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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저녁 일이다.
우리 노동조합 3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인 대구 달구벌버스 출범식에 들렸다 밤 10시가 넘어 들어왔다.
아내는 지역에서 있은 노회찬 의원 초청 강연에 다녀오는 관계로 집에 없었다.
'술이라도 한잔 할까...'
슬며시 일어나 뒤진 냉장고에는 술이 없다.
아내에게 전화하여 올 때 술 좀 사오라고 부탁했다.
2.
아내는 산사춘, 난 맥주.
홀짝 홀짝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 아내는 내게 다음날(16일) 분회모임(아내는 분회장이다.)을 하는데 올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난 내일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날 가만히 보더니 한마디 한다.
'기자와 창녀의 공통점이 있데. 그게 뭔지 알어?'
'뭔데?'
'첫째, 그날 무슨 일이 있을 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다음은?'
'둘째, 저녁에 집에 올 땐 술에 취해있던가, 그렇지 않으면 술을 사들고 온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3년 안에 때려치우지 못하면 그 직업이 평생간다래.'
'... 그럼 나하고 같네.'
'뭐냐?'
3.
그리고는 서로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얘기했다.
아내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고양시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유를 정확히 말하지 않는 것 만큼 스트레스를 받겠지...
난.
난, 팔자에 없는 사무처장을 맡아 수시로 터지는 투쟁가 교섭에 결정과 지침을 내려야 한다. 대부분 고용문제 등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현장 동지들이 둥지 속 아기 새들처럼 속 시원한 해결책을 고대하는데,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별 뾰족한 대책이 없다.
또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산별 건설 등 조직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른바 '진정성'이 '현실'의 굳건한 '벽'에 갖혀버린 것 같다.
당도 노총도 그리고 나 자신도, 써야할 무기들은 왕조 말기의 지방관아 무기고 속처럼 하나같이 변변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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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저는 위 직업에 대하여 폄하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어떠한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밝힙니다.
만약에 컴퓨터를 쓸 수 없다면. 만약에 블로그에 영원히 접속할 수 없다면.
예전에 누군가의 글을 본 것 같다.
그런데 내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
'저 컴퓨터 맡기신 분이죠?'
'예.'
'컴퓨터에 중요한 자료가 많이 있었나요?'
'... 왜요?'
'컴퓨터 D드라이브가 깨져서 속에 있던 파일이 모두 날아갔습니다.'
....
'중요한 자료가 많이 있었나요?'
'... 당연히 중요하지요. 내 과거의 기록인데.'
'사진파일 말인가요?'
'사진보다는 워드파일이 더 중요해요.'
'어떻게 하지요?'
'방법은 없나요?'
'현재로서는... 살리려면 용산에 가야하는데, 그래도 확율은 50% 정도...'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겠네요?'
'예. 비용도 약 20만원 정도 듭니다.'
'최대한 살리도록 하고요. 안 되면 할 수 없지요.'
'예.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딸깍.'
뭐냐?
당원이 하는 컴퓨터수리점이라고 하여 뒷집에 사는 사무국장이 가져다 맡겼는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수리를 맡은 그 당원은 잘못한 게 없는지, 전혀 미안하지 않다는, 지극히 건조하고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그래도 조금은 서운했다. 사무적이고 건조한 목소리가.
그래도 할 말을 못했다. 당원이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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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과거의 기록은 사라졌다.
블로그를 만든 이후의 기록은 블로그에 많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블로그를 만들기 전엔 개인적인 글은 별로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 기록은 사라졌다. 어쩌면 평생 한번도 읽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라졌다는 것은 참으로 공허하다.
사진들도 그렇고...
아님, 이참에 아예 새로 태어난 것처럼 과거를 흘흘 털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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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 말기의 지방관아 무기고 속처럼 하나같이 변변한 것이 없는" 이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 아니기를 빕니다만... 저 또한 그 '벽'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발생하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될 것이고 그걸 막지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 결국 무엇을 가지고 문제를 돌파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멈칫거리고 있습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ㅠㅠ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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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할 무기들은 왕조 말기의 지방관아 무기고 속처럼 하나같이 변변한 것이 없다..이 말에 한마디 쓰렸더니 행인께서 벌써 선착하셨네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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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굳건한 '벽'을 진정성이 뚫을 것을 믿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창녀'라는 단어가 그 사람들을 폄하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매매여성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요 - -;; 언어가 현실을 앞질러 차별을 낳기에 한 자 거듭니다. 투쟁으로 편안을 찾으시길 빌면서...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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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감비/ 18일 중앙위원회에서부터 열심히 싸울 작정입니다.^^보라돌이/ 맞네요. 글을 쓰고도 찜찜하여 사족을 달기는 했지만...
듣는 사람의 처지에서 용어를 선택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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