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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게릴리전 연구> 8.

 

(172~173쪽) 

** (게릴라 전술에 대한 이해)

“…군사용어상 전술이라 함은 전체적인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실제적인 방법들을 일컫는다.

기동성은 게릴라 군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수 분 내에 게릴라 군은 전투 현장에서 사라질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수 시간 내에 전투 지역을 벗어날 수 있다. 이로써 전선을 끊임없이 바꿀 수 있으며, 어떠한 포위공격도 피할 수 있다. 전쟁의 양상에 따라 게릴라 군은 포위공격을 피하고, 함정에 걸려들거나 불리한 전투에 말려드는 것을 전력을 다해 방지할 수 있으며, 반대로 반포위(counter-encirclement) 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수의 게릴라 요원들이 적에게 포위될 수도 있지만, 그 사이에 적은 자신도 모르게 더 큰 함정에 걸려들게 된다. 난공불락의 상태에 처한 선발대는 적을 함정에 끌어들여 포위한 다음 일정하게 섬멸시키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이러한 기동전의 특징은 같은 이름의 춤곡을 본뜬 이른바 “미뉴에트”(minuet)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게릴라들은 5명 내지는 6명 정도의 작은 집단으로 나뉘어 (적에게 역으로 포위되지 않도록 포진하고) 여러 위치에서 적의 부대를 포위한다. 그리고 나서 이 위치들 중의 한 곳에서 공격이 개시되면, 적은 그 공격부대를 향해 진격한다. 게릴라는 적과 교전하면서 후퇴한다. 이때, 또 다른 집단이 공격을 개시한다. 적은 새로운 지점으로 이동하게 되며 게릴라는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한 연속적인 작전이 진행되면서 적군은 이변이 없다면 이동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적은 막대한 양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부대의 사기는 저하된다.”

(174쪽) 

** (게릴라의 방어 방식)

“우선 방어 지점에는 탄력적 위치, 적이 통과할 수 없는 특수한 위치 그리고 반격에 적합한 위치 등 세 가지가 있다. 적은 종종 서서히 그리 어렵지 않게 진격하다가 갑자기 강제로 차단당하게 되면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경우에 직면한다. 이 같은 상황은 그 지역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게 된 게릴라가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그들이 도저히 점령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얼마나 많은 수의 적이 공격하느냐보다는, 어느 정도의 병력으로 일정한 위치를 방어할 수 있느냐를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그 인원이 결정되면, 항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개의 겨우 적의 공격에 대항하여 위치를 방어할 수 있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위치를 끝까지 사수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 (게릴라의 공격 방식)

“게릴라의 공격 방식 역시 상이하다. 게릴라는 격렬하고 철저하게 기습을 가하고 갑자기 전면적으로 중단한다. 생존한 적군은 공격이 끝났다고 믿고 그들의 진지나 포위된 도시에서 조용히 통상활동을 재개한다. 그러나 갑자기 똑같은 공격이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게릴라는 일정 지역을 방어하는 초소를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점령한 다음 장악한다. 그 기본적인 특징은 공격의 기습성과 신속성이다.”

(176쪽) 

** (게릴라 전술의 기초적인 원칙)

“게릴라 전술의 기초적인 원칙은 지역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적을 다루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 적을 공격할 때에는 철저히 무자비해야 하며, 배신과 암살을 일삼는 비열한 무리들은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그러나 전투에서 자신의 군사적 임무를 완수하거나, 혹은 완수하고 있다고 믿는 군인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최대한의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주요한 작전기지나 튼튼한 요새가 없는 한 포로를 데리고 있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생존자들은 석방시켜야 하며, 부상병들에 대해서는 작전 기간 동안 가능한 모든 보호를 해 주어야 한다. 적에 대한 게릴라군의 도덕적 우위를 효과적으로 과시하려면 지역 주민들의 전통과 관습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죄과를 스스로 청산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범법자들을 사면해 주어서는 안 된다.”

