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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놈이 놀아줬다.

  • 등록일
    2009/06/07 12:01
  • 수정일
    2009/06/07 12:01

친구가 왔다.

근 4개월만인듯 싶다.

괴산으로 농사지으러 내려가서는 자주 온다는 약속은 저버리고

이제서야 얼굴보여준 놈이다

그래도 버섯농사가 제법 안정화되었는지 얼굴이 밝아서 좋은

보고싶던 친구가 왔다.

 

내가 너무 변해버려서 일까..?....처음에는 못알아보더라...크크크

(놈의 말 " 형상은 유지하고 살아야지 그렇게 빼빼가 되버리면 어떻하냐..")

다들 나의 몸매를 보면 살빠진 것이 신기한 단계를 넘어서서

이젠 걱정의 단계로 접어든 듯...ㅎㅎ...뭐 여하튼 놈이 보기에

내가 살자쿵 걱정되는 모양이다....ㅎㅎ

 

여하튼 간만에 보는 반가움에

서둘러 삼겹살에 소주한잔하면서 급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놈은 진지함이 매력이다...어쩌면 저렇게 진지할까 신기할 정도이고

언제나 변함없이 자기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멋진 놈이다.

그동안 전화기로 전해들은 나의 소식에 많은 걱정을 한듯

나보다도 더 걱정거리를 한아름 짊어지고 살았던 모양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소 명랑한 나의 모습에

적잖이 안심한 모양이면서도 왠지 안쓰럽다는 듯 내 걱정을 해대는 놈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 진지해져 버렸다....ㅎㅎ(실은 좀 가볍게 즐기고 싶었는데 말이다...ㅎㅎ)

 

놈 왈 " 너 괜찮은 거야..?"  

나 왈 " 괜찮아...ㅎㅎ...놓을 것 놓아버리니 조금 더 편안해진 것 같기도 하구...ㅎㅎ"

놈 왈 " 난 솔직히 괜찮아 보이는 니가 더 걱정이다...힘들땐 힘들어해야하는 법인데.."

나 왈 " 힘들때 힘들어하기엔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애매해서.....ㅎㅎ...."

놈 왈 " 그래도 힘들땐 힘들어해야 몸이 버틴다.."

나 왈 " 아무래도 내가 중심잡지 못하면 나를 둘러싼 여러 것들이 마구마구 뒤엉켜버린 것 같아서.."

놈 왈 " 괜찮겠어...?"

나 왈 " 괜찮다니까....ㅎㅎ...저번에 전화로 이야기했잖아...중심잡고 살아야 겠다고...ㅎㅎ"

나 왈 " 내가 두발로 중심잡고 서 있다보면 언젠가 조금은 편안해질때가 있겠지...ㅎ

             그때 쯤 마구마구 힘들어 해줄께...크크...그땐 니가 나를 지켜줘라....ㅎㅎ"

놈 왈 "알았어...언제든지 힘들면 말해....큰 도움은 못줘도 지켜는 봐줄께..."

 

놈....ㅎㅎ

점점 더 농사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놈은 애써 [이제 막 농사지으려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놈에게선 농사꾼 냄새가 난다.

몸의 쓰임을 안달까...?.....ㅎㅎ

아니면 묵묵히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사는 사람만이 지닌

특이한 삶의 태도 같은 것이 몸에서 폴폴 난다는 생각을 했다...ㅎㅎ

그래서 마구마구 부럽다고...

그 기운 나에게도 좀 나누어 달라고...ㅎㅎ...장난스레 떼짱을 부렸다...ㅎㅎ

 

옛날 내가 어렸을 적에...??

아니 지금보다 조금 더 전에

나 스스로 장난스레 약속해버린 세가지 약속을 놈에게 이야기 해 줬다.

 

"놈과 농사지으면 산다

  공부방 제자인 승여이와 음식점을 만든다

  혜린과 지역공동체 혹은 지역운동을 한다......."

 

이 세가지 중에서

이제서야 한가지 정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이야기 했다.....ㅎㅎ

하고보니 내가 더 못나보인다고도 했다.....ㅎㅎ

 

그때 한 약속처럼

놈은 벌써 농사지으러 가버렸고.....

(미리 터 잡고 있겠다고 약속했다.....몇년 후에는 꼭 오라고...내 앞에 있는 이 놈이...크크)

 

승영이는 일본으로 요리배우러 갔고....

(한국에 오면 첫번째 요리 손님으로 나를 초대한다고 했다...ㅎㅎ

나보고 꼭 내 손으로 근사한 주방을 만들어 달라면서...ㅎㅎ)

 

......나는...?......

몇년째 수수방관한 것처럼 빈둥빈둥대다가

못난 놈이 매번 그렇지만

이제서야 급하게 혜린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중이다....ㅎㅎ

 

아 ! 그러고 보니 약속 하나가 더 있는 듯 싶기도 하다.....

