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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05
    부로농원(7)
    풀소리
  2. 2006/02/04
    친구
    풀소리
  3. 2006/02/02
    망사귤(4)
    풀소리

부로농원

 

어찌 하다보니 거꾸로 글쓰기가 되었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 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한없이 바쁘고, 골치 아픈 일의 연속임에도 흔들림 없이 글을 올리는 감비님이 부럽다.


설 연휴 마지막 날(1월 30일) 주변의 당원과 후배 가족들이 벽제에 있는 부로(富老?)농원에 모였다. 이곳은 나의 친구이기도 하고 고양시민회장을 지내기도 한 유왕선 군과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의 큰언니 이경숙씨의 집이기도 하다. 또한 저 유명한 민주노총 벽제파란 이름을 얻게 된 이른바 국민파의 결사처이기도 하다.

 


   부로농원 주인장 이경숙씨


어찌됐든 우리는 기쁨에 들떠 부로농원으로 모여들었다. 영상의 따뜻한 날씨, 더욱이 산 속 작은 분지인 부로농원은 곧 봄이라도 닥칠 듯이 햇볕이 환하고 포근하다.


술꾼들은 술을 찾고, 그 사이 생긴 것 답지 않게 술을 잘 먹지 않는 김정수(덤프연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고구마를 구워먹겠다고 나간다. 술자리보다는 자연을 즐기겠다는 여성동지들도 우르르 나갔다.

   부로농원, 가운데 숨어 있는 친구가 김정수다. 머리소수자인 덕에 나이는 들어보이지만, 이제 30대 중반.

 

‘이렇게 좋은 데 와서 웬 술타령이야. 나와. 군고구마나 먹자.’


아내의 질책성 성화에 다들 일어섰다.

 

  잉걸이 많지 않아 고구마는 아직 안 익어~~

 

불을 제대로 놓지 않았는지 남은 잉걸로는 고구마를 제대로 구울 것 같지 않았다. 다행이 이곳은 산 속이라 나무는 지천이다. 나무를 모아 불을 지피고 제대로 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잉걸이 넘친다. 그럼 감자도 굽지.

 


   나무를 모으는 동안 기념 사진도 찍고...

 

 

   ▶ 불을 피우고 고구마가 익길 기다리며 또 한장!

 

오랜만에 먹어보는 군 감자와 고구마는 너무나 맛있다. 뜨거운 껍질, 뜨거운 속살을 호호 불며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군고구마, 군감자는 너무나 맛 있고...

 

술꾼의 본성이 어디 가랴. 군감자를 안주로 삼아 또 소주 한잔. 그 사이 윷판이 펼쳐지고 윷놀이를 시작하고, 여성동지들은 고스톱에 이어 정담으로 이어진다. 성연이의 성화에 나도 성연이와 한편이 되어 윷놀이에 도전했으나 3전 3패! 아뿔사. 나의 취권이 이렇게 형편없을 수야~~ 3천원이나 잃었다...


   윷놀이가 한창인데, 술상의 담소도 한창이고...



   고수톱을 끝낸 여성동지들은 담소를 나누고

 

  

    성연이의 성화에 윷놀이에 참가한 풀소리는 3전 3패ㅠㅠ. 가운데가 부로농원의 또 다른 주인장 유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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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요즈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우진교통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지난 2월 2일 토지 매각 관행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부동산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인데, 3-4년 전에 회사를 퇴직하고 내가 사는 고양시로 이사왔다. 어떻게 된 게 이웃으로 이사 온 후 더 못 만난 것 같다. 곁에 있어 만나고 싶으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안심 때문인가?



전화를 한 것도 1년이 넘은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언제 만나 소주라도 한잔하자'고 했더니 '그럼 오늘 만나자'고 해 서울 신촌에 사는 친구 한명을 더하여서 당일 저녁에 만났다.

 

친구란 게 그런 건가. 잊혀졌던 고향사투리도 고향에 가면 저절로 튀어나오듯이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도 만나면 어제 만난 듯하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고 옛날 얘기에 요즘 사는 얘기까지 쉬임없이 쏟아진다. 가장 곤혹스러우면서도 통과의례처럼 기필코 하고 넘어가는 얘기는 정치에 관한 얘기다.

