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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2/25
    복기(3)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5/02/22
    눈오는 날의 삽화(3)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5/02/19
    중앙위원 공동성명(4)
    손을 내밀어 우리
  4. 2005/02/18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서(4)
    손을 내밀어 우리
  5. 2005/02/16
    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13)
    손을 내밀어 우리
  6. 2005/02/15
    지각(2)
    손을 내밀어 우리
  7. 2005/02/09
    몽고리안 스테이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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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5/02/08
    (6)
    손을 내밀어 우리
  9. 2005/02/02
    권력(17)
    손을 내밀어 우리
  10. 2005/01/28
    대구에서 횡설수설(2)
    손을 내밀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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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비정규법안 처리 기도에 맞서

추위에 떨었던 거 빼고는 별로 한 일도 없지만

그래도 나중을 위해 되새겨 반성할 일은 있는 것,

바둑두는 이들이 복기를 하듯

파업지침의 추이를 간추려 그 미묘하고 간단치 않은 차이들 속에서

내 복잡했던 심경과 조직의 상태를 나중에라도 반추하고자 한다.

 

=23일 오후 여의도에서 우리 연맹의 비상 중집위를 끝내고 오후 8시쯤에 단위노조에 보낸 지침

 

[지침]2/24 08시부 전면총파업에 돌입한다.

 

2/23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비정규법안(정부안) 강행처리 기도에 맞서 공공연맹 모든 조합원은 2월 24일 08시부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1. 2005년 1월 20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법안 정부안 강행처리시 총파업 돌입한다’는 결정에 따라 2월 24일 08시부터 공공연맹 전 조합원은 민주노총 위원장과 공공연맹 위원장 지침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

2. 모든 단위노조는 24일 08시부터 파업을 선언하고, 각 지역별 민주노총 총파업 1일차 집회에 총력 집중한다.
- 수도권은 2월 24일 13시 국회 앞 집결

이 지침을 내보낼 당시에 이미 민주노총의 입장은 우리 연맹의 기조와 달랐는데, 그것은 24일 새벽 1시 반쯤에 민주노총 투쟁지침 5호에 명확히 나타났다.


=민주노총 투쟁지침 제5호

(2월 24일, 01시 10분 총력투쟁본부 대표자회의 결정사항) 


1. 전 조합원은 총파업 비상상황임을 인식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강행처리시에는 지침에 따라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비상태세를 유지한다.

2. 전간부는 철야농성을 유지하며, 전조합원이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출근선전전과 함께 24일 오전중에 노조별 속보를 제작하여 배포한다.

3. 산하노조는 24일(목) 중식시간 등을 이용하여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 저지 및 권리보장입법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4. 수도권은 13시 국회앞 집회를 개최하며, 각 지역은 지역본부별 특성에 맞게 규탄집회를 개최한다.

무조건 파업이냐, 강행처리되고 나면 파업이냐, 논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우리 연맹의 지침을 손질할 수밖에 없었다.

 

=24일 새벽 2시 반쯤에 나간 우리 연맹의 두번째 지침

 

[지침2] 강행처리시 즉각 총파업 돌입을 위한 비상태세 유지

 

1. 2/23 법안심사소위를 저지한 상태이므로, 2월 24일 08시 총파업돌입은 유보하되, 상황이 현실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기에 투쟁지침은 유효하다.

2. 현재로서는 비정규법안 정부안 강행처리에 맞선 총파업 투쟁은 불가피하므로, 모든 단위노조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강행처리시 즉각 총파업 돌입'을 결의하고, 전 조합원은 즉각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현장 대기한다.

3. 모든 단위노조는 2월 24일 오전 중에 비상 대의원대회나 총회 등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총파업을 결의한다.

4. 모든 단위노조는 오후 1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총력으로 결합한다.
- 수도권은 2월 24일 13시 국회 앞 집결
- 각 지역은 민주노총 지역본부 지침에 따라 집회 결합

준비상황은 최악이었지만, 23일밤부터 24일 오후까지 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연맹 간부들의 발품팔기가 분주하게 이어졌고, 24일 오후 7시 30분에는 드디어 서울지하철노조에서도 강행통과시 파업을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숨가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어쩌누? 그보다 불과 30분 전에 법안 처리를 4월로 넘긴다는 발표가 있었으니. 오후 7시부터 발전노조 중앙위원회에서 무조건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역설하러 멀리 태안까지 갔던 연맹 위원장은 다소 맥이 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군.

 

어쩌면, 민주노총 투본 대표자회의가 현명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못해 준비되지 않은 파업에 들어가서 또 이러쿵저러쿵 야단을 듣기 전에 일단 한고비를 넘겼으니.

 

그렇지만, 시험을 아무리 연기하면 뭐하나, 언제든 있는 실력은 그대로 드러날텐데, 어차피 닥쳤을때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생각하고 사생결단을 해야지. 두번씩이나 김빠진 싸움을 재연한 터라서, 4월 투쟁을 대비해서 준비라도 차근히 하면 좋겠지만 아예 모두들 넋놓고 있으면 어쩌지? 어쩌지? 1시간쯤 고심하다가 마지막 지침을 보냈다.

 

=24일 오후 8시쯤에 보낸 비상대기 해제 지침

 

[긴급지침]총파업 비상대기 해제!

 

총파업 비상대기 해제!
- 비정규법안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1. 오늘(24일) 오후 7시경 환경노동위 소속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정규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오늘 새벽 민주노총과 연맹의 지침에 따라 시작했던 "총파업 돌입을 위한 비상대기"를 해제합니다.

2. 각 단위노조는 기 확정된 단위노조의 간담회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민주노총의 최종 지침이 확정 되는대로 팩스와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3. 긴급한 상황에서 총력투쟁에 함께한 조합원과 간부 동지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국회에 남아있는 악법을 완전 폐기하고 비정규권리입법을 쟁취할 때까지 더 힘차게 투쟁합시다.


