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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16
    기자와 창녀 그리고 나(4)
    풀소리
  2. 2006/02/14
    수원역(5)
    풀소리
  3. 2006/02/08
    지워진 기록, 지워진 과거(11)
    풀소리

기자와 창녀 그리고 나

1.

어제 저녁 일이다.

우리 노동조합 3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인 대구 달구벌버스 출범식에 들렸다 밤 10시가 넘어 들어왔다.

아내는 지역에서 있은 노회찬 의원 초청 강연에 다녀오는 관계로 집에 없었다.

 

'술이라도 한잔 할까...'

 

슬며시 일어나 뒤진 냉장고에는 술이 없다.

아내에게 전화하여 올 때 술 좀 사오라고 부탁했다.

 

2.

아내는 산사춘, 난 맥주.

홀짝 홀짝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아내는 내게 다음날(16일) 분회모임(아내는 분회장이다.)을 하는데 올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난 내일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날 가만히 보더니 한마디 한다.

 

'기자와 창녀의 공통점이 있데. 그게 뭔지 알어?'

'뭔데?'

'첫째, 그날 무슨 일이 있을 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다음은?'

'둘째, 저녁에 집에 올 땐 술에 취해있던가, 그렇지 않으면 술을 사들고 온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3년 안에 때려치우지 못하면 그 직업이 평생간다래.'

 

'... 그럼 나하고 같네.'

'뭐냐?'

 

3.

그리고는 서로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얘기했다.

아내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고양시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않는 것 만큼 스트레스를 받겠지...

난.

난, 팔자에 없는 사무처장을 맡아 수시로 터지는 투쟁가 교섭에 결정과 지침을 내려야 한다. 대부분 고용문제 등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현장 동지들이 둥지 속 아기 새들처럼 속 시원한 해결책을 고대하는데,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별 뾰족한 대책이 없다.

또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산별 건설 등 조직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른바 '진정성'이 '현실'의 굳건한 '벽'에 갖혀버린 것 같다.

 

당도 노총도 그리고 나 자신도, 써야할 무기들은 왕조 말기의 지방관아 무기고 속처럼 하나같이 변변한 것이 없다.

 

---

ps : 저는 위 직업에 대하여 폄하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어떠한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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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일주일 전이구나.
교섭을 끝내고 서울로 오기 위해 수원역에 갔었지.
열차가 올 시간이 다 되어도 플랫폼은 텅 비어있다.
온통 쇠로 된 직선과 곡선
텅 빈 풀랫폼
그래도 조금은 덜 쓸쓸한 건 철길에 쌓인 눈 덕이겠지.
아님 눈 때문에 더 쓸쓸했으려나.
온기라곤 한 점도 없다. 텅 빈 수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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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기록, 지워진 과거

만약에 컴퓨터를 쓸 수 없다면. 만약에 블로그에 영원히 접속할 수 없다면.

 

예전에 누군가의 글을 본 것 같다.

그런데 내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

 

'저 컴퓨터 맡기신 분이죠?'

'예.'

'컴퓨터에 중요한 자료가 많이 있었나요?'

'... 왜요?'

'컴퓨터 D드라이브가 깨져서 속에 있던 파일이 모두 날아갔습니다.'

 

....

 

'중요한 자료가 많이 있었나요?'

'... 당연히 중요하지요. 내 과거의 기록인데.'

'사진파일 말인가요?'

'사진보다는 워드파일이 더 중요해요.'

'어떻게 하지요?'

'방법은 없나요?'

'현재로서는... 살리려면 용산에 가야하는데, 그래도 확율은 50% 정도...'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겠네요?'

'예. 비용도 약 20만원 정도 듭니다.'

'최대한 살리도록 하고요. 안 되면 할 수 없지요.'

'예.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딸깍.'

 

뭐냐?

 

당원이 하는 컴퓨터수리점이라고 하여 뒷집에 사는 사무국장이 가져다 맡겼는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수리를 맡은 그 당원은 잘못한 게 없는지, 전혀 미안하지 않다는, 지극히 건조하고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그래도 조금은 서운했다. 사무적이고 건조한 목소리가.

그래도 할 말을 못했다. 당원이라는 이유로.

 

---

어쨌든 과거의 기록은 사라졌다.

블로그를 만든 이후의 기록은 블로그에 많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블로그를 만들기 전엔 개인적인 글은 별로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 기록은 사라졌다. 어쩌면 평생 한번도 읽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라졌다는 것은 참으로 공허하다.

사진들도 그렇고...

 

아님, 이참에 아예 새로 태어난 것처럼 과거를 흘흘 털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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