않았단다.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 선생을 해야 한다고... 어쨌든 우리가 내린 결론은, 술 마시면 오바하는 경향이 있고 재복이 왕성하다는 송양과 "더욱" 친하게 지내기로 결심했다는 것과 그 자리에서 "당신이 연봉퀸이야~~~" 하면서 술값 계산하게 만들었다는... ㅎㅎㅎ 5. 11시가 넘은 시간에 언니 작업실 가서 따끈한 커피 마시며 옥탑방 전면창문으로 눈내리는 서울 밤을 감상... 한 건 아니고, 아까의 점괘에 대해 심도깊은(?) 토론... 여려서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우리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언니가 기막혀 함.. 6. 이렇게 흥청망청 보내고 돌아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으니 안습이로다. 오늘부터 나흘간은 올해 마지막 비상사태 선포기간... 대학원 보고서/시험지 채점, 성적 정리 학부 시험출제 연구계획서 수정제출 S 대 강의 당 세미나 프로젝트 1차 자문회의 준비 주지육림의 결말은 이리도 슬프지만, 슬퍼하기는 칠거지악에 해당하는지라 그냥 꿋꿋이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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