 

28일로 예정되었던 우리 연맹 정기대의원대회가 이번 일로 말미암아 3월 2일로 연기되었다. 오늘, 이른 아침에 서울역에서 위원장과 만나서 정기대의원대회에 4월 총파업투쟁에 관한 건을 급히 추가하기로 했다. 인쇄소에 연락해서 이미 전달된 회의자료 인쇄를 몇 시간 늦추어달라고 부탁했다. 두달도 안되는 그 기간 동안이라도 더 이상 후회없는 투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

 

끝으로, 하나 덧붙인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된, 24일 20시 임원, 실장 회의 결과


1. 24일 저녁 국회투쟁 상황
- 18:10분 열린우리당에서 노동부장관 만나 당의 입장 전달.
- 18:30분 환노위원장실에 환노위원들 집결(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 18:55분 환노위원회의 입장 발표

2. 발표 내용
- 국회 환노위에 상정된 법안을 물리적인 방법에 의해서 심의하지 못한데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 현재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여야 상생의 정치가 우선하여야 한다는 판단을 하였다.
- 비정규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것은 무리하고 생각하며, 한나라당은 4월 처리를 약속하였고, 민주노동당은 4월 심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였다.
-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데 합의하였다.

3. 당면한 대책
- 환노위에서 2월 국회 강행처리를 저지하였으므로, 파업준비를 위한 비상대기는 해제한다.
- 25일 14시에 투본대표자회의를 개최하여 이후 투쟁방향을 논의한다.

발표내용으로 보자면, 민주노동당도 4월 심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오로지 노동자들의 투쟁에 맡길 수밖에 없겠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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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의 삽화

1.

날씨도 춥고 눈까지 온다고 했다. 밥솥을 열었더니 식은 밥이 충분히 남아 있다. 밥을 새로 지어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콘센트를 꽂고 그냥 보온모드로 전환했다. 간밤에 다시마와 무까지 넉넉하게 넣어 시원하게 끓인 콩나물국과, 어제 아침에 도시락 반찬으로 싸고 남았던 무생채를 꺼내어 아침밥을 배불리(!) 먹었다. 겨울이 지나고 있음인지 7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사위가 제법 밝다. 겨울이 다가고 있구나. 서울 출퇴근이 익숙해질수록 더이상 기차시간에 쫓기지 않고, 매사에 여유가 있다.

 

2.

그래도 잠은 늘 부족하다. 새벽 4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가 3시간(90분의 수면주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편임. 즉, 3시간, 4시간 30분, 6시간으로 수면시간을 설정함)이라는 최소 수면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손전화의 알람으로 깨어난 터에 밥까지 충분히 먹었으니, 오랜만에 차를 타자마자 잠을 청했다. 깨어나니 한강을 지나고 있다. 눈이 내린다. 갈매기가 끼루룩 끼루룩 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황지우의 어떤 시를 떠올린다. 세상 밖으로 날아오른 새들이 눈이 되어 돌아오는건가. 

 

3.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눈보라가 매서운 현실이 되어 몰아친다. 옷깃을 급히 여미고 지하철로 뛰어드니, 거기에는 이미 인산인해. 인천행 전철이 어찌된 영문인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어-랍-쇼? 다급한 안내방송이 이어진다. 죄송합니다. 고장난 전동차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남영역쪽으로 가려했으나 눈이 오고 경사가 심해서 반대쪽으로 견인하고 있사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사내는 그렇게 되풀이하며 외치고 있었고, 까맣게 불꺼진 창들이 거꾸로 달려가고 있었다.

 

4.

서울역 지하에서 달리던 전동차에서 합선이 되어 불이 났고, 전철이 멈췄단다. 사고 시간이 7시 20분이라 했다. 그리고도 한시간 후에야 내가 그 광경을 목격했으니, 무려 1시간 이상 출근길의 서울특별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나 보다. 나비의 날개짓 하나로도 서울은 얼마든지 사람들을 죽였다 살렸다 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나는 제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시청앞에서 한번 더 갈아타고, 사무실에 무사히 제 시간에 도착했다. 눈이 아무리 내려도 그 곳만 벗어나면 황량한 겨울 벌판임에야.

 

5.

사무실에 들어서면 눈은 딴 세상 일이다. 서울역 화장실, 소변기와 소변기 사이 바닥에 둘러앉아서 이른 아침부터 깡소주를 마시고 있던 노숙인 동지들은 이 추운 낮에 어디에서 몸을 쉬고 있을까. 노조 만들고 처음으로 상경집회를 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노조 동지들은 모두가 차창을 꽁꽁 닫고 쌩쌩 지나칠 광화문 허허벌판에서 누구에게 쌓인 분노를 내던져야 하나.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50%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을 동지들은 세찬 눈보라도 대한민국의 최저임금보다는 차라리 덜 춥다고 생각할까. 여러 곳에 동지들을 보내 놓고서 이런 쓸데없는 감정의 유희를 즐기고 있는 나.

 

6.

3월 2일에 연맹 정기대의원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해의 사업을 평가하고 올해 할 일들을 계획하고 대중적으로 합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참 지난하기만 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투쟁과 교육과 회의와 간담회와 집회로 사무처의 상근 간부들이나 임원들이나 모두 정신없는데, 내가 떠맡아야 할 일주일치의 버거운 일정과 숙제(내일까지 1천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을 모두 읽어치워야 함)를 앞에 두고, 이처럼 한가한 독백이라니! 눈은 잠시 그쳤지만, 하얀 눈길이 이 동네에는 그래도 남아 있네.

 

7.

