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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과의 조우

지난 주말에,

아빠 퇴원하시고 나서 첨으로 온 가족들이 모여 외식이란 걸 했다.

머나먼 일산까지 가서.... ㅡ.ㅡ

추석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조카들과도 반가운 조우...

 

#.

밥 먹다가 5학년인 토끼가 유치원 시절에 있었던 일을 두런두런 이야기하길래,

"너는 그 때가 생각이 나냐?" 했더니만

토끼가 "그럼~ " 하면서 그윽한 눈으로 먼산을 쳐다본다. "그 때가 인생의 황금기였지...."

그 진심과 회한이 담긴 한 마디에 나는 입안에 있던 불고기를 뿜을 뻔했다.

 

생각해보면, 현재 5학년이지만 유치원 3년 포함, 벌써 학교생활 8년째다.

거기다 각종 학교 외 공부들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내가 고등학생 때나 느꼈을법한 '회한'을 이 또래들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긴 했지만, 슬프기도 해... ㅡ.ㅡ

 

#.

등산장비와 관련해서 오빠한테 물어볼게 있어 토끼한테 심부름을 시켰다.

"토끼야, 방에 가서 김씨 좀 오라고 할래?."

"응, 근데 큰거 작은거?"

거실에서 과일 드시던 나머지 식구들 다 쓰러짐....ㅎㅎㅎ

나는 상세 지침을 전달했다. "어, 큰거 오라고 해"

 

#.

언니 친구네 아이가 지난 여름 물에 빠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겼단다.

맨날 백점맞던 아이가 지난 시험에 40점을 받았다고...  참 안된 일이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다람쥐가 옆에서 또 마구 장난을 치길래 내가 "우리 집에는 물에 안 빠져도 40점 받는 사람 있는데..." 했건만, 자기 이야기인줄도 모르다가 한참 있다 눈치를 챘나보다.

자기가 요즘 얼마나 수학을 잘하는지 마구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심지어 구구단을 13단도 외운단다.

"근데 13단 외워서 뭐하냐? 그거 어따 써?" 그랬더니 발끈 하면서...

"고모는 외울 줄 알아? 그럼 어디 백단 외워봐!" 그런다.

백단이라고? 아이구야...얼마든지올시다! ㅎㅎㅎ

"백일은 백, 백이는 이백, 백삼은 삼백... 더해볼까? 천단, 만단은 어때?"

다람쥐는 약올라 죽으려고 발버둥침 ㅎㅎㅎ

 

#.

3학년인 다람쥐는 공룡의 신비와 진화론을 신봉하는 자칭 무신론자이다.

근데 요즘 성당에 엄청 열심히 다닌다.

좋아하는 여자아이 때문이라고 ㅡ.ㅡ

그거라도 어디냐며 엄마아빠는 칭찬하고,

나는 만날 때마다 악마의 속삭임으로 아이들에게 무신론을 부추긴다. ㅎㅎ (그래서 엄마가 나 미워함)

한창 필이 꽂혀 미친듯이 성당을 다니던 토끼도 (토끼의 엄마는 그걸 '후까시'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진짜 이상한 집안 ㅎㅎ) 요즘은 시들한 상태...

뭐 굳이 말리거나 부추길 필요는 없을 듯...

스스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선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좋다면야 뭐 말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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