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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1
    투쟁을 마무리하다.
    풀소리
  2. 2005/12/24
    좋은 일도 있구나
    풀소리
  3. 2005/12/17
    참혹하다(2)
    풀소리

투쟁을 마무리하다.

풀소리[참혹하다] 에 관련된 글.

5개월 이상 파업투쟁을 벌인 대구 국일여객 투쟁이 마침내 끝났다.

어제(1월 10일) 밤 10시 30분 경 무려 4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2005. 1. 20 청주 우진교통에 이어, 진주 삼성교통, 이제 대구 국일까지

회사의 부도와 파업 그리고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업투쟁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투쟁과, 가족들, 특히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런 강한 결의를 가진 투쟁이 아니면 승리할 수 없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버스는 업종 상 자주관리기업으로 유리한 여건이다.

무엇보다도 독점기업에 가깝다.

또한 영업을 할 필요가 없고, 정부에서 보조금을 줘 사업을 지탱해준다.

 

이제 남은 건 국일여객을 잘 이끌어가는 길 뿐이다.

자본의 통제, 자본의 운영보다 노동자의 통제, 노동자의 운영이 더 인간적이고, 더 공익적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지난 투쟁을 잊지 않는다면 잘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가족 여러분! 여러 연대해주신 동지 여러분! 호응해주신 시민 여러분! 모두 너무나 고맙다.

그리고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아무런 권리도 없이 향후 운영의 책임만 있는 주주의 역할을 대신해주시기로 한 김기수 동지(현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출마) 등 여러 동지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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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도 있구나

풀소리[참혹하다] 에 관련된 글.

대구 국일여객이 마침내 노사정이 사태 해결을 위한 '가합의'를 하였다. 근 5개월의 파업과 노숙투쟁 끝에 얻은 소중한 결실이다.

총 56대 중 42대를 노동조합에서 인수하여 '자주관리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게 '합의'의 골자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는 게 조합원들의 생각이다.(조합원 투표 결과 : 총원 77명중 찬성 67, 반대 3, 무효 2, 기권 5)



지난 16일, 난 대구 국일여객 동지들의 집회에 참석했다.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한낯의 기온도 영하 4-5도에 머무를 뿐만 아니라, 거센 바람으로 밖에 나서기가 겁난 맹추위가 연일 겹치고 있었다. 내가 집회장에 도착했을 때도 서쪽으로 기운 힘없는 햇살 아래로는 모진 바람이 지친 동지들 위로 거침없이 불고 있었다.

 

가족들은 마침 그날 있은 회사 대표의 재판정으로 몰려갔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난, 도착하자마자 연단으로 불려나왔다. 당시 내 감정은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사태해결의 당사자이며, 이날 사태를 불러온 주요 주역인 대구시청 측에서 사태해결에 매우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단에 선 난 '화'를 내기 이전에 앞에 앉아 있는 동지들에게 미안했다. 눈동자는 더욱 또렸해졌지만, 노숙자를 점점 닮아가는 그들의 행색과 오랜 임금체불과 파업으로 그들과 가족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니 '미안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방청을 갔던 가족들이 오고, 어른 애 가릴 것없이 방석을 집어들고는 집회 대오로 그들의 모습은 숙달된 조합원과 다름이 없었다. 불과 서너살, 너댓살밖에 안 되보이는 아이들도 칭얼거리지도 않고 엄마 또는 아빠 옆으로 갔다. '전쟁을 겪은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돌도 안 되어보이는 간난아이가 유모차에 실려왔다. 안스러움을 넘어 위태로와보였다. 우리 조합원과 조합원들 가족의 삶이 그만큼 위태롭겠지. 아이가 배고파 보채는지 엄마는 가게에 가 팩우유를 하나 사왔다. 따뜻한 물과 분유가 없는 것인가. 아님 미쳐 준비하지 못 했을까. 어쨌든 아이는 찬 우유일지언정 힘차게 먹었고, 엄마는 우유병을 잡은 아이의 손을 감싼다. 팩우유를 뜯고, 병에 넣는 동안 다 얼었을 찬 손이지만 바람막이라도 하고 싶은 게 엄마 맘이겠지.

 

만약 내가 저런 참상을 보고 마이크를 잡았다면 난 무슨 말을 했어야 할까...

다만,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어, 저들에게 따뜻한 봄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진으로는 못 느끼지만 체감기온 영하 15도 정도의 추위와 모진 바람이 불고 있었다.

 

또 하나 : 구속되었던 WTO 홍콩 투쟁단이 석방되었다.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과 허인 부위원장 등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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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하다

전쟁 상황이 이럴까.
4달이 지난 파업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집회 모습은 '죽음'이 겨우 종이 한 장 뒷면에서 아른거리는 고통이 묻어 나온다.

 

난 지난 14일 집회를 올린 동영상을 보면서 한 동안 멍해있었다.

그러나 어제(16일) 현장에서 본 그들의 집회는 동영상과 또 다른 것이었다.

 


▶ 채 돌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가게에서 산 찬 우유를 먹이는 엄마는 행여 아이 손이 얼까 자신의 언 손으로 감싸고 있다.