싱거운 덧글 하나. 지하철에서 나이든 광신도 둘이 얘기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무어라 무어라 결의하는 듯하더니, 헤어지면서 하는 말이, 팔뚝을 한번 내지르며 "승리합시다!" "아멘!"이었다. 푸하하. 투쟁하는 동지들이여, 모두 함께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자, 하고 외치려다 보니 요즘 우리끼리 싸우는 곳이 워낙 많아서 누구를 응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 동지가 회의하러 간다면서 방금 팩스로 받은 문건 하나를 던지고 간다. <민주노총 대의원들께 드리는 호소문> "기만적인 '사회적 교섭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이게  또 누구냐, 어디 보자, '사회적 교섭안' 폐기를 촉구하는 교수들이로구나. 두둥 둥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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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위원 공동성명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강행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래서 회의든 만남이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대의원대회 강행을 중단하라고 주장했고 호소했다.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들조차도 상당수는 이번 대의원대회의 강행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의 입장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오늘 오후, 다급한 심정으로 민주노총 중앙위원들의 성명을 조직하였다. 우리 연맹의 중앙위원 18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동의의 뜻을 밝혔는데, 최종 발표를 맡은 동지들도 급한 마음이었던지 여러 사람의 이름이 빠져 있다.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가 대수겠는가. (참고로,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숫자는 지난 15일 현재 151명이다)  각자의 입장들이 극명하게 갈라진 상황에서, 성명서가 야기할 수 있는 또다른 파문에 대해서도 다소 걱정은 되지만(민주노총 자유게시판이 난리다), 일단 민주노총 공식 회의단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직된 입장을드러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그리하여 나타난 그 차이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좁혀나가야 한다고, 나는 늘 주장해 왔다. 물론 그에 따른 대중적 평가도 받고 책임도 져야 될 것이다. (실은, 주장은 그렇게 했어도 내가 늘 내 입장을 명확히 했던가 자문하면, 그렇지는 않다. 나도 눈치보는데 열심인 적이 많다.-.-)

 

이런저런 긴박한 사정들이 집행부에게도 부담이 된 듯, 예정에는 없었지만, 오늘 밤 산별대표자 간담회(?)에 이어서 내일 11시에 긴급하게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현재의 난국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일단 내일까지 지켜 보자. 그리고 나서 그 때부터 22일까지는 새로운 고민의 단계로 나아가도록 하자.

 

성명서의 내용을 첨부한다.



                                   민주노총 위기상황 해결을 위한 

                                          중앙위원 공동성명

불과 두달전인 2004년 11월 26일 민주노총은 노무현정권의 비정규확대법안 강행처리에 맞서 17만명이 참가하는 총파업투쟁을 힘차게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2005년투쟁이 2월의 비정규확대법안 저지투쟁으로부터 힘찬 포문을 열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우리 중앙위원들은 부족한 투쟁동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렵지만 투쟁의 전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총은 폭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는 상태입니다. 순식간에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버린 위기상황은 1월 2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연초부터 노무현정권은 2월 임시국회에서의 파견제확대법안 처리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노동부장관이 '비정규확대법안 처리유보를 조건으로 한 노사정 사회적 교섭 불가'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처럼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둔 정세는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기대대에서의 사회적 교섭방침안 처리를 강행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교섭'이라는 미명하에 사회적 합의주의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데 대한 우려와 함께 비정규확대저지투쟁을 둘러싼 긴박한 정세인식에서 '사회적 교섭'안 처리에 반대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노동자문제를 더욱 개악하고 있는 한편에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노무현정권의 비정규확대법안 처리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04년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수호 위원장 역시 노무현정권의 비정규확대 기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집행부는 정기대대무산 직후 2월 1일 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사회적 교섭안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2월 1일 대의원대회는 단상점거라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진지한 토론보다는 표결처리에 급급했습니다. 위원장 사퇴발언, 의사정족수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표결시도 등으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조직 내의 의결과정에서 단상점거라는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동의될 수 있는 합의지점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은 그동안 많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가장 중요한 활동의 원칙으로 해왔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지도부의 역할과 자세입니다. 그것이 지도력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에서 비정규확대법안 최대의 피해자인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점을 겸허히 반성해야 합니다.

2월 1일 대의원대회 이후 사태는 더욱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대 직후 민주노총 집행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으로 2월 22일 대의원대회 소집을 발표했습니다. 2월 1일 대의원대회까지 집행부는 사회적 교섭과 상관없이 투쟁을 힘차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대이후 집행부는 책임있는 투쟁준비 보다는 사회적 교섭을 또 다시 상정하면서 현재의 위기국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노무현정권은 이 틈을 비집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복귀 결정을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비정규확대법안을 강행처리하겠다고 협박하는 형국입니다.


사회적 교섭을 대의원대회에서 상정하고 이를 처리해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집행부의 지도력이 다시 서고 그래야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새롭게 세울 수 있다는 집행부의 입장을 우리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집행부의 입장이나 조건이 민주노총의 현재의 어려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집행부의 입장이 정말로 걱정스럽습니다.

더욱이 민주노총 집행부는 2월 22일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방침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회사수대를 조직한다고 합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 집행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중집위원이 쓴 문건을 통해 사회적 교섭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수많은 동지들을 분파주의자들로 매도하면서 집행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특정정파들에 대해 사수대조직 총동원령을 발동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집행부가 그렇게 비난하던 또 하나의 물리력에 불과하며 이런 물리력에 의존하여 대의원대회가 진행된다 한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또 한번의 위기는 누가 책임진다는 것입니까?
이 상황에서 대의원대회가 소집된다면 결과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민주노총은 상당기간 겉잡을 수 없는 위기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교섭안 처리를 위한 대의원대회를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현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 내 단결과 비정규직 확대저지 투쟁을 위한 충정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사회적 교섭안 등 현재 제출되어 있는 안건을 철회해야 합니다.
둘째, 이수호 위원장은 교섭을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직을 거는 것을 중단하고 투쟁을 위해 즉각 위원장 업무에 복귀해야 합니다.
셋째, 이런 전제 하에 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비정규확대저지 총파업투쟁을 힘차게 결의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확대저지 투쟁준비를 위한 소중한 2-3개월을 조직 내 논란으로 허비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지도부를 포함한 중앙위원, 대의원들이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고, 단결의 기운을 높여, 비정규화대저지투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그러할 때 민주노총 지도부 전체에 대한 조합원 동지들의 질책은 투쟁결의로 전환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더 이상 혼란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중앙위원들이 적극 대처할 것입니다. 투쟁을 포기하고 조직내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는 '사회적 교섭안'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합니다.

