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4/10

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0/28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들(10)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4/10/28
    헌재 판결 이후(1)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4/10/26
    [가문비] 학예발표회(3)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4/10/25
    시도별 인구구성(통계청, 2000년)(1)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4/10/22
    [옛글] 가을에(200자 단상)(3)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4/10/07
    [편지] 벗에게 주는 말 1(2)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4/10/06
    통곡(1)
    손을 내밀어 우리
  8. 2004/10/04
    그야말로 잡담(21)
    손을 내밀어 우리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들

사무실에서 하릴없이 상념에 잠겨 있는데 옛 요리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대전KBS에서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들'이라는 주제로 생방송 토크쇼를 한다고 남자 한명 추천해 달라길래 맨 먼저 내가 생각났다면서 참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언젠데요? =다음 주 토요일인가 그렇다네요. -그러면 11월 6일인가요? =어, 피디한테 전화가 들어왔나봐요, 전화번호 일러줄께요. -어...(나는 아직 결정 못했는데...) =담에 또 연락해요. -어어어...네..안녕히... 생각하고 결정할 사이도 없이 작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요리를 좋아하는 결혼한 남자 두 명과 요리를 좋아하는 미혼의 신세대 두 명을 놓고 패널들이 함께 요리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거란다. 다음 주 금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동안 생방송. =무슨 요리를 잘 하세요? -요리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구요, 그냥 가족들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들 만드는 수준인걸요. =집안 어른들이 싫어하지 않으세요? -처음이 문제죠. 대놓고 하면 익숙해져요. 이런저런 얘기를 시키고 또 물어보곤 하더니 전화통화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며, 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일주일 동안 틈틈이 통화하면서 대본을 써 보겠단다. 큰일났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맨날 진지하게 정책토론이나 투쟁 어쩌고 하면서 인터뷰나 하다가 제대로 수다나 떨 수 있을런지, 꾸밈없는 내 얘기를 할 수나 있을런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헌재 판결 이후

여기저기 서명운동에 참가할 때마다 무슨 말을 써야 하나 고민되었는데 오늘 아래와 같은 메일을 받고서 곧바로 달려가 다음과 같이 도장 꽝 찍었음. "니들 맘대로 해봐라, 관습헌법으로 다스릴테니!!" 썰렁하지만, 법 관련 서명운동은 당분간 이 버전으로 가도 될 것 같음.ㅋㅋㅋ... 가서 서명들 좀 하세요. 네?^^;; Subject: [forum] [서명합시다] 지적재산권 침해죄 비친고죄화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세요 Status: 친고죄폐지서명요청

서명운동에 동참합시다

현재 저작권법, 특허법, 의장법,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서 권리침해죄의 친고죄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법률안이 국회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입니다. 정보공유연대는 저작권법, 특허법, 의장법, 온라인디지탈콘텐츠산업발전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권리침해죄 친고죄 조항 폐지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서명게시판 바로가기서명게시판바로가기
  • 정보공유연대 성명서의견서보기




  • 친고죄 조항을 폐지하면 어떤 일이?

    내 글을 블로그에 포스트했다. 아무나 와서 이 글을 퍼간다. 난 굳이 저작권을 내세워 막을 생각이 없다. 그대로 방치한다. 그런데, 어느날 경찰이 그 아무개를 연행한다. 저작권 침해혐의로. 내가 경찰서에 가서 '내 글을 퍼가는 행위를 내가 사전에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난 괜찮다'라고 말했는데도, 경찰은 그 아무개를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은 기소하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한다.

    저작권법상 권리침해죄가 비친고죄로 되면 이같은 일이 가능하다. 언뜻봐도 불합리한 일이 현재 이 나라 국회의원들이 세금받고 궁리하고 있는 일이다.



