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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풀소리가 세상에 내는 작은 목소리입니다.

13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12
    민주노총호에서 내리고 싶다?(6)
    풀소리
  2. 2005/09/22
    잘 못 사는 것 같다.(3)
    풀소리
  3. 2005/09/14
    장애인과 전투경찰(5)
    풀소리

민주노총호에서 내리고 싶다?

11시쯤 된 늦은 밤 동네에 사는, 모 연맹에 상근하는 후배가 전화를 했다.

 

'선배님. 술 한잔해요.'

 

나나 그나 술을 좋아하기에 시간과 관계없이 술을 마시자고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느낌이 이상했다.
후배는 고양시 화정 근처에 있었고, 난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서부간선도로 목동 앞을 지나고 있었다. 거리도 거리고, 시간도 시간이라 다음 기회에 마시자고 말하려 했지만, 어느덧 술집을 정하고, 기다리라는 말이 나왔다. 순전히 그놈의 느낌 탓이다.

 



내가 술집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다 되었을 때였다.
동네에 사는 후배 한 명이 함께 있었고, 둘은 500cc 맥주잔을 반쯤 비운 상태였다.
자리에 앉자 화제는 이내 '민주노총'과 '강승규 수석'으로 돌아갔다.

 

'선배님. 어떻게 할 거예요. 난 민주노총을 벗어나고 싶어요.'

 

그렇다.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서 대안은?
... 없다.

 

'벗어나서 어떻게 할 건데?'
'글쎄요. 하여간 벗어나고 싶어요.'

 

술잔을 드는 간격이 줄어들고, 한번에 마시는 양이 늘어갔다.
민주노총 쪼끼를 입고 있는 후배의 얼굴은 붉어지고, 발음은 꼬여갔다. 주로 술 때문이겠지만, 술이 아니라도 그럴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난 말이야, 민주노총이 망한다면 민주노총과 함께 침몰할 거야.'
'희망이 없어도요?'
'희망이 없어도. 희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다른 조직적인 대안이나 옮겨 탈 배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데, 그렇지 않다면 내가 사랑한 민주노총과 함께 침몰할 거야. 조직적 빚잔치 많이 해봤잖아?'

 

나의 선언 아닌 선언으로 우리들 얘기는 종착점에 다다랐고, 대신 술집을 찾는 고유한 이유에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1시가 넘었다. 비겁한 난 일찍(?) 집으로 가고자 했는데, 후배는 술집 끝나는 시간을 묻는다. 아뿔싸 3시에나 문을 닫는단다.

 

새벽 3시에 집으로 돌아와 골아떨어졌다.

 

... 아픔이, 허무함이, 분노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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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사는 것 같다.

오늘 퇴근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퇴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복도에는 향내가 나를 자극한다.

김동윤 열사 분향소다.


나는 향내 나는 복도에서 오래도록 창문 밖을 내다봤다.

과연 나는 제대로 사는 걸까?

저기 검은 띠를 두른 영정과

촛불과 향불이 피어오르고 있고, 그 향취와 빛이 나와 함께 하고 있지만

나는 분노하지 않는다. 슬프게도.

내가 분노하지 않는 정체는 뭘까?


동지의 슬픔을, 고통을, 다 알기 때문일까?

아님, 그 정도는 작은 고통이고 보다 큰 정치적인 해결을 모색하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나름대로 그런 것 같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왜 분노하지 않는지를.


분노가 생활의 전부여선 안 되겠지만,

분노가 현실을 가로막아서는 안 되겠지만,

내가 지향하는 것이 분노를 자양분 삼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나는 지금 분노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이런 뒤집힌 현상은 뭐란 말인가.

정말 내가 불감증 환자인가.


노동조합 핵심 간부로서,

진보정당 핵심 간부로서,

나는 오늘 나에게 묻지만,

난 답을 얻을 수 없다.


이것이 관료화된 모습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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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전투경찰

국회를 나서는데 국회 대문 안에도, 대문에도 전경이 쫙 깔렸다.
'뭔 일이랴~.'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규칙적인 고함소리가 들린다. 뭔 소린지 정확치는 않지만 소수가 모여 고함을 지르는 것 같다. 전경은 새카맣게 모여 있다.(전경 제복도 시커멓다.)

 

뭘까?



가까이 다가가니 전경들이 대열을 갖추면서 지르는 고함소리다.
"꽥. 꽥."

 

전경들이 지르는 소리를 들으면 어떨 땐 오리 소리로(산오리 화나겠다.), 어떨 땐 돼지 소리로 들린다.(돼지들도 덩달아 화내려나.) 짜증나는 건 이러나저러나 똑같지만 말이다.

 

<#> 장애인들의 평화적인 집회/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뭔 일일까 하고 둘러보니 장애인들 집회다. 대부분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렇담 장애인들 막으려고 전경들이 새카맣게 모였단 말인가.
기가 막힌다. 그들이 뭔 힘이 있다고 집회에 참여한 인원보다 몇 배나 전경이 깔렸다는 말인가. 그리고 장애인들 보호입법을 해달라는 게 물리력으로 막을 일인가.

 

<*> 집회 참석자들보다 훨씬 많은 전경들

 

마침 연사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다. 노회찬 의원이 하는 말이 오늘 자신의 발의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 법사위에 상정되었다고 한다.
집회 순서를 보니 문화행사도 있고, 평화적인 집회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법도 상정되었으니 일정부분 축제 분위기도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온통 거리를 메우고 있다.

 

<*> 전경 닭차들의 꼬리가 보이지도 않는다. 미친놈들!

 

사무실로 돌아와 있는데 밖이 시끄럽다. 내다보니 이건 또 뭔가. 수십대의 경찰차가 시위대 통로를 남기고 둘러싸고 있다. 아까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던 장애인 동지들이다.

 

저들은 뭐가 그리 무서울까.
이동할 권리를 달라.
노동할 권리를 달라. 는 그들의 요구가 무리한 것인가.



<*> 개미떼 같은 전경에 비해 집회 참석자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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