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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5
    출근투쟁 68일째 풍경(2)
    손을 내밀어 우리

출근투쟁 68일째 풍경

 

자전거를 타고 KAIST 정문으로 오는 길에 소담스럽게 핀 나팔꽃무리를 만났습니다. 코스모스가 봄에도 피는 하 수상한 세상인데, 제 철에 피는 꽃을 만나니 절로 기분이 상큼하고 가벼워집니다.

어제 아침에 TV에서 들었던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 불현 듯 떠오릅니다. 무슨 법칙이냐구요?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6단계만 거치면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회자되던 이 법칙이 최근에 메신저에서도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2006년 6월 인터넷 메신저 사용자 1억 8,000만명이 한달간 대화한 기록 300억건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무작위로 추출한 한 쌍의 사람들이 평균 6.6명을 거치면 서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미국처럼 넓은 땅덩어리에서 그러하다면 이 좁은 한반도에서는 6.6명까지 갈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사돈의 팔촌만 거치면 다 아는 공동체 사회가 우리 옛 모습이었습니다. “너는 아비도 없냐?”고 묻자 “없다!”하고 칼을 휘두르는 무정한 도시의 뒷골목 풍경을 떠올리면 참 비감한 생각까지 듭니다.

구태여 도시의 뒷골목을 들먹일 것도 없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료들이나 KAIST의 서남표 총장, 장순흥 부총장이나 우리 연구소 직원들이나, 몇 명만 거치면 아는 관계로 맺어질텐데 투쟁 100일이 넘도록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을 보십시오.

얼마 전에 속보에 소개한 적이 있지만, 출연(연)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이며, 폐쇄적이라고 여기는 연구원들이 90%나 되는데, 정부는 왜 아무런 느낌도 없고 응답도 없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도 나팔꽃을 만난 듯이 환하게 웃을 수 있고 말하지 않더라도 교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도 있지만, 이즈음의 출근투쟁을 통해서 우리는 꽃같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애써 확인하지 않아도,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서로에게 주는 느낌이 꽃처럼 아니 꽃보다 진한 감동을 줍니다. 우리 투쟁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투쟁의 시기에 만난 동지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좋은 느낌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오현우, 김지훈, 이종우, 한영칠, 김석원, 조인묵, 김미선, 고애숙, 이정희, 정선경, 박용권, 김은아, 김건래, 정원중, 배종옥, 이강현, 김대겸, 이성우, 김병혁, 박미진, 이재상, 이문수, 김형열, 흐엉(Vietnam), 김두영, 민성란, 황규섭(KAIST노조), 정상철(〃), 오늘 아침을 함께 한, 멋진 동지들입니다. 짝짝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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