    왜 친고죄여야 하나

    첫째, 개인의 재산적 이익 보호취지에 따라 형사처벌도 권리자의 의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저작권법, 특허법, 의장법, 온라인디지탈콘텐츠산업발전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서 권리침해죄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 권리침해의 경우에 형사처벌하는 주된 목적이 공익적 이유에서라기보다는 저작권자나 특허권자의 재산적 이익의 보호에만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절도죄와 무엇이 다르냐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절도죄는 그 자체가 반윤리적, 반사회적 성격을 지니지만, 지적재산권 침해죄는 그 자체가 반사회적이라기보다는 산업발전, 문화발전이라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법정범이어서 형사정책상 같이 보기는 어렵다.
    지적재산권 침해죄는 공익적 목적보다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에 초점이 있으므로 권리자의 의사에 의해 그 보호여부를 선택하게 두어도 무리가 없다. 오히려 권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국가가 일괄처벌함은 위 사례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현행법하에서도 고소없이 수사가 가능하다.

    혹자는 수사기관이 고소없이도 직권수사가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행법하에서도 고소가 없이도 수사기관은 직권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는 있다. 임의수사는 물론이고 구속, 체포,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도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입장이다.

    셋째, 지적재산권 침해라고 해도 피해자 고소없는 경우까지 처벌할 필요없다. 이런 경우까지 처벌함은 문화발전과 산업발전에 역행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경우 피해자는 고소하면 된다. 그런데 권리자가 고소하지 않는 경우까지 모두 처벌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
    타인의 토지를 무단사용하는 것만으로는 현행법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타인의 토지에 들어가는 행위는 우리 생활에서 매우 빈번히 일어난다. 토지를 무단점유하여 경작하거나, 목적지에 가기 위해 타인토지를 경유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지식·정보의 사용도 우리 생활에서 마치 타인의 토지를 의식적, 무의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며, 그 매 순간마다 저작권 침해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 모든 행위에 형사처벌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매 순간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면 저작물의 이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창작활동을 저해하고 결국 문화발전에 역행한다.
    이는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마찬가지의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기업활동도 결국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소프트웨어특허가 결국 유럽의 소프트웨어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산업발전을 위한 특허권강화가 산업의 발전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는 경우까지 처벌함으로써 처벌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지적재산권 침해죄를 비친고죄화하는 것이 단지 지식과 정보의 자유이용을 위축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 여지까지 지나지게 확장될 수 있다.

    지식과 정보의 사용은 산업적 차원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영화포스터를 사용한 정치적패러디는 포스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는한, 현행법상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될 소지가 높다. 영화포스터 저작권자가 고소하지 않는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다.

    다섯째, 오히려 형사처벌규정을 명확히 하여 처벌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

    미국 형법이나 특허법에는 특허권 침해의 경우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으나, 일정한 금액 이상의 침해를 했거나 또는 영리목적의 침해의 경우만을 제한하여 처벌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미한 침해의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하고 있어, 처벌범위가 부당하게 넓은 문제가 있는데, 입법자들은 우선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서명게시판 바로가기서명게시판바로가기


    정보공유라이선스 정보공유연대IPLeft. 2004. 이 페이지는 '정보공유라이선스:영리·개작허용'이 적용됩니다. 정보공유연대IPLeft :: [140-868] 서울 용산구 청파동1가 1-13 정봉원빌딩 5층 :: 전화 02-701-7688 :: 팩스 02-701-711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가문비] 학예발표회

    월요일 오전에 가문비네 학교에서 반별로 학예회를 한다고 했다.

    가문비가 맡은 것은 '합주'와 '끝인사'라고 했던 것이 뒤늦게 생각이 나서

    일요일 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가 있는 가문비한테 물어보았다.

     

    -너 끝인사 맡았다며? 한번 해봐.

    =(졸린 표정으로) 가을이지만 한낮이 되면 바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봐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있었고 실수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들에게는 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학예발표회였던 이 학예회가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로 초등학교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6학년 8반의 학예회를 마치겠습니다.

     

    -야, 벌써 깊은 가을인데 무더위는 무슨 무더위냐?

    =나는 덥단 말이야.

    -너는 더울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 무더위라는 것은 한여름 찌는

     듯한 날씨를 얘기하는 거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표현을 찾아봐.

    =알았어...

    -그리고 그 다음 학부모 어쩌고 하는 거 있잖아?

    =어.

    -선생님들이 학부모나 학부형이라는 말 쓰지만 니네들이 그런 말 쓰냐?

     그냥 엄마 아빠나 어머니 아버지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아?

    =글쎄용...

