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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4.09.03
얼마 전,
수련회에서 침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다를 좋아해서....
바닷가를 걸었지요.
조금 걷고
조금 앉아있었지요.
무엇을 할까?
다시 일어나 걷다보니
바닷 속 길이 갯벌 위로 보입니다.
봉긋하게 솟아 말라 있었어요.
'바다 속에도 길이 있구나. 아니 어쩜 이건 작은 동산인지도 몰라'
그 위를 걷기로 했습니다.
물에 젖어 유난히 검고 매끄러운 돌이 하나 보입니다.
'그래 돌을 줍자'
그 돌 주워들고 또 다른 돌을 쳐다봅니다.
'내 손 안에 이렇게 예쁜 돌이 있는데... 난 또 다른 돌을 찾고 있구나'
다른 돌을 찾으면 지금 들고 있는 돌은 미련 없이 버리자고 마음 먹습니다.
'그래 하나면 족하다. 고르고 골라서 딱 하나만 가져가자'
그렇게 더 예쁜 돌을 찾고,
들었던 돌을 버리면서 걷습니다.
흠 하나 없이 유난히 반짝 거리는 돌들이
내 마음을 빼았습니다.
그렇게 버리고 줍기를 몇 차례...
지금 내 손에 들린 돌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봅니다.
이 돌이 마지막 선택이라면,
아까 아까 버린 돌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어디였을까?
어디 그 돌이 있을까?
내 발이 어디 머물다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었는데...
이런, 생각없이 걷는 게 아니었는데...
난 이제 지나온 내 발걸음도 되돌리지 못합니다.
난 이제 무심코 두고온 것들도 되찾지 못합니다.
나는 그렇습니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고르고 골라서 제일 예쁜 돌이
내 손에 있는데...
마지막 선택의 고민입니다.
아무리 봐도 못생긴 요놈이
자꾸 마음을 잡아 끕니다.
깊게 팬 주름들이
어딘지 모르게 나를 닮았습니다.
아픈 상처에 이끼를 얹어
생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검고 거친 껍데기가
우울하게도 보이지만
힘찬 기운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
예쁜 돌 하나
뜻 있는 돌 하나
이렇게 두 개 가져가도 되겠다.
나는 이렇습니다.
스스로 한 약속을 어느새 저버리고 있습니다.
잊은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주저 앉아 두 놈을 오래 쳐다봅니다.
그래 약속은 약속이다.
윤기 흐르는 예쁜 돌을,
내가 본 가장 예쁜 돌을
조심스레 내려놓습니다.
누군가라도 주워가서
기쁨을 갖길 바라며 내려놓습니다.
이제 더이상 돌은 쳐다보지 말자.
못생긴 요놈만 쳐다보며
빨리 되돌아 걸어나가자.
숙소로 돌아와 뒹굴거리면서
못생긴 요놈을 눈에 담습니다.
눈에 담고 사귀다보니
두고 온 예쁜 돌들의 생김새를 잊어 갑니다.
그렇게 내 침묵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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