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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無常)의 상(常)

이번에는 조선 건국 과정을 그리는 역사소설 <<혁명>>(김탁환 지음,  민음사, 2014) 중 제1권에서 나온 내용 중에서 발췌했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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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바람벽으로 윙윙거린다. 천 길의 부끄러움, 만 길의 후회. 벼랑을 등지고 처절하게 싸우다가 떨어져 흔적 없길 바랐건만, 잡념 더미에 눌려 숨통이 막히는 것보다 한심한 최후가 또 있을까. 마주 잡았던 손을 토막토막 자르고 혀를 뽑고 눈을 파내는 이 초옥(草屋)에선 입은 옷도 옷이 아니요, 먹은 밥도 밥이 아니다. 망상이다.

 

불안을 달래는 나만의 처방은 간단하다. 물비린내 나는 문장을 골라 입에 털어 넣고 술안주로 씹기. 지금 가장 멀리 갔다가 가까이 다가온 녀석은 요놈이다. 인(仁)은 인(人)이다. 그 둘을 합하여 말하면 도(道)다.

 

도(道)! 그 길을 떡하니 막는 것도 문이요, 확 하니 여는 것도 문이다. 만남의 가(歌)와 이별의 곡(曲)이 문고리를 흔들고 이마를 비벼 대듯 잦다. 쓸데없다. 출렁이는 연(緣)을 미리 에둘러 피하고 건너뛰고 때론 부수며 여기까지 달려오지 않았는가. 지워지지 않는, 심장으로 뛰는, 뜻을 펴기에 합당하지 않은 날이면 되짚는 문들이 있긴 하다. 정말 문(門)은 문(問)으로 통할까! 누구나 외로움 밴 물음을 몇 개쯤은 품고 산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른다, 정녕 외로움에 풍덩 빠질 때란 스스로 답할 수밖에 없는데도 물음을 던지는 순간임을. 답을 해도 달라지는 것이 쥐뿔도 없는,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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