    -아무튼 니들 눈높이에 맞는 표현으로 조금만 고쳐보는 게 좋겠어. 알았지?

    =응.

     

    학예회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라고 했다. 11시 30분부터 내가 속한

    연구소에서 평가제도에 관한 노사합의서 서명이 있을 예정이라서, 좀 일찍

    사무실에서 나와 학교에 갔다.

     

    프로그램은 다채로왔고, 아이들은 저마다 열심으로 솜씨를 발휘했다.

    이윽고 가문비의 끝인사 순서,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가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제대로 하는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벌써 운동장에서는 낙엽들이 굴러다니고 날씨가 쌀쌀해졌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봐주신 어머니 아버지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몇 시간 사이에

    '무더위'가 '쌀쌀한 날씨'로 바뀌고 '어머니 아버지'들을 등장시킨 것 말고

    이어지는 내용은 간밤에 준비한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침착했다.

    남들 앞에만 서면 얼굴부터 발개져서 한마디 말도 못했던 저 나이 때의 내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끝인사를 하는 가문비-




    -아이들이 꾸민 칠판

     


    -가문비가 메모한 프로그램: 자기가 좋아하는 이재승이 등장하는 것까지

     일일이 연필로 표시해 두었더군.

     


    -개그도 하고...(아마 개그콘서트의 어떤 장면을 패러디한 듯; '표'자 아래가 이재승)

     


    -바이얼린 합주도...(왼쪽이 이재승)

     


    -가문비도 합주 순서에 등장했다

     


    -형형색색으로 꾸민 교실 뒷편에서 엄마들은 진지하기만 하다. 시간관계상 여기까지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도별 인구구성(통계청, 2000년)

    시,도별 인구 구성(통계청, 2000년)

    전국: 46,136,101(4천6백13만6천1백1명)

    서울: 9,895,217(9백89만5천2백17)
    경기: 8,984,134(8백98만4천1백34)
    인천: 2,475,137(2백47만5천1백37)
    수도권 도합: 21,354,488(2천1백35만4천4백88명, 전체 인구의 46.29%)

    부산: 3,662,884(3백66만2천8백84)
    대구: 2,480,578(2백48만5백78)
    울산: 1,014,428(1백1만4천4백28)
    경남: 2,978,502(2백97만8천5백2)
    경북: 2,724,931(2백72만4천9백31)
    영남 도합:12,861,323(1천2백86만1천3백23명, 전체 인구의 27.88%)

    대전: 1,368,207(1백36만8천2백7)
    충남: 1,845,321(1백84만5천3백21)
    충북: 1,466,567(1백46만6천5백67)
    충청 도합: 4,680,095(4백68만95명, 전체 인구의 10.1%)

    광주: 1,352,797(1백35만2천7백97)
    전남: 1,996,456(1백99만6천4백56)
    전북: 1,890,669(1백89만6백66)
    호남 도합 : 5,239,992(5백23만9천9백92, 전체 인구의 11.36%)

    강원: 1,487,011(1백48만7천11, 전체 인구의 3.22%)
    제주: 513,260(51만3천2백60, 전체 인구의 1.11%)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발췌( http://kosis.nso.go.kr/cgi-bin/sws_777pop.cgi?A_REPORT_ID=MA&A_CONTENTS=0202&A_LANG=1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옛글] 가을에(200자 단상)

    내가 철들어간다는 것이/ 내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들여지는 거라면/ 난 결코 철들지 않겠다. 그런 노래가 있었다. 그런 노래가 있다. 어느 사이엔가 세상살이에 참 익숙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그 노랫말이 생각난다. 노란 은행잎이 연구단지의 거리를 우르르 몰려다니면 여지없이 10월이 다 가는 것이다. 한해의 겨울을 준비하며 좀 더 철들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계절이 시나브로 바뀌더라도 스스로의 의지로 철들지 않을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뛰어난 능력(?)이 아닌가. 철들지 말자. 그렇다고 해서 철부지가 되지는 말자. 세상을 우리에게 길들이며 살자. 세상을 그렇게 바꾸자. (2000.10.30)

     

