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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07
    풍경(5)
    풀소리
  2. 2006/03/05
    그래도 봄은 오더라
    풀소리
  3. 2006/02/25
    불곡산(1)
    풀소리

풍경

벌써 철이 지나고 있구나.

불과 얼마 전인데...

 

퇴근길 차창밖 풍경을 보려고 창문을 닦았다.

근데 이런 모습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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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오더라

1.

총파업과 철도파업.

당연히 지침을 따라야 하고, 연대를 해야 하면서도

파업에 동참하지 못하는 난 괴롭다.

 

물론 '기러기 이론 '을 들먹이며 파업대오가 20만 쯤 됐을 때 자주관리기업부터 파업에 돌입하고, 30만 쯤 됐을 때 주요 사업장부터 파업을 하겠다고 하지만, 전략 전술의 옳고 그름은 별개로 구차하게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더욱이 총연맹의 총파업 지침이 떨어지고, 중부권 이북 조합원들에게 국회앞 집결투쟁의 지침이 떨어져 동지들이 속속 국회앞으로 모여드는 순간 난 상집 간부들을 이끌고 충북 영동 산 속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수련회는 이미 오래 전에 잡혀있었고, 이번에 열지 못하면 노조 사정상 당분간은 열 수 없다는, 그래서 중요한 올해 상반기 사업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상집성원들이 공유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강행한 수련회였지만, 쉴새없이 날라오는 문자만큼이나 맘들이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2.

어쨌든 수련회는 성과가 있었다.

참가대상 12명 중 11명이 참가한 것도,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던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이왕 공기 좋은 산속(민주지산 휴양림 밑)에 왔으니 잊을 건 잊자.

산속의 공기는 너무나 좋고, 거칠 것 없는 햇살은 온풍기를 쪼이는 것 처럼 드러난 살결에 그대로 느껴졌다. 어릴적 햇볕 좋은 겨울날 양지쪽 토담벼락에 서서 해바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랜만이다.

 

수련회가 끝나면 의례 뒤풀이다.

영동 동일버스 지부장이 낸 쏘가리 매운탕 탓인가, 밤 11시 조금 넘어 시작한 술자리가 어영부영 하다보니 벌써 새벽 3시다. 내일을 위해 자자.

* 요놈이 그 유명한 황쏘가리다. 왜 먹었느냐고는 묻지마라.
 

3.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무주를 경유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것이 빠른 길이다.

무주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남도의 음식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유명하지만, 우리가 들른 음식점은 기대를 하고 간 우리들조차 감탄시킬 정도였다. 너무나 맛깔스런 음식들이 아까워 낯술 한잔씩도 하고...

* 한정식집 뜰앞에 있는 목련은 봄빛이 완연하다.

 

나와보니 뜰앞 목련은 봄햇살에 봉우리가 탱탱해지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찍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저기 저놈은 막 벌어지려고 해요' 하며 거든다.

 

가까이서 보니 아직 벌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정말 그러네요' 하며 맛장구를 쳤다.

 

4.

고속도로로 가는 길에 커다란 누각이 있다.

이왕 늦은 거 저기나 잠깐 들렸다 가자.

올라가니 한풍루(寒風樓)란다. 루(樓)와 정(亭) 은 보통 큰 것이 루고 작은 것이 정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국가나 관청에서 관리하던 게 루고, 개인이 소유 및 관리하던 게 정이다. 물론 약간의 예외는 있지만 말이다.

* 시골의 누각답지 않게 한풍루는 전면 3칸 측면 2칸 도합 6칸으로 제법 당당하다.

 

어쨌든 루(樓)가 있는 곳은 대부분 관청이 있었거나 소재지다.

한풍루도 마찬가지다. 관청이 있던 곳에 늘 그렇듯이 이곳도 예외 없이 한풍루 옆에는 공덕비가 늘어서 있다. 쓰여진 이름에 나 같은 사람은 늘 욕을 하는데, 저 비석의 주인공들은 개의치 않고 확실한 징표를 세우고 싶어했던 겐가? 가진 놈들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 무슨 나무일까 미쳐 확인을 못했다. 한풍루 앞에 있는 나무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5.

서울로 가까이 올라갈수록 상념은 깊어진다.

노래도 부르고, 실없는 우스개 소리도 하지만, 그렇다고 어디 근본이 바뀌랴.

 

휴게소에 들렸더니 커피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도회다. 서울이다. 적어도 내 머리 속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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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곡산

벌써 3주가 되었구나. 불곡산을 다녀온 지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글 쓰는 게 점점 게을러진다. 물론 사정이야 있겠지만...

 

지난 2월 5일, 고양시에 사는 당원들 일부가 불곡산 산행을 가기로 했다. 함께 가는 이는 최경순 + 김양희 + 최성연, 남정석, 배현철 + 준혁 + 수빈, 그리고 오동식, 모두 합쳐 성인 5명, 아이 3명이다.

 

11시에 오동식이 사는 부로농원으로 모였다. 산 속 작은 분지에 자리잡은 부로농원에는 밝은 햇살이 완연한 봄날처럼 환하게 넘쳐나고 있었지만, 집 뒤에 숨겨진 연못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그래. 아직은 겨울이지...

▶ 얼음이 두껍게 언 부로농원 연못(왼쪽부터 풀소리, 남정석, 성연)



오동식이 준비를 하는 동안 연못에서 얼음을 탔다. 제법 미끄럽다. 정석과 성연이 따라 들어왔다. 이런 곳에 살면 아이 썰매라도 만들어 줄 터인데...

