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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8
    개기월식(2)
    풀소리
  2. 2007/08/26
    문국현이라는 고수의 출현(9)
    풀소리
  3. 2007/08/25
    논냄새(2)
    풀소리

개기월식

오늘은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 완전히 사라지는 개기월식이 있었다. 한반도에서는 2004년 5월 5일 이후 3년 만이다.

 

며칠 전부터 오늘 월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은 약속도 잡지 않고 일찍 집에 왔다.

 

나는 성연이랑 이웃에 사는 후배 태하네 경민이, 동현이랑 4명이서 달이 지구 그림자로부터 벗어난다는 시간에 맞춰 뒷동산에 있는 마상공원에 올라갔다.

 

구름이 사이사이로 하늘이 보였지만, 월식을 제대로 볼지는 미지수였다. 그렇지만 일단 공원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공원은 의외로 밝았다. 운동하는 이들을 위해 촘촘한 가로등을 모두 켜놓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구름은 흩어지고, 하늘은 개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이 너무 밝아서인지, 또는 달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인지 달의 흔적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월식이고 뭐고 상관없이 뛰어놀기 바쁘다.

 

하늘을 한참 헤매다보니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내 시력이 아무리 불량하다고 해도 그믐달 모양을 한 게 분명 달이었다. 불빛이 덜한 학교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는 주변 불빛이 적어 달이 보다 훨씩 선명하게 보였다.

 

오늘 있었던 월식 변화도

 

달이 커지는 모습. 얼마만인가.

옛날 어릴 때가 생각난다. 할아버지가 계셨을 때니까 내가 10살 전이었다. 월식이 있었고, 할아버지는 큰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 마당에 두었었다. 달이 되돌아 오기 위한 행사였던 것 같다. 옛날 달력인 책력에는 이미 월식을 예측해놓은 듯 할아버지는 월식을 미리 알고 계셨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옛날 천문학 실력도 대단했던 것 같다. 하긴 왕조가 바뀔 때마다 정확한 달력으로 왕조의 권위를 세웠던 것으로 미뤄보면 천문학의 발전도 이해될 만 하다.)

 

당시 내가 살던 시골집은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라 밤이면 그야말로 칠흑으로 변해,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빼곡했었다. 할아버지와 친척 형들과 함께 마당에 모여서 월식이 끝나고 달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볼 때 난 꽤나 신기했었다.

 

그때의 경험이 인상적이어서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을 해주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밝은 주변의 불빛으로 덜 선명한 달과 월식에는 아랑곳 없이 운동장을 돌면서 운동만 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산만한 환경. 그만큼 아이들은 달의 변화에 주목하는 시간도 짧았다.

 

달이 4/5쯤 살아났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을 나섰다. 아이들에게 떡볶이 한 컵씩을 사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돌아오는데, 성연이가 "사람들은 월식인데도 왜 하나도 관심이 없지?" 한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합창으로 달이 완전히 나올 때까지 동네 공원에서 더 보잔다. 그래도 이 녀석들은 월식에 관심이 제법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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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이라는 고수의 출현

사람들이 문국현을 언급할 때 난 별로 관심조차 없었다.
범여권의 그렇고 그런 후보들 중 하나이겠지. 또는 기업을,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냈으니까 상품성이 조금은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25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문국현의 대담 기사를 보고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국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수의 숨결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대담기사를 보고 난 이 사람이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왜냐하면 여권의 다른 어떤 후보들도 제시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전혀 다른(다르게 느껴지는)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중이 갈망하는 패러다임을 그것도 아주 친숙한 언어와 사고체계로 말이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 출처 : 오마이뉴스

(▲ 문국현 후보는 "재벌이 일자리를 100만명 줄였다"며 "일자리를 줄인 지도자가 무슨 국가 지도자냐, GDP가 늘어나도 일자리가 줄었다면 소수만을 위한 경제이며 그것은 가짜 경제"라고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국현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은 ‘불안하고 희망 없는 천민(賤民) 자본주의의 나라’가 아니라 ‘깨끗하고 따뜻한 사람입국(立國) 번영의 나라’로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신자유주의’를 포기하고 ‘복지사회’로 가겠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100만명의 일자리를 줄인 대기업에 아부하는 사회, 그래서 5%만 행복한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나머지 95%가 불안한 삶을 사는 현실을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대학생의 말을 빌려 표현하고 있다. 무섭다. 솔직히 무섭다. 그가 현재 대중들에게 절실한, 당선이 되기 위해 절실한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무섭다. 그 감동이 5년 후 저주로 바뀔지라도 말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은 대중적으로 어떤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가? 우리가 제시하는 것이 대중적으로는 어떻게 인정받고 있는가?

내가 문국현이 무서운 건 문국현이 대중적으로 먹힐 것 같고, 문국현이 대중성을 획득하는 한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다시 한 번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아서이다.

민주노동당 강령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문국현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이 매우 한계가 있으며, 실패를 예정하고 있다는 걸 안다. 왜냐하면 문국현은 95%를 고통스럽게 하는, 우리 사회를 가장 크게 규정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이며,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 바꾸겠다는 정도의 대안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55%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10%로 낮추겠다는 계획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무서운 것은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을 할, 그래서 95%의 사람들이 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민주노동당보다 대중적으로 잘 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달리, 그가 자본주의자인 만큼, 그는 우리 사회의 친숙한 언어로 최소한 다르게 보이는 패러다임을 주창하고 있고, 공감이 갈 문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좀 더 근본적임에도 우리의 정책이 우리가 제시하는 패러다임이 어쩜 누군가 말하는 대로 대중 속이 아니라 창고 속에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  ▷ 출처 : 중앙당


나는 우리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을 폄하하고자 이런 말을 하는 게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경제적 민주주의의 지체에 대하여 누구도 제창하지 않았던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그 독점적인 시간을 가졌음에도 우리는 대중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심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은 고통스럽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이에 문국현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중 속에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그것도 그의 패러다임 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믿는 다수의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이 그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여권은 현재 대통령 권력을 가지고 ‘건곤일척’의 다툼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찾겠다고 하고 있고, 거의 그들의 목표에 다다른 듯 보인다. 여권은 여권대로 이번에 또 한 번 잡으면 한나라당은 해체될 것이라며 온갖 종류의 흥행몰이를 구상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그 흥행몰이의 정점에 문국현이 있을 것 같다.

현재 우리는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하고 있다. 경선을 치루면서 우리 당은 4.15 총선 이후에 보인 당내 선거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정파의 패권을 선거를 통해서 관철시키려는, 당의 발전보다는 자파의 승리에 연연하는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 이른바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희망을 걸어야 할 곳은 민주노동당 뿐이라는 게 명백하다. 다수의 당원들도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당 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당 강령에 충실하고, 95% 서민의 고통을 끊어내기 위해 앞장서 투쟁하는, 서민들에게 분명한 희망을 주는, 그래서 서민들이 승리했다고 믿게 할 그런 후보가 뽑힐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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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냄새

동네 마을버스 종점 옆 논과 야산

 

그늘이 내리고, 석양이 산등성이에 겨우 걸쳐 있어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논둑에서는

한낮의 왕성한 광합성에 후끈 달아오른 풀내음이 

여전히 진동한다.

음~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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