    술 덜 깬 아침,

    심란과 우울이 불현듯 밀려들고,

    택시를 타고 어제 대전역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 가는데,

    노란 은행잎이 연구단지의 거리를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보면서

    문득 이 글을 떠올렸네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편지] 벗에게 주는 말 1

    91년 겨울에 한 동무가 다른 한 동무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무의 가슴앓이를 옆에서 안스럽게 지켜만 보다가, 어느

    날 그 동무와의 술자리를 끝낸 늦은 밤에, 나는 부리나케 실험

    실로 달려갔습니다.  그 밤과 새벽 사이에 추운 실험실 구석에

    서 마구 써내려간 것이 바로 이 글입니다. 내 편지글을 전해

    받은 동무는 그 날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했고, 그 둘은

    이윽고 결혼까지 이르게 됩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밤,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내 옛 메모장들을

    더듬어 가다가 우연히 이 글을 만났습니다. 반갑네요. 어쩌면

    취중의 유치찬란한 마음으로 썼을지라도 동무를 향한 내 우정

    의 한 조각을 만난 듯합니다. 조만간 그 동무를 만나서 소주라

    도 한 잔 해야겠습니다.^.^

     

     



     

    그대 사랑

    분수처럼 힘차게 사위로 흩어져 내리더니

    어쩌다 그 줄기 하나

    제 곳에 가 닿지 않음이 안타까워

    오늘도 잠 못이루고 있구나, 벗이여


    이 척박한 땅에서는 모다 외로운 이들 뿐이거늘

    하필 그대가 지나는 길마다 사랑의 꽃 활짝 피어나니

    누가 있어 그 꽃그림자에 갇힌 모습 살펴

    손 내밀어 그대를 쉬게 하리오만

    정이 많음이 병이런가

    사랑이 깊음이 죄이런가

    봄볕 오는 거리로 나가 춤추지 못하고

    낯붉히며 그늘로 물러서는 나의 벗이여

    사랑이여 연민이여 드러낼 수 없는 부끄러움이여

    나조차 이 새벽에 애닯고 눈물겹고나


    그런 것을, 그토록 몸달은 그대인 것을

    나는 그만

    사랑은 오래도록 남몰래 지키는 것이요

    사랑은 말못할 가슴앓이를 안으로 안으로만 견디다가

    해살라 먹고 달 살라 먹고 별까지 안은 후에

    이윽고 찬란한 아픔으로 터지는 석류와도 같은 것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했구나


    서둘지 마라, 그대

    자칫 강가에 닿기도 전에

    사공의 벗은 옷에 님의 옷깃 가리운 걸 모르고

    서러운 물로 풍덩 뛰어든 낭자의 전설처럼 큰 슬픔이 또 올까

    그것이 두렵다고

    그렇게 말하였구나


    기다림 속에서 애타고

    고통 속에서 입술을 말리면서

    젖은 장작은 서서히 불씨를 키우고

    마침내 비바람 몰아치는 여름날에도

    눈보라 내리치는 겨울날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피어 나리라 활활 타오르리라

    그렇게 떠벌였구나


    아닐세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대 사랑의 깊이를 내가 몰랐네

    그대 불꽃의 밝기를 내가 미처 몰랐네

    그대 정염의 힘찬 깃발을 내가 정말이지 못 보았네

    그래, 사랑은 뜨거운 몸뚱아리를 아낌없이 던지는 것

    그래, 사랑은 거대한 불구덩이에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드는 것

    그래서 바다와 같이 깊은 가슴으로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

    그래서 하늘과 같이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것

    그래서 하나가 되고 그래서 새로운 세계로 열리는 것

    이제 알겠다, 벗이여

    그대 사랑의 빛깔과 그대 사랑의 냄새와 그대 사랑의 맛깔

    술 마시지 않고도 취하는 순간

    아하 비로소 그대 사랑의 의미를 바로 알겠다


    지금 내 감히 이야기하느니, 달려가라 벗이여

    오직 하나뿐인 그대의 님를 찾아서

    오직 하나뿐인 그대의 태양을 찾아서

    오직 하나뿐인 그대의 영혼을 찾아서

    달려가라, 견딜 수 없이 서러운 밤들을 모아

    그대의 발치에 버리고

    무수한 불면의 술잔들을 내던지고

    술잔 속의 온갖 상념을 떨치고 달려가라

    가서 두려워 말고 고백을 하라

    부끄러운 고백 뜨거운 고백 오로지 사랑의 고백을

    이 새벽이 밝으면 기어이 하라 늦기 전에

    하라


    이루어지리니 그대의 소망

    이루어지리니 그대의 꿈

    아름답구나, 그대의 기나긴 사랑 그 마지막 열병 그 눈부신 불꽃.


