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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혁명 과정을 그리는 역사소설 <<허균, 최후의 19일>>(김탁환 지음, 민음사, 2009) 중 상권의 내용 중에서 발췌함(360~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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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이에게 부치노라.
(중략)
그 다음 너는 그 누구도 닮지 말고 너만의 시풍을 만들어라. 명나라 사람으로 시를 짓는 자들은 선뜻, 나는 성당이다, 나는 이두(李杜, 이백과 두보)다, 나는 육조(六朝)다, 나는 한위(漢魏)다라고 스스로 표방하여 모두가 문단의 맹주가 될 수 있다고 여기지만, 내가 보기에는 혹은 그 말을 표절하고 그 뜻을 답습하여 집 아래 집을 얽음을 면하지 못하면서도 과장되게 스스로를 내세우는 쓰레기와 같다. 너는 절대로 그런 놀음에 말려들어 성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라.
꼭 하나 네가 명심할 일은 시를 읽고 쓰다가, 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라는 게다. 이백과 두보의 오랜 여행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방랑이 단순한 멋 부림이 아니고 삶의 비밀을 캐내기 위한 악전고투였음을 살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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