(종민에게 지역활동의 기반을 만들어 주자...라는 ..?...약속을 했나 안했나기억은 안난다...크크)

 

여튼

놈에게 제법 진지하게 이 세가지 약속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ㅎㅎ

내가 죽기전에 이 새가지 정도만이라도 지키고 죽고 싶다는 ...?...

술 주정 비슷한 말들을 연신 내밷고 말았다....^^;;

 

놈.....

언제나 그렇지만

 또 진지해져버려선 자기가 더 고민스러운 모양새다.....푸하하하

 

놈 왈

" 농사는 내가 좀더 기반잡고 터 닿아 놓고 널 부르면 될 것 같은데

나머지 두 개는 내가 뭘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선 음식점은 니가 워낙 잘아니까....알아서 하면 될터이고

니가 주방꾸미는데 필요한 나무는 내가 가져다 줄수 있을 것 같고...

문제는 이 혜린인데...그건 내가 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혜린과 니가 같이 일한다는 것이 잘 상상이 안가서..."

 

나 왈

" 왜...?....왜 내가 혜린과 일한다는 것이 상상이 안가..?.."

 

놈 왈

"너랑 혜린은 모든 것이 다 다른 사람들인 것 같아서...

특히 니 성격에 그 애랑 맞추어 일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은 된다..."

 

나 왈

"...?....뭐야 그게....내 성격이 자랄같다는 거야 뭐야...?..."

 

놈 왈

"그냥 그렇다는 거지...넌 너무 성격이 강해서...음 뭐랄까...너랑 어울리는 조합은

왠지 박종효씨처럼 아예 푸근해서 너 같은 놈 방방거려도 감싸안고 가던지

아니면 나같이 니가 방방거리고 빨빨거려도 그런가보다 하면서 웃어줄 수 있던지..

뭐 그래야 할 듯한데...혜린과 그 교대 친구는 왠지 너무 여린 것 같다는.."

 

나 왈

"뭐...?...여려..?..누가...?...이런 쌍...나두 많이 많이 여리거든...^^;;"

 

............

 

잼나게 술마셨다.

놈에게 올 하반기 계획하고 있는 우리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놈은 언제나 그렇듯

가만이 이야길 듣더니 조목조목 질문하고 자기 스스로 이런저런 방안들을 이야기하고....ㅎㅎ

 

천마농사가 다소 작황이 안좋아서 뭔가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아마도 땅의 문제이든지 아니면 농사 짓는 방식이 문제가 있던지...)

나무 농사는 지금처럼 소나무 같은 조경수로 할지 과실주로 할지 좀더 고민해보자는...

감자 농사는 좋은 것 같은데 문제는 땅을 시급히 좀더 알아보자는........

호박 농사는 자긴 해답이 없다는...?...그래서 그건 내가 잘안고 했다....크크

한우 위탁 사육..?...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자는......

무엇보다도 재정문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빨리 마련해야 할듯...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서는

놈이 이상한 표정을 짓길래 물어 봤다.

 

나 왈 " 왜..?"

놈 왈 " 근데 니가 미디어는 아냐...?.."

나 왈 " 이런 떠벌...^^;;....이제까지 뭔소리를 알아들은 거야..?

             난 미디어 활동할께 아니라니까...^^;;....도시에서 살아남는 것

             도시에서 마을을 구성하고 반자본주의적으로 살아보려고 한다니까..^^;;"

놈 왈 " 그러니가..그걸 미디어로 한다는 거 아니냐..?....."

나 왈 " 이런...미디어는 미디어 할줄 아는 사람이 하고 나는 내가 할줄아는 것 하고...

              또 너는 니가 할줄 아는 것을 하고....그런 것들이 삶으로 연결되는...

              하여튼 정리는 아직 안되고 있지만 여하튼 난 미디어활동할 거 아니라니까......^^;;..."

놈 왈 " 다 좋은데 왜 갑자기 반자본주의야....?...다른 것은 다 알아든겠는데

              반자본주의는 이해가...?.....좀 일들을 편안하고 쉽게 좀 풀어봐라....촌 놈이라 알수 가 있어야지.."

나 왈  "....^^;;......여하튼 9월정도면 정리될거야...그때 거나하게 잔치나 하자..."

놈 왈  "9월에 잔치해...?..왜...?..."

나 왈 "이제 나의 모토거든 ...칭찬받으면서 일하자...

             이왕하는 운동이라면 왕창 칭찬받으면서 당당하고 신나게 하자.....ㅎㅎ"

놈 왈 " ...ㅎㅎ...알았어 내가 마구마구 칭찬하고 자랑해줄께....ㅎㅎ"

 

역쉬 놈은

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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