    - 1991. 2. 27. 새벽 2시 30분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통곡

    새벽에 일어나
    한 동지의 울음으로 포화된
    음성메시지를 듣는다.

     

    동지의 울음에 얹힌 질타
    동지의 울음에 담긴 원망
    동지의 울음에 갇힌 한탄
    동지의 울음에 비친 후회
    동지의 울음에 배인 절망

     

    제때에 손 내밀지 못하고
    온 몸 던져 부둥켜 안지 못한 나,
    새벽 미명에
    유구무언이요 속수무책이다.

     

    이르기도 하고 늦기도 한
    질타와 원망 따위에만 집착하여
    울음의 뿌리로 한껏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저 자위하기를,
    한바탕 웃음이 폭죽처럼 터지는 날은 오리라.

     

    짐짓 불화인듯 아슬아슬하다가
    저마다의 울화로 내닫는 관계라면
    어찌 동지이겠나, 이 구태의연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그야말로 잡담

    (쌍둥이칼)

    추석 직전에

    아내가 출장으로 집을 비웠던 8일동안

    아내가 집에 있었으면 마땅히 지출했어야 할 돈까지

    내 지갑에서 꺼내야만 했거든.

    어쩌다 내가 주말 출장이라도 가게 될 때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지내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아느냐 하면서

    꼭 내 지갑에서 돈을 울궈내던 아내를 기억해 내고는,

    오늘 아침에 넌지시 그래 봤다.

    "출장갔을 때 내가 대신 내줬던 돈 안 갚어?"

    아내의 한마디,

    "쌍둥이칼 값이 얼만줄 알아? 그걸로 됐지."

     

    독일 출장에서 돌아와서

    아이들에게는 이런저런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았는데

    내겐 쌍둥이칼이 선물이라고 했다.

    아니, 자긴 쌍둥이칼 안쓰나.

     

     

    (술)

    지난 주말

    수련회 하나 길게 이어지면서

    당초 예정했던 서울행이 취소되었다.

    수련회 뒷풀이에서 소주와 동동주가 얼콰하게 돌았고(30명 정도),

    서울행이 취소되자마자 오산에 있는 동지(간장오타맨)를 급히 불러

    전어회와 소주를 신나게 들이키면서

    여기저기서 일하거나 쉬고 있던 동지들을 불렀더니(날세동, 이상동, 이모, 김모...),

    그게 급기야

    늦은 밤에

    서울에 있던 이들까지 부르기까지 하게 되었고(술라, 바다소녀),

    일요일 아침, 해장국을 먹으러 간 집에서까지

    소주잔이 넘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참 징하게도 술을 마셨다.

    집 나온지 23시간쯤만에 집에 돌아갔더니

    아내가 그러더군.

    12시간 안에 오겠다던 사람이...

    24시간을 꼭 채우고 오지 그랬어?

     

    비실비실 장을 봐다가

    모시조개와 콩나물과 무우채를 넣고

    시원하게 끓인 국물 한사발 먹고서야 겨우 기운을 차렸고,

    늦은 밤에도 허기가 져서

    양송이와 양파를 듬뿍 넣은

    스파게티 한 접시를 비우고 나서야

    정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다시, 불면)

    참으로 불규칙적인 생활에

    지금 당장 아니면 연말까지는 풀어내야 할 여러 숙제들이

    내 역량에 대한 회의까지 겹치고

    이런저런 고민들까지 더해지면서

    일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잠도 설치는 날이 잦아진다.

    불면의 밤이 낯선 일은 아니지만

    불면의 밤에 내다보는 세상 풍경은 때로 낯설고 안으로 들여다보는 내 자신은 더욱 낯설다.

     

    (그밖에)

    뭐하고 있나, 출근부터 해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