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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지난 3월에 연구소에서 식물을 전공하는 한 선배가

겨우내 비닐하우스에서 잘 가꾼 백합 구근을 주면서

한번 심어보라고 했다.

 

몇년만이냐, 내 손으로 뭔가를 심는다는 게,

마땅히 심을 땅이 없으니 동지들에게도 좀 나눠주고 나서

몇 뿌리만 우리 아파트(우리집은 1층이다) 앞뜰에 살짝 심어두고

드나드는 길에 틈틈이 관찰했다.

 

심자마자 곧 영하의 꽃샘추위가 몰아쳐서 걱정했는데

4월 중순이 되자 이렇게 싹이 텄고

 

일주일쯤 더 지나고 보니 제법 자세가 나온다.

 

죽지는 않겠구나 싶어서 오래동안 잊고 살다가 어느날 퇴근길에 둘러보았다.

몇  송이 꽃이 피었다가 지고 한 송이가 남아 있더라.

 

줄기를 보니 돌보지 않은 태가 난다.

사람이든 꽃이든 동무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

백합이여, 미안하다...

(그래도 척박한 야생의 조건에서 살도록 한 건

 너에게 복이었다고 내 멋대로 믿어도 되지?^.~)

 

7월 초에 에너지정치센터에 갔다가

옥상에 할짝 핀 백합을 보고는 더 그런 생각을 했다.

줄기도,  잎도, 꽃도,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것 같은....ㅎㅎ

 

비오는 날, 사무실에서,

유성천 가득 넘쳐흐르는 황톳물을 내려다 보다가

내가 심은 백합은 오늘 어쩌고 있을까 싶어서

몇 장 찍어두었던 거 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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