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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학예발표회

월요일 오전에 가문비네 학교에서 반별로 학예회를 한다고 했다.

가문비가 맡은 것은 '합주'와 '끝인사'라고 했던 것이 뒤늦게 생각이 나서

일요일 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가 있는 가문비한테 물어보았다.

 

-너 끝인사 맡았다며? 한번 해봐.

=(졸린 표정으로) 가을이지만 한낮이 되면 바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봐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들에게는 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학예발표회였던 이 학예회가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로 초등학교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6학년 8반의 학예회를 마치겠습니다.

 

-야, 벌써 깊은 가을인데 무더위는 무슨 무더위냐?

=나는 덥단 말이야.

-너는 더울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 무더위라는 것은 한여름 찌는

 듯한 날씨를 얘기하는 거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표현을 찾아봐.

=알았어...

-그리고 그 다음 학부모 어쩌고 하는 거 있잖아?

=어.

-선생님들이 학부모나 학부형이라는 말 쓰지만 니네들이 그런 말 쓰냐?

 그냥 엄마 아빠나 어머니 아버지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아?

=글쎄용...

-아무튼 니들 눈높이에 맞는 표현으로 조금만 고쳐보는 게 좋겠어. 알았지?

=응.

 

학예회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라고 했다. 11시 30분부터 내가 속한

연구소에서 평가제도에 관한 노사합의서 서명이 있을 예정이라서, 좀 일찍

사무실에서 나와 학교에 갔다.

 

프로그램은 다채로왔고, 아이들은 저마다 열심으로 솜씨를 발휘했다.

이윽고 가문비의 끝인사 순서,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가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제대로 하는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벌써 운동장에서는 낙엽들이 굴러다니고 날씨가 쌀쌀해졌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봐주신 어머니 아버지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몇 시간 사이에

'무더위'가 '쌀쌀한 날씨'로 바뀌고 '어머니 아버지'들을 등장시킨 것 말고

이어지는 내용은 간밤에 준비한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침착했다.

남들 앞에만 서면 얼굴부터 발개져서 한마디 말도 못했던 저 나이 때의 내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끝인사를 하는 가문비-




-아이들이 꾸민 칠판

 


-가문비가 메모한 프로그램: 자기가 좋아하는 이재승이 등장하는 것까지

 일일이 연필로 표시해 두었더군.

 


-개그도 하고...(아마 개그콘서트의 어떤 장면을 패러디한 듯; '표'자 아래가 이재승)

 


-바이얼린 합주도...(왼쪽이 이재승)

 


-가문비도 합주 순서에 등장했다

 


-형형색색으로 꾸민 교실 뒷편에서 엄마들은 진지하기만 하다. 시간관계상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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