날은 왜 이리 추운지. 한겨울 혹한이 초겨울에 한꺼번에 닥친 것 같고, 바람은 매섭다.
남쪽 지방이라지만 대구의 추위 또한 만만찮은 것 같다.
스치로폼 방석에 장갑으로 중무장했건만 덜덜 떨리기만 한다.

▶ 거리 행진을 위해 조합원들이 웃통을 벗고 있고, 어린 아들이 그런 아빠를 보고 있다.

 

▶ 이런 조합원을 보고 아내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여기 울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조합원들은 웃통을 벗는다.
맨몸이 드러나고 그 위에 얇은 투쟁조끼 하나를 달랑 입고 거리행진에 나선다.
옷을 벗고 거리로 나선 그들은 가족들에게 '못나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본 가족들은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춥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혹한의 거리에서 그들은 행진을 하고 삼보일배를 한다.
그들 표현대로 이렇게 '엽기적'으로 거리에 나서니, 이제 시민들이 그들의 집회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철저하게 외면하던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고, 취재를 시작한다.

 

▶ 함께 거리 행진하는 아내들과 어린 아이들

 

최근 국일여객을 소개한 기사 및 블로그들 경북대신문 다음 허틀의 블로그 그리스로아 거북산

 

대구 시내버스업체인 (주)국일여객은 2005년 8월 30일 부도가 났다. 돌아온 겨우 4,000만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아니 막지 않아 부도가 난 것이다. 고의부도 의혹이 짙기만 하다.

 

이 회사 사장은 2005년 들어 3월 말에 회사의 유일한 재산이랄 수 있는 차고지를 몰래 매각했다. 차고지는 시가로 약 35억원 가량 한다고 하는데, 장부에 기록된 판매가는 15억원이다. 도대체 20억원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 뿐만이 아니다. 회사 법인 소유였던 질량공단 소재 공장부지를 사장 개인명의 바꿔놓더니, 이것도 친누나에게 판 것으로 되어 있다. 사장의 집도 마찬가지로 2005년 들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바꿔놓았다. 철저하게 재산을 도피한 의혹이 있다.

 

그리고는 한편으로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했다.
3개월치 임금과 상여금을 체불하였다. 그러다 결국 사장은 8월 30일 부도를 내고 잠적해버렸다.
노조에서 나서서 부채와 재산을 조사해보니, 부채는 나날이 늘어나 현재 확인된 것만 약 80억원(임금채권 35억원 포함)에 이른다. 재산은 차량 56대 뿐이다. 이 차량의 가격이라야 영업권 약 4,000만원과 약간의 찻값 등 기껏 25억원 정도이다.

 

사장은 현재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 노조와 전혀 협상에 나서지도 않으면서 재판에서는 노조와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거짓을 말하고 있다.

 

문제는 대구시다.
버스 사업은 현재 대부분은 민간에서 맡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공공사업이다. 허가권을 건설교통부장관(광역 지자체에 위임)이 가지고 있고, 건설교통부장관과 지자체장은 법률에 따라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

 

대구시는 국일여객 사업주가 회사 주차장을 팔아먹고, 임금을 체불하여 노사분규가 발생하는데도, 이를 단순한 노사문제로만 미루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관리감독의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았다. 회사가 부도가 난 이후에도 면허취소, 공영제 운행, 제3자 공모, 고용승계 등등 노조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하여 외면으로 일관했다. 이제 뒤늦게 와서 부채를 안고 노조에서 운영을 해보라고 한다. 대구시가 제시한 안대로 한다면 조합원들은 1인 당 1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 안아야 한다. 사업주가 싸질러놓은 똥인 부채를 말이다. 그 많은 부채를 안고 어떻게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대구시에서는 이른바 준공영제 도입을 계기로 버스 차량 수를 줄이겠다고 한다. 약 150여대를 줄이는데, 대구시내버스 사업주들은 국일이 사라지고, 같은 계열사인 창성이 사라지면 굳이 구조조정 할 필요가 없다고 좋아한다. 국일 노동자들이, 창성 노동자들이 혹한의 아스팔트에서 얼어죽든 말든, 그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뒷구멍으로 돈을 헤아리며 음흉하고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고 있다.

 

이런 사업주들의 잔인한 치부행각에 대구시도 맞장구를 치는 것 같다. 2006년 2월 대구시 준공영제 출범 이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일과 창성 2개 회사를 배제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대구시의 입장은 사업주들의 바람과 한치의 오차도 없다.

 

대구시내버스는 현재 29개 회사다. 국일과 창성을 빼면 27개 회사다. 겨우 27명 사업주의 이익을 위해 약 1000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혹한의 아스팔트로 내몰리고 있다. 300만 시민의 교통권이 침해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여전히 겨우 27명의 사업주의 편을 들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 오늘 출근하면서 본 한강은 사나운 파도가 인다. 혹한에 매서운 칼바람까지... 조합원들은 저 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거리에 나서겠지...

 

도대체 얼마나 더 싸워야 하는가. 얼마나 더 굶어야 하는가. 어떤 조합원은 얘기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죽어야 바뀔 것 같다'고. 대구시는 대구시장은 정녕 그런 사태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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