                                                        2월 18일

                                                민주노총 중앙위원

/ 공공연맹 위원장 양경규, 수석부위원장 박정규, 부위원장 권수정, 부위원장 허인, 사무처장 이성우, 전기안전공사노조 위원장 이영원, 사회보험노조 부위원장 송종연,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 고경임, 발전노조 위원장 신종승 / 민주노총 경북본부 본부장 김병일, 교육국장 배태선, 서울본부 본부장 고종환, 부본부장 이덕순, 경기본부 본부장 이상무, 충남본부 본부장 이경수, 전교조 충남지부 부지부장 전순옥, 충복본부 본부장 이영섭, 충북대지부 지부장 이향숙, 강원본부 본부장 김종수, 제주본부 본부장 강봉균, 민주노총 회계감사 배기남 /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직무대행 우병국, 울산본부장 전규석, 두원정공노조 위원장 이용섭, 대우조선노조 부위원장 김태룡, 현자자동차노조 위원장 이상욱, 수석부위원장 김태곤, 정보통신부장 최임숙, 정영자, 부위원장 최용원, 조직강화1팀장 서동식, 대협실장 지진성, 한라공조노조 위원장 조민제,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손송주, 사무처장 김형계 / 화학섬유연맹 한국메디칼사푸라이노조 위원장 박종숙 / 화물통준위 직무대행 김달식 / 전교조 정정순, 최정윤, 전순옥 /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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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서

* 이 글은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 에 관련된 글입니다.

누군가 내 글을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에 옮겼고,

거기에 답글이 하나 달린 것을

지금에사 보았다.

그 답글과 답글에 대한 내 입장을 여기에 나란히 옮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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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 내용으로 보면 공공연맹의 임원인데 이름을 못밝히는 것은 왜일까?

작성자: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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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듯 정말 민주노총을 위해 걱정을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듯 하며
당신은 무엇을 주장하는 것입니까?
당신이야 말로 그 유명한 한 대학총장이며 신부였던 사람의  "죽음을 부르는 어두운 세력"
과 같은 음모론의 주장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내가 죽을 자신이 없어 남에게라도 죽어서
이판을 내가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어 보려는 알팍한 기회주의 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까?
지금의. 민주노총은 지혜가 필요한때입니다.
뚯을 모으고 차이를 좁히고 해서 방법을 찾아야 할때입니다.
민주노총의 교선실장의 글이라는 것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중앙위 에서 그 글을 공개하고 잃은 사람이 공공연맹의 임원이였던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최소한 민주노총 답게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지혜를 모을 생각을 하기 보다는  죽음을 부르는 어두운세력을 요구하듯
음모론만 이 사실인것처럼 유포시킨다고 문제가 해결 되겠습니까?
제발 자중하십시요.
그런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럴시간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민주노총의 지도부와 대화를 시도해 보십시요
지혜를 모아 보십시요.
이런 얄팍한 음모론으로 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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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글을 쓴 당사자입니다.

작성자: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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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공연맹 사무처장 이성우라고 합니다.
<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라는 글은
제가 민주노총 제2차 중앙위원회(2/15)에 참가하고 나서
지극히 개인적인, 착잡하고 비통한 심경을, 느낌 그대로 써서
제 블로그에 올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 아니라서
누군가 이 게시판으로 옮길 줄로는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애써 감추고자 쓴 것도 아닙니다.

제 글의 요지는, 분열과 갈등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노력과 해법을 찾지도 못한 채
그저 대의원대회만 강행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나타낸 것이고,
특히나 '분신 선언'과 '이수봉 문건'의 극단적 대립에 대해서
노동조합 간부로서 느끼는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을 써 본 것입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퍼뜨리고자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은
글의 행간을 살펴 보시면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분명한 입장은,
22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강행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고민을 바탕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지께서 지적하시는 것처럼
'얄팍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지만,
혹시라도 그러한 느낌을 받는 대목이나 표현이 있다면
이 게시판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거나
제 이메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누구의 말씀이든 경청하고
제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으면 기꺼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011-451-7760, people4@nodong.org 이성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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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선언과 대대 사수, 그 사이

민주노총 제2차 중앙위원회가 있었다.

27명의 중앙위원들이 22일에 강행되는 대의원대회에 대해서

강행해라, 하지 말라, 하며 제가끔 열변을 토했고,

정회 후에 의장(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이렇게 정리를 시도했다.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테니, 대의원대회 사수를 위해

 노력해 달라, 오늘 회의가 표결까지 가지 않도록 해 달라, 당부드린다.

 

분열과 파행으로 치닫는 대의원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나로서는

의장의 발언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어서 되물어 보았다.

 

=1) 2월 22일 대의원대회는 한다, 2) 장소는 경희대 크라운관이다,

 3) 안건은 이미 공지된 3가지(위원장 신임, 사회적 교섭, 남북교류기금사용)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가?

 

의장이 거듭 그렇다고 했다.

자칫하면 파국으로 치닫을 지도 모르는 대의원대회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모두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다, 정말로 걱정이다 하면서

중앙위원회가 집행부의 당부만으로 끝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그것은 회의가 아니라 중앙위원 간담회나 토론회라 부르는 게 낫다)

정말로 걱정이다, 그렇게 나는 말했다.

 

나의 마지막 발언에 대해서 집행부의 임원이

그렇다면 표결을 하자고 응수를 했지만, 나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세 가지 문건을 접했고, 참담한 심경으로 그것을 읽었다.