 

   ▶ 오랫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났다. 내 곁에 있는 친구가 고양시 탄현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다.

 

40이 넘은 아저씨들. 처음 입사했던 직장(대기업)에서 나와 또 다른 직업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장으로써 그들은 이미 갑남을녀가 되어 있다. 정치의식도 사회의 보편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도 친구가 민주노동당에 있다고 자기들 딴엔 애정을 갖고 말한다는 게 시종일관 시비조다. 마치 개그맨을 앞에 두고 '너 개그만이야? 한번 제대로 웃겨봐!' 하면서 냉소적인 얼굴로 쳐다보는 심통맞은 영감탱이들처럼 말이다. 자연 내 말투도 점점 높아가고, 마침내 '대학까지 나왔다는 놈들이 겨우 그 정도의 정치의식밖에 없냐!'고 일갈한다. 그렇다고 기죽을(?) 놈들도 아니지만.

 

그러나 친구란 게 그런 건가. 주고받는 말투는 남이 들으면 주먹다짐 직전인데, 한잔 더 들이키고는 한바탕 웃음으로 넘어간다.

 

그나저나 선거 때 이놈들한테 돈을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까? 미리 엄포는 놔놨는데, 내가 실전에 약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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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귤

망사귤을 선물 받았다.
열차에서 또는 시골 버스 대합실에서 파는 그 망사귤 말이다.
선물 이전에 너무나 정겹다.




경북 영양 오지에서 어렵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지부 조합원들이 고용승계 등 어려운 문제로 꼭 내려와 달라고 했다. 시간은 없었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려 주저 없이 '예'하고 답변을 하고 약속한 날인 어제(2월 1일) 내려갔다.

 

안동에 들려 민주노총 경북본부 북부지구협의회 성홍기 전 의장, 홍진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영양으로 갔다.

 

조합원이라야 달랑 9명이다. 고용승계 싸움을 2달 째 하고 있다. 어려울 것이다. 지역에서 노동조합 활동하는 것이. 더욱이 민주노총 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나도 안다. 지역은 토호들이 장악하고 있고, 이리 저리 인연을 대면 연결이 안 되는 이가 없다. 자연 '싸가지 없다'는 등 부차적인 문제로 코너에 몰리기도 한다. 그런 이들이 2달 동안 거리에서 투쟁을 했고, 내가 갔을 땐 전 조합원들이 모였다.

 

임기가 막 끝나가는 지부장은 한사코 더 이상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하고, 조합원들은 지부장이나 비대위원장이 없이 어떻게 싸우냐고 항변한다.

 

기탄없는 토론 끝에 지부장이 한 달 더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조합원들은 투쟁방침을 정했다. 흡족하지는 못했지만 힘찬 박수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다시 안동으로 나왔고, 터미널에 내렸을 때 홍진령 비대위원장이 굳이 배웅을 하겠다고 했다. 내심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표를 사는 나를 밀치고 자기가 표를 끊어준다. 자기 일인데 와줘서 고맙다면서. 사실 영양지부의 문제는 나의 일인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난 홍 선생(전교조 선생님이다)의 배려를 강력히 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겼다고나 할까.

 

서글서글하면서도 선생님 특유의 섬세함이 엿보이기도 하는 사람 좋은 인상의 홍 선생이었기에, 그리고 옛날 막걸리 한잔이라도 더 권하려는 인심이 생각나, 난 황홀한 무기력함으로 사양하지 못했다.

 

나도 학교운영위원이니 노조 문제가 아니어도 공통의 대화 주제도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차 탈 시간이 되었다.

 

홍 선생은 다시 대합실 내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망사귤을 하나 샀다. 그리고 '계란도 드시겠어요?' 한다. 이제는 웃음이 슬그머니 나온다.

 

'아니요. 됐어요.'

 

하면서도 손은 주책없이 그가 내미는 망사귤로 냉큼 나갔다. 인사를 하고 차량에 올랐다. 차가 터미널을 빠져나가는데 한쪽에서 홍 선생이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거품처럼 흔적없이 사라질지라도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하늘은 깜깜한데 얇은 초승달 조각이 차창가에 맴돈다. 초승달은 희망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그냥 근거없이 희망을 걸어봐도 될까? 세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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