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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6
    최인호의 유림(儒林)(4)
    풀소리
  2. 2006/07/26
    네모난 공간이 싫어(4)
    풀소리
  3. 2006/07/25
    도봉산(4)
    풀소리

최인호의 유림(儒林)

최인호의 「유림(儒林)」 1, 2, 3권을 읽었다.

조금 읽기 시작하면서 책을 산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지난 7월 12일 「FTA 반대 범국민대회」가 정리되고 있을 즈음, 이왕 종로에 나온 김에 영풍문고에 들렸다. 책들을 들러보는데 그놈의 「유림(儒林)」이 눈에 띄었다.

‘3권 간행 기념 30% 세일’


으잉. 30% 씩이나. 더욱이 내가 한번 도전해보고자 하는 주제와도 관계가 있으니 컨닝하는 셈치고 사자!


1권을 시작하면서 잘못된 용어의 사용 등이 눈에 띄었다. 조금 더 읽어가면서 동서양을 넘나들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넘나들고 있지만, 수없이 많은 내용들이 인용되지만, 박식하다는 느낌이나 일관된 흐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오지랖이 넓고 이것저것 쓸 데 없이 참견하는 뺑덕어멈 같다’는 느낌이다. 문장도 최인호답지 않게 거슬리는 곳도 많고...


난 내 수준과 관계없이 글 읽는 게 까다로운 편이다. 글이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 때면 심지어 읽다가 중간에 내던지기도 했다. 솔직한 글. 그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는 글. 이런 게 좋다.

이번 최인호의 유림을 읽으면서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 떠올랐다. 시집에 나오는 ‘노동의 새벽’은 절창이다. 그러나 시집을 찬찬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이 사람이 얼마나 멋진(노동자의 냄새가 풍기는) 글을 쓰기 위해 억지를 쓰는가가 느껴진다. 모르겠다. 나만의 느낌인지는. 그러나 난 그렇게 느낀다. 그런데 최인호는 박노해보다 한술 더 뜨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이유를 상세히 쓰고 싶지도 않다.


설렁설렁 읽었다. 관련된 사람이나 외국의 철학자들의 글을 인용할 때는 아예 건너 띄고...


3권을 다 읽고 나니 머리가 멍멍하다. 좋은 책을 읽고, 감화되고, 정화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잡문(雜文)에 오염된 느낌이랄까...


뭔가 머리를 정화시킬 필요가 있겠다. 난 정찬의 신작 소설집 「희고 둥근 달」을 샀다.

문장이 미려(美麗)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먼 파도소리가 시간의 물결 위로 가느다란 주름을 만들고 있었다.’


오히려 평소 내 스타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미려하다. 그래도 뭔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인호는 앞으로 유림 4, 5, 6권을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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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공간이 싫어

성연이가 어제부터 방학이다.

고로 나는 종일 근무이다.

오전에 배드민턴 치고 들어와 둘이 뒹굴거리며 놀 때 이야기..


-엄마, 학교는 좋기도 하지만 안 좋기도 하지?

-왜?

-왜냐면 학교는 친구 만나서 놀 때는 좋지만 네모난 공간에 우릴 가둬놓고 억지로 공부시키잖아...

_ 음...네모난 공간에 가둬놓고 공부시키는 게 싫은 거지? 그럼 동그란 공간이면 상관없는 거야?

- ..... 엄마, 왠지 기분 나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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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1.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지난 일요일(7월 23일) 한국노총 소속 활동가들이 도봉산역 근처에서 모임을 갖겠다고 날 초대했다. 당연히 가봐야지!

약속시간은 오후 3시다. 오~호~. 시간 충분하고!

난 고양시에 살고 있으므로 버스타고 송추로 가 오봉을 넘고, 도봉산을 넘어 산행 겸 도봉산역으로 가면 되겠지 하며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얼마만의 산행이야 ㅍㅎ'

 

             송추 계곡에 있는 송추 폭포


2.

산에 가는 길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송추에서 도봉산역까지 3시간을 잡고, 30분 정도 여유를 둔다면 3시간 30분 정도 걸이겠지.

그럼 11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하면 되겠네/ㅋ

 

10시 20분에 당대회 가는 아내를 전송하고, 이것저것 손을 보다보니 벌써 11시다. 에크. 늦었구나. 빨리 정류장으로 가면서 김밥을 샀다.

 

정류장에 가서는 바로 오겠지 하며 그늘 난간에 기대 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5분이 가고 10분이가요~. 그대 오길 기다려봐요~.'

 

진~짜 안 온다. 반대편으로 이미 2대가 지났다. 그리고 내가 주로 이용하는 82번 버스는 5대까지 세었지만 그 후로도 더 온 것 같다. 제길!