 

 

 



하나는, 민주노총 중앙위원 동지들께 드리는 전국비정규노동조합대표자연대회의(준)의 호소문이었다. 회의실 입구 탁자에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각 게시판마다 올려져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고 법 개악 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발전노조의 가장 오래된 해고자(전력노조 해고자라는 게 맞지만) 박주석 동지가 우리 연맹 게시판(자유게시판 12611)에 올린 "내가 분신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다음으로 읽었다. 읽었다기보다는 흐느꼈다.

 

-가장 구체적인 탄압 속에서 성장한 우리들이라 가장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노사협조주의에 가장 구체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뿜어내는 노사협조주의에, 사회적 교섭에 결코 방관자가 되거나 또는 침묵으로 동조하거나 양비론으로 그들을 돕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나의 온몸으로 저항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내가 아는 조수원 열사, 양봉수 열사, 김시자 열사는 모두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의 희생양들입니다. 그들은 다수의 횡포에 맞서 저항한 사람들입니다. 또다시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들의 사회적 교섭을 저지할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우리 동지들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더럽게 살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속리산에서 있었던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나는 줄곧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장에서 한 노동자가 분신을 하는 환영에 휩싸이곤 했다. 지난 2월 1일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신나가 뿌려지는 것을 보면서 까마득하게 내 몸이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던 것은 진작부터의 불안감때문이었다. 신나를 뿌렸던 그 동지는 경위보고와 총연맹 대의원 사퇴서에서 "지금 게시판에 퍼부어지는 온갖 비난을 보면, 그 때 제가 왜 분신을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듭니다. 제가 조금만 더 냉정했고,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구석에서 조용히 신나를 껴얹고 불을 질렀겠지요" 하고 썼다.

 

민주노총을 상대로 분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니란 얘기이다. 막아야 한다. 막아야 한다. 지금 대의원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분신이든 그 무엇이든 극단적 갈등과 충돌과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나에게 충격을 던진 문건이 하나 있었다. 끝에 "2005. 2. 12. 민주노총 교선실장 이수봉 드림"이라고 이름이 쓰인 것이다. 물론 이수봉 실장이 직접 작성했는지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 문건은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는 것이었다.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 관건은 폭력과 의사진행방해가 없는 대회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참관인을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둘째 토론은 하되 고의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호히 경고조치하고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셋째 질서유지대가 충분히 조직되어야 합니다. 우선 500명을 목표로 조직되어야 합니다.

-긴급제안을 하겠습니다. 첫째 각 연맹은 대중조직을 발동해주십시오.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민주노총 폭력추방결의대회를 진행해 주십시오. 둘째 ...가능한 모든 현장조직들은 전조직원 동원령을 내려주십시오. 민주노총 사수 결의대회를 대대 장소 근처에서 진행해 주십시오.

-동지들 분명히 합시다. 대중조직의 정당한 의사진행과정을 야비한 전술로 방해한 쪽이 누구입니까?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참아왔습니까? 얼마나 설득해왔습니까?

 

아아, 더 이상 인용하고 싶지도 않고 일일이 논평하고 싶지도 않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가면 2월 22일에 우리는 어떤 사태를 감당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소소한 얘기지만, 의장은 오늘 집행부가 파국을 피하고 민주노총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연휴 동안 내내 의견을 달리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래,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는 "만나자"고만 했지, 그 사람들이 애써 만나겠다고 하는데도 시간이 없다면서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다"! 또 다른 노력도 했다고 했지. 속리산 대의원대회를 유회시키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제기하면서 그 증거인 문건은 집행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그러한 음모론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나는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말했었다.

 

지독히 심란하다. 왜 나는 그 회의장에 끝까지 앉아 있었을까, 자괴감이 여러번 들었다. 자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자고 내일도 새벽 첫차로 빨리 사무실 가야 하는데, 내일 아침 우리 연맹 중집위라도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데, 아니아니, 차라리 지금 느끼는 이 심경을 밤을 새서라도 써야 되는것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혼란스럽다. 의연하자. 차분하자. 남은 기간이라도 동지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

 

한가지만 덧붙이고 끝내자. 22일 대의원대회를 원만하게 개최하기 위해서 집행부가 회의자료에 제시한 것은 다음 세 가지 준비사항이 전부이다.

 

-민주노총 최고의결기관인 대의원대회에서 60만 조합원의 대표인 파견대의원들의 정확한 발언과 의결을 보장하는 대의원대회장이 마련되도록 한다.

-이번 2.22 개최 예정인 35차 임시대의원대회는 회의 진행 내용이 완전공개되도록 하며, 대회장소의 규모에 따라 참관인원은 별도의 참관석을 마련하여 참관할 수 있도록 한다.

-대의원대회 진행에 있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가맹.산하조직에서는 안전요원을 선출하여 대회가 원만히 성사되도록 한다.

 

후우, 이 중에서 세번째 내용은 오늘 조직담당자 회의에서 반발이 커서 폐기되었다던가 유보되었다던가... 이런 걸 보면서 앞서 소개한 이수봉 문건의 끔찍한 내용들을 떠올린다면 내가 너무 과민한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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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연맹의 월요일은 아침 8시 임원회의부터 시작해서

아침 10시 상집회의, 이어서 실별회의, 점검회의 등등이 이어진다.

연휴를 맘껏 개기다가

일요일밤이 되어서야 미루었던 일 몇 개 처리하고,

새벽 3시가 지나서 간신히 잠자리에 들 수 있었는데

2주만에 열리는 임원회의에 늦을까봐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30분 간격으로 4번이나 잠에서 깨었다가

5시 40분, 첫 차 출발시간이 너끈히 남을 시간에 집을 나섰다.

깜냥에는 서울가는 기차안에서 좀 자야지 했던 것인데

이런저런 생각들에 휩싸이다 보니 금세 서울역이다.

