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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지친 이들이 쉬어갈만한 작은 얘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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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소리

12월

DECEMBER

지난 토요일 지방 출장갔다 돌아오는 길. KTX 잡지 표지에 새겨진 이 단어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12월임을 느꼈다.

 

12월.

어쩐지 부록처럼 덤으로 달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그런가?

내가 정녕 12월을 부록처럼 느낄 수 있게 되었는가?

 

따지고 보면 12월은 내게 바쁘기 그지 없는 달이다.

책임지고 있는 운수노조 지부.지회장 수련회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그런데도

모든 게 꿈처럼 현실감이 별로 없다.

 

결과가 뻔할 대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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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1.

어제 저녁 8시30분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늦가을 비가 차갑게 내리고 있었다.

버스가 영등포를 벗어나 당산역을 지나면서

갑자기 비는 눈으로 바꿨다.

 

예기치 못한 순간

가로등 불빛에 흩날리는 송이 큰 눈발이

신/기/했/다

 

괜히 좋았다.

몇 군데 문자를 보내고 눈 내리는 한강을 건넜다.

 

눈 내리는 동네 수퍼앞

 

2.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만난 큰누나 하는 말

'네 얼굴을 보면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는 거 같아~ 정말 그러니?'

 

우리는 서로 처다보며 웃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한 해였는데,

연일 이어지는 폭음으로 건강도, 몸매도, 정신도, 엉망이 된 한 해였는데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나 보다.

 

눈 쌓인 아침 풍경/ 눈 덮힌 아파트 옆 박씨 선영

 

3.

우리 동네에는 비가 내린다는 아내의 답장이 있었는데,

그러나 고양시로 접어들면서도 버스 차창으로는 여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화정을 지나고 어울림누리를 지날 때

라이트 조명을 모두 켜놓은 운동장에는

함박눈이 하늘 가득 내리고 있었다.


첫눈...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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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간다

 기차는 간다

 - 허수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닮아 있었구나

 

밤꽃이 활짝 핀, 지난 6월에 찍은 원릉역 옆 밤나무

 

그녀의 시 '원당가는 길'을 보면

757종점이 나오고, 이 밤나무는 옛날 757종점 옆 원릉역에 있으니

허수경 시인이 노래한 밤나무는 아마 이 나무이리라.

 

원릉역은 교외선이 다닐 때도 이미 아무도 지키는 이 없는 무인역이었다.

교외선이 다니지 않는 요즈음은 아예 역이 폐쇄되었다.

그래도 밤나무는 왕성하게 꽃을 피우고, 등나무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하지만 저 나무는 머지 않아

이미 끊긴 기차처럼,

한 때 이곳에 살던 시인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잊을 것이다.

 

이미 건너편 주공아파트는 재개발공사가 한창이고,

이쪽도 그놈의 '뉴타운'개발이 공시된 상태여서

개발이 시작되면, 나처럼 이곳에 세들어 살고 있는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다시와 살 기회는 없을 것이다...

 

싸면서도, 불편 없이 갖춰진 기반시설 때문에

나처럼 돈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 같은 이들에게

참 좋은 주거환경이었는데...


11월의 밤나무/ 무너진 철망만큼이나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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