 

배현철은 도중에 만나기로 하고 일단 출발했다. 부로농원에서 필리핀 참전비를 지나 중남미문화원이 있는 고양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도시 속이면서도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여 언제 지나도 정겹다. 고개마루에서 배현철을 만나 2대 차량이 앞뒤로 나란히 달렸다. 장흥 유원지에서 말머리고개로 올라가는 길은 온통 여관과 음식점으로 가득하다. 주변에는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장군의 묘소가 있고, 깊은 계곡은 풍광이 수려했으련만, 식물의 성기인 꽃을 몸통보다 더 크게 개량한 개량화들을 볼 때 몸통이 보이지 않듯 온갖 치장한 건물에 가려 풍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동식의 표현을 빌면 그래도 말머리고개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경치는 일품이라고 한다. 차를 멈추고 풍경을 감상하지는 못하고, '어디 어디' 하며 다투어 고개를 돌려 북한산 쪽을 바라봤다. 봄이라 시야가 흐리지만 히말리야 고산준령 어디엔가 와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기산저수지를 지나 광적면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두와 칼국수를 파는 음식점이 보였다. 무턱대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음식 맛이 좋다. 아이들과 남정석은 고기만두, 나와 김양희는 김치만두국, 배현철과 오동식은 칼국수. 모두 자신들이 주문한 음식에 만족하는 눈치다.

  ▶ 질탕한 농담은 사진에까지 이어진다. 오동식(왼쪽)을 바라보며 펴보이는 '4'는 뭘까?

 

음식점에서 불곡산은 빤히 보인다. 당초 오동식과 남정석, 그리고 나도 불곡산 능선을 종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아이들을 데리고 능선을 종주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종주할 사람은 종주하고, 나머지는 불곡사 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갑시다.'
'좋아요. 좋아요.'

 

오동식은 난감해하고, 아이들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남정석은 좋아한다. 자기는 아이들과 어울려 불곡사 쪽으로 올라갈 것이고, 더욱이 가져간 막걸리 3병이 있는 한 굳이 종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다. 결국 모두 불곡사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불곡사까지는 포장이 되어있다.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아니라도 종교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절이라도 대부분 도로가 나 있다.

 

불곡사 오르는 길에는 임꺽정의 생가터 등이 있고, 임꺽정의 전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불곡사는 조그만 절이다. 커다란 느티나무로 미루어 볼 때 예전부터 절이 있었겠구나 하지만, 여전히 작은 절이다.

▶ 우리는 '1'이다. 오동식에게 밀린다.

▶ 아이들 때문에 떨어져 올라온 배현철은 뭔지 모른다. 그렇지만 자기도 '1'이란다.

▶ 남정석은 'X'란다. 요즘 사정이라나^^

 

약수터에서 돌아가며 물을 먹고, 사진을 한 장씩 찍고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포장도로에서도 계속해서 장난을 치던 아이들은 가파른 산길을 접어들면서도 장난이 멈추지 않는다. 장난이야 당연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징표겠지만, 혹여나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빠. 얼마나 더 가야 돼?'

 

금세 지친 성연이가 묻는다.
정상부분은 커다란 암괴(돌덩어리란 뜻인데, 암괴라는 말이 더 실감난다. 나만 그런가?)다. 밧줄을 타고 올라, 또 밧줄을 타야 한다. 소심한 난 성연이를 설득하려 애썼다. 여기서 기다리다 내려가자고 말이다. 그러나 웬걸, 준혁이가 올라가겠다고 씩씩하게 줄에 매달린다. 그런 준혁이를 보고 성연이가 줄이 있는 암벽으로 내달려 간다. 에라 모르겠다.

▶ 줄에 매달린 성연이. 그래도 다 올라 왔군.

▶ 에공~. 저누무 시끼 때문에~~. 김양희도 올라오고.

 

아이를 어른들이 위아래서 끌고 받치며 간신히 올라갔다. 이번에는 김양희가 문제다. '우쒸~ 저놈이 안 올라왔으면 나도 안 올라왔을 텐데.' 그런데 어쩌랴. 애들 따라가야지. 힘겹게 올라온 정상은 그래도 좋다. 이곳 정상에는 특이하게 돌 틈이 굴처럼 나 있다. 준혁이와 성연이는 돌 틈으로 들어가 서로 좋다고 논다.

▶ 굴 속에 들어가 좋아하는 준혁(왼쪽)이와 성연이

▶ 정상에 올라온 기념으로 사진 한방.

 

싸온 도시락과 막걸리를 먹었다. 산에서 먹는 막걸리는 언제라도 맛있다. 3통이 언제 사라졌는지 순식간이다. 먹고 나니 내려가는 게 난감하다. 다행이 밧줄을 타지 않고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아래서 내려주고, 받아주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암벽 높이만큼 낙엽이 덮인 가파른 길로 내려왔다. 험한 곳을 다 내려왔다는 안심에 낙엽 위에 앉아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왔다. 장난기가 동한 성연이는 다시 올라가겠다고 한다. 젠장.

 

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위험하다. 더욱이 앞뒤 재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도 호젓한 산길은 참 좋다. 불곡사에 내려와 다시 물 한잔씩하고는, 약수터 물받이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성취도 기원해봤다.

▶ 하산길.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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