그렇게 시작한 어제,

회의는 변함없이 종일 이어졌고,

부산, 광주, 대구, 대전에서 달려온 지역본부 활동가들까지

모두 참석한 회의 하나 끝나기를 기다려 밥도 먹고 소주도 마시다 보니

집에는 또 새벽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

이번 주의 일정을 챙기다 보니

당초 목요일로 예정된 사무처 운영회의(처장, 상설위원장, 실장단 회의)를

앞당길 사정이 생겼고,

그걸 오늘 아침 9시에 소집해 두었다.

 

그리고 아침,

5시 50분에 맞춰둔 손전화의 알람소리에 깨어난 듯했는데

시계를 봤더니 어랍쇼 7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와아아아악-

서둘러 씻고 챙겨서는

밥 대신에 우유 한잔 마시고 역으로 달렸다.

(간장오타맨 걱정을 생각해서, 김밥에 녹차로 아침식사는 했음)

7시 50분차를 탄 것은 1월 이후 처음이다.

다행히 천안아산, 광명역에서 서지 않고

곧바로 50분만에 서울역으로 가는 기차였기에

미리 회의 참석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20분 지각으로 그칠 수 있었다. 휴우-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사무실이 있을 때에는

좀 늦어도 사무실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만

지각이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끝나는데,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 없이도 20분 지각쯤은 밥먹듯이 했음)

2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에서 당초 출발부터 늦으니

20분의 지각에도 2시간 내내 안절부절이다.

이래서 집 가까운 사람이 더 늦는 것일까...^^

 

암튼, 지각하지 말아야지.

밤을 새더라도 제 시간에 차를 타야지-

 

아, 밥 먹으면 또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가야 하는 처지이다.

전쟁같은 회의가 벌어지는 민주노총 회의라...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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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리안 스테이크

차례를 지내러 부모님과 동생과 사촌들이 우리 집에 왔다.

간식으로는 간밤에 잠 설쳐가며 식혜와 약식을 준비해두었지만,

정작 밥을 여러 번 차려야 하는데 주메뉴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명절이니만큼 육류를 넉넉하게 준비하는게 좋겠지.

모처럼 한우등심에다가 수입갈비, 양지머리 덩어리까지 장만했다.

그리고는 잘 고아낸 갈비탕에다가

몽고리안 스테이크를 오늘 저녁 식탁에 올렸다.

갈비탕이야 레시피가 워낙 제각각이고 집집마다 기분 내키는대로 하면 그만일테고,

우리집에서 가장 자주 써먹는 몽고리안 스테이크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방배동 선생 최경숙에 따르면, 몽고리안 스테이크가 서양식 스테이크와

다른 점은 먼저 파를 구워서 기름에 파의 향이 충분히 배게 한 다음

그 기름에 고기를 구워 풍미를 돋우는 것이라 했는데,

그건 손이 조금 더 가는 편이라서 시간 날때 흉내내기로 하고,

내가 모셨던 유일한 스승(^^) 정복경 선생님의 스피드 레시피를

여기에 그대로 쓰기로 한다. 허허, 지적재산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

 

<요약>

쇠고기를 구워서 소스를 쳐서 먹는다. 술안주든 반찬이든 괜찮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중요한 것은 연하고 맛있는 쇠고기를 고르는 것이다.

 

<재료>

쇠고기 600g(채끝등심이 가장 좋지만, 안심이든 뭐든 괜찮다)

->그냥 굽는다. 그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브로콜리 약간

-> 소금물에 데친다. 그리고 소스에 찍어 먹는다. 꽃빵이 있어도 좋다.

 

<소스>

케찹 3큰술, 간장 1큰술, 설탕 2큰술, 우스타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청주 2큰술, 굴소스 1작은술 + 물 1/2컵

-> 풀처럼 끓어오르면 녹말 1/2큰술을 같은 양의 물에 풀어서 넣고 마무리한다.

 

<기타>

몽고리안 스테이크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실은 쇠고기(등심)구이 정도로 생각해도 된다.

등심을 잘 구워내서는

1) 기름장에 찍어서 파무침을 겯들여 상추에 싸먹거나

2) 위와 같이 스테이크 소스를 만들어서 찍어먹거나 뿌려먹거나 적셔먹거나

다 괜찮다는 말이다.

참, 쇠고기 굽다가 심심하면 신선한 표고나 새송이버섯을 넣어서

같이 익혀서 먹으면 금상첨화...

 

돼지고기 수육 덩어리 준비하고

계란지단 부치는 것으로 오늘 내 맡은 일은 끝.

좋은 꿈들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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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문자메시지

 

동지가 있어 행복합니다.

동지가 있어 꿈을 꿉니다.

을유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낮에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전화번호도 이름도 남겨져 있지 않다.

누구신지 모르겠소만, 나에게 그대도 마찬가지요,

하고 말 전하고 싶다.

 

2. 배추뿌리

 

재래시장 입구에

배추뿌리들이 뒹굴고 있었다.

한무더기에 2천원, 5개를 사왔다.

아내가 반기면서 생으로 반개 먹고

남은 반개를 채썰어서

어제 해둔 무생채에 버무려 반찬으로 먹었다.

술집에서 입가심으로 먹던 배추뿌리,

실은 어릴 적 우리네 소중한 간식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저녁에 다시

한개를 우적우적 깨물어 먹었다.

 

3. 차례

 

부모님께서 우리집으로 오시기로 했다.

3일동안 집에만 처박혀 지내야겠다.

 

아, 리베라노조 동지들에게는 가봐야 하는데.

 

4. 밤비

 

비가 온다.

 

심심해서

새벽 1시가 지나 가문비와 함께 장보러 간다.

컴퓨터잡지 한권, 사탕 한봉지, 안주거리 두엇,

과일 한바구니, 두부 한모, 캔맥주 하나, 샐러리 한다발,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다가

새벽 3시에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맥주도 마시고...