(181쪽) 

** (게릴라전에 대한 두 가지 결론) 

“지금까지 언급한 사항들로부터 두 가지의 논리를 얻을 수 있다. 그 첫째는 게릴라전의 조건이 해당 지역의 생산적 발전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생산을 위한 모든 유리한 조건들,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모든 것들은 게릴라 군에게는 불리하다. 주민생활에 대한 편의시설이 많으면 많을수록 게릴라의 생활은 불확실하고 어렵다. 통신수단 도심지, 혹은 준도심지, 인구의 대규모적인 집중, 그리고 기계에 의한 작업이 용이한 토지 등등의 인간생활에 편리한 모든 것들은 게릴라에게 불리한 조건들이기 때문에 이 절의 제목을 “불리한 지역에서의 전쟁”이라 하였다.”

“두 번째 결론은 게릴라의 작전이 필연적으로 대중들의 중요한 역할을 요구할 경우, 이러한 역할은 단 한 번의 적의 공격으로도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불리한 지역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게릴라 군을 옹호하는 전선 내부의 완전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선전과, 노동자․농민 그리고 그 지역의 사회적 계급들을 단결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민중들 속에서의 이러한 작업, 게릴라 군과 지역 주민 간의 관계에 관한 이 같은 지속적인 활동은 또한 완강한 적의 개별적인 저항을 고려해야 하며, 적의 그 같은 행동이 위협이 될 경우 가차없이 적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한 경우 게릴라는 철저해야 한다. 작전 지역 내의 위험한 장소에 어떠한 적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 여기에서 게릴라 군과 민중들은 분리되어 있다. 즉 민중이 게릴라 군이고, 게릴라 군이 민중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릴라 군은 선진적인 의식을 지닌 자들(레닌에 따르면 전위이다)이고 민중들은 자본주의 물에 찌든 자들(루카치에 따르면 사물화된 의식을 지닌 자들)이다. 이 속에서 민중들은 의식화의 대상이 된다. 물론 의식화의 방식은 <동의>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동의는 자본주의에서의 동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 동의는 생존(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을 위한 동의이기 때문이다. 게릴라 군에게 민중은 동의의 관계에 있는 존재이기도 하면서 적으로 보이는 존재이기도 한 믿을 수 없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민중은 게릴라 군에게 동의의 관계에서 벗어난, 적으로 보이는 존재로 느껴지는 순간 타도, 절멸의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게릴라 군은 민중에게 자본주의 국가와 같은 존재로 여겨지게 된다. 즉 감시, 통제의 주체가 된다. 이 때 동의는 감시, 통제의 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 게릴라--> 정규군 --> 당의 순서로 발전하게 되겠지만, 민중은 여전히 의심과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당은 여전히 전시 때의 성격을 그대로 지닌 채 의심과 감시, 통제의 주체가 되며, 민중은 그 대상이 된다. 이제 여기서 동의는 의심과 감시, 통제의 틀 내에서의 동의가 될 뿐이다. 이것이 전쟁 중에서 동의가 감시, 통제로 상승(지양)하는 메커니즘이며, 당이 이성의 화신이며 근대적 주체로서의 부르주아 국가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187쪽) 

** (정글전에서의 게릴라 공격의 원칙)

“만약 진지에 포위된 적을 굶주림이나 갈증 또는 직접적인 공격으로 패퇴시키지 못할 경우 침략군에 대한 파괴적 충격을 가한 후에는 포위 공격을 풀어야 한다. 게릴라 군이 너무 약한 반면 침략군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에는 적의 선발부대에 공격을 집중시켜야 한다. 결롸 여하를 불문하고 이러한 작전을 특히 선호하며 반복해서 동일한 전진기지를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적군의 선발부대는 거의 틀림없이 죽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전진기지에 들어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진정한 내분이 야기된다. 적의 다른 부대에 대해서도 공격해야 하지만, 선발부대에 대해서는 항상 반복해서 공격해야 한다.”(주 : 이것은 분명히 게바라 자신이 고안한 전술이다. 이에 대해서는 수차 언급되고 있으며, 비교적 예외적인 형태의 훌륭한 심리 전술이다.)

--> 게바라의 이러한 전술은 이미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보였던 적이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상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소련 정규군과 게릴라 군들은 독일군(이 독일군은 대규모 선발부대였다)을 포위하고서 끊임없는 파상 공격을 펼쳤다. 아마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보여진 전술을 게바라가 적절하게 응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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