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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02
    하늘은 욕심이 없기...(2)
    풀소리
  2. 2007/03/30
    이별연습(9)
    풀소리
  3. 2007/03/28
    성연이 생일(3)
    풀소리

하늘은 욕심이 없기...

어제. 아니 3월 31일(토),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난 사무실에서부터 긴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머리도 식힐 겸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다.

영등포역앞 경방필 지하차도를 건너는데, 공사장으로부터 나온 먼지들이 내 폐를 자극했고, 심한 구역질을 동반한 기침 끝에 머리까지 띵하게 되어, 목적 달성은커녕 오히려 낭패를 당했다.

 

중앙위원회의 회순 확정이 되고, 그렇게 논란이 될 안건이 앞에 없는 것 같아 난 바람을 쏘일 겸 밖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 중앙당사가 있는 곳은 해바라기할 짜투리공원조차 없는 곳이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근처 여의도행 버스를 탔다.

 

전경련 앞에서 본 여의도공원


전경련 앞에서 내렸다. 여기만 나와도 컨디션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

멀리 자두꽃으로 보이는 흰꽃이 피어있는 여의도 공원은 겨울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빽빽한 기운이 느껴진다.

 

앵두꽃

 

길을 건너니 앵두꽃이 활짝 피어 있고,

KBS본관 옆으로는 살구꽃이 한창이다.

 

KBS 본관 옆 살구꽃

 

윤중로의 명물인 벗꽃은 꽃눈들이 팽팽히 커져있다. 며칠의 따뜻한 봄볕을 받으면 곧바로 활짝 필 것이다. 아마 담주면 완전히 피지 않을까...

 

요즘 하루 햇살이 반짝하면 담날 우박과 천둥이 치고, 기온이 급강하하는 봄과 겨울이 교차하는 날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계절은, 나무들은 세월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정암 선생이 말하셨든가? 하늘은 욕심이 없기 때문에 계절의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반면 사람 세상은 억지와 욕심이 가득하여 혼돈의 연속이라고...

 

세상의 식량은 현재 인구의 두배를 배불리 먹일 수 있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라를 육박하는데도, 우리는 하루하루 살기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내일이 어떠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이 난국은, 분명 누군가의 지나친, 아니 파멸적인 욕심 때문이겠지...

 

꽃눈과 잎눈을 함께 틔우고 있는 배나무

 

곧 쌀알같은 흰꽃을 가득 달 것 같은 조팝나무

 

짧은 시간 바람을 쏘이고 돌아가야 한다. 버스를 타오러 나오는 길에보니 나무들 모두 잎눈과 꽃눈을 틔우고 있다. 풀들은 한뼘은 자라 있고, 어떤 풀들은 꽃들이 한창이다.

 

ps :

오늘, 아니 4월 1일, 난 FTA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지 않고, 예정된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택시 동지의 분신 소식을 들었다.

휴~ 어찌해야 하는지... 또 미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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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연습

아침에 엄마가 갑자기 이상해지셨다.

성연이가 학교에 가면서 할머니에게 습관대로 '다녀오겠삼' 하고 나가자

엄마는 또 습관대로 방에서 나오셨다.

 

보통은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이가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시는데,

오늘은 베란다를 못 찾으시는 거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 방문, 저 방문을 기다시피 기웃거리시며,

'여기가 어디여?'를 반복하신다.

금새, 아이를 보러 가시려 했던 '목적'도 잊으신 거다.

 

그 다음부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시더니

급기야 나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시고, 누워서 잘 일어나시지도 못하신다.

 

자리를 봐 드렸는데, 좀 있다보니 냄새까지 난다.

말로만 듣던 대로 벽에 X칠 한다는 그런 상황이다.

그러시더니 전혀 사리분간을 못하시는 분이 배가 고프시단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옷을 갈아 입혀드리려고 하다가, 너무나 배가 고파하시는 거 같고,

일어서시지 못하실 정도이니 기력이 떨어지신 거 같아

꿀물을 타 드리려고 급히 마트에 가서 꿀을 사왔다.

 

꿀을 사오면서 안양에 사는 큰누나한테 전화를 했다.

큰누나도 당황하기는 나와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가게를 정리(매매)하는 문제 때문에 바로 못 갈 것 같아 매형만 보내니 우선 병원에 모시고 가 응급조치를 하고 있으라고 한다.

역시 급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평소와는 달리 형제인가보다...

 

꿀물을 타서 드렸는데도 배가 고프시단다.

밥을 드리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마트에 가서 잣죽을 하나 사왔다.

그 사이에 엄마는 정신이 약간 들어온 것 같았다.

헝크러진 머리를 만지시며, 비녀를 찾는다.

 

내가 비녀를 찾아 주며, '이거 뭔지 알아?' 물으니, 아신다고 답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 머리가 문제가 아니야. 엄마 똥 싸신 거 같은데.' 하니까, '그래? 내가 왜 그랬을까?' 하신다.

'머리는 좀 있다 만지고, 좀 괜찮으면 화장실 가서 씼고, 옷 갈아 입어야겠어.' 하니까 그대로 따라 하신다.

 

그사이에 난 잣죽을 데워 드리는 데, 한 그릇을 다 비우시곤 춥다며 이불을 덮고 누우신다.

그러시고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이사이 큰누나에게서 전화가 왔고, 문자를 받은 아내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엄마가 상태가 좀 좋아지셨다고 하니 누나는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다.

전화를 받은 엄마는 상당히 많이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인 것 같다.

 

좀 있다 매형이 오셨고, 매형이 오셨을 때 엄마는 평소의 모습을 거의 회복하셨다.

매형은 있었던 일을 죽 들으시더니 아마 엄마의 지병인 당뇨 때문에 당이 떨어져서 갑자기 그러신 거 같다고 하신다. 당뇨가 있으신 분들이 과로를 했든지, 식사를 거르면 갑자기 당이 떨어져 그러는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도 별로 드시지 못했다. 상태도 평소와 조금 다른 거 같았고...

어찌됐든 매형이 오신김에 엄마를 모시고 고깃집에 가서 갈비를 함께 먹었다.

엄마는 주기적으로 맞으시는 링겔 주사나 맞겠다고 한다.

 

그렇게 때풍이 지나갔다.

매형이 가시고, 난 누나한테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 물론 누나는 거꾸로 나한테 고맙다고, 애썼다고 위로를 한다.

그러면서 이런 게 '이별연습'이라고 한다.

언젠가 한번은 있을 '이별'을 미리 연습하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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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이 생일

아침부터 뭔가 잊어버린 게 있는 거 같더라.

뭘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이 성연이 생일이다.

 

지난 일요일 미리 생일잔치를 해서인지

정작 진짜 생일날인 오늘은 잊고 지나갔다.

 

이제 3학년이 되어,

6교시가 있는 날도 있어 힘들어 하는데...

 

그래도 명랑한 성격을 계속 유지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따뜻하고,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좀 지나친 것일까?

 

아빠한테 받고 싶은 생일선물을 아직 정하지 못하였다고 하는데,

뭘 사주면 좋을 지 나도 모르겠다...

 


1학년 때 잠자는 성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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