 

비가 계속 내린다.

이번 겨울에

눈구경이라고는 한번 했나 두번 했나.

 

5. 단술 또는 식혜

 

고두밥에 엿기름 불린 물을 부은지 얼마나 되었나,

슬로우쿠커에서 제법 단내가 난다.

아내가 새벽 4시쯤에 설탕 두컵 더하고

강한 온도로 바꾸라고 했는데, 벌써 4시가 지났네.

 

밥알이 우르르 동동 떠올라야 하는데

겨우 열두어개 떠올라서 헤엄치고 있다.

 

6. 인사

 

새해 인사를 두번씩 받고 있으려니

민망하고 미안하기만 하네.

대전에서 전화거는 동지들 있으면

집에 와서 술이나 한잔 하고 가라고 할꺼나.

 

세상이 아무리 엉망진창 제멋대로 굴러도

내가 처박힌 곳은 똑바로 살피렷다,

동무들, 동지들, 벗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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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민주노총 제34차 임시대의원대회

-2005. 2. 1. (화) 14:00

-영등포 구민회관

 

거기에 갔다가 왔다. 참담한 심경으로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몇 마디 심경을 쓴다.

 

노동조합은 이미 그 자체로서 하나의 권력이라고 나는 2000년에

한 술자리에서 말한 적이 있다.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합원들과 또다른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타락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 말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말을 어제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얼마나

여러번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권력이라는 말의 의미를

우선 찾아보았다.

 

"의도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힘"(B.A.W.러셀)

"선이라고 생각되는 장래의 어떤 것을 획득하기 위하여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방법"(T.홉스)

"어떤 사회관계 내부에서 저항을 무릅쓰고까지 자기의 의사를 관철

 하여야 하는 모든 기회"(M.베버)

 

이수호 위원장은 회의의 첫머리에서 벌써 천박한 절차적 민주주의

의 논리에 기대어 되풀이해서 이런 식의 얘기를 했다.

 

"(대의원들은) 오늘 이 대의원대회 사수에 대한 책임까지 가지고 왔다."

"(대의원들이) 판단할 일이다."

"(대의원들이) 결정해 달라."

 

그리고는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하고자 했다.

사회적 교섭안을 지지하는(혹은 지지하기 위해서 조직된?) 대의원들만 믿고

무모하리만치 과잉의 발언 차단과 답변 회피로 끌어간 회의에서

위원장은 하나의 공고한 권력이었다.

기필코 저항을 초래하고야 만, 그리고 그 저항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그러나 끝까지 자신을 반성하지 못하는!!

 

그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이런 발언을 하고 싶었다.

 




-저는 사회적 교섭안을 반대합니다. 극단적인 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 회의 자체가

제가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민주노총을 분열시키고 노동자를 갈라쳐서 얻는 사회적 교섭의 성과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앞서 사회적 교섭을 찬성하는 여러 대의원들께서는 사회적 교섭안이 민주노총이 당연히 해야 할 교섭의 원칙을 담고 있을 뿐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과연 교섭의 일반적인 원칙만을 얘기하고 있다면, 위원장께서 정부와 자본에게 우리의 교섭의 원칙은 이러이러하니까, 당신들이 우리의 원칙에 맞는 사회적 교섭방안을 먼저 제시해라, 하고 선언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와 노동부장관은 이미 우리의 교섭원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발언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미 그 실체가 드러난 노무현 정부에게 노동자가 기대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합니다.

 

-투쟁할 수 없기 때문에, 총파업을 조직할 수 없기 때문에, 교섭에라도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대의원들이 있습니다. 당신 파업할 수 있어? 파업도 못하면서 왜 교섭을 거부하는 거야?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당장 투쟁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노동조합이 아예 노조 깃발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사용자가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해산하고 노사협의회로 달려가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교섭안은 현재 시점에서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라서 저는 반대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 멀쩡히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하고 있는데도 위원장은 토론종결을 선언했다. 그러자 모두 퇴장하자는 발언이 있었고, 단상으로 밀어닥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다. 욕설이 난무하고 뒷쪽에서는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한 마디 하려고 마이크 앞에 가서 스위치를 켰다가 그냥 서있었다. 말로 정상화될 상황이 이미 아니었던 것이다.

 

민주노총의 상당수 대의원들이 단상에 올라간 노동자들에게 내려와라, 당신들의 의사는 이미 충분히 전달되었다,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말고 내려와라, 대의원이 왜 거기에서 발언하려 하느냐, 마이크 앞에 가서 발언해라, 참관인은 발언자격없다, 이런 얘기들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기어이 의사진행발언을 한마디 했다.

 

-대의원들께서 단상의 대의원, 조합원, 노동자들이 이 회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몰아부치지 말기 바랍니다. 이 회의를 올바르게 진행하는 것은 의장과 우리 대의원들의 몫입니다. 오늘 회의의 파행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서둘러 토론종결을 선언한 의장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의 진행과 관련해서, 저는 이 안건에 대해서 밤을 새서라도 충분히 토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것이 의사진행발언이고, 짧게 두 가지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수석부위원장께서 지난번 속리산 대의원대회에서 회의를 무산시킬 시나리오를 입수했다고 한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날 저도 질문 하나, 발언 두번을 했던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런 음모론이 제기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안건과는 별개로 분명한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여러 대의원들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음)

 

-절차적 민주주의를 말씀하시는데, 노동조합은 태생적으로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싸우는 조직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만 강조했으면 오늘 우리 노동자가 어떻게 여기 와 있겠습니까? 내용의 민주주의가 중요합니다. 우리 대의원들의 권한이라는 것은 7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위임받아서 생긴 것입니다. 저기 단상의 노동자들이 바로 우리들 동지라는 것을 잊지 말고 회의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발언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기억을 더듬어 지금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끝내 못한 말이 있다.