 

정류장에 사람들은 늘어가는데, 온갖 종류의 차가 와도 타지 않는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인 것 같다.

 

결국 버스는 기다린지 40분만에 왔다. 그나마 빈자리가 남아 있던 게 신기하다.

하지만 송추 가는 길은 도중에 막히기까지... 결국 송추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한 12시를 넘어 12시 56분. 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약 1시간 정도 늦을 터이니 감안해서 행사를 진행해다라고...

 

오르고 보니 송추 폭포는 2단 폭포였다. 위에 숨겨진 폭포.

 

송추폭포 앞에서 만난 꽃과 벌.

 

3.

오랜만의 산행. 좋다.

최근 풍부하게 내린 비 때문인가.

송추 계곡은 서울과 달리 계곡 가득 음식점이 빼곡하고, 물가 위로는 평상이 줄을 잇고 있다.

그래도 물은 참 맑고, 아이들은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음식점이 난립한 계곡을 한참 오르면 겨우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작은 움막이 마치 성소의 홍살문 처럼 그 안으로는 음식점이 없고, 한결 한가롭다.

 

산행을 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다. 송추계곡은 휴식년제 발동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물은 더욱 맑다. 음~. 우리 어릴 땐 어딜 가나 저렇게 물이 맑았는데. 그래도 당시 탄광촌 아이들은 냇물을 까맣게 그린다는 소리를 듣고 의아했어지. 그러고 보면 요즘 자라는 아이들이 불쌍하다.

 

반석과 폭포가 잘 어우러진 도봉계곡, 많은 이들이 물놀이 중이다.

 

송추 폭포를 지나면서 경사는 점점 급해지고, 발걸음은 느려진다. 그동안 산행을 게을리한 게 몸에서 표가 난다. 오봉 3거리를 지나 만장봉 바로 아래 고개마루에 오르니 여기가 서울과 경기도의 분수령이다.

 

만장봉을 오를 이유는 없다. 곧장 도봉산역 쪽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서울 쪽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에 걸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정도이다. 내리막길은 한결 수월하지만 이미 힘이 풀린 다리는 후들거린다.

 

도봉계곡 바위에는 이렇게 멋진 글씨도... 이웃에 도봉서원이 있었으니 이 좋은 경치를 풍류객들이 놓칠 리 없었겠지...

 

내가 도봉산에 오른 게 도합 얼마나 될까. 아마 70번이나 100번 쯤. 그러나 최근 10여년 동안 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려가는 길이 영 낯설다.

 

이윽고 거북샘이다. 겨우 길을 알겠다.

거북샘을 지나면서 계곡의 물이 풍부해지고, 화강암의 맑고 넓은 반석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을 경승이다. 물이 많고, 반석이 넓으니 물가를 찾는 사람들 또한 많다.

 

4.

어지간히 다 내려오면 도봉서원 터가 있고, 바로 옆에 시인 김수영의 시비가 있다.

길은 이미 대로가 되어 있고, 넘치는 사람들로 넓은 길도 좁게 느껴질 지경이다.

10여년 만에 왔음에도 섹스폰을 부는 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옛날 그이인가 하고 바라보았다. 이런. 내가 옛날 그이의 얼굴을 기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도봉서원/ 조광조와 송시열을 배향했던 곳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 헐렸다고 한다.

 

이윽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영차고지 뒤 큰 식당에 이르렀다.

제법 많은 이들이 모여서 인사를 나누고 연설을 하고 있다.

내가 도착하자 곧바로 나에게도 연설을 할 기회를 주었다.

 

내 이럴 줄 알고 교재를 준비해갔지. ㅎㅎ 음식을 앞두고 연설이나 교육이 길면 귀에 들어올까나. 그렇다고 짧게만 하면 뭔가 허전하고...

 

긴 내용은 교재로 대신하고 짤막한 연설을 마치니 곧바로 이 지역 책임자를 뽑고, 나와 같이 멀리서 온 이들끼리 먼저 음식을 시켰다.

 

김수영 시비/ 여린 모던이스트. 좋아졌다 싫어졌다 한다. ㅋ

 

5.

또 다시 전화가 울린다. 만선이 형이다.

고양시 원당에서는 나를 기다리는 또 하나의 모임이 있다.

10여년 전에 '버스일터' 만든 이들이, 지금은 대부분 현직을 떠났어도 뭔가 모임을 갖고,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고양시로 향했다.

도착하니 만선이 형, 건모 형 등등 많이 와 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좋다. 덕분에 기분 좋게 만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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