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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열하광인 1>>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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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공철은 <<열하>>의 몇몇 편을 분전태사지(粉牋太史紙)에 승두세자로 옮겨 비단에 싸 두었다고 했었다. 비단으로 싸기엔 너무 뜨겁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뜨거움을 식히고자 고래 열두 마리를 비단에 수놓았다며 웃었다. 우리는 책이 토하는 불꽃이 얼마나 찬란하고 섬뜩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지를 다투어 떠들어댔다. 단어 단어를 외우며 내 흉터가 더 짙고 크다 주장했고 문장 문장을 읊으며 내 살이 더 빨리 지글지글 타들어 갔노라 외쳤다. 남공철이 외우며 읊을 때 내 몸에 옮겨 붙은 불똥과 내가 읊고 외울 때 남공철 몸에 가 닿은 장작불이 더 큰 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책을 인생이라고도 했고 깨달음이라고도 했다. 우리에게는 그저 책이었다. 책보다 더 황홀한 이름은 없었다.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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