 

-여기 있는 대의원 누구에게도 단상의 저 노동자들을 나무라고 내려오라고 할 권리가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일체의 혼란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독선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박정희 전두환을 통해서 뼈저리게 경험한 독재 그것입니다. 거기에 저항해 싸우면서 우리는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단상의 노동자들을 적대시하고 있는 대의원이라면 이미 여기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노동자가  싸워서 극복해야 할 권력에 불과할 뿐입니다. 제발, 동지를 적으로 몰아부치지 말고 투쟁의 대상을 명확히 하기 바랍니다.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고 무수히 외쳤던 이수호 위원장은, 급기야 이 안건이 통과시키지 않으면 위원장직을 사퇴할 수 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치더니, 성원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표결을 강행하려다 제지당했고, 8시간만에 회의는 다시 유회되었다. 회의는 가고 혼란과 분열은 남았다. 만화에서 보면 어둠의 세력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아니던가.

 

현직의 노동조합 간부로서,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할 길 없다. 책임지는 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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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횡설수설

연맹의 핵심 활동가 한 동지가

정기대의원대회가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했었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판에

정책과 기획에 탁월한 역량을 가진 그 동지가 그만두면

연맹도 연맹이지만 내가 받는 타격이 워낙 클 것이기에,

가는 사람 잡지 말자고 하던 내 입장을 180도 바꾸어서

몇 달만이라도 같이 일하자고 사정도 하고

술이라도 한번 마시면서 얘기 좀 하자고 했더니

올해 들어 술도 끊었다고 좀처럼 응하지 않았다.

 

중집위 수련회와 공공연대 워크샵 모두 마치고

해양지부에 가서 과기노조 동지들과 함께 술이나 마시려 했는데

일 때문에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던 어제,

임원회의에서 골칫거리들을 다루고 나오니까

그 동지랑 술마시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무조건 달려갔지.

 

 



먼저 도착한 동지들이 복분자술을 마시고 있길래 몇 잔 들이키다가

이걸로는 취하지도 않겠으니 소주 마시자고 선동해서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소주와 안주로 배를 채웠고,

그 술보다 많은 얘기들을 쏟아냈다.

그 동지와의 첫만남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나를 출마하게 만든 몇 가지 계기를 만든 사건들을 회고하면서

그러고도 어떻게 내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갈 수 있느냐고 타박했고,

동지는 그저 빙그레 웃으면서, 에이, 거짓말 마세요, 를 반복했다.

 

지난 번에 동지는 나에게

일이 너무 힘들어서 혈압도 올라가고 신경안정제까지 먹고 있다면서

자기한테 봐달라 하지 말고

사무처장(나)이 자기를 좀 봐달라고 간청했었다.

어지간하면 그러고 싶다, 하지만 연맹사정 잘 알지 않느냐,

파견, 채용 등등으로 인력을 늘여갈 테니

제발 몇달만 봐주라 사정도 하고 얼르기도 했는데,

별무소득이고, 애꿎은 소주잔만 잘도 비는구나.

 

그러다가 KTX막차(10:30) 놓치고, 무궁화호 막차(11:00)도 놓치고,

마지막 남은 고속버스(12:00)까지 모두 놓쳤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내는 택시를 타고라도 오라고 했고,

그래 그러마 하고 일단 강남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달렸다.

대전가는 택시 없냐고 했더니 어떤 기사가 반색을 하며

자기 고향이 옥천이니 자기 차로 가자고 해서 일단 타고 봤더니

고속도로에 일단 올라타고 흥정을 한다.

15만원이란다, 으악.

10만원 안될까요? 안돼요, 14만원 합시다, 악.

그러는데 집에서 또 전화가 왔고

전화기를 켠채로 요금 흥정을 계속했더니

이윽고 그냥 자고 오란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터미널로 돌아갔다.

하필이면 오늘(28일) 모든 임원들이 각기 다른 행사로 일정이 빼곡하여

급기야 나까지 대구지하철노조 정기대의원대회(10:00)에 참가하기로 했으니,

서울서 잔다고 일이 해결되는게 아니다.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간다.

남대문 시장 근처를 지나다가 사우나 간판을 보고 내렸다.

요금 7천원에 목욕도 하고 잠도 두어 시간 잤다.

첫차(05:30)를 타고 집에 가니 오전 7시,

옷갈아 입고 이빨 닦고

대구로 가는 기차(08:17)를 타려고 7시 40분에 집을 나섰으니

48시간만에 집에 와서는 40분 머무른 셈이다.

 

동대구역에서 내려 지하철타고 거의 끝까지 와서는

물어물어 대구지하철노조를 찾아왔다.

작년 7월 21일에 파업을 시작해서

2005년 1월 28일 현재, 총파업투쟁 189일차, 현장투쟁 104일차 진행중이다.

한나라당 일색의 대구지역 반노조 정서에도 참 끈질기게 싸우는 노조,

우리 연맹의 추천으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표창도 받았지.

 

투쟁이 해를 넘겨 반년 이상 계속되고 있으니 조합원들도 조금씩 지쳐

어서 빨리 끝나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들인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참 의연하다.

연맹 위원장을 대신해서 한 말씀 하라는데,

오래동안 끈질기게 투쟁하는 곳에 오면 할말이 참 궁색하다.

싸우지 않는 자 어찌 해방의 의미를 알겠나, 노래가사만 생각난다.

그래도 몇 마디 했다.

힘내자고, 나도 열심히 하겠노라고.

사무처장 맡으니 연설같은 거 안해서 좋았는데...

 

회의는 계속 진행되고

참관하다가 노조 사무실로 와서 이러고 있다.

빨리 서울로 가려 했는데, 위원장이 점심은 먹고 가라고 붙잡아서,

뿌리치지 못했다.

 

참, 2월 18일은 대구지하철참사 2주기이다.

시민안전을 위해서 대구지하철노조는 오늘도 투쟁하고 있고,

그 날에는 추모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한다.

손